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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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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자 맞선보다...


BY 핑키~ 2004-08-18

 

   이런저런 생각하며 걷다가 복자는 그만 발을 삐끗했다.

   안신던 힐을 신고 빨리 걸으니 당연하다.

   길에서 아픈 발목을 잡고 주물렀다.

   '우띠..맞선은 정말 안본다고 했잖아..잉...'

   오늘따라 햇살도 유난히 따갑다.

  

   팔래스 호텔 1층 커피숍이다.

   아픈 발목을 절룩거리며 안으로 들어선다.

   휙~ 하고 둘러보다 창가의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헉...잘생겼구마이..저 남자는 아닐테구...'

   "손님..어서오십시오..누구 찾는 분이라도 계십니까?"

   "네에..저기.."

   "아, 혹시 허영미님 맞으십니까?"

   "네,네에..맞아요.."

   '내 이름 영미라고 했군..음...하긴...큭..'

   "이쪽으로 오시죠..."

   '미리 와 있는걸까? 하긴 벌써 10분이나 지났구만..'

   안내하는 아가씨는 자꾸 아까 그 남자쪽으로 움직인다.

   그러더니 이내 그 남자앞에 선다.

   "손님! 이쪽으로 앉으시죠.."

 

   갑자기 아까 눈이 마주친 그 남자가 웃으며 일어선다.

   '휴....이 사람은...'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최동원이라고 합니다"

   "네.....저, 저는 허영미라구.."

   "듣던대로 미인이시네요..앉으시죠."

   "네에..."

   복자는 속으로 가뿐숨을 몰아쉰다.그리고 이 남자를 찬찬히 뜯어보기 시작했다.

 

   점잖은 감색 수트에 요즘 유행하는 넓은 넥타이 깔끔하게 빗은 머리,

   짙은 눈썹,그리고 시원한 향수냄새까지..허걱..

  

   "제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후훗.."

   "아, 아니요..죄송해요..그냥..."

   "사실 좀 어색하시죠? 저도 그래요..맞선이라는게..훗..

    그런데 이렇게 나와보니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동안 친구들은 다 애인이 있었는데,저만 유일하게 솔로였거든요.

    천연기념물이라고 놀림받는것도 지겹구요.."

   "어머..저두 그 별명 있는데..훗.."

   "앗..그러세요? 하핫..그럼 천연 기념물 끼리 잘 만난거네요.."

   "네에..뭐..그러네요..후훗."

 

   최동원...신우전자 과장의 직함을 달고있는 유능한 매력남이다.

   왜 킹카가 나오리란 생각을 못했던 거지?

   "훗..." 복자는 이 묘한 기분을 어찌 표현해야 좋을지 몰랐다.

  

   복자와 동원은 시원한 쥬스를 마시고 나왔다.

   "우리 어디로 갈까요? 맛있는거 먹으러 갈까요? 뭐 좋아하세죠?"

   "저는 다 좋아해요..훗.."

   "저랑 식성도 비슷하시네요..후훗..그럼 제 차로 타시죠."

   올~~~ 차도 승차감 좋다는 그 유명한 중형차..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복자는 걸음을 떼는데 그만 삐끗한 곳을

   또 다치고 말았다.

   "어? 괜찮으세요?"

   "네에..."

   그런데 거기까진 그렇다 치는데 하필이면 구두굽이 나갈줄이야..

   '뜨악..이럴수가..이런 창피가 어딨냐..'

   "어? 굽이..? 당장 구두하나 사야겠어요.백화점으로 가요"

   창피함에 복자의 얼굴을 뜨거운데 동원은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차문을 열고 타라는 시늉을 한다.

 

   '휴우...이 무슨 왕 창피래..으휴....

   "영미씨..괜찮으시죠? 훗..뭐 그럴수도 있죠.."

   그 덕에 복자는 생각지도 않은 예쁜 구두를 선물로 받고

   저녁 무렵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영미씨..다음에 또 뵐수 있을까요?"

   "네..뭐..."

   "그럼 제가 연락 드리죠..오늘 즐거웠습니다."

   "네.."

   

   동원의 차가 출발하는걸 보자마자 복자는 집안으로 달려왔다.

   "우앙...나 몰라..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