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복자야...얼른 일어나봣..."
"으응? 엄마..몇신데..?"
"에휴..벌써 8시란 말얏..."
"뜨악..일찍 좀 깨워주지.."
"으이궁..이 지지배..벌써 세번째 깨운거다..첫 출근인데 큰일이다.."
머리는 삼발을 해가지고 간신히 일어난 복자는 머리가 쑤신다.
얼굴을 찡그리더니 첫출근에 대한 의무감에 서둘러 이불을 박차고 일어선다.
"엄마...나 다녀올께요.."
식탁위엔 이제막 퍼놓은 북어국이 소리없이 김을 뿜고 있다.
"으이궁..지 앞가림은 하려나 몰러..."
전철역에서 꾸벅거리며 졸던 복자는 곧 학교앞이라는 안내방송에
눈이 번쩍 뜨여진다.
시계를 보니 아직 20분 정도 여유가 있다.
'에휴...다행이다..크크크큭..역시나..허복자 답구만..헤헷.'
평소에 안신던 힐을 신고 걷자니 걸음은 빨리 안걸리고 정말 환장하겠다.
오랫만에 걷는 교정이라니..
교정 곳곳을 보던 복자의 입가에 미소가 맴돈다.
연못에서 밤에 몰래 맥주 마시던일..
느티나무 아래에서 책 본답시고 졸던일..
축제때 남은 부침개를 밖에서까지 팔던일..
어느덧 인문관이다.
"똑똑.."
"들어와요.."
"박교수님..안녕하셨어요?"
"어이...이거 허양 아닌가..? 정말 오랫만이네..하하핫.
오늘 첫출근이구만..그래, 내 얘기는 들었지.."
"네, 교수님 덕분이죠 뭐..앞으로 잘 좀 부탁드릴께요.."
"하핫..그래, 열심히 해보게..그때의 그 허양이 모교에 강의를 하러오다니.
정말 기대가 되는구만..하핫.."
덜렁이가 잘 할수 있겠냐는 교수님의 속뜻에 복자는 머쓱해졌다.
학과 사무실에서 첫 강의실을 두번이나 확인하고서는 문을 나섰다.
봄 햇살이 제법 강하다.
"인문관 203호실...여기 맞구나..뭐 변한것도 없고 여전하네..훗."
강의실 문을 여니 새파란 신입생들이 가득하다.
1학년생 선택 강의라 다른 과 학생들도 많이들 와 앉아있다.
"여러분..반가워요.."
칠판에 "허복자"..라고 쓰려다가 "복"자는 살그머니 지우고 허영미라고 쓴다.
강의에 관해 설명하는 중에 갑자기 노크소리가 들린다.
"엥? 첫날부터 지각생이 있나요? 들어와요.."
학생들의 탄성이 이어진다.
정말 풍성한 꽃바구니 배달이다.
"허걱..이런.."
"와...애인이 보내신거 아닌가요?"
"아...하하하...그런가..? 뭐..기분은 좋네요..하하.."
복자는 실실 웃으면서 누가 보낸것인지 확인하려했지만,
보내진 카드속엔 첫 출근은 축하한다는 짤막한 내용뿐이다.
"아빠가 보내셨나..?"
정신없이 강의를 마치고 재현이를 만나기로 한 벤치에 앉아있었다.
"허선생......많이 기다리셨나..."
"엥? 누구세요..."
"야..나를 몰라보냐..? 니 단짝 장재현을?"
"뜨악....니가 장재현이라구?"
복자는 새삼 현대의학의 위대함을 실감했다.
키는 원래 크지 않았지만, 두꺼운 안경속에 가려진 그 눈..
그 쪽제비 같던 눈은 어디로 갔던가..
옷차림도 제법 세련되 보인다.
"우하하핫..야...너 재현이 맞구나..."
"야..그럼 맞지..스토커라도 되는줄 알았냐?하핫..꽃은 받았냐?"
"엥? 그럼 니가 보낸거야? 짜식이..시키지도 않은것을..흐흐흐..
야, 너 장가갈때 되더니 세련되기도 했다야..하핫..
옛날 같으면 그돈 술 먹지 아까워서 그런거 샀겠냐.."
"캬캬..허복자 여전하구만..그래, 나두 장가 좀 가보려구 연습 함 해봤다"
복자는 대학 시절로 돌아간것 같았다.
이렇게 재현이랑 웃고 떠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