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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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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런 여자[10]


BY 플레이 걸....ㅋㅋ 2009-12-01

'이상형의 남자 : 낮엔 브라이언 처럼 귀엽고 달콤한 남자.저녁엔 섹시 페르몬이 물씬 풍기는 환희 같은 남자....이 두가지 자질을 모두 갖춘 남자라면 언제든지 대 환영 이랍니다.'

 

대체 이건 어디서 구한건지.......언제 쓴건지도 모른 오래된 .....이 문장은.......

 

월요일 아침 사무실 이였다. 호텔에서의 일은 접고 이른 아침에 회사에 출근한 난 유니폼으로 갈아 입지도 못하고......일부러 어지러운 머리속을 정리하며 한잔의 여유로운 커필 마시기위해 다른 날 보다 한시간 일찍 출근한 거였는데......이렇게 나보다 일찍 출근해 책상을 지키고 있는 차현석의 호출로 들어오자 마자 사장실에 들어와 있는 거였다.

 

토요일. 일요일의 데이트을 딱 부러지게 거절한 내게 복수라도 하듯이 얼굴 가득 인상을 쓰며 앉아 있던 차현석은 내가 들어서자 내 앞으로 문집 비슷한 두께의 프린트 물의 파일을 건넸다.

 

접혀진 부분을 여니 내 이름이 적혀져 있고  그 밑으로 ......푸른색의 볼펜줄이 그어져 있는 그곳에 이상형의 남자 ......가 적혀 있었다. 이건......예전에 누군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암튼 무슨 뮤지컬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들른 호프집에서 누군가 장난삼아 건넨 설문지에 쓴 글이였다.써놓고 한참을 킬킬 거리며 웃었던 기억이 났다.

 

그런데 이걸.....어떻게 차현석이 가지고 있는건지.......아 ,맞다....그때 함께 뮤지컬을 봤던 사람들이 모임 '푸른꿈' 사람들이였지.....근데.....그때 차현석은 일본에 가 있어서 함께 하지 않았는데.......어떻게.......?

 

내 의심의 눈초리을 느꼈는지 날 물끄러미 보고 있던 차현석이 피식 웃었다.

 

" 윤대리가 내가 장신영씨 맘에 두고 있는걸 알고 있었거든......그걸 내게 넘기더라고.....장신영씨 이상형이 궁굼하지 않냐며........거한 저녁 한끼 쏘고 얻은거야......"

 

"...............!!"

 

"근데....정말 생각밖이였어......"

 

"...........?"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십대 여자애들이나 좋아할 아이돌 스타가 이상형인거야.........?지금까지 내게 유세하며보인 행동도 그렇고......정신연령이 좀 의심이 되는데......설마.....아니지?"

 

갑자기 무언가가 세게 머릴 내리치고 사라진것 같은 기분이였다.그냥 장난삼아 써본 글이였는데......그게 이런식으로 내게 부메랑 처럼 돌아와 타격을 입히다니.....정말 상상도 못했다.

"아 물론......이 두친구의 노랜 좋아해......둘다 각기 개성있고 노랜 정말 잘 부르니까.....근데 결혼적령기을 넘긴 여자가 좋아하기엔 좀 무리가 있지 않아....?"

 

".....잘 모르시나 본데......그 두사람도 이십대 중반 이거든요......고작 저와는 두세살 정도 뿐이 차가 안남니다......요즘 열살 연하와도 결혼하는게 유행인데.......나이에 비해 생각이 너무 고타분 한것 아닌지 묻고 싶네요...."

 

"고타.....?그게 무슨 뜻이지....?"

 

"정말 .....모르시는건 아니죠.....?"

 

내려다 보며 응시하는 내 시선에 차현석은 좀 머쓱해 하는 표정을 보이더니 이내 다시 원래의 침착 내지 불쾌한듯한 표정으로 바뀌더니 내려다보이고 있는 형태가 맘에 안드는지 자리에서 일어서며 날 내려다 보는 각도로 말했다.

 

"몰라서 묻는건데.....고타가 뭐야.....?설마 고리타분 하다는 뜻은 아니겠지....?"

 

"왜 아니겠어요......?요즘은 긴말을 짧게 줄여 말하는게 유행 이랍니다. 전 나이에 맞지 않게 유치찬란 재미 만땅  유행 민감형 이라서 사고방식도 그렇답니다."

 

잠시 허을 찔린듯한 얼굴 표정으로 날 보던 차현석이 던지듯이 내게 말했다.

 

"그 유교적이랄수 있는 보수성향 잔뜩 묻어 나오는 겉모습 안에 그렇게 통통 튀는 탁구공 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내면이 담겨져 있다구......내게 말하는 거야 지금?"

 

정말 말......잘한다.........어찌 저렇게 몇번을 튕겨줬는데도 당황한번 하지 않고 상대를 넉아웃 시키는 건지......차현석의 말발......정말 두손 두발 다 들었네요........금방 이라도 백기들고 나가고 싶었다.따뜻한 커피가 절실히 그리운 ........시간이였다.

 

"혹시......설마 해서 묻는건데......그렇게 유행에 민감하다고 하니까 묻는건데.......요즘 우리 또래의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는 연애 따로 결혼 따로의 ......원나잇을 추구하는건 아니겠지.....?"

 

정말 ....이 인간.......헷갈린다.

 

평소 말하는거 하며 행동하는거 보면 의외로 바람같은 기질이 있어 보이는데......이런 고루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지금 한말을 직역하면.......내가 혹시 처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말을 돌려치기로 물어보는 거잖아......진짜......갑자기 장난 비슷한 반감이 생겼다.

 

 "혹시.....총각 이세요......?호적상 총각 말고......진짜 총각......무슨말인지 아시죠...?"

 

빙글 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던진 내 말에 차현석의 얼굴이 잠시 굳어졌다. 정말 재미 있었다. 나이 서른에 잘나가는 남자가 진짜 총각.......? 믿기지 않은 현실이지만.....웬지 자꾸 믿어지고 싶은 맘은 뭔지.......그리고 왜 자꾸 꽉다문 입술을 벌어지게 하려고 하는지.......입술위로 개미들이 행렬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였다.

"좋아 좋아.....솔직해 지자구........난 끝까지는 못가본 숱한 경험은 있어.......장신영씨는 .....그럼 내가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인 끝을 알고 있는거야.....?"

 

저 침착하려고 애쓰는 표정이라니.......내 입술에서 폭탄이라도 떨어질까봐 우려하고 있는 저 모습......진짜 웃음이 나오려 하고 있었다. 팔짱 껴져 있는 오른쪽 손끝이 약간씩 떨리는게......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하나 묻죠......."

 

".......말해....."내가 ......처녀가 아니면 우리 결혼은 없었던 이야기가 되는 건가요.....?"

 

"그건 아니지......난 사실 장신영씨가 처녀든 아니든......상관치 않아.....아 물론 내가 첨이 아니라서 화나는 부분은 있지만....할수 없지 나이가 있는데 내가 첫사랑이 아닌이상.....첨을 원하는건 무리라고봐.......이건 결혼과는 상관없어......단지 개인적인 호기심 일 뿐이니까.....이제 그만 뜸 들이고 얘기하지......어때 장신영씬 .....그쪽도 유행에 민감한거야....?"

 

"말씀 드렸잖아요.......유행에 굉장히 민감하다고.....재미만땅을 추구한다고.......굳이 확인 사살까지 할 필욘 없죠....?"

 

잠깐....경직된 얼굴의 차.현.석.......ㅋㅋㅋㅋ 웃음이 비어져 나오려는걸 무지 애쓰며 참고 있었다.

 

한참의 침묵후......들려온 소리.......

 

"됐어....나가서 일보지 장신영씨...."

 

업무시작후 몇시간이 흘렀지만 차현석의 호출은 없었다. 점심시간이 다 되도록 차 호출 조차 없었다. 방에서 무엇을 하는지 아무도 들이지 않고 두문부출 이였다. 내가 처녀가 아니라는게 그렇게 충격이고 맘에 걸린걸까......?괜한 짓 한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차츰 시간이 지날수록 들었다. 그냥 사실을 고백할껄 그랬나 하는 생각이 절실해진 저녁 퇴근 무렵 드디어 사장실 문이 열리고 사장이 나왔다. 하필 그때 수진인 화장실 간다고 자릴 비웠고 권실장은 목요일 부터 내일까지 일본 출장 이였다. 사장대신 다니러 갔다고 차현석이 이미 우리 두 비서에게 말을 전했었다.

 

갑자기 문을 열고 나온 현석은 비워져 있는 수진의 자릴 힐끔 보더니 바로 날 봤다.

 

"민수진씨는 잠깐.....자릴 비웠습니다. 아마도...."

 

"퇴근 시간이니까 꽃단장 하러 갔나 보지......여직원들 뻔한 자리 비움아냐...?"

 

왜 갑자기 저런식의 여성비하을 하며 빈정 거리는 건지.......

 

"장신영씬......?아냐.... 

무슨......?"

 

"서로 자리 봐주며 꽃단장 하는거.....그런거 안하냐구......?"

 

왠지 깔보듯 눈까지 내리 깔며 말하는 폼이 아침의 일로 심사가 아주 많이 심하게 꼬인듯 했다. 평소의 차현석이라면 생각지도 못할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아무말 못하고 어정쩡하게 서있는 날 잠시 뚫어질듯 보더니 내 책상을 손으로 '탁' 소리나게 치며 말했다.

 

"장신영씨 한테.....좀 .....아니......많이 실망이야...."

그러고는 문을 탁 하고 닫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이게 무슨..........?

 

닫혀진 문을 보며 ......난 수진이가 들어올때 까지 덜덜 떨리는 심장을 하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