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안에는 4명의 남자가 있었다. 둘도 아니고 넷이라니... 이런 뷔페가 있나..
평범하게 생긴 것 둘에 명품으로 포장한 하나, 깐깐하고 차가운 인상파 하나. 흠, 고르기
어렵다. 은주는 예상대로 명품옆에 착 붙어 버렸다. 난 어디가 좋을까.. 그래도 평범한거
보단 인상파가 나을 듯 했다. 다루긴 좀 힘들겠지만. 그래도 색다른 경험일 것 같아
그냥 인상파옆에 자리를 잡았다. 역시나 얘는 말이 없었다. 그래 니 인상 드럽다. 계속
인상쓰고 있어라.. 은주와 명품은(이름이 민우랬다. 성은 잘 생각이 안난다. 굳이
알고싶지도않고.)잘 맞는지 계속 떠들어댔다. 난 그냥 술만 마셔댔다. 인상파(이름이 준이란다. 박준)
역시 말없이 술만 마셨다. 이 준이란애 왠지 마음이 간다. 귀찮게 시시콜콜 내 신상에 대해
떠들어 대지 않아도 되고 필요없이 웃지않아도 되고.. 편했다. 그렇게 우린 말없이 서로의
잔에 술만 채워주었다. 시간이 제법흐르고 은주와 명품인 자릴옮긴다며 일어섰다. 술도
제법 마셨고 취한것도 같아서 나도 일어섰다. 얘기도 제대로 안했는데 전화번홀 주기도 뭐
해서 준이와는 그냥 인사만으로 끝을 냈다. 그래 쿨한게 좋은거야. 그래도 신선한(?) 경험
이었다. 섹스로 이어지지 않고 이렇게 헤어지는 것도 기분이 나쁘진 않았고. 은주는 민우와
바로 호텔로 직행했단다. 명품을 휘감고 있는 인간답게 돈쓰는것도 남다르단다. 하룻밤에
50만원하는 스위트룸을 잡고 샴페인을 주문해마셨단다. 그리고 도어맨에겐 10만원의 팁을 줬다고 했다. 역시 돈많은 애들은 씀씀이가 틀린가 보다. 10만원이면 내2주일 생활빈데...불공평하다. 하여간 그날 은주는 민우와 아주 격렬한 섹스를 치르고 다음날 '난 무지 피곤해
요'하는 얼굴로 출근했다.
당분간 민우와 계속 만나볼 생각이란다. 섹스가 마음에 들었단다. 물론 돈이 많은것도 마음
에 들었겠지만. 은주는 그렇게 남자를 만나도 사랑은 하지 않는다. 그게 맘대로 조절이
되는진 몰라도 결혼할 상대가 아니면 절대로 마음을 주지 않겠단다. 그래도 결혼은 할려나
보다. 어찌보면 현명하다고 할수 있겠다. 제대로 즐기니까 말이다.
술마시고 잠을 조금밖에 못자서 띵한채로 커피마시고있는데 영미에게서 전화가왔다.
"왠일?"
"니 어제 뭐했는데?"
"기분풀러 나이트 갔는데 왜?"
"좋았겠다. 부킹했나.?"
"했지."
"어땠는데? 괘찮드나? 니 나이트간거 민기도 아나?"
"민기는 모르지. 민기때매 열받아서 간건데.. 그라고 돈 많은 인간들하고 부킹해서 술만 실컷 먹고 왔다."
"그게 다가?"
"그라마 뭐? 뭘 바라는데?"
"니 진짜 술만 먹고왔나. 그사람 별로 였나보네. 니가 그냥 보내준거 보이~ 맞나?"
"가시나 알고싶은것도 많다. 별로는 아니었는데.. 그냥 지캉내캉 말없이 술만 묵었다. 그기
더 편하더라. 실데없는말 안해도 되고. "
"그래.. 참, 이번주 토욜날 모이니까 나온네이~~"
"알았다. 그라고 니는 취직은 안할꺼가."
"몰라. 묻지마라. 끊는다."
고교친구인 소미,영미,경란과 나는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갖는다. 주로하는 얘기는 남자,
직장상사 흉보기등 보통의 여자들과 다를바 없다. 어찌보면 지루할지 모르는 모임이지만
딱히 할 일이 없는 영미는 이날을 미리 달력에 체크까지 해 두고 기다린다. 취직을해 일을
하면 덜하겠지만 지금의 영미는 주로 우리가 귀찮아하는 경비문제, 연락등을 논(?)다는
이유로 맡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오빠들의 눈치를 보느라 9시이후엔 밖으로 잘 나가지 못
했던 영미는 큰 오빠의 결혼으로 조금의 자유를 얻어 노는것에 대해 맛을 들여가고 있는
중이었다. 흔히 말하는 늦바람이 난 것이다.
경란이는 우리넷중 나와 흔히 죽이딱딱 맞는 친구다. 노는거, 술마시는거, 물론 남자도 .
경란이와 놀다 보면 내가 지칠때가 많다. 아주 에너지가 철철 넘치는 친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범생인 소미. 정말 우리사회의 진정한 모범생이다. 술도 늦게까지 취하도록
마시지 않고, 외박은 생각해 본적도 없으며, 남자는 결혼을 전제로 사귀되 결혼전에 섹스는
절대 않된다. 우리와 만나면서 나와 경란의 대화에 종종 불괘감과 함께 얼굴을 붉히지만
친구라는 이유로 넘어가 준다. 그 외에도 자잘한 친구들이 많지만 나에겐 이 세명이
내 생명만큼이나 소중하게 생각되는 친구다.
토요일 저녁 대구 동성로의 한 소주방에서 우린 모였다. 언제나 처음은 나와 영미가 시작한
다. 둘이 소주 반병을 비우고 있을쯤 소미가, 셋이서 한병을 다 비웠을쯤에 경란이 왔다.
"니 또 남자만나고 왔제. 이번엔 또 누고?"
"가시나 족집게네. 자리깔아라 고마."
"누군데? 언제 만났는데.."
우리의 취조가 시작됐다. 아는 친구의 소개로1주일 전에 만났단다. 인천사람이란다.
특별한 직업은 없고 집의 돈으로 렌트카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근데 이사람 있잖아 정말 끝내주는거 있지.. "
"뭐가?"
"외형은 되게 말랐거든.. 근데 거긴.. 이제까지 만난사람중에 제일 큰거 같어...
하는데 첨엔 얼마나 아프든지.. "
아직 처녀인 영미와 소미가 얼굴을 붉히며 질타의 비명을 질렀다. 하긴 아직 한번도 남자의 거길 보지못한 애들이니 오죽할까.. 영미와 소미가 그러든가 말든가 상관않고 경란이 계
속 말을 이어갔다.
"그사람 프로인가봐. 기술이 얼마나 좋은지.. 사실 이제까진 오르가즘이 뭔지 못 느껴봤거든. 근데 이사람이랑은 몇 번이고 느끼는거 있제.. 나도 놀랐다아이가.."
"오르가즘을 한번도 아니고 몇 번씩이나... 진짜가."
"그래 나도 말로만 들었었는데 느껴보니까 정말 죽이더라... 니는 아직 못느껴봤제. 민기가 시원찮지?"
" 솔직히 요즘 민기랑 좀 뜸해졌다. 섹스도 별로고,, 옛날만큼 안 좋다."
사실 그랬다. 저번에 그 일이후로 민기와 아직 만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끝내고 싶은건 아니
다. 민기와의 섹스가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니다. 그저 그렇다고 할 수있다. 아직 난 오르가즘
을 경험하지 못했다. 민기와 처음할땐 두근거림이 있어 그나마 괜찮았었다. 하지만
횟수가 더해 갈수록 별 느낌이 없어 졌다. 그래도 헤어지고 싶지않은 맘은 또 뭔지....
그렇게 경란과 오르가즘에 관해 신나게 떠들고 있는데 영미가 껴들더니 폭탄선언을 했다.
자기도 남자를 만났다는 것이다. 순간 경란과 난 도저히 믿을수 없단 눈으로 영미를 한참이
나 바라봤고 영미는 빨개진 얼굴로 얘길하기 시작했다.
" 있잖아 저번 화욜날에 중학고 동창모임 있었거든.. 일차로 술마시다가 대부분 집에가고
남은 애들이 나이트가자고 하잖아. 나는 한번도 가본적 없잖아. 그래서 호기심에 따라 갔다아이가. 근데 부킹까지는 안 할라켔는데 그 가시나가 하도 괜찮다케서 같이 술좀 마시다가 노래방갔다아이가. 거서 그사람이 내가 맘에 든다 카면서 내옆에 안자가 계속 말시키데.. 첨엔 별로 였거든.. 근데 그사람이 마이크 잡고 노랠 하는 기라. 야~~ 가수 저리가라데. 거 노래하는데 뿅갔다 아이가. 그래가 전화번호 주고 받고 만나고 있다."
세상에 정말 폭탄선언 그 자체였다. 영미가 .. 순진한 영미가 나이트에 가고 거기가 부킹에
남자까지.. 완전 쓰리고다.. 그리고 노래를 잘 해서 반하다니.. 그럴수도 있을까.. 나는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내가 좋아하는 조건에 합당하지않으면 그럴수 없을 것 같은데..
영미가 너무 감상적인가 보다. 노래잘한다고 반하다니.. 나 참... 술이 다 깬다.
영미는 나와 경란에게 그사람이 과연 괜찮은지 어떤지 봐달라고 부탁했다. 아마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그치만 경험상 나이트에서 만난 사람이랑은 오래 가지 못하는데
순진한 영미는 남자사귀는게 처음이라 거기까지 염두에 두고있나보다..
그렇게 영미의 폭탄선언과 영미의 그사람에 대한 궁금증을 남긴채 이번 모임은 끝이 났다.
모쪼록 영미가 상처받는 일이 없어야 할텐데... 그러고 보니 나만 빼곤 다들 새로운 남자를
만난 상태가 아닌가. 이런 .. 아~ 나도 새로운 남자를 만나고 싶다... 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