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는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마누라는 '어서 퇴원 수속을 하라'고 나에게 자꾸만 채촉을한다.
원무과에서 퇴원 수속을 하면서 점심을 먹고 병실을 비우기로 했다고 했다.
그래도 점심식사는 안해도 된다고 빨리 집으로 가자고 환자복을 일찍 벗어 버리고 침대위에 기대 앉아 있다.
마누라의 성화에 …집으로 가고 싶어 들떠 있는 마누라를 데리고 병원 문을 나섰다.
마누라는 자동차 시트에 깊숙이 기대 앉아서 눈을 감고 자는듯 누워있다.
나는 마누라가 잠이 깨지 않도록 될 수 있는데로 차를 천천히 몰았다.
집이 거의 도착 할 무렵 마누라는 눈을 감은 채로 말을 한다.
"서방님 수고 많았어요! 평생 누릴 호사를 한꺼번에 다 누려버린것 같아서 섭섭하네요"
한다.
"내가 앞으로 잘해 줄께? 죽었다가 살아 돌아온 마누라니까?."
했더니 마누라는 나를 한번 쳐다 보고 웃더니 말없이 다시 눈을 감아 버린다.
집 앞에 차가 도착하고 차 소리를 들으신 어머니가 현관 문을 열어 주신다.
"어서 오너라 고생했다. 밥과 국을 좀 끓여 놓았다. 그동안 병원 밥 잘 못 먹었을테니 많이 먹어라"
마누라는 어머니를 향해서 미안한 표정으로
"어머니 고맙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목례를 한다.
내 아버지 오민식은 말없이 며느리를 맞는다.
아픈 며느리를 위해서 먼저 와서 보일러를 켜두고 밥을 준비해두었다는게 나는 믿기지 않는다. 두 분의 변화가 무얼 뜻하는건지?…. 영~ 감이 잡히지 않는다.
"아버님 근데 화분이 다 어디로 갔나요?"
쇼파에 기대앉은 마누라는 현관 밖을 내다 보다가는 놀라며 묻는다.
"으~응 내가 화분 다 버렸다. 바람 불면 또 무슨 일 날까봐?"
마누라는 섭섭한 얼굴이 된다.
"저 괜챦은데요. 아버님! 그럼 이번 봄은 너무 삭막해서 어떻게 하지요?"
한다.
"사람이 중하지! 그깟 화분이 뭐라고 …아예 화초 키울 생각일랑 마라."
말을 하시며 내 아버지 오민식씨 쇼파옆에서 부스럭 대며 봉투 하나를 꺼내어 마누라 손에 건네신다.
"이거 시골 땅문서다. 내 너에게 줄려고 일부러 니 명의로 바꾸었다. 꼭 필요할때 써라. 애비 주지말고 말이다."
나는 경악을 금할수 없었다.
내 아버지 오민식이 이렇게 변하다니 … 세상에!.
경찰 공무원으로 목에 힘이 늘 들어 있던 내 아버지 오민식.
받는것에만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내 아버지 오민식.구두쇠. 고집불통으로 이웃 사람들은 아버지를 부르지 않는가?.
나도 내 아버지를 그렇게만 생각했었다.
나에게 아버지는 그렇게 보여진적 뿐이다.
'언제나 개구리가 멀리 뛰려고 준비한다'고 그 사람이 나라고!. 마누라에게 잘난 척을 했었는데…나는 마누라와의 게임에서 보기좋게 져 버렸다.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에 구멍낸다'더니 어리숙하기만 하던 마누라가 일을 내고 말았다.
마누라의 아둔함이, 내 아버지에 대한 공손함이, 부드러움이, 내 아버지 오민식을 바꾸어 버렸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바뀌게 될까?.
마누라에게 나는 어떻게 젖어들어 길들여지고 변하게 될것 같아 나는 정말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