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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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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 it be


BY 이마주 2004-01-30

 

"뭘 알고 싶은거고?"

 

형은 웃고있지않았다.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았지만 웅주형에게서는 막 달리기 직전의 출발선에 서있는 선수마냥 긴장감이 배어나왔다.

 

"아니, 알고 싶은게 아니라 , 그냥 책을 요즘 읽고 있다고, 그런 거죠.그게 그러니까."

 

"자슥이 봉알달고 태어났음 진실해야 하는 기라 , 그렇게 어영부영 뭐하는 거고?

그거 친구가 나한테 보낸 마지막 편지다. 유서라고 하기엔 우스운… .

친구 사람 죽인 누명 쓰고 감옥 가가 살다가 견디고 자살 해뻐렸다.

가가 누명 썼는지  아나? 친구가 죽였다고 누명 쓰게 만든 놈이 천하에 죽일 놈이었다. 부모 때리기는 일쑤고 놀음에, 기집질에, 술먹고, 사람 패고, 개망나니 중에 천하 죽일 놈이었다. 근데 그런 놈도 함부로 처벌 못하는 법이고,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고, 누가 누구를 손가락질 하겠냐 만은 그런 호로자식은  없었는기라.

 

근데 정말 동네사람들이 기도 안찰 일이 일어난기라. 

친구 놈이 군대에서 제대 해가가 동네에 있는 정육점에서 일하고 있었다.

놈아 소원이 정육점 갖는 아이었나? 암튼 마도 군대 마치고 오더니만 철이 들었는지 정말 열심히 일하대. 근데 어느 동네 개망나니가 정육점에 모양이었다.

마침 주인아제도 없고 친구 혼자서 일하고 있었는데….

아고마,  호로자식놈이 와서는 갈비를 달라고 모양이더라.

그래 그 놈을  모르는 친구가 좋은 한우로 썰고 있는데 개자식이 갑자기 그러더란다. 그거 하나라도 없으면 손에 죽어. 라고 말이야.

들은 하고 계속 일하는데 갑자기 자식이 계산대 뒤로 들어오더니만 일하는 친구에게 . 가는 쇠봉 안있나?

그거로 옆구리를 툭툭 건들더란다. 완전 또라이 아니냐?

암튼 그러다가 하지말라고 하니까네 망나니 놈이 그냥 옆구리를 찔러 버리더란다. 

피가 억수로 많이 나기 시작하고  순간 친구도 돌아버린 기라.

멱살을 잡으려고 돌아서는데 망나니가 먼저 갈비 썰던 칼을 낚아채더니만 찌르려고 하길래, 도마를 던졌더니 놈이 도마에 맞고는 놀라서 자기가 자기 배에 칼을 꼿았더란다.

 

사람이 쓰러지길래 경찰에 전화를 걸어 사건 신고하고 있는데, 정신을 잃은 알았던 자식이 뒤에서 친구 손을 잡더니만, 자기 배에 꼽혀있는 손잡이에 친구 손으로 움켜잡게 하고서는 경찰이 때까지 마치 친구가 찔러서 칼을 잡고 있는 것처럼 했나?

나중에 들은 일이지만...

 

망나닌 죽어 뿟는데 경찰이 들어오더니 친구가 살인을 저지른 알고 체포 할려고 하더란다. 근데 차라리 , 순순히 잡혀가면 오히려 문제가 그래 커지진 않았을 수도 있을텐데…. 친구 토껴버렸다. 사람이 그란가 보더라.

잘못한 없어도  상황이 사람을 순간적 판단을 흐리게 하는 갑드라."

 

형은 몹시 지쳐보였다.

번도 쉬지않고 이미 녹음된 테이프를 돌리는 마냥 거침없이 때의 일을 뱉았다.

막 피니쉬라인의 테잎을 가슴으로 끊어내고 경주를 마친 사람같았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허무한 달리기의 끝을 알기에 괴로운 상황에 다시금 빠지게 내가 너무 미안했다.

이런 경우 더 이상 얘기를 들을 수도 들을 수도 없는 기분이 들어서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될 같았다.

형에게 물이라도 가져다 줄려고 일어서는데 형이 말했다.

 

"병근아, 담배 있으면 하나만 도고?"

 

전에도 형은 말했었다.

정말 좋은 바텐더가 되기 위해서 담배도 끊었노라고.

하지만 가끔은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가 생기기 마련이기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담배를 피운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그래도 형이 담배를 하나 달라고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주머니에서 만지작 거리며 망설이는 어깨를 형은 쳤다.

 

" ? 내한테 담배 주는 아깝나? 그렇게 망설이는 보이 수상해, 병근이 혹시 양담배 피우나?"

 

형은 상황에서도 웃게 주었다.

 

내가 건낸 국산 담배를 형은 성냥을 들어 불을 붙이고는 손가락을 튕겨서 불을 껐다.

웅주형은 해도 멋지군…

혼자 생각하고 있을 형이 손수 물을 꺼내 마시러 부엌으로 걸어갔다.

 

운동으로 다져진 마흔 살의 경상도 사나이의 가슴에 박힌 상처는 깊이를 가늠하기엔 너무 안락한 삶을 살았다. 부끄럽게도 말이다.

 

"물맛 죽인 데이…. 담배 피우면서 마시면 속이 후련 한기라. 친구 놈아.

일주일을 산만 타고 헤매 다녔다. 그러다 선희,sunny 만난기라. 생각해 봐라.

솔직히 까놓고 말해가가 얼마나 이쁘노? 누가 봐도 미인인 기라.

일주일을 산에서 헤매다 어느 한적한 길에서 어느 차가 서있더란다.

태워달란 심산으로 가서 저기요, 하니까네 선희가 돌아보더란다. 친구말로는 선녀같더란다. 막말로 친국눈에 선희는 천사같았겠지만 써니 눈에는 친구가 뭘로 보였겠노?

덥수록한 수염에 흙뭍은 옷에 완전 산적이나 미친놈으로 밖에  보였겠냐만은 써니가 착한 여자인기라. 첫마디가 무슨 일있으세요? 괜찮으세요 하고 묻더란다."

 

"써니 누나 대단하네요? 놀라지도 않았나? 그래서요."

 

"가도 그게 인생이 꼬이는 시점인줄 누가 알았겠노? 가가 즈그 엄마 등쌀에 미스코리아 나간다꼬 준비하고 있을땐데, 그런 미인대회 나가면 장기자랑 같은 않하나? 그래서 유명한 명창한테 판소리 배우러 다니고 있을때였는데 수업마치고 집으로 갈려고 하다가 시골길에서 차가 안퍼졌나? 그래서 일단 세우고 난감해하고 있는데 친구놈이 나타난기라. 말로는 그냥 단순과열이어서 조금만 식히며 될거 같더란다.

그래서 차고쳐줄테니  태워달라고 한기라. 우리의 착한 써니가 어떻겠노?

당근 태어줬단거 아니야. 그러다 누명 야그를 듣게되고 뭔지모를 이끌림에 둘이서 그렇게 길로 도망을 가고 정확히 47일만에 서울 지하방에서 자고있던 친구가 잡혔고 선희는 얼라를 낳고, 친구 나올 날을 기다리고, 그러다 내 친구놈 자살하고, 자살한 친구를 강물에 뛰어보내고, 오열하고, 가끔 술먹고 홱 디지버지믄 그 날 처럼 날 낯아와 가가 하소연하고, 지금 이렇게 바텐더로 남의 인생을 바라보고 살고… 바보다 선희는…. 하고많은 남자중에 와 내 친구를 만나가가 그라고 사는데? 지 청춘 다 보내삐고 지는 어쩔라꼬... 

문디가시나가 그렇게 바보짓만 하고 산다. 참…."

 

형은 목에 걸고 있던 수건으로 슬쩍 눈가를 문질렀다.

타드러간 담배를 들고 선채로 쏟아부어놓은 이야기를 어디서 부터 주어 담아야 할지 나는 난감해졌다.

아주 기본형의 플로우 차트가 머리속에 그려졌고 친구, 누명, 자살, 미스코리아, 아이, 바보 이런 낱말들이 마치 표창처럼 머리속에 박혀버렸다.

 

형은 sunny누나가 바보라고 했지만 눈에는 누나나 형이나 바보로 보였다.

잊어야 사랑, 잊고싶은 사랑, 사랑하지만 바라볼 밖에 없는 사랑, 어느 하나 아픈 이야기가 없었다.

사랑이 아파야 한다면….

저리도 형처럼, 누나처럼 아파야 한다면 내가 사랑하는 일이 가능하기나 일일까?

 

"이제 궁굼증 풀렸나? 니도 써니한테 잘 해주거래. 그 가시나 내가 안거두믄 갈데도 없다. 좋은 남자 만나가가 결혼이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그게 잘 안되나 부드라.

니 봐라, 시간이 약이란 말이 그래서 있는기라. 친구놈 죽었을때 나나 써니나 우리는 반 미쳐 살았다. 내가 죽은 것도 아닌데 그 땐 사는게 사는거이가 아닌기라. 하지만 서도 지금의 우리를 봐라. 우린 밥도 잘묵고, 잠도 잘자고. 웃기도 잘 웃고 안그러고 사나? 상처없는 사람은 없는기라. 어리석은 사람만이 그걸 빨리 치료할라꼬 생쑈들을 안하나. 그저 가만히 내버려두면 그 걸 이기는 힘이 생기는 기라. 알아듣나?"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오늘은 형이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상담하는 날이기에 얘기는 거기서 끝이 났다.

형은 매주 문제아들이 마지막으로 가는 학교라는 창조학당에 상담원으로 봉사를 하고 있었는데 형의 말을 통해서 들은 그곳 아이들은 정말 상상 이상이었다. 

나라면…

알면서 삶의 나락으로 빠지는 아이들에게 나는 무엇으로 여겨질까.

항상 형은 나를 그곳에 데려가고 싶어했지만 거절해왔다.

 

자신도 사랑못하는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으로 안을 없는 거라는 알고었고 지금처럼 충격적인 사랑이야기 자체도 소화못해내는 내가 나보다 문제를 안고사는 어린 상처받은 그네들을 바라볼 자신이없어서였다.

아직은 형말처럼 그저 나를 비우고 있어야 할 나 자신도 상처받은 영혼일뿐이었다.

그게 비록 써니누나나, 웅주형처럼 현실감없는 비련의 사랑이야기가 아닐지라도 그런 인생을 살아가는 것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가슴이 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