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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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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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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신발이 좋은 곳에 데려다준다.


BY scentsera 2004-06-02

-글쎄, 넌 할 수 있다니까!

3년 만에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난 화영선배가 던진 첫인사다.
아침부터 굽이 이상해서 신발을 벗어서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선배는 내 등을 치며 아는체 한다.
그런데 뭐? 푸드 스타일리스트? 나원참… 
푸드 스타일리스트? 태어나서 처음 듣는 직업이다. 
도대체 푸드스타일리스트가 뭐야?

-선배,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뭐야? 
-어머머..너 3년전에는 안 그러더니…왜 이렇게 시대에 뒤떨어 졌니…? 

푸드스타일리스트 몰라?

(아니, 푸드 스타일리스트 모른다고 시대에 뒤졌다니…나원참)

-이럴게 아니라 우리 저기 좀 들어가자.
길가의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평일 낮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내게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떡볶이… 

-어머, 선배 저기 좀 봐.. 커피숍에서 별걸 다 파네… 
-떡볶이네…우와~ 맛있겠다! 우리도 함 먹어보자

사실 난, 점식식사를 좀 전에 했지만 우리 테이블에 놓인 떡볶이는 정말 먹음직스러웠다.

-한 개만 먹어봐야지…^^
-참…내가 널 아는데 너가 한 개만 먹고 끝내면 해달라는 거 다 해준다.
-^^; 

우린 일단 떡볶이와 커피 한잔을 주문했다. 
도로변에 있는 이 곳 이태원의 ***커피숍엔 차나 음료 외에 
김치, 새우 볶음밥이 아닌 특이한 일품음식 몇 개가 메뉴판에 올려있었다. 

자주와야겠다란 생각을 하고 있는데 
화영선배는 내 앞에 잡지 하나를 던진다. 

-이게 뭐야?
-그 책 중간부분을 펼쳐봐

난 선배가 하라는 대로 종이 질이 좀 다른 잡지의 중간부분을 펼쳤다. 
(아…정말 맛나게 보인다~)

파란 잔디 위에 펼쳐진 새 하얀 리넨…푸른색 원을 그린 하얀 접시 위에 
빨간 딸기가 화이트 초코렛으로 입힌 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아몬드 조각 몇 개가 자신의 존재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게 뭐야?
-그게,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만든 거야!
-그럼 뭐야, 나더러 이런거 하라구? 
-지지배, 벌써 두려워하고 있군~ 너 진짜 3년 전만 하더라도 이렇지 않았는데..

 이렇게 자신감이 없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내가 무슨 자신감이 없다구 그래…ㅡ.ㅡ)

-내가 그래 보여?
-그래, 그건 그렇고 암튼 네가 적격이야…우리 회사에서 지금 너 같은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정말 잘 되었다.

난 정말 어리둥절했다. 
-언니, 무슨 소리야? 이야길 제대로 해줘야지…?
-그니까 너의 미적 감각으로 요리의 미적가치를 사람들에게 어필하면 되는거야…

....그래, 요리 코디네이터…
-요리 코디네이터?
-어, 광고나 잡지 책등에서 요리사진 많이 봤지? 그 때 그 요리를 먹음직스럽고 

아름다운 이미지로 형상화하는 작업이라고 할까…

(말은 쉽지~ 그걸 내가 어떻게 해~ )

-그런데 그걸 어떻게 내가?
-너의 미적 감각과 미각만으로 충분히 해 낼 수 있다고 난 믿어… 
암튼, 지금은 내가 좀 바쁘니까 내일 우리 사무실로 나와. 
선경아 그럼, 우리 내일 보자!

언니는 명함 하나를 떡~ 내려놓더니 말릴 겨를도 없이 그냥 나가버렸다. 

(정말~ 아…그런데 떡볶이는 어떻게 해~ )

이태원에 있는 고가구들을 구경하러 나섰다가 화영선배를 만나게 되었다. 

이미 점심도 해결한 상태인데
(아…어떡하지… )

빨갛게 익은 떡복이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알맞은 포즈를 취하고 있는 꼴뚜기와 

조개살이 보이고, 파릇파릇해 보이는 파, 부드러워 보이는 유부와 어묵, 몇 가지의 채소들이 날 향해 유혹하고 있었다. 
난, 안 되는데 하면서 벌써 꼴뚜기를 입안에 넣고 있었다. 

(에이, 소화제 하나 먹음 되겠지…)

반쯤 먹고 커피로 입안을 청소했다. 
그러다 문득, 
(나…그럼 취직 한거야? 어머어머… 내가 몇 년 만에 직장에 가보는 거야? )
난 대학 졸업 후에 이렇다할 직업이 없었다. 
사수를 하고 대학을 졸업하니 벌써 내 나이는 27살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잠시 방황을 거치고 진정하고 나니 31살이 된 것이다. 
그런 내게 이제 직장이라는 것이 생긴 것이다. 
난 가만이 있을 수 없었다. 

-엄마, 나 카드 좀 쓸게!
난 쇼핑을 하여야만 했다. 혹시 알아? 화영선배네 회사에 멋있는 남성이 운명의 상대인 날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쌍커플이 없는 큰 눈에 오똑한 콧날, 근육질의 키 큰 남성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 

(아~ 기분이 넘 좋다……아참, 푸드스타일리스트-.-)

저녁에 집에 들어와서 선아에게 전화를 했다. 
-선아야 너, 푸드 스타일리스트라고 알아?”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선아는 학교동기이자 친한 동생이다. 
-어머, 언니…저번에 내가 그거 공부하고 싶다고 했자나…” 
(너가 관심없는 직업군이 어디 있겠니… )

-아, 그래?
선아는 호기심에 가득 찬 목소리로 
-근데, 푸드 스타일리스트는 왜?
-어…나 그거 할 거 같아.
-어머어머…언니가 그걸 어떻게 해? 말도 안된다.
(어머, 지지배…-- )

-그거 우리나라에 몇 없는 직업이야…그리고 대부분 해외유학파이 거나…

요리사들이 직접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 그렇구나…그런데 화영선배는 그런걸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야…)

-어. 그래? 너 화영선배 알지?
-어, 그 선배… 잡지사 다닌다면서? 

좀 껄끄러운 목소리다. 그럴 만도 하지.. 화영선배가 점찍은 남자와 선아가 사귀는 

바람에 사실, 화영선배랑 선아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거의 앙숙지간이었다. 

-화영선배를 오늘 우연히 이태원에서 만났어. 엔틱가구들을 구경갔다가…

선아는 아까와는 대조적인 차분한 목소리로 
-언니, 나 지금 우리 경민이가 보채네…나중에 다시 통화하자…
화영선배 이야기라서 그런지, 진짜 자기 아들 경민이 때문에 그런 것인지 선아는 

서둘러 끊으려고 한다. 

-그래, 선아야, 내가 다시 할게~
-어, 언니 그럼 잘 지내고….

모…사랑의 삼각관계에 찐하게 얽히지 않아봐서 나는 잘 모르겠지만….

도대체 왜들, 삼각관계에 빠지는건지…알 수가 없다. 
임자 있음, 아무리 좋아도 단념해야하고, 또…다른 사람이 좋다고 하면 자존심이 

상하니까 그냥, 깨끗이 보내주면 될 것을 왜~들~^^;
미련을 두고 붙잡는 건지…알 수 없다…난 절대로 그런 삼각관계에 빠지지 말아야지^^ 
오늘은 잠이 쉬이 오지 않을 거 같다. 
화영선배도 날 잘 아니까 설마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시키진 않을 거야…

그래, 이제야 말로 새로운 출발이 시작되는 거야~ 
(아~ 행복해~ ^^ )

눈을 뜨니, 8시 10분전… 
사실 어제 뒤척거리다가 좀 늦게 잠들었다. 그래도 그렇지…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일찍 일어 났어야지… -* 

어제 산 푸른색 물방울 원피스를 재빠르게 입고 신발장으로 갔다. 
구두는 좋은 것을 신으라고 하던 엄마 말이 갑자기 생각났다. 
좋은 구두를 신으면 그 구두가 좋은 곳으로 인도해 줄꺼라고 했다. 
물론, 나도 그 말에 전격 동감한다.^^ 

그래서 어제 푸른색과 어울릴 듯한 베이지색 샌들을 샀다. 
물론 명품관에에서 ㅋㅋ 
현관의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샌들을 신자마자 거울 쪽으로 향하려는 순간 핸드폰 벨이 울린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여보세요~
-어. 선경아, 내가 지금 좀 바빠서 오늘 사무실에 없을 거 같아. 
그러니까 사무실 와서 정팀장을 찾아, 내가 어제 다 말해놨다. 
너 오늘부터 출근할 거라고…지금 출근하는 길이지?” 

(역시 출근 준비하길 잘했지…)
-어, 언니…근데… 
-그래, 그럼 됐다. 꼭 정팀장 찾아~

띠어렁~ 

전화가 끊겼다. 
(모야, 나더러 아무도 모르는 회사에 가서 일하란 말이야? 
어떻게 그래…아무리 화영선배라지만 너무한거 아니야… 
아..어떡하지… )

핸드폰의 시계가 8시 30분을 나타내고 있었다. 
(에라 나도 모르겠다...)

차에 시동을 걸었다. 아니다… 택시를 타기로 했다. 
잘 모르는 곳을 찾다보면 십중팔구 접촉사고가 난다. 
이것도 나의 불쾌하기 그지없는 징크중에 하나다. 

택시를 잡기 위에 큰 도로변으로 나왔다. 
간만에 아침 일찍 나와보니 사람들도 차도 많았다. 
거의 새벽녘에 잠이 들어 대낮이 되서야 잠이 깨는 나에게 
이런 아침은 간만에  일하는 사람들만이 느껴보는 공감대형성이랄까? 


몇 대의 택시를 놓친 후 택시를 잡았다. 
그런데 누군가 내 등뒤에서 
-저…방향이 같으시면 합석 좀 해 주시죠?

뒤돌아보니 왠 남자가 내 뒤에 서 있었다. 
모…잘 생기지도 않았으며, 중간정도의 키? 샤프해 보이지도 않는다. 
그냥, 평범한 남자였다. 배가 나온~ -.-;
앙칼진 목소리로 모라고 해주려다가 
나의 지성과 미모에 어울리는 행동이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나에게 어울리는 품격 있는 행동을 해주기로 했다. 

-어디로 가시는데요?
난 택시에 올라타면서 물어봤다. 
-신사동이요..
(내가 가는 동네도 신사동이었다)
-그럼, 같이 타세요…저도 신사동 가는 길이거든요…

그런 후 난 아주 우아한 미소를 보내주었다. 
그 남자는 앞좌석에 타고 난 뒤좌석에 탔다. 
그리고 난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은진아, 나 오늘부터 출근한다^^ 
내일 회사근처로 와, 신사동이거든… 내가 점심 사주께^^ 

전송했습니다 
잠시후 

띠링~ 

-정말이야? 어머어머 축하해~^^~ 신사동 어디쯤이야?
난 은진이의 메시지를 확인하는 순간, 아저씨께 나의 최종 목적지를 말해야 했다. 

-아저씨, 신사동에 있는 동만빌딩 아세요?
-동만빌딩요? 알죠…
(아, 다행이다)
-그럼 동만빌딩으로 가 주세요…아참, 신사동 어디세요?
내 질문에 남자는 빙그레 웃는다. 
-저도 동만빌딩으로 갑니다. 기사님, 거기 **자동차영업소 있는데 맞죠?
-네~

어머머,,,다행이다. 초행길이라 걱정 좀 했는데 택시를 잘 만났다. 
왠지 오늘 이 시간부터 일이 잘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좋은 구두가 좋은 곳에 데려다 줄꺼야…. 
난 마음속으로 그 말을 다시 한번 중얼거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