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613

스파게티 上


BY scentsera 2004-06-05

오늘 아침은 일어나기 힘들었다.

어젯밤 무리하게 술을 마신 탓이다.

나의 출근기념과 함께 [쿡앤라이프]의 회식이 이루어졌고 난 간만에

느껴보는 소속감에 조금 무리하게 술을 마셨다.

아직 낯선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생기진 않았지만 꽤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시각 6시

술을 마신 다음날은 언제나 일찍 일어난다.

속이 편하지 못하기 때문이랴~ 콩나물국이라도 끓여볼 심산으로

잠옷에 대충 가디건을 걸치고 집을 나섰다.

밤새 소나기라도 내렸는지 길가엔 물기가 가득하다.

내 걸음 탓인지, 항상 발걸음에 빗물이 튀겨 내 하의는 온통

빗물투성이로 변한다. 그렇기에 난 아주 조심스레 걷는다.

 

-떠올리지 않게 흐느끼지 않게 무관심한 가슴 가질 수 있게~

나도 모르게 어제 홍작가가 부른 하림의
출국 이란 노래가

흥얼거려졌다.

노래 부르는 그의 모습은 날 사랑의 포로(아느끼느끼
~~

하지만 지금 어떤 단어로도 설명이 될 수 없음)가 되도록 하는데

충분했다.

*포로 : 어떤 사물이나 사람에게 정신이 팔리거나 매여서

꼼짝 못하는 상태.

 

동네 앞(난 이 집 단골이다^^) 슈퍼

-아줌마, 콩나물 500원어치도 팔죠?
^^;

항상 콩나물을 살 때마다 이렇게 물어본다. 그러면 아줌마도

-그럼, 500원어치도 팔지~

하면서 좋은 인상대로 넉넉하게 주신다.

콩나물봉지를 받아 든 나는 또 살게 없을까 두리번거린다.

너구리라면을 살까? 무파마를 살까 고민하는데

드르륵~


누군가 들어온다.

-어이구~ 어제도 술 했구먼~

하면서 아줌마는 그에게 우유 500ml를 건넨다.

(어머, 술 마시고 우유를 먹을 수 있는 사람도 있네
?)

난 그런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고래를 돌렸다.

헉~ 난 이내 고개를 돌려버렸다.

우리 회사 정팀장이다.

(저 사람 날 알아봤을까? 잠옷에 가디건
어머어머나 화장도


안했자나!!!)

-저어
혹시
, 박선경씨?

내 등뒤에서 그가 물어본다.

-아뇨, 사람 잘 못 보셨나봐요!

난 후다닥 그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난 절대 거짓말 안 했다.

그는 나더러 이선경이가 아닌 박선경이라 물었다.--

난 이선경인데
-.-;

(저 사람 이 동네 사람이야? 오늘 화영선배한테 물어봐야겠다.)




콩나물국에 밥을 말아서 김치에 한그릇 뚝딱 먹었다.

원래 먹성이 좋은 나는 아무거나 잘 먹는 타입이다.^^v

캐주얼하게 입고 기분 좋은 맘으로 회사에 출근했다.

아침에 정팀장을 만난게 좀 찝찝했지만 이내 코너를 돌면서

오늘도 홍작가가 사무실에 나와 있을까?
란 생각으로


금새 기분은 밝아졌다. 그리고 역쉬^^

-어제 잘 들어가셨어요?

그가 오늘도 사무실 앞에 서있다. ^----^

-아..네, 인표씨도 어제 잘 들어가셨지요?

발그레 홍조를 띤 내 얼굴은 그에게 미소를 띄운다.

-어제, 노래 넘 잘하시던데요?


-에이..제가 뭘~

그는 어제와 같은 차림이다. 어제 안 들어간 모양이다.

내가 조금 우물쭈물 하자,

-그럼, 수고하세요! 선경씨한테 인사하려고 여기 들린 거에요


라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사라진다.

나의 동그란 눈은 그의 시선이 사라질 때까지 멈춰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나타났다.

-저녁에 식사나 같이하죠?

-네?

-제가 오후에 여기 다시 올거거든요, 오늘 선경씨랑 촬영있을 거에요

이 사람, 내 스케줄을 꽉 차고 있다.

(나한테 관심 있는 가봐~^^)

-그럼, 이따 보죠~




오전 내내 그 사람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사실 난 내가 관심 있는 사람과 한번도 사귀어 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달라질 거 같았다. 이선경, 파이팅!!!


-이선경씨~

화영선배가 날 찾는다.

-오늘, 오후 2시쯤에 청담쪽으로 나가봐. 위치는 홍작가가

잘 알거야. 아참, 박혜경이라고 알지?

-네?

-어머
지지배, 박선배 몰라? 퍼스트기획!

아..맞다. 내가 정말 좋아했던 선배였다.

-이번 woman & food 코너에 나갈 인물이 그 선배야,

오늘 그 박선배네 집에서 촬영하기로 되어있으니까 가서 인사도 하고


좀 신선하게 찍어와라~ 요즘 푸드코너가 다 그게 그거라고

정팀장 난리도 아니다.

-선배, 나 처음이잖아
.이런 신삥한테 좀, 무리한 요구 아니야?

화영선배, 갑자기 양 미간에 힘을 준다.

-여기 신입이 어디 있어? 여긴 프로 세계야
내가 널 알아봤으니까


그만큼만 해 주길 바래
. 이만, 나 바쁘다


화영선배는 바로 수화기를 든다.

 

그 만큼만얼마만큼이란 거지? 사실, 난 학교 다닐 때에도 별로

눈에 띄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날 무얼 보고 알아봤다는 거지
--

아주 무거운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옆자리에 앉는 순정씨가 내게 커피를 권한다.

-어제 보니까 술을 잘 마시나 봐요?

하긴
어딜가나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 관심의 레이다가 켜지기


마련이다.

상냥함을 가장해서 나의 사생활들을 캐내고는 이러쿵저러쿵


난 내게 금방 친한척하는 하는 사람들을 싫어한다.

-아..네


그냥, 대답했다.

-어제 잘 들어갔어요? 술을 많이 마셔서 오늘 늦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참, 어디 살아요?

-양재요~

-어..그럼 정팀장님하고 같이 다녀도 되겠다. 정팀장님도 양재에 사는데


(그래요
오늘 새벽에 봤어요우리동네 슈퍼에서--v)

-아..그래요


난 그냥 예의상 대답을 한 후 고개를 한 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이내 수화기를 들었다. 화영선배처럼


순정씨도 내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그녀의 자리로 돌아간다.

막상, 수화기를 들었지만 전화할 때가 없었다.



 

점심식사 하기전 화영선배는 내게 박선배의 전화번호를 주었다.

011-259-05**

take 5의 재즈가 흐른다. 선배의 칼라링 인가보다.

-박혜경입니다.

목소리가 아주 정갈하다.

-저어
안녕하세요? 우리대학교 95학번 이선경인데요


-아..네
이선경씨?아하~선경이~

-화영선배랑 같이 일하게 되었어요, 선배 잘 계셨죠?

-어
보고싶다오늘
2시에 온다고 했지? 나 그래서 지금

청소중이야~ㅋㅋ

여자들만의 길어지는 수다는 만나서 하기로 했다.

박선배는 스파게티를 준비한다고 한다. 그래서 난 그것에

필요한 자료를 찾다 보니 어느새 2시가 되어버렸다.

-선경씨~ 우리 나가죠~

난 낯익은 목소리에 놀라, 뒤를 쳐다보았다.

그는 자신을 쳐다보는 나를 찍고 있었다.

찰칵~




-어머!

나의 놀란 탄식에 옆의 순정씨가 말한다.

-홍작가님은 언제나, 새로 들어오는 여자분을 그런 식으로

찍어준답니다.~

마치, 나에게 너한테만 홍작가가 그런거 아니니 특별하게

생각하지 말아라 라고 못을 박는 듯 하다.

(치이~ 그건 그렇고 이를 어째
준비도 안되어 있을 때

사진을 찍다니
)

난 준비를 해야 잘 나오는데
.걱정걱정
.-o-



그는 운동화에 청바지
그리고 아주 샛노란 폴로티를 입었다
.

그리고 난 핑크색 폴로티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어머머..두 분이 커플티 입은거 같네요~

(어머머, 순정씨, 이제야 눈치 챘어요?)

분명히 그는 아침의 내 차림을 보고 나갔다. 아마도 그는 날

좋아하고 있는게 틀림없다.^^



그의 차를 타고 청담동 도시빌라에 왔다.

꽤 호화로운 빌라다.

주차를 하면서 그는 나에게 먼저 들어가라고 한다.

-선경씨, 나 빠뜨리고 온 게 있는데, 먼저 들어갈래요?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데요?

-한
10여 분쯤


-그렇게나 빨리 올 수 있어요?

이 남자, 고른 치아를 보이면 씩~ 웃는다.

-나도 여기 살아요~

박선배가 사는 203호 바로 위, 303호에 산다고 한다.

난 아는 선배이니 먼저 가서 인사나 하고 있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빨리 오겠다며, 단숨에 위층으로 올라갔다.



(이 사람, 자기집 아래층에 사는 사람 촬영이었음 그냥, 여기서

만나자고 하지
일부러 잡지사까지 왔을까? 바보.이선경, 넌

그걸 모르냐
^^알징~ 날 좋아하는게 틀림없어~ ㅋㅋ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사실은 소리내어 웃고 싶었지마는 참았다.^^

띵똥~


-누구세요?

-쿡앤라이프입니다~

현관문이 열리고 3년 만에 만난 박선배의 모습이 보인다.

-어머, 이게 얼마 만이니?

선배는 예전과 다름없이 예쁘고 당당해 보였다. 특히, 가슴이

좀 파인 그녀의 감색 원피스는 그녀의 매력을 한층 높여주고

있었다.

-선배도 잘 있었죠? 간간히 신문과 잡지에서 선배의 활약상을

보고 있었어요, 어찌나 부럽던지
선배님 넘 반가워요~

난 사실 선배를 동경했었다. 예쁘기도 하였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지적인 면모까지 갖춘 그야말로 완벽한 여성이었다.

-나 오늘 선배 만났다고 은진이랑 선아한테 자랑해야겠어요~

-얘는~ 넌 아직도 순수해 보이네


-선배, 그거 칭찬인거죠?

모처럼 만난 우린 수다를 떨었다.

사수까지 하고 들어간 나의 대학입학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나보다 한, 두살 많은 선배들과 같이 있는 자리에선 어김없이

부딪치곤 했다. 그리고 그때 날 도와준 선배가 화영선배랑 박선배이다.

-선배, 그때 고마웠었어요..

-지지배
뜬금없이

아참, 내가 너무 반가워서 차를 내오는걸 깜박했네~

 

선배는 주방으로 들어갔고 난 거실의 인테리어를 살폈다.

큰 창으로 햇빛이 쏟아지는 거실엔 화이트를 주조로 

 

더욱 화사해 보였다. 특히 내 눈길을 끄는 세르지오 칼라트로니가

 

디자인한 다른 형상의 램프 3개추상적이긴 하지만

선배의 모던한 감각에 알맞은 조형적인 감각의 스탠드였다.

마침, 그가 들어오고 있었다.

-문이 열렸네요?

그의 목소리에 선배가 주방에서 바로 나온다.

-오랜만이에요
.

(뭐야..둘이 아는 사이야?)

선배의 인사에 그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