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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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쐬주한잔..


BY 핑키~ 2004-08-06

 

   [짜샤..오늘 니가 소주 사주기로 한거 잊지 않았겠지?]

   재현이의 핸드폰에 이런 문자 메세지가 떠오른건 정확히 오후 5시 50분 이였다.

   '참..시간도 잘 맞추네..훗..'

   "자아..오늘은 이만 하죠, 다음주까지 레포트 제출하세요."

   "네엣..수고하셨습니다."

 

   재현이는 콧노래를 부르며 과 사무실로 내려간다.

   선배들 사이에서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던가..

   이젠 복자가 왔으니 한결 재밌는 강사 생활이 될것 같은 느낌이다.

   역시나 과 사무실 문을 여니 주인을 기다린 강아지처럼

   쇼파에 앉아있던 복자가 화색을 띄며 얼른 일어선다.

   "야! 허복자! 너 아까 강아지 같더라..주인 기둘리는..크큭.."

   "뭐여? 짜슥...쐬주는 니가 사나? 힛..봐줬다.."

 

   인문관을 지나 가로수길로 들어섰다.

   교문으로 내려가는 길은 가로수 터널이라 멋드러졌다.

   가끔씩 과 학생들이 힐끔 쳐다본다.

   "와...이 길은 여전하구만..후훗..야..너 생각나냐?

    우리 1학년땐가? 수업 땡땡이 치고 뒷산에 딸기먹으러 갔던일?"

   "그럼...그 재미로 학교 다녔잖아..너...후훗.."

   "뭐여?음..하긴...우하하.."

   "요즘도 거기 하는데..언제 함 가보자.."

   "와우..정말? 쿠쿠쿠..그래, 함 가보고프다..힛.."

 

   둘은 학교앞 "블루 하우스" 라는 바로 들어선다. 

   "야..여긴..무슨..쏘주방이 아니구만.."

   "칫..허복자야..그때 그 소주방 사라진지가 언젠데..

    요즘엔 이런 분위기가 뜬다니깐..걱정마..여기 소주도 파니까.

    소주 한잔에 뿅 가는녀석이 왠 소주타령이냐?"

   "야....그래두...으흐흐흣...그 분위기 좋찮아...에헤헤헷.."

   "큭...못말려..후훗.."

   테이블엔 가지런히 소주한병과 맥주 한병 그리고 맛깔스런 안주가

   차려졌다.

   "야, 복자야 그런데 우리 초저녁부터 술 마시네..이거 낮술 아니여?"

   "큭..뭐 어떠냐? 공기밥 하나 추가하면 되지..크큭."

   "하여튼... 너 그때랑 똑같다 정말..훗.."

 

    점원 언니에게 큰소리로 공기밥을 하나 추가하고나니 바로 복자의 핸드폰이

    울린다.

    "여보세요...엥? 아빠? 왠일이셔?응...그랫? 그럼 여기로 오실래?"

    "야..무턱대로 오시라면 어떻하냐? 에구..."

    "뭐 어때? 너 우리아빠 알잖여..뭐 새삼시럽게 시리..크윽.."

    "야, 그래두..여긴 애들 오는곳이라 좀 불편하실 텐데.."

    "걱정마로..울 아빠는 그런거 다 초월하신 양반이다..크큭.."

    재현은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갑작스레 이런곳에서 복자의 아버지를 만나다니...

    그런것도 개의치않고 복자는 재현의 빈 잔에 맥주를 가득 부어따른다.

    "언니...여기...조개국물좀 더줘욧..."

 

    복자의 아빠가 큰소리로 웃으며 들어온건 딱 1시간 후였다.

    "앗...저 안녕하셨어요? 저는 장 재현이라고 합니다.."

    "응..그래,그래, 앉어..우하하핫..우리 복자가 누구랑 있나 했더니

     듬직한 친구달 한잔 하고있었냐?

     에잉..섭섭한걸? 이 아빠가 제일 먼저 데이트 신청 할줄 알았더니만.."

    "참..아빠두...크크큭..재현아..니가 이해해라..울 아빠 원래 이러신다."

    "어..후훗..뭐 좋아보이신다..뭐..."

    "자앗..오늘 아빠가 쏜다. 니들 먹고싶은거 다 먹어랏...하하핫.."

    "엥? 아빠..정말루? 크윽..오늘 재현이가 쏜다고 했는뎅?

     내 첫 출근 기념으로다가?"

    "야야..아그들이 뭔 돈이 있다고 기래? 아빠가 책임질테니 걱정말고

     들어..하하핫..모처럼 젊은 이들 사이에 끼니 기분 좋구만 이거..하하."

    난처한 표정인 재현이의 무릎을 탁탁치며 복자는 메뉴표를 다시

    들춰본다.

 

    "야..우리 비싼거 시키자..우히힛..너 뭐 먹을래? 이거? 아님..이거?"

    "그, 글쎄...난 뭐 아무거나..."

    "언니..여기 골뱅이 하나,보쌈하나 추가요.."

    "우리딸~~ 그게 겨우 비싼거여?"

    "아빠두..힛..나 미국서 이거 얼마나 먹고잡았는디..크크.."

    "그려그려,. 많이들 들어라..하핫..캬아..울 딸이 따라주는 쐬주 간만일세..하하하.."

    허풍선의 잔이 비워지자,재현이 얼른 소주를 따랐다.

    "응, 고맙네..참..자네 울 복자랑 같은 과 강사라고 했지?"

    "네..그렇습니다."

    "그래, 잘 됐네..앞으로 울 딸 많이 도와줘..내가 종종 맛난거 사줄테니"

    "아, 그럼요..아버님..."

    '아버님??'

    아버님 소리에 미묘함을 느낀 복자는 곧 잊어버리고 실실 웃으며

    공기밥 한숟갈을 뜬다.

    "음..자네는 집이 어딘가? 부친은 뭘 하시나?"

    "아이구 참..아빠두..동사무소에서 나오셨수? 그런건 왜 묻고 그러셔?

     안그래두 어른 오셨다고 안절부절인 애를..크큭.."

    "아..그랬나? 에구..미안해라..재현군..부담없이 들게..자아..들자구.."

    "아빠..아빠두 공기밥 하나 드실라우? 헤헷.."

 

    2시간동안 즐겁게 웃으며 한잔 했나보다.

    복자는 양볼이 벌게져 가지고 좀 취한듯하다.

    허풍선씨도 큰소리가 더 커졌다.

    재현이는 어른 앞이라 술이 덜 취한듯 하다.

    허풍선은 김기사를 시켜 재현이를 내려다주고 복자랑 집으로 향했다.

 

    "얘....복자야...우리딸...싸랑한데이..."

    "크렁....쿠렁...(코 고는 소리임) 크르렁렁...."

    허풍선의 눈도 스르르 감긴다.

    딸의 조는 모습이 하도 이뻐서 안그래도 작은 눈이 웃음에 파묻혀

    더 작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