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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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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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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상봉


BY 핑키~ 2004-08-01

 

 

    "나 이것참...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이거?"

    "으이구..좀 기다려 봐요..저기 도착등이 켜졌으니 곧 나오겠죠.."

    "아이구..복자야...내 딸아..아빠가 애타게 기다리니 어여 나와랏.."

 

    미국발 인천행 비행기가 도착했다는 불이 켜진지 5분쯤..

    허풍선과 김영란은 시계와 전광판을 들여다보며 안절부절이다.

    시끄러운 안내방송이 끝나고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빠져나갔지만,

    복자의 소식은 깜깜했다.

 

    허풍선의 대머리 사이로 땀이 고인다.

    김영란도 상기된 얼굴로 바로 그자리에 주자앉을 모양새다.

    "아빠아~~~~엄마아~~~~~~~~~"

    "엥? 우리 복자 아니여?"

 

    열린 자동문 사이로 빼꼼히 카트 하나가 나오기는 했는데,

    워낙에 많은 짐이라 누군지 얼굴은 보이지도 않는다.

    "엄마..아빠...아니, 하나밖에 없는 딸 목소리도 몰라보우?"

    "엥? 복자야아~~~~~~~~~~~"

    허풍선의 커다란 목소리에 지나던 사람들이 흘끔 쳐다본다.

    "복자야아~~~~~~~~~~"

    "아이구 참내..딸래미 촌시런 이름 소문 낼일 있수?"

    "이 지지배야..엄마가 얼마나 기다렸는데엣.."

    "엄마...오바하지 마셔잉... 그동안 수시로 드나들었으면서 뭘..크크.

     엄마, 나랑같이 학위나 딸걸 그랬수..크크크.."

 

    "이 지지배..으이구..그나저나 이 짐은 다 뭐냐?"

    "에휴..말도 마..배로 부치자니 다 필요한 책들이구 3년간 쌓인 살림이

     어디 하나둘이유? 크크.."

    "그래,복자야..암튼 장하구나..어이, 김기사..이것좀 싣지..

     아이구..우리딸..뽀뽀나 좀 해보자.."

    "으앗..아빠두..참...아빠..내 나이 31살이유..제발...ㅋㅋㅋ"

    "으이구..또 시작이구만.."

 

    김영란은 혀를 끌끌차면서 복자의 핸드백을 들어준다.

    세식구가 사라지자 그제야 공항안이 조용해진다.

    참 별 가족도 다 있다는듯 지나가던 사람들이 갈길을 재촉한다.

 

    "우헐헐헐...내 방은 여전하구만...크크.."

    "그럼, 너 온다는 소식 듣고 엄마가 밤낮 치워댔지.."

    "엄마가? 에이..이모 솜씨 아니구?"

    "으이구..지지배..엄마 놀리는건 여전하구만.."

    "엄마..우리 만난거 3주전이유..내 친구들이 뭐라는줄 알아?

     엄마두 우리과 학생인줄 알았데..크크크.."

    "시끄러워..지지배야.. 참..재현이가 아침에 전화했더라.

     너랑 같은 학교 출강하게 되었다구? 전화 달라더라구.

     얘, 재현이가 그때 그 못난이지?"

    "흐미..울 엄마두 참내..못난이라니..그애가 라식 수술도 하구

     완전 달리졌다는걸? 나도 뭐 못봤지만.."

 

    장재현... 그 이름을 떠올리니 복자는 웃음이 나왔다.

    마른 몸매에 두꺼운 안경을 쓴 대학 1학년때 모습..

    결국 시력이 나빠 군대도 면제받고 공부만 파서 교수의 꿈을

    키우다니..대학1학년때 알게된 재현이와 소주방에 자주 기웃거렸던

    일들이 생각나 실실 웃음이 나왔다.

 

    "아이구..우리딸..뭐해? 아빠랑 밥 좀 같이 먹자..야..."

    "넵..싸랑하는 울 아빠..."

    "으이궁... 이런 부녀가 또 어딨을까나?"

    투덜거리는 엄마도 내심 딸이 오니 기쁜듯,부엌으로 종종걸음을 친다.

 

    "복자야..그럼 출근은 언제부터여?"

    "아빠..제발...복자라고 부르지도 마셔..."

    "왜? 복자..얼마나 좋냐..그 이름 짓느라고 니 엄마랑 얼마나 고민했는디,

     그래서 아빠 머리가 지금 이모양이잖냐..우하핫.."

    "아빠두..참..계속 그러시면 나 사회생활 하는데 지장 있수..

     영미..허영미..얼마나 이뻐...크큭.."

   

    식탁엔 복자가 좋아하는 잡채며 도토리묵이며 불고기가 한상 가득이다.

    "흐미...바로 이맛이여..우리 엄마솜씨..헤헷.."

    "그리여..많이 먹어.."

 

    외동딸 홀로 먼 미국에 보내놓고 울기도 많이 울고,

    마음이 놓이지 않아 가본것두 한두달이 아니였는데,

    이젠 완전히 들어와 직장까지 잡았으니 허풍선과 김영란은 마음이

    흐뭇했다.

 

    '지지배...이젠 좋은 신랑감 만나 결혼도 하고 행복해야지..'

    '우리 복자...이젠 이 아빠랑 데이트도 많이 하고 여행도 좀 다녀야지..'

 

    복자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마음속엔 각각 다른 생각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