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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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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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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전화...


BY 핑키~ 2004-08-23

 

  "엄마..다녀올께요.."

  "그려, 이것아..항상 조심하구.."

  "알았다구요..엄마두..내가 뭐 어린앤가..."

  서둘러 신발을 신는데,신발장 위에 얌전히 올라있는 구두 하나가 눈에 띈다.

  어제 그 남자가 사준 구두..

  앞쪽에 꽃이 달리고 반짝이는 보석도 두개정도 박혀있다.

  정작 복자는 그 순간 당황스러워서 아무거나 골라주는대로 신고왔는데,

  이제사 자세히 보니 참 감각있는 남자다 싶다.

  "늦는다며?? 뭐하는거여?"

  "으,응..알았어..힛.."

 

  "허영미 선생...할만하신가?"

  "아...주임교수님..안녕하세요?"

  "힘든일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라구.."

  학과사무실에서 정신없이 수업을 체크 하고있는데,왜그리 아는분들이

  많이들 들어오는지 복자는 정신없이 인사를 하고 강의실로 올라간다.

 

  11시 50분이 다 되었다.

  얼추 강의를 마무리 할 시간...복자는 과제물을 칠판에 적으며

  강의를 마친다.

  두꺼운 책들을 챙겨 교실을 나오려니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가

  복자의 귀에 울린다.

  "어이~ 허 선생~~ 밥좀 사주라~~"

  "엥? 참내...밥은 니가 좀 사주라..선배니임~~"

 

  결국 재현이가 밥을 샀다.

  그것두 비싼걸루..

  "우히힛..너 지금 후회하고 있냐?"

  "아니..너 잘먹는거 보기도 좋다..여전하구만.."

  "그럼 당근이지..먹는건 안가린다구..크큭.."

  "어젠 맞선 잘 본거야?"

  "으휴..말도 마라..어제 챙피해서 장난두 아니였어."

  "왜?"

  "갑자기 구두굽이 빠지는건 뭐냐? 우하핫..진땀 나더라구."

  "피식..그랬냐? 너 선 본다니까 왜그리 궁금하던지.."

  "엥? 그랬니? 선이 다 그렇지 뭐..밥먹고..차 마시고...좀 지루했당.."

  <전화 왔어요~~전화받으세요~>

  복자의 핸폰이 울린다.

  "영미씨? 저 최동원 입니다."

  "아, 네..."

  "식사는 하셨어요? 저는금방 먹고 오는 길이에요.

   이 시간에 영미씨는 뭘 하시나 궁금해서요."

  "아...네...저도 뭐 밥먹고 좀 쉬는중이였어요.어제는 잘 들어가셨죠?"

  "그럼요..후훗.."

 

  재현은 복자의 첫마디에서 그 남자의 전화임을 알아차렸다.

  옆에서 메롱~하며 장난을 치면서도 한편으론 알수없는 묘한 감정을

  느낀다.

  복자에게 저렇게 여성스런 목소리도 있었구나..새삼스럽다.

 

  "야...너 왜 내숭떠냐?"

  "엥? 내숭?"

  "그래, 완전히 목소리 딴판이여.."

  "헉..그랬냐? 내가? 몰라몰라..맞선상대라 그런지 왠지 잘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땜시롱?? 크큭..나두 모르겠당.."

  "그래서? 언제 또 만나기로 한거야?"

  "아직은..뭐..모르겠다..약속은 안했구..우띠..내가 내숭이라구?

   너두 맞선 봐봐..이 내숭쟁이야..크크큭.."

   복자는 재현의 등짝을 한대 쿵 때리고는 도망간다.

   복자의 손은 여전히 맵다.

   이 캠퍼스 안에서 여전히 대학생인 것만 같다.

 

   "야..허복자..이번 주말에 영화나 볼래?"

   "왠 영화냐? 내가 니 애인이냐?"

   "참내..뭐 친구사이엔 영화도 못보냐?"

   "하긴..뭐...좋다.뭐 볼건데?"

   퇴근무렵 재현과 주말약속을 정해놓고 버스에 올랐다.

   복자의 버스가 출발한것을 보고나서야 재현은 지하철역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막 집에 도착했을때 복자의 핸드폰이 또 울려댔다.

   동원이다.

   주말에 영화를 보자는 내용이다.

   복자는 재현과의 약속은 까맣게 잊고 그만 약속을 정하고 말았다.

   

   "누구여? 혹시..그 남자? 동원인가 하는 그 청년 맞지?"

   "응.."

   "흐미..울 딸래미 잘 되가나봐..크크큭.."

   "엄마는...뭘 그리 좋아하우?"

   "그럼 안좋을건 또 뭐 있냐?"

   "으이구..엄마두..참..나 얼른 치우고 싶어 그러지?"

   "그래, 이것아...얼른 결혼해서 손주 좀 안겨줘봐.."

   "칫..그럼 뭐 할머니 되는거네요.."

 

   "언니...나왔어...복자도 왔니?"

   "응, 이모...연아는?"

   "학원갔지..오늘도 늦게온데.."

   "야...우리 복자 결혼할란갑다.."

   "엥? 누구? 최동원씨랑?어머머머..잘 되가는거야? 크큭.."

 

   아줌마들의 수다를 피해서 복자는 얼른 2층으로 올라왔다.

   왜그리 결혼을 시키려고 그러는건지 복자는 엄마의 마음을 모르겠다.

   미국서 귀국할때 복자의 마음에 결혼은 딴 세상일이였다.

   우선 좋아하는일로 인정을 받고싶은 마음이 더 간절했다.

   책상앞에 앉아 노트북을 펼치다가 달력의 날짜를 확인한다.

   '이번주 토요일이라...'

   그 남자와의 첫 데이트가 은근히 기대된다.

   그날은 또 어떤 모습일까..

   남자에겐 전혀 관심도 없었던 복자였는데...이런 마음...참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