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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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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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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in Black


BY 이마주 2004-03-03

 

웅주형은 검정색양복을 입고 소파에 앉아있었다.

불도 켜지않은 채.

언제나 형은 검은 양복을 입었었지만  검정 타이까지 매고있는건 낯선 모습이었다.

갑자기  머리끝까지 쭈뼜서는 불길한 기분은 낮술이 남아있던 취기마저 단숨에 가시게 만큼 강한 것이었다.

 

"?"

 

대답이 없었다.

카우치에 깊숙히 앉아 양손을 깍지 끼고 있던 형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이 바닥을 응시한 앉아만 있었다. 마치 쇼윈도우 남성복 매장의 마네킹처럼.

 

맞다.

느낌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기억.

이것은 죽음에 대한 이미지인 것이다.

 

", 켤까요?"

 

그제서야 형은 소파에 머리를 기대고 얼굴을 들었다.

 

"잠깐 , 그냥 있자."

 

"그래요. 방에서 책읽고 있을게요."

 

뒤돌아 서는 나에게 형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병근아, 김회장님이 오늘 돌아가셨다."

 

돌아볼 없었다.

형은 지금 울고있을테니까.

웅주형의 목소리를 통해 형이 얼마나 가슴이 갈갈이 찢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엇다. 

 

엄마가 떠올랐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많이 울었다.

오히려 동생은 어려서 그런지 어리둥절해하고 무서워 했었지만 아버지와 내가 있었기에 녀석은 울다가도 웃고 그랬다.

하지만 처음으로 마음이 찢긴다는게 무었인지 알게되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날, 엄마와 사소한 문제로 다투었고 처음으로 엄마에게 반항이라는 것을 했다.

수업이 끝나고 학원으로 가는 대신에 친구들과 노느라 새벽이 되서야 집으로 들어갔고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엽집아주머니가 자고 있는 동생을 업고 있는 걸 봤다.

엄마가 갑자기 심장마비가 와서 아빠가 응급실로 데리고 가셨다는 말을 해주었다.

 

번도 엄마가 그렇게 있다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

엄마와의 마지막 대화가

" 내버려둬. 제발."

이었던게 엄마를 죽인 것만 같아서 병원으로 가는 택시안에서부터 울고있었다.

그렇게 엄마와 화해의 마디도 못하고 헤어진 것이 많이 마음이 아팠고 미안했다.

나를 너무나 사랑했던 엄마는 영원히 내버려두고 가신것이었다.

 

웅주형에게는 김회장님이 인생의 의미를 가지게 분이었을 거엿다.

형도 이렇게 회장님이 돌아가실 줄은 몰랐겠지….

아마 엄마에게 반항한 것이 마지막이 것이 인생의 가장 상처가 되었던 것처럼, 형도 꿈을 물려주기 위한 다음 행운아로 나란 아이에게 기회를 주고 것이 결실을 맺어 회장님께 보여드리고 싶었을 것이었다. 

 

부모는 또, 은인은 내가 조금 더 성장하고 , 좋은 사람이 될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 것일까?

도대체 그렇게 무한한 사랑을 주고도 되돌려줄 기회조차를 사양하시는 걸까?

모르겠다.

엄마의 죽음으로 아버지와의 새로운 관계로 들어섰던 것이 재혼이라는 사건으로 깨어지게 되었고 만약 아버지가 무슨 일이나면 얼마나 후회할까를 알면서도 쉽사리 화해가 되지않았었다.

 

하지만 오늘 형의 모습은 나중에 내가 아버지와의 매듭을 풀지못하고 느끼게 감정의 예고편을 보는 기분이었다.

발끝을 쳐다보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방울 양말 위로 떨어진다.

면양말 위로 넓은 젖은 면을 만들어 가는 보고있자니 마음이 쓰라렵다.

 

"병근아. 형이 말이다… 아무래도 자리를 비워야 같다. 형없어도 써니누나 도와가가 있제?"

 

"웅주형, 어느 가려구요?"

 

"삼일장 끝나면 회장님이 유언으로 화장하라 하셧다고 한단다. 그리고 독일 미스터 부터바우 근처에 모셔달라고 하셨단다. 그리고 나보러 일을 하라고 하셔다고 하드라. 암말 하셨어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고… 내일 아들이 온다코 하니까네 아들하고 나하고 독일에 가야 할거고 박이사가 남아서 회사일을 돌봐야할거같다. 그리고 일이 끝나면 거기서 며칠 지내고 오고싶다. 여름에 회장님이랑 같이 가기로 미리 스케줄까지 맞춰놧는데 회장님이 먼저 선수치셔따 아이가? 허 참…."

 

 형은 말을 잇지를 못한다.

이럴때 내가 여자라면 얼마나 좋을까?

형을 가서 끌어안아주고 실컷 울수있게 해주고 싶었지만 남자라는 인간들은 이럴때도 고작 ,

 

", 걱정하지말고 다녀오세요. 그리고 가서 붙여요."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다이니 말이다.

 

"그래, 그러자. 참 병근이 미은이 데려다 줬나? 낮술 먹었나? 냄새가 모고?"

 

형은 억지로 웃음을 지어보이려 했지만 형의 어깨는 이상 처질 곳이 없을 만큼 힘이 빠져있었다.

결국 한시간도 넘게 샤워기를 틀어놓고 욕실에서 나온 이후로도 형은 잠을 자지 못하고 있었고 그런 형을 걱정하면서도 오히려 잠이 쏟아지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웅주형이 떠난 자리는 컸다.

단지 형만 자리에 없는 거였는데도 가게가 텅빈거 같았다.

독일에서 형은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부터바우씨의 농장에서 멍하고 있다고만 했다.

차라리 그렇게 하는게 슬프다고 하면서 말이다.

 

나까지 마음이 없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지만 미은이가 있음으로 해서 매일매일 웃으며 지낼 수가 있었다.

웅주형에겐 조금 미안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