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920

와사비


BY 이마주 2004-02-23

 

애와 나는 자그마치 두 시간 하고도 30분에 걸쳐서 지하철과 국철, 거기다 버스까지 타고 소래 포구에 도착했다.

다른 유원지나 시장과 별반 다름없이 넘치는 횟집에 모텔,하지만 시장만큼은 보기 좋았다. 예전에 혼자서부산 자갈치 시장을 갔을 강릉에서 어시장을 갔을, 그리고 가끔 형과 함께 안주에 쓰이는 건어물과 게등을 사러 갔던 노량진 수산시장과도 사뭇 다른  모습 이었다.

작지만 정겨운 무엇, 작은 가게마다 보글보글 끓는 단지 안에는 구수한 냄새가 올라오는 홍합이 끓고 있었고 저녁 반찬에 올린 생선들을 고르는 아이엄마들과 남녀노소 각양각색의 상인들이 흥정을 하고 있다.

여기는 살아있구나…

 

그녀가 고른 낮술의 장소는 소래포구의 쪽에 어설푸게 만들어 놓은 평상이었고 그애는 곳이어 회랑 해삼 멍게 같은 다소 애의 외모와 어울리지는 않는, 과격하지만 맛있는 것들을 주문했다.

 

"소주 마실줄 알죠?"

 

의외였다. 그럼 술을 마실줄 안다는 이야기인가?

소주와 함께 서비스로 아나고 회가 나왔다.

 

"이게 아나고 인지알아요?"

 

"아니요?"

 

"아이, 처음 데이트하면서 이런 하면 그렇긴 한데. 이거 먹으면 안하고는 못잔대요. 웃기죠?"

 

그런게 아니라 미은이는 많이 황당했다.

자신이 먼저 말을 해놓고도 뭐가 부끄러운지 혼자서 얼굴이 빨게 져서 입을 가리고 웃는다.

 

"소주라… 일단 마십시다. 안마셔요? 이렇게 대낮에 이렇게 술마시게 해줘서 고마워요. 근데 몇 살이에요?"

 

고객관리프로그램엔 생년을 쓰는 칸이 없다.

때때로 생년월일에 세뇌된 대개의 사람들이 자신의 생년을 쓰곤 했지만 그녀의 정보엔 칸이 비어있었다.

 

"이제 생일 지나면 21."

 

"나보다 어리네."

 

"병근아저씨는 몇살인데요?"

 

"암튼 내가 많으니까 신경커요. 건배"

 

맑고 투명하지만 잔만 먹어도 오금을 저리게 하는 없이 차거운 소주를 목젖으로 넘겼다.

 

"!"

 

내가 잔을 놓기도 먼저 상위에 턱하고 내려놓는다.

 

" 잘마시면서 내숭떨었어요?"

 

땀방울을 송숭 만들어가면서 여러잔의 레인보우를 만드는 형의 모습이 떠올라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사실은요, 열받아서 그랬어요."

 

자기 손으로 직접 소주를 잔에 따르며 뾰료통한 입으로 진짜 화난 사람같은 표정을 짓는게 귀여워 보였다.

 

"처음 거기갔을 커다란 창문을 뒤로 웅주아저씨가 칵테일을 세이킹하고 있었거든요.? 그거 너무 멋있었어요. 그래서 거기가 좋아졌는데 번째 가서 아예 바에 앉아서 있었는데  때 필이 오는 거에요."

 

"어떤 필이요?"

 

"잠깐만이요, 마시고요. 까야, 소주 너무 맛있지 않았요? 소주가 맛있어서 마셔요. 그게 무슨 필이냐면요? ? 근데 나만 마셨네? 아저씨도 마셔요. 아니다, 나보다 나이 조금밖에 안많으니까 오빠라고 그래도 되죠? 병근오빠도 어서 마셔요."

 

얼덜결에 미은이가 권하는 소주를 마시고 나역시 나지막이 캬소리를 내뱉었다.

 

"암튼  때 안거죠. 아, 아저씨는 사랑하는 여자가 이미 있구나."

 

" 필이란 전혀 안맞는데요?"

 

"어머머? 오빠가 몰라서 그러나 본데니언니하고 웅주아저씨하고 사랑하는 사이에요. 정말 몰랐다는 아니죠?"

 

말이 많았지만 참기로 했. 구지 말할 필요도 없을 일이었다.

철부지아가씨가 눈치는 빨랐지만 현실은 알지 못하니까 그리 생각할 수도 있을 일이었다.

 

"다음 궁굼해요?"

 

미은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드디어 가득 싱싱한 먹거리가 상에 올라왔다.

투명하리만큼 싱싱한 회를 보니 정말 회가 동했다.

자신의 이야기 보다 먹는 것에 관심을 갖는데도 불구하고 철부지는 말을 이었갔다.

 

"제가 그래도 자존심이 센편이거든요. 남의 떡이 커보여도 이미 사랑하는 사람하고 사랑할 수는 없지않겠어요? 두사람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몰라도, 서로 마음을 감추곤 있긴하지만 사람들이 그러잖아요. 기침나는 거랑 사랑은 숨기기렵다고..근데 마치 웅주아저씨가 마음을 읽은 것처럼 이러는 거에요,'손님 바에서 손님하고 아주 잘 어울릴 멋진 청년이 있는데 소개시켜드릴까예?' 사투리로 그러더라구요. 오랜시간 바에 드나들면서 어차피 사랑은 텃고 괜히 심술 부릴심산으로 마시지도 않는 술을 시켰던건대 그 말을 듣고 그제서야 나랑 어울리는 사람을 찾은 셈이죠?"

 

"설마 그게 나라는 아니죠?"

 

미은이는 초고추장 종지에 가득 따른 거짓말을 보태지 않고 와사비 밥숟갈로 한가득 풀어놓은 와사비에 고추장을 석은 건지 고추장에 와사비를 넣은건지 정체 묘한 장에 싱싱한 회를 푹찍어 입에 가져가다 말고 나를 쳐다본다.

 

"오 혹시 바보아니에요? 아니 그럼 내가 데이트하자고 한거라고 생각했어요? 웃겨. 증말."

정말 웃긴건 망설임도 없이 회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는 미은이의 표정이었다.

 

"그러니까 짝이란게 나라구요?"

고추냉이의 쏴한 맛을 자학하듯 먹고있는 미은에게 다시한 되물었다.

고개를 끄덕인다.

갑자기 전에 창고에서의 말이 떠오랐고 다시금 귓가가 솔솔 간지러워졌다.

나를 자신이 찍었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거였다. 이 애는.

 

" 이맛으로 회를 먹어요. 거의 죽음이죠 . 미처 회의 담백한 맛을 느끼게 하면 큰 일이나는것처럼 온 입맛을 자기한테 집중시키는 이맛, 아우 짜릿해.근데 오빠, 우리 계속 이렇게 존댜말 할거 아니죠, 그쵸?"

 

웅주형처럼 말을 놓아버릴까 하는 맘이 들긴 했지만 아직 아이를 모른다.

게다가 여자로부터 먼저찍힘을 당한 적도 없었고 내가 누군가를 좋아해 본적도 없었다.

이런 말을 여자로부터 들었을땐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말이 없어진 나는 연거푸 술을 마셨다.

그것도, 대낮에.

 

"천천히 마셔요. 그동안 주욱 오빠를 관찰해 왔거든요? 오빤 잘생기진 않았지만 뭔가모를 매력이 있게 생겼고, 그리 키는 아니지만 나보다는 훨씬 크고, 게다가 상냥하고 매너좋고 가장 중요한 건요, 나를 알게 되면 나만 죽어라 사랑할 타입이라는 결정적인 이유죠."

 

황당한 신감이 상쾌함 마저 가져다주었다.

자신을 죽어라 사랑할거라는 이야기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머? 웃어요? 아직 모르잖아요. 그만 웃어요. 나중에 정말 나만 죽어라 사랑하게 되 무안해하지말고요."

 

"근데 만약 죽어라 싫어하게 되면요? 아니 게다가 내가  거절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다시금 자작을 하려는 미은이의 손에서 빼앗으며 물었다.

내가 따른는 술을 바라고 있던 미은이는 가까이 부딪히는 탁한 바닷물로 시선을 돌렸다.

 

" 알기도 전에 어떻게 죽어도 싫어할 있다는 말을 수가 있어요? 사랑은요… 해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르는거 아닌가? 컴퓨터에 설정을 해놓으면 그대로 실행하는 거랑 틀리지않아요? 오빠도 혹시 사랑이라는건 일종의 홀몬의 변화일 뿐이다. 이딴거 믿는 사람인가요?"

 

그냥 어색해서 터무니 없는 자신감을 보이던 애에게 했던 한마디가 미은이의 맘을 상하게 했나보다.

사실 여자에 관해 생각을 안해봤지만 미은이는 손님으로 왔을때부터 뭔가 특별한 마음이 들게 하기는 했엇고 일반적인 관점에서도 통통튀는 매력이 있는 아가씨였다.

근데 망설이고 있는걸까?

단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서 ?

아님 나를 좋개 생각하는 여자에게 튕기고 있는건가?

 

"오해하지말아요. 그런게 아니구 사실 제대한지도 얼마 안되고 아직 학교문제나 그런거 결정하지 못한 것들이 많아요, 당연히 여자친구를 사귀어 볼만한 여러가지 준비가 안되있고요.. 그래서 솔직히 미은씨가 "

 

말을 잇기도 전에 미은이는 술상을 두두리며 웃는다.

 

"아후 너무 징그럽다. 미은씨가 뭐애요? 오빠는 너무 늙은이 같아요. 씨는 빼고 그냥 이름 불러요. 그리고 자꾸 존대말 하면 내가 먼저 반말 해버린다아… ?"

 

왼쪽으로 고개를 살짝 기울기고 반말인지 존대말인지를 한다.

 

"허참,, 자꾸 그런식으러 말하면 듣는 오빠가 기분이 나쁘지."

 

우리는 함께 웃었다.

애랑 같이 웃으니까 기분이 좋아졌다.

기분은 뭘까 ?

뭔가 그냥 마음이 밝아져 오는, 술기운이 올라 양쪽 볼이 밝그래한 미은이와 낮의 쏴한 소주. 아무 걱정도 고민도 없이 그냥 애와 이렇게 앉아있는것이 좋은 기분은…

 

둘이서 두병의 술을 마시고 다시 지하철을 탔을떄는 이미 해가 뉘였뉘였지고 있었다.

이른 시간에 술냄새를 풍기는 젊은 남녀를 바라보는 시선들은 그리 곱지가 않았지만 낮술의 위력인지 별로 신경쓰여지지가 않았다.

오히려 술기운에 취해 어깨에 자신도 모르게 기대고 잠이 미은이의 속눈썹이 자꾸만 바라보고 싶어지고 행여 갑자기 깨어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나를 이상하게 생각할까가 신경이 쓰였다.

 

정말로 내가 누군가를 여자로 바라보게 된다면 그게 미은이였으면 좋겠다는 맘이 순간 들었다.

어쩌면 술기운이 아니면 나한테 말할 기회조차 갖지못할 정도로 수줍은 아이가 아닐까 미은이는?

마지막 잔을 건배하면서 미은이는 이런말을 했었다.

 

"병근오빠, 그거 알아요? 남자는요 사랑할 준비가 되야 사랑할 있다고 믿는대요. 근데 여자는요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준비를 하고 싶어한대요. 멋있죠? 우리과에서 연애박사인 애가 해준 말이에요. 언제든 오빠가 준비가 되면요 절대 다른 여자한테 마음주지 말고 나한테 마음을 줘야해요. 왜냐면요? 호호호 오빠도   좋아할만큼 나도 좋은 여자애거든요.헤헤"

 

그래 미은아.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그게 니가 되게 할께.

잠든 이 애의 손을 살며시 잡고 나역시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