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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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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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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총사 뭉치다.


BY 핑키~ 2004-08-02

 

  "복자야아...전화 받아봐라.."

  "으응? 누군데...?"

 

  시차 적응이 안된듯 복자의 목소리는 잔뜩 잠겨있다.

  영란은 일부러 딸의 잠을 깨우지 않으려 했지만,어제 복자의 전화를

  기다린 재현이가 뭐 급한일이라도 있는가 싶어 복자를 흔들어 깨운다.

 

  "여어 보오... 세에..요....?"

  "야..허복자.. 자고있었냐?"

  "응? 누구? 재현이니?"

  "그래..야..이게 얼마만이냐..? 어젠 전화도 안주고.."

  "아..미안혀..이 누나가 시차적응이 안되서리..흐흐..암튼 고맙데이.."

  "응, 잘 도착하긴 했구나..내일부터 출근이라고?

   주임 교수님께 들었어. 오홍..이제 매일 얼굴보는거냐?"

  "헉...그런거냐? 크큭..짜샤..내일 쏘주 한턱 쏴봐.."

  "여전하구만..허복자..후훗..알았다..그럼 내일 봐..."

 

  복자는 눈을 비비고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다 갈증 때문에 일어선다.

 

  복자에게 전화기를 내주고 부엌으로 내려온 김여사는 사과를 깎는다.

  "언니! 난 안먹어 아침먹은게 아직도 배부르구만..."

  "그럼 뭐 복자나 주지.."

  "복자 오니까 언니 안색이 확 달라졌수..그렇게도 좋아?"

  "그럼..외동딸이 아예 들어왔으니 얼마나 좋냐..으이궁..니 주책맞은

   형부 아니였음 벌써 복자동생 두어명은 봤을텐데.."

  "언니두..참..벌써 30년도 넘은일을 새삼시레..

   너무 형부 탓만 하지마 그당시엔 다 그랬데..뭐 예비군 훈련장가서

   빵 얻어먹고 정관수술 한사람이 어디 한둘인줄 알우?"

  "으이궁...저것 시집보내면 어찌살까 몰라..정말..."

 

  "어? 이모왔네.. 이모..."

  복자는 이모와 반가운 포옹을 했다.

  복자 이모는 바로 옆집에 살고있어서 늘상 오며가며 들리는 게

  취미다.

  "그래, 이것아..너 보려고 왔지..어디보자..허복자..더 이뻐졌나?"

  "에이..이모두..참..여기서 더 이뻐지면 어쩌우?

   남자들 꼬이면 더 피곤하기만 하지..헤헷.."

  "크크큭..여전하구나.너...니 엄마 화색이 도는게 당연하다 얘..."

  "어머낫...엄마..나 친구들 만나러 가야해..."

  "야..너 세수는 하고가야지..원..."

 

  아직 피곤함이 덜풀렸지만,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복자의 표정은 밝다.

  간만에 타보는 지하철이라니..

  그사이 요금이 몇배는 오르고 더 복잡해졌다.

  학교앞 역에서 내려 가로수길을 걷는다.

  옛날 추억이 어린곳..복자는 실실 웃음만 나온다.

  그동안 참 외롭기도 고달프기도 했다.

  외국인이라는 설움...보이지 않는 차별..당장 달려오고픈 마음이

  어디 하루이틀이였겠나..

  그래도 버틴걸 보면 아빠의 고집을 닮은건지..

 

  커피숖 문을 여니 문에 달아둔 방울이 딸랑거린다.

  "야....허복자..아니, 허영미...여기얏..."

  "어머나...너희들...우하하하핫.."

  떠들썩한 삼총사의 대화에 다른 테이블 손님들이 흘끔거린다.

  "어머나..지지배들..여전들 하시구만..하하핫.."

  "야..복자..니 목소리도 여전하구만..뭘...크크큭.."

  "야..미란아..지현아..정말 간만이다...크크크큭.."

 

  삼총사는 순간 대학 신입생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였다.

  아니, 그들의 수다와 웃음은 여고생 저리가라였다.

  깔깔거리는 그 웃음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계속 이어진다.

  "야..너 재현이랑 같이 일하게 되었다면서?"

  "그러게 말이다..그 웬수를 또 계속 만나게 생겼다..캬캬.."

  "야, 그래두 잘됐다..아는사람 있는게 어디냐? 첫 사회생활인데..

   재현이가 많이 도와주겠구만.."

  "글쎄다..짜식이..그러면 좋겠는뎅..흐흐..참..니들 재현이 달라진거 알아?"

  "그랬다며? 동창 홈피에 들어가보니 라식도 하고 애가 완전

   왕자로 변신했다고 하더라..쿠쿠쿠.."

  "야..허복자..너 잘해봐..."

  "뭘?"

  "뭐긴..재현이랑..크크크크.."  "맞아..맞아.."

  "엥? 이 지지배들이..언니를 놀리냐?

   야...걔랑은 쐬주방에나 가면 모를까 내 타입 전혀아님..오노~~"

 

  삼총사는 자리를 옮겨 대학때 즐겨갔던 닭갈비집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왁자지껄 점심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그녀들..

  이렇게 귀국 이틀째를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