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이 상심과 혼란 속에서 뒤척이고 있을때 명민에게서 전화가 왔다.
얼마 후면 미국으로 떠난다며 만나자고 했다.
미연이 명민을 만나러 미래클럽에 도착해보니 그의 옆에는 미래가 함께 있었다.
두 사람이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 막 사귄 연인처럼 몹시도 다정해보였다.
명민은 미연이 나타나자 반갑게 인사한다.
"미연이 왔구나, 어서 앉아."
"두 사람 사이가 좋아보이네?"
"그러니? 호호..."
명민은 미래클럽을 드나들며 미래와 마주치는 기회를 만들어갔다.
원래부터 팬이기도 했지만 미래의 실제모습을 보고는 더욱 더 좋아하게 되었던 것이다.
미래도 처음 명민을 보았을때 우직하고 성실해보이는 그에게 호감을 느꼈었다.
그래서 명민이 클럽에 올때마다 기꺼이 시간을 내서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고 서로 마음이 잘 맞아 친해지게 되었다.
"지난번에 영준씨일때문에 경황이 없어서 서로 정식으로 인사도 못시켜줬는데, 잘되었다. 노총각 노처녀끼리 후후... "
세 사람은 멋적게 웃는다.
미연이 "언제 떠나는데?"하고 명민에게 묻는다.
"이번 주말에."
"공부 끝나야 오니?"
"아니, 학기 끝날때마다 왔다 갈거야."
"미래랑 자주 못만나서 어쩌니? 호호..."
명민은 "미래씨, 같이 갈까요?"하고 농담을 한다.
미래는 "이 김에 나도 유학가서 공부하고 올까?"하고 맞장구를 친다.
두 사람이 죽이 잘맞는 모습을 보고 흐믓하게 웃음짓는 미연을 보고 "그런데, 너 영준이 회사 그만뒀다며?"하고 명민이 묻는다.
미연은 안색이 어두워지며 "응."하고 대답한다.
옆에 있던 미래가 끼어든다.
"그만뒀어? 왜? 박영준씨하고 무슨 일 있었어?"
"......"
"그럼 지금 뭐하는데?"
"집에서 쉬고 있어."
"우리 사장님한테 소개시켜줄까? 저번에 네 곡이 꽤 반응이 좋아서 사장님이 궁금해하더라고. 첨들어보는 작곡간데 누구냐고 나한테 묻잖아. 그래서 내 친구라고 했더니 너무 좋아하더라."
"그, 그래...고마와."
명민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미연에게 말한다.
"영준이 많이 괴로와 해. 웬만하면 영준이랑..."
"명민아, 난... 그 사람한테 미안해서... 마음이 괴로와."
"그때 그 어린 학생하고 좋아하는 사이야?"
미연은 또 마음이 심난해져서 영준이나 고수에 대한 이야기를 끝맺으려 한다.
"나, 그런 얘기 하고 싶지 않아. 일단 먹고 살 걱정부터 해결해야 할 거 같아."
"그래. 미안하다. 많이 힘든가 보구나."
미연은 명민에 떠나는 날 공항에 나가겠다 약속하고 헤어졌다.
다음날 미연은 미래의 소속사로 찾아갔다.
사장은 미연이 찾아오자 기꺼이 받아주었다.
명민이 미국으로 떠나는 날 미연은 공항에 나갔다.
그곳에는 영준도 나와있었다.
전송나온 가족과 친구들 틈 속에 끼어 영준과 미연은 서로를 의식만 할 뿐 말을 걸지 못하였다.
그 후로 미연은 미연대로 영준은 영준대로 자기 일에 파묻혀 지냈다.
고수도 마지막 한 학기를 취직 일로 바쁘게 지냈다.
고수는 가끔씩 주말이면 장미와 미연을 만나 놀러다니곤 했다.
지난번 선을 봤던 그 아가씨와는 이미 물건너간 이야기가 된지 오래였기 때문에 주말마다 집에 내려오라는 아버지의 명령은 지킬 필요가 없었다.
고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미연을 만나면서 졸업할 날만 기다렸다.
미연은 고수의 어머니가 찾아왔던 이후로 고수에 대해 거리감을 갖게되었지만 오히려 고수는 마음을 더욱 더 굳혀만 가고 있었던 것이다.
학기말이 되기도 전에 고수는 취직이 되었다.
고수는 이제 미연과 약속한 시간만 지나면 결혼을 하리라는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지원한 회사로부터 합격통지서를 받고는 그날 저녁 바로 미연에게 전화를 하였다.
- "누나, 나 취직됐어."
"무슨 회산데?"
- "광고회사야. CF 찍는 덴데, 아주 큰 회사야."
"축하해, 정말 잘 되었다."
- "말로만?"
"저녁사줄까?"
-"아냐, 내가 한턱 낼께. 친구들하고 다같이 만나자."
"그래."
고수는 토요일 저녁 취업턱으로 친구들을 불러 저녁을 먹었다.
고수는 저녁식사가 끝나자 친구들을 돌려보내고 미연과 단 둘이만 있고 싶어졌다.
고수는 그동안 바빠 미연과 데이트를 하지를 못했었다.
물론 미연이 고수와 단둘이만 만나기를 꺼려한 탓도 있었다.
고수는 친구들에게 눈치를 주어 먼저 돌려보낸다.
"누나, 우리 오랫만에 데이트하자."
"어디 갈건데?"
"일단 가까운 데 가서 차 마시면서 얘기할까?"
고수는 분위기가 아늑한 근처 카페에 가서 자리를 잡는다.
"이제 누나가 말한대로 나머지 몇개월만 지나면 우리 결혼하는 거야. 그동안 내가 우리 살 집이랑 살림살이랑 마련해 볼께."
"고수야, 너 그런 생각 아직도 하고 있니?"
"이제와서 무슨 소리야? 나, 누나없이 산다는 거, 이제 생각할 수도 없어. 그리고 누나 혼자 사는 거 더 이상 보고 싶지도 않아. 내가 옆에 있어주고 싶어. 누나를 내가 꼭 지켜줄거야. 그러니까 안된다는 그런 말, 아니, 그런 생각도 하지마. 우리 가족들은 내가 다 알아서 해결할께 신경쓰지말구. 나만 믿어, 제발."
"어떻게 신경을 안써? 남의 가족이 아니라 바로 너의 가족인데, 어떻게 서로 모른척 하고 지내? 고수야, 이건 현실적으로 말이 안되는 일이야."
고수는 커다란 눈망울로 미연을 바라보았다.
미연에게 고수는 지난 일년동안 누구보다도 가까이 지냈던 사람이었다.
마음 속 이야기까지 다 털어놓아도 흉금스럽지 않은 그런 편한 친구였고 미연에게 누구보다도 가장 잘 해준 그런 남자였다.
하지만 미연은 고수가 그렇게 밀어붙이는 것이 당황스러웠다.
고수의 가족들과 일어날 갈등이 두려웠고, 또한 고수는 자기가 차지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에 괴로왔다.
고수는 자기의 뜻을 다시한번 확인시켰으므로 더 이상 얘기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화제를 바꾸어 즐거운 분위기로 만들고 싶었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평소처럼 재미있게 이야기했다.
미연은 고수의 이야기를 들어주다말고 생각에 잠긴다.
'시간이 해결해 줄지도 모르지. 기다려보자. 직장에 다니면서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하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니까...'
밤이 깊어 고수는 택시를 타고 미연을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택시에서 내려 문앞에서 고수는 오른 팔로 미연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누나, 잘자."
미연이 고개를 끄덕이고 들어가려는데 고수는 미연의 어깨를 놓지 않는다.
그리고는 미연의 손을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누나. 흔들리지 마. 내가 누나를 사랑하는 거 절대로 잊지마. 나 놓으면 안돼, 절대...누나, 사랑해."
잠시 두 사람이 그러고 있는데 어둠속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이럴 줄 알았다니까!"
두 사람은 깜짝놀라 어둠속에서 튀어나와 소리를 지르는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것은 놀랍게도 고수의 어머니였다.
고수의 어머니는 누워있는 시어머니 병시중을 드느라 그동안 고수에게 다녀가지를 못해왔다가 오늘 오후에야 시간을 내서 반찬을 챙겨 서울에 올라왔다.
고수 얼굴을 보고 가려는데 저녁먹을 시간이 지나도록 고수가 들어오지 않았다.
친구인 형선도 역시 들어오지를 않자 둘이 함께 저녁을 먹고 들어오나보다하며 방정리와 부엌일을 하였다.
잠시 고수의 방에서 눈을 붙였는데 누군가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형선이 고수와 헤어진 다음 친구들과 술을 조금 더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현관을 들어서는데 고수의 어머니가 고수의 방에서 나오는 걸 보고 꾸벅 인사를 했다.
"어머니 오셨어요?"
"고수는 왜 안들어오냐?"
"좀 늦나보네요."
"같이 안 있었어?"
"아뇨, 전 다른 데 있다 오는 거예요."
"술도 안마시는 애가 와 이리 늦어? 어디를 가서 12시가 다되도록 안와?"
"그, 글쎄...춤추러 갔나보죠, 뭐...허허..."
형선은 얼버무리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고수 어머니는 어쩐지 형선의 대답이 미심쩍었다.
'혹시 얘가...으잉? 그 여편네랑 아직도 같이 사나?'하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마음이 초조해졌다.
저번에 한번 미연의 집을 가본 적이 있었고 형선에게서 약도를 받아놓은 것도 아직 그대로 가방에 있었다.
고수의 어머니는 얼른 나가 택시를 잡아타고 약도가 그려진 쪽지를 내밀었다.
"어서 이리좀 가주소."
미연의 집앞에 와보니 방의 불은 꺼져있고 인기척이 없는 것 같았다.
바깥은 초겨울이라 몹시 쌀쌀하였다.
어머니는 문간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아직 안들어 온건가, 둘이 안에 같이있는 건가?'하며 한참을 기웃거리고 있는데 멀찌감치에서 택시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얼른 옆집문간으로 들어가 숨어서 내다보았다.
택시에서는 두 남녀가 내렸고 그 중 양복을 잘 차려입은 젊은이를 보아하니 바로 자기 아들이었다.
둘이서 함께 집으로 들어가는지 어쩐지 좀 더 살피려고 두 사람을 훔쳐보고 있는데 조금 있으니 둘이서 포옹을 하는 것이었다.
고수의 어머니는 열불이 나서 소리를 치며 달려들었다.
"엄마!?"하고 놀라는 고수의 팔을 낚아채서 잡아끌면서 고수의 어머니는 미연에게 욕을 하기 시작했다.
"이 못돼먹은 여편네야, 남정네가 그렇게도 그리우면 딴데가서 알아볼 것이지, 왜 우리 착한 고수를 가지고 그래?!!"
한밤중에 고수어머니의 목소리가 온 동네에 울려퍼졌다.
미연은 고수에게 얼른 돌아가라는 손짓을 하며 집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엄마, 밤늦게 여기 왜 서있어?"
"뭐야, 이놈아? 니가 이러고 돌아다니니까 그러지, 내가 추운데 미쳤다고 이런 한데서 서성거려? 너 이리와. 너는 좀 혼구녁이 나야 해."
고수는 어머니의 억센 손아귀에 잡혀 끌려갔다.
어머니는 길가로 나와 택시를 잡더니 "서울역!"하고 소리를 쳤다.
"엄마, 서울역이라니?"
"집으로 내려가는 거야. 가서 니 아버지랑 얘기하자."
"이렇게 늦게?"
"아직 차 있어. 으이구, 내가 못살아, 망할 놈 같으니라구."
고수의 어머니는 택시안에서 고수의 팔을 마구 때린다.
고수는 난감하여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인상을 쓴다.
'그래, 가서 아버지랑 담판을 지어야지. 차라리 잘 됐어. 결혼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와야겠다.'
고수 모자가 집에 도착하자 모두들 잠이 들은 시간이었다.
어머니는 일단 자고나서 이야기하자며 안방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아침 고수네 가족은 모두 안방에 모여 앉았다.
아버지는 심각한 얼굴로 고수를 노려보았다.
"너, 그 여자랑 계속 만났냐? 그리고 또 그렇게 계속 만날거냐?"
고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이 자식이!"
아버지는 벌떡 일어나 고수에게 달겨들어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고수는 아버지를 올려다보았다.
"아버지, 그래도 소용없어요. 저 그 누나하고 결혼하겠어요."
"이, 이런, 이런, 뭐, 뭐, 누나? 누나라네...참 어이가 없네. 이게 완전히 미쳤잖아. 누나랑 결혼을 해? 누나랑? 아이구..."
고수는 눈을 똑바로 뜨고 아버지를 노려보았다.
그 모습에 아버지 또한 더욱 화가났다.
"그래 결혼해! 그 대신 나 없을 때 실컷해라. 내가 없어져 버려줄테니까!"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아버지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가족들은 아버지가 방문을 꽝닫고 나가자 움찔하며 고수를 책망의 눈초리를 째려보았다.
잠시후 밖에서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는 그 소리에 놀라 밖으로 튀어나갔다.
"아이구, 여보, 왜그래요?"하고 어머니가 소리를 질렀다.
고수와 동생은 바깥으로 달려나갔다.
아버지가 부엌바닥에 쓰러져있었고 입에서는 거품이 나오고 있었다.
"아버지!"
"얘, 아버지가 농약을 마셨나봐! 얼른 구급차불러!"
구급차가 와 아버지는 응급실로 실려갔고 가족들도 모두 병원으로 쫓아갔다.
고수는 응급실 밖에 앉아 머리를 움켜쥐고 거친 한숨을 내쉬었다.
'도저히 아버지를 이길 수가 없는 건가...? 누나한테는 꼭 가족을 설득하겠다고 했는데...'
아버지는 위세척을 하고도 한참을 호흡곤란에 시달렸다.
아버지는 하루 넘게 의식이 회복되지 않다가 결국 깨어나셨다.
하지만 몇일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고수는 그 옆에 지키고 있어야했다.
아버지는 깨어나고도 한참을 아무말 하지 않고 누워만 있었다.
하루를 그러더니 곁에 앉아 있던 고수에게 갑자기 엉뚱한 말을 하였다.
"너, 유학가라."
"네?"
"아무래도 너한테는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다. 네가 그 여자를 얼마큼 좋아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사랑이란게 그리 대단한 거 아니다. 지나고 보면 다 웃기는 거야. 듣자하니 내 아는 사람 아들도 얼마전 엠빈가 뭔가 그런거하러 유학갔다더라. 너도 가라. 좀 떨어져서 있다보면 너도 알게될거다. 세상이 그런게 아니라는 거."
"저 벌써 취직했어요, 아버지."
"그만두고 유학가."
아버지의 힘빠진 목소리가 화를 낼때보다도 더 비장하게 들렸다.
고수는 하마트면 아버지를 잃을 뻔 하였기에 더이상 싫다는 말을 하지 못하였다.
고수는 서울로 올라와 미연을 찾아갔다.
미연이 일하는 음반회사 근처에서 미연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날 어떻게 되었어?"
"......"
"어머니 화가 무척 나셨었는데...괜찮았어?"
고수는 두 손을 서로 만지작 거리다가 힘들게 입을 연다.
"누나, 아버지가 나보고... 유학가래."
"나때문에? 직장은 어떻게 하고? 취직되었잖아?"
"...참내, 어디서 그런 소리는 들으셨는지, MBA 하고 오라셔..."
고수는 집에서 일어났던 일을 이야기하였다.
미연은 고수의 아버지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미연의 생각도 그랬다.
고수에게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고수야, 아버지 말씀대로 해봐. 나도 너 유학갔다 오는 거 찬성이야. 너도 그 공부 하고 싶어했잖아."
"공부가 목적이 아니라 순전히 누나랑 떼어놓으려고 하는 소린데, 내가 가서 공부가 되겠어?"
고수는 속이 상해 두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가서 학위 받아와. 다녀온 다음에 그때 다시 아버지께 말씀드려. 그때도 여전히 네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면 그땐 아버지도 어쩔 수 없다고 하실거야. 이런 갈등에서는 한편이 양보하면 그 다음엔 다른 한편이 양보할 수 밖엔 없는 거야. 이번에 네가 먼저 양보해, 응?"
고수는 얼굴을 찌푸리고 말한다.
"누나도 내가 멀리 떨어져 있기를 바라는 거야?"
"지금의 상황에선 어쩔 수가 없잖아. 아버지까지 돌아가실뻔했는데..."
고수는 고개를 떨군다.
"그래...어쩔 수가 없어. 어쩔 수가...왜 이렇게 어쩔 수 없는 건지..."
괴로와하는 고수의 모습을 보며 미연도 괴로왔다.
고수의 장래를 위해서라기보다는 고수로 인한 이런 갈등에서 벗어나고 싶어 유학을 독촉하는 자신이 밉기까지 했다.
미연은 고수의 손을 잡으며 애써 기운을 돋구어주려 한다.
"그런 공부는 경력으로 쳐주니까 다녀오면 더 오라는데도 많을테고...직위도 더 나아질거고...하여튼 경력에 도움이 많이 될거야. 장래를 생각하면 2년은 정말 잠깐이야, 안그래? 너 돌아올때까지 나도 마음의 준비 더 하고 있을께. 네가 공부마치고 돌아오면 그땐 정말로 네 말대로 할께. 응?"
고수는 미연까지 그렇게 이야기하자 아버지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고수는 이번이 마지막 양보라 믿었다.
가서 2년안에 꼭 학위를 받고, 돌아와서는 변함없이 미연을 사랑하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때는 정말 아무도 두 사람 사이를 막지 못할거라 그렇게 믿었다.
"누나, 나 꼭 기다려야 해. 꼭."
"그래, 약속할께. 꼭."
고수는 일단 결심을 굳힌 이상 잠시도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MBA 과정으로 바로 다음 봄학기에 등록을 한 후 대학교 졸업식에도 참가하지 않고 미국으로 떠났다.
하루라도 빨리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고 싶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