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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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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onship


BY 이마주 2004-11-07

떡본김에 제사지낸다고 형과 Sunny누나의 언약식이 있은 후, 모든 바의 식구들은 결혼주진위원회라도 구성한 사람의 결혼을 서둘렀다.

 

어색한 둘은 봄이나 되면 하겠다고 사양을 했지만 다 늙은 짝있는 사람들은 하루라도 빨리 결혼해서 사는게 주변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하고 막무가네로 번갯불에 콩볶듯 결혼하는 분위기로 몰아갔다.

 

우리의 웅주형은 역시나 못이기는 체하며 덩달아 결혼무드에 편승해서 누나보다도 결혼준비에 열을 올렸다.

미은이는 신부들러리를 자청해서 나서며 누나와 함께 여기저기 신부준비하는 곳을 기웃거렸다.

 

가게에선 모처럼 결혼날짜가 정해진 기념으로 회식자리가 생겼다.

먹거리를 준비하는 나를 웅주형은 와인창고로 불러냈다.

 

"병근아. 형이 말할 게 있데이."

 

"말씀하세요."

 

"니도 알다시피 내가 결혼하면서 좋게도 딸내미하나가 그냥 안생겼나? 가시내가가 벌써부터 아빠라 부른다 아이가. "

 

형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딸아이를 떠올리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내가 결혼하면 아이가 살기 좋은 곳으로 집을 얻을라꼬 지금 알아보고 있대이.

내가 말을 하는건 행여 병근이 니가 나갈까봐 하는 야근데. 결혼하면 내가 나가지, 니는 여기서 살아라. 집은 이제 내집도 되자만서도 반은 니집인기라. 형말 알아듣쟈?

행여 생각하지말고 니는 여서 계속 살면 된다. 알았제?"

 

나도 말할 기회를 찾고있었는데 지금이 때인듯 했다.

 

"웅주형, 사실 저도 드릴말씀이 있었어요. "

 

"그래? 말해본나."

 

", 정말 고마워요. 그렇게 말해줘서. 근데 이제그만 나갈거에요. "

 

"? 자식이. ! 그라믄 몬쓴데이. 형이 결혼하는거하고 니가 나가는 거하고는 하등 상관이 없다고 안카나?"

 

"그게 아니라, 집으로 들어갈거에요."

 

웅주형의 그닥 크지않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렇게 놀라지마시구요. 생각많이 해봤는데 내년봄에 학교복학 할거에요. 그냥 전공 그대로… 그리고 미은이랑 저랑은 무슨 인연인지모르지만 녀석은 원래 공학하고 싶어했는데 심리학 하고 그러니까 서로 복수전공할 있게 도와주기로 약속했어요.

공부도 힘들고 시간도 오래걸릴지 모르지만 후회없이 해보려고요.

어차피 제대도 했으니깐 부담도 덜하고, 아무래도 밖에 나와서 공부하면 너무 긴장감이 없어질까봐 다시 집으로 들어가려구요. 그리고 아버지도 이렇게 말씀드리면 오히려 밀어주실 같아요."

 

형은 말을 잃은 했다. 기쁨인지 당황함인지 형의 얼굴은 조금 상기되어있었다.

 

"병근이..니… 말이데이."

 

형은 근육질의 팔로 나를 와락 껴안고는 좁은 창고안에서 빙빙 돌렸다.

 

" 생각했데이. 한기라, 정말 잘한기라."

 

아마 내가 형을 조금만 내버려뒀으면 볼에 뽀뽀세례를 퍼부을지도 몰랐다.

형은 그렇게 정이 많은 사람이니깐.

 

"그리고 . 부탁이 있어요."

 

"뭐고? 걱정말그라. 등록금은 내가 낸다. 공부만 하거래이."

 

" 형의 꿈을 이어가는 사람이 되려면 물질적인 도움은 지금필요한게 아닌거 같아요.

장학금 받아보려구요. 나이에 아버지한테 등록금타는 것도 그렇고 말처럼 자신이 원하는 최선을 다해보려는데 아마 그렇게되면 장학금 길이 있을거 같아요.

부터바우 할아버지나 김회장님, 그리고 형처럼 정말 극적인 현실에서 꿈을 잃어버린 다른 사람이 오리혀 꿈을 이루는데 적격일것 같아요.

그러니까 , 저에게는 분들의 정신만 물려주세요.

만약 형이 없었다면 이렇게 진짜 어른이 못되었을거 같아요.

김회장님이 사람에게 물려주셨던 꿈의 정신을 오늘 형은 나에게, 미은이에게 그리고 앞으로 형이 만날 다른 사람과, 제가 만날 다른 사람들 모두에게 심어준 것과 같아요. 웅주형. 그러니까 믿어주실거죠?"

 

형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는 한동안 악수를 한채 말없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지는 교감같은 끈적한 울림이 형과 나의 오른손을 통해 전달되는 했다.

 

웅주형을 만나지않았다면, 아니 날밤 내가 집으로 있었다면 이렇게 사람을 지금처럼 가까이에서 만나지 못했을 거다.

결국은 아버지가 새로운 세상으로 이끈 촉매였던건 아닐까?

 

그날밤 파티후에 기분좋게 오래된 배낭에 그새 늘어버린 나의 책과 옷가지를 챙겨들고 집으로 향했다.

정말로 다행인 것은 나에게는 여전히 돌아갈 ''이라는 곳이 있다는 거였다.

 

늘상 곳이 없다고 내자신을 속여왔지만 정작 내가 곳은 바로 곳 이었던 거였나보다.

노란리본이 매달려있지는 않았지만 전화도 없이 이른 시간에 돌아간 집에서는 가족들이 아침식탁에 모여 앉아있었다.

 

출근하시려는 아버지, 학교에 가려는 병석이, 그리고 선생님, 아니 나의 새어머니, 어머니…

 

인기척이 없이 살짝 들어가서 한동안 나는 조용히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의 가족들의 모습을.

아마 이날이 내가 마지막으로 울었던 날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의 가족들의 아침식탁에는 자리가 비어져 있었는데, 식탁에는 오지않는 아들을 위해 따뜻한 밥과 국이 올려져 있었고, 맑은 유리잔에 물한잔까지 놓여져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집을 떠난 후에도 수십번, 아니 수백번 차려졌다 그대로 치워졌을 식사들…

 

늦잠이라도 자고 자리에 나타날 아들이 있기라도 그렇게 자리에 아침밥이 놓여져있었다.

 

눈물을 소매자락으로 닥고있는데 병석이가 모양이다.

 

", ~ 형이다. 아버지, 형이 왔어요."

 

아버지는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병석이 일이 있기전에는 얼굴조차 없었던 아들이었다.

선채로 침을 꿀꺽 삼키신 아버지는 ,

 

"앉아라, 늦었구나… 여보, 녀석 밥이랑 국좀 새로 퍼주구랴. 식었을게야. 병근이 다음부터는 일찍 내려와 같이 먹어. 엄마 시키지말고."

 

"네…"

 

선생님은 새로 밥을 고봉으로 담아오셨다.

 

"병근아, 어서 먹으렴. 시장하겠다."

 

"선생님, 아니 어머니. 먹겠습니다."

 

이상의 말은 필요치 않았다.

우리 모두에게는 한끼의 식사가 그간 모든 슬픔과 기대, 실망,선택에 대한 치유의 순간인 거였다.

 

행복하다.

그리고 행복해지고 싶다.

이제서야 알것 같다.

웅주형이 가게이름을 'Relationship'이라고 정했는지를…

우리는 모두 혼자가 아니기에...

 

 

 

 

 

 

 

 

****************감사합니다~ *********************************

 

안녕하세요. 이마주입니다.

일년이 거의 다되어서야 이 긴 글을 끝맺게 되네요.

새벽에 잠이 안와서 단 숨에 3편의 이야기를 써내려갔습니다.

우리모두가 혼자가 아닌 것을 가끔은 잊고지내는 것 같아요.

웅주형같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에게는 어려운 때에, 세상에 지치고 힘든 때에 나를 이끌어준 보석같은 사람이 있다고 믿습니다.

어른이 되어서야 저의 20대를 돌아보았습니다.

열정은 있으되 방법을 몰랐던 그 때...

그래도 참 다행스러운 것은 그 열정의 순간을 지내왔기에 지금에서야 제 나이에 맞는 또다른 글쟁이의 꿈을 꿀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별로 자극적이지도,

요즘 트렌드에 맞지않을지도 모르는,

남자들의 이야기, 혹은 인생의 이야기였던 Relationship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얼마남지 않은 올해 좋은 결실 맺으시길 바라며, 새로운 한 해에 또다른 멋진꿈을 설계하시길 기원합니다.

저 자신도 더욱 제 꿈을 향해 다가가는 바쁜 한해로 거듭나길 이 곳에서 다짐해봅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