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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흐르는 갈증


BY 강지산 2004-02-09

 

2. 꿈. 흐르는 갈증



혜란은 백화점에서 옷을 고르고 있다.
병환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어제부터 혜란은 병환의 곁에서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는 아마 깊은 잠에 빠져든 거 같았다.
어젯밤에 병환은 저녁을 먹고 술을 마셨다. 좀처럼 자신이 취할 때까진
마시지 않던 병환이다. 그런데 어제 밤엔 많이 마셨다.
거의 정신을 잃을 만큼 마신 그는 쓰러져 잠이 들었고
겨우 부축을 받으며 그녀는 병환을 집으로 데려온 것이다.
그녀의 침실에 병환이 들어온 것이 이번이 두 번째다.
처음에 혜란과 병환은 사랑에 굶주린 사람들처럼 서로의 육체를 향하여 얼마나
진지하였던가, 붉게 피어오른 여체의 봉긋이 솟은 가슴과 깊은 숲 속에 감춰진
그녀의 옹달샘에 물을 병환은 갈증을 해소하듯이 두 번 세 번 마시며 동물의 포효처럼
울부짖었을 때. 혜란은 숨도 쉬지를 못했다.
다만 알 수 없는 소리를 밖으로 표출하기 위하여 이리저리 온몸을 비틀며
소리를 지르곤 했다.
혜란도 그랬다. 병환의 온몸을 마치 달콤한 사탕을 빨아먹듯이 구석구석 애무를 했다.
가장 깊숙한 부분을 정성스럽게 애무를 할 때는 꺼질 듯한 병환의 불씨를 보고
안타깝다 는 듯이 혜란은 온 정성을 다하여 입으로 몸으로 바람을 불어넣었다.
새하얀 혜란의 젓 무덤에 붉은 사랑의 흔적이 남겨지고 혜란의 옹달샘에 사랑의 향기가
넘쳐흐를 때 그때서야 병환과 혜란은 사랑으로 충만하게 젖어 잠이 들었었다.
병환의 옷을 벗긴 혜란은 가만히 병환의 가슴에 얼굴을 묻어본다.
눈을 감고 가슴에 기댄 혜란의 얼굴엔 기쁨과 안쓰러움이 같이 인다.
병환의 어깨는 넓고 가슴도 넓다.
어깨가 저리 넓은 만큼  힘에 버거운 짐도 많이 져야 했으리라.
가슴이 넓은 만큼 아픔도 많이 담았으리라.
불쌍한 사람. 얼마나 많이 아파했으면 저토록 많은 상처를 온몸에 지니고 살았을까.
혜란의 눈에서 은빛 구슬이 굴러 떨어진다.
새하얀 얼굴이 분홍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한참을 울고 난 그녀는 맹세를 한다.
"당신은 이제, 더 이상 아파해서도 안되고. 슬퍼해서도 안 되는 사람이에요."
"당신이 너무 불쌍해서 내가 당신 곁에서 당신을 지킬 거야"
"당신을 제 몸처럼 생각하고 보살펴줄게요"
혜란은 오랜만에 마음이 평온해진다. 그랬다 그녀는 아주 오랜만에 행복에 젖어 들어있다.


누구보다 마음이 따듯한 사람
당신이 날 위해 차를 세우실 때
나는 당신이 따듯한 사람 인줄
이미 알았답니다.
당신이 내게 도움을 주실 때
나는 당신이 마음 고운 사람 인줄
이미 알았답니다.
당신이 내게 무뚝뚝할 때
나는 당신이 내가 아프지 말기를
염려한 것 인줄 이미 알았답니다.
당신이 날 떠날 때
날 사랑한 줄 이미 알았답니다.
당신이 나를 떠난 것 은
오히려 날 사랑하심 인줄을 
혜란도 알고 있답니다.
저도
당신을 사랑하니까......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그렇게 혜란은 병환이 잠든 머리맡에서
새벽을 맞았다.
<아침을 지어야지 저 사람을 위해서>
주방에 내려오니 일하는 아줌마가 이미 밥지을 준비를 하고있다.
"아줌마 오늘은 내가 할 테니 더 주무세요"
"그래도 사장님 제가 할 게요"
"아니에요 내가 할 테니 아줌만 더 자요"
아줌마는 미안한 듯 조심스레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루 루 루, 루 루 루 루
혜란은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것이 행복인가 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식사를 짓는...
식탁에 무척 신경을 쓴 듯 보인다.
어느덧 해가 많이 올라있다.
계단을 오르는 혜란의 발걸음이 마냥 가볍다.
그이는 아직 자고 있다. 모로 누워 자는 병환의 모습에서 그녀는 쓸쓸한 여행자를 본다.
깨우려던 그녀의 손이 병환의 손에 닿자 꺼칠한 손바닥에서
굵게 박힌 삶의 힘겨움이 보인다.
가만히 병환의 손에 얼굴을 대 보지만 꺼칠함이 따갑다.
이렇게 힘들었구나. 이 사람......
혜란은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갑자기 병환의 옷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