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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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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만남


BY 뽀미 2004-04-26

"대구시 서구 평리동 000번지"

어렵게 받아든 한장의 주소...

 

무작정 어떻게 찾아야할까?

보미의 머리는 헤엄을 치기시작한다

 

어제도 거리를 하루종일 배회하고 다녔다

그녀가 다니던 회사... 동사무소...

"결혼한다고 그만 뒀어요"

겨우 겨우 찾아간 회사에서 들은말이였다

결혼..결혼이라 내생각이 틀린 걸까

아니지... 아니야...

불길한 예감은 더 짙어만 간다

 

 

1993년 11월 7일 일요일.

그날따라 그녀들은 아주 정성껏 공을 들여 화장을 한다

젤로 이쁜옷에 한껏 멋을 내고 ...

소위 물좋다는 호텔... 나이트로 간다

"야아..오늘은 신나게 놀자. 간만에 놀러 왔으니까 본전뽑고 가자구."

은주는 날씬한 각선미를 드러내며 활짝 웃는다

신나는 음악과 화려한 조명 젊은 남녀들...

간만에 찾은 나이트는 변함이 없었다

은주, 정희, 보미도 그틈에 끼여 흔들어대며 즐거워 한다

"아휴, 힘들어..이젠 노는것도 힘드네."

한스테이지도 다 못뛰고 정희는 내려가버린다

삼총사지만 친구가 좋아서 쫓아다니는 정희...

사실 그녀는 술도 노는것도 남자도 별 취미가 없었다

은주와 보미는 둘이서 죽이 맞아 계속 흔들어대고...

정희는 애궃은 술잔만 들이킨다

 

"같이 술한잔 하실래요?"

정희는 싫지 않은듯 남자와 합석을 하고...

 

"어라..정희봐라..부킹하나봐.가보자"

은주는 정희가 신기한듯 계속 쳐다본다

사실 정희는 남자를 많이 튕기는 편이라 거의다 거절하곤 한다

부킹은 은주가 전문이고 정희와 보미는 마지못해 따라가는 스타일에 가깝다

 

"냅둬라.데이트좀 하게..제라고 부킹하지 말란법 있냐?"

보미는 그런 은주가 못마땅하다

"오호..이런 이런.."

은주와 보미는 몸은 흔들어대고 시선은 계속 정희만을 향한다

"먼데..완존히 날라리구만. 왠 무스탕이고?"

"정희가 저런 스타일 좋아했었나?"

은주는 머가 불만인지 심술인지 계속 투덜거린다

"함 밀어주자.언제 쟤가 저러는거 봤나?맨날 니좋은 남자만 만나고 쟤는 들러리가?"

"그러기 없기다.오늘은 정희 밀어주자.응?"

보미는 정말 그러고 싶었다

변변한 남자친구 하나 안 만나본 정희...

"나이트에서지만 지맘에 든 남자가 어디고?가보자."

보미는 은주 손을 잡아끌고 남자에게로 다가간다.

"안녕하세요?"

"네에.우리도 일행이 셋인데 잘 됐네요. 저기!"

가리키는 쪽을 보더니 은주의 얼굴은 표정이 싹 바뀐다

"잠시만요. 저희끼리 얘기 잠깐만 하구요."

남자는 머쓱한지 일어나 인사하며 자기 일행에게로 간다.

"지는 멀쩡하게 잘생겨 가지고..친구들은 머고? 완존 노땅이네."

"야아.그럼 어때.아까 내랑 한 얘기 잊었나?"

보미는 은주 옆구리를 쑤셔대고 정희는 피식 웃는다

"여기서 좀 놀다가 밖에 나가서 쟤들이랑 이차가자.어차피 그냥가면 섭섭하잖아. 우리끼리 술한잔 하기도 그렇고...그치?"

 

나이트를 뒤로 하고 나오니 두대의 차가 대기중이다

"빵빵"

은주는 냅다 스포츠카에 달려가 앉는다

"어휴, 못말려."

정희와 보미는 갤로퍼를 타고 약속한 포장마차로 향한다

셋이서 자주 가던 "무시로"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오늘따라 손님이 많이 없고 조용한 분위기다

여섯이서 한테이블에 합석을 하고 인사를 나눈다

은주..그새 무스탕 입은 스포츠카 남자에게 붙어버렸다

'어휴,못말려...증말'

보미는 짜증이 났지만 그냥 그러구 말기로 맘 먹었다

언뜻보기에도 너무나 다른 세 남자...

유머있고 재치만점 세련되고 끼가 많아보이는 재민

서울에서 증권회사 다니다는 말많고 잘난척하는 수철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어색한 자리에 온듯한 성준

소주한병 두병 세병..

"3차갑시다.3차."

일행은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23살 꽃띠와 29살 노총각들의 만남...

노래와 분위기는 적당히 맞춰(?) 흘러갔다

간만에 그녀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맘껏 소리치고 놀았다

술도 적당히 오르고 ..시간은 자꾸만 흘러갔다

보미는 그날따라 과음을 했던지 속이 안좋아서 화장실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어..왜 여기 계세요?"

감색 양복을 입은 과묵한 성준이 화장실앞에서 보미의 가방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저...친구분들은 밖에 계세요."

보미는 속으로 우스웠다

남자가 여자 화장실 앞에서 가방들고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귀여워 보이기도 했다

"내가 은주씨 바래다 줄께.성준이 니가 정희씨랑 수철이 보미씨 데려다 줘라."

재민과 은주는 그렇게 사라져갔다

"저..친구가 열차시간이 되어서 역부터 갔다가 모셔다 드릴께요."

수철은 서울이 직장이라서 새벽기차를 타고 출근한단다

넷은 동대구역에서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수철을 배웅해줬다

 

앞산밑에 공기좋은 동네.. 대명동

정희집을 데려다주며 성준과 보미는 순환도로를 따라 앞산을 드라이브한다

"차한잔 더하고 가죠. 술도 깰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둘은 이런 저런 얘기 하며 날이 밝아오는 것도 잊는다

"어서 가요.술은 깨서 좋은데 넘 늦었어요."

 

이남자...보기보단 괜찮은것 같네

29살에 자기 사업하고 인물도 볼수록 괜찮고 능력도 있어보이고...

"나이가 넘 많나? 에잇 모르겠다."

보미는 오늘 일을 생각하며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