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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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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울수 없는 열등감


BY 봉지사랑 2003-11-14

그리고 또 한밤이  어김없이 지나가 버렸다.

이제 겨우 삼일째!  아직도 그녀에게는 이해할수 없는 아가씨들의 얄궃은

행동이 딸을 가진 그녀로서는 슬그머니 남자에 대한 적개심 비슷한것이

울컥 치밀고 있었다.

"미친넘들!   어쩌자고 동네 안에서 딸 같은 가시내들하고 노닥거린담..."

그녀는 이 아침에 슬그머니 출근이 하기 싫어졌다.

그래도 어쩌랴!................

시내에 가서 부탁해 놓은 일을 할수 있을때 까지는 어쩔수 없이 이일 이라도

땜빵 삼아 하는게 나을것 같기도 했다.

"그래 누가 가만히 있으면 밥을 주냐  옷을 주냐!...."

그녀는 다시 다방으로  발길을 내 놓고  있었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서  거리 에는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는 시간.......

저기 멀리서  개 한마리  만이  아침을  아는지  어슬렁거리며  가고 있었다.

그녀는  다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제밤에  또 다른 누군가  다녀 갔는지 탁자 위에는  먹다만

맥주캔이 세개씩이나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그녀는 청소를    시작 했다.

행주를  삶고  잔을 다시 한번 닦으며 커피 물을 올려놓고 바닥을  쓸고 이어서

마포걸레질을  하고  계란을  삶아내고   유리를 닦고   다방문 밖에                            

물을  끼얹으므로   하루를   또 시작 하고 있었다.

저만치서 조기 축구회 남정네들이 무슨 국가 대표라도 된듯이 주절 거리며

다방을   향해   한무리를   지어   올라오고들   있었다.

그녀는 얼른 들어와 그 잘난   남정네들의  아침 대용식이라나  뭐라나 하는

계란 두알과  커피 한잔씩을  탁자  여기저기  늘어놓기  시작 했다.

다행인것은 조기 축구회 남자들은   동네  불알 친구에서 부터  선후배 관계라

아침 시간 만큼은 순전히 차 한잔 마시고   계란 두알 까먹고 는  일어들 났다.

오늘도  어제 처럼 그들은 그렇게  들어와서  거리낌  없이  그러고  있는데,

그 중에   별명이 대포라   불리는  " 전씨 아저씨" 가 한마디 했다.

"아니 이눔의 다방 기지배들은 어제 뭣들을 했길래  여태 코빼기도 볼수 없는거야?."

"야 이년들아!    거 대가리라도   내밀어 봐라.    이 깍쟁이 같은 년들아!...."

방안에서   아가씨들은   인기척도   없었다.

그녀는 속으로 "전 대포"라 불리는 그 남자가   주접스럽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마침 그때 우유를   배달하는   여자가 왔다.

그여자도 동네 사람인지   남자들이 많은데도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섰다.

"태영아빠!  오늘은 논에 농약도 줘야 하니까   얼른 일어나서  집에 가서 준비좀 해요."

그우유배달   아줌마는   전대포의 마누라   였나보다.

조금  아까는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듯이  소리를 지르던 그 남자가  우유배달 아줌마

에게는  고양이 앞에   쥐마냥   온순해 지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수  없었다.

조금씩 그녀는 그 어수선한 환경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 느낌 이었다.

잠시후 엉덩이가  보일듯  말듯한  짧은 반바지를  입고  송양이   나왔다.

송양은 우유배달   태영엄마에게   한마디 했다.

"언니!  저 대포 오빠 소리 지르는거 꼴보기 싫은데 거 우유 배달만 하지 말고

아침 늦게   까지   끼구   잠이나   좀 자요....."

대포 마누라도   한 마디 했다.

"나는 바쁘니까  그럼 니가 끼구 자라....    간다!~~~~~~~~~~~~~"

그녀는  그들의  대책없는  대화에  너무나   기가 막혔다.

참 별꼴이었다.     "뭐 이런 개같은   것들이 있나!........."

아무도   다방 가시내와   여염집 여편네의 대화에 꾸지람을   하는자가  없었다.

오히려   재미있다는듯이  농담을 섞어가며   얘기 하고  있었다.

"송양아 !  잘 되었다.   저 억척 태영엄마 허락도 떨어졌겠다   아주  떡본김에

지금  단숨에  제사를 지내는게  어때?..."

옆에있던   오길이가   송양에게    떠보듯  주절거렸다.

"오빠나  대포 오빠 끼구자.    나는 대포오빠가   이세상에서 제일 싫어.

수아씨라면몰라두....."   송양이 말하는 수아씨는 짜장면집을 하는  키가

작달막한  남자로 조기 축구회에서 가장 후배이며   부지런하기도  

첫째가는  성실하기가  일등가는  똥똥하게  생긴   남자였다.

"뭐야?  야 ! 이수아!    너 벌써 송양한테  침  바른거야? ......."

참  아침부터   가관들이었다.      돗대기 시장  같았다.

그녀는 이리저리   돌아 다니며   빈잔을   주섬주섬    걷어오고   있었다.

송양이   전축을    틀었다.

전형적인   뽕짝 이라는 노래를   아침서 부터   쿵쿵 울리게   틀어 놓고  있었다.

또 한 사람이   소리를   질렀다.

"야!  이년아  시끄러워,  우리 가고 나면   너혼자   고막이   터져라고    틀고 들어......"

송양은 귀에다 말뚝을 박은 사람처럼   소리를 약간   줄였을뿐   끄지는 않았다.

또 다른   한사람이  목청을   돋구었다.

"어이!~~`  주방!~~~ "

그녀는   쳐다 보지도   않았다.

"주방!  여기 시원하게   얼음물좀   가져   와봐요!......"

그녀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고 얼음을  담은 컵에 냉수를 가득 부어  그 남자에게

가지고 갔다.      그리고   조용히    한마디   했다.

"아저씨는 집에서 엄마한테  물달라거나 마누라 한테  달라고 안하고  부엌을 불러서

달라고 하세요?..."   그리고는 그녀가   돌아서    주방쪽으로    걸어왔다.

참 인간세상  여러가지  인줄은  알고  살아왔지만  요지경  세상이  여기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송양에게   나머지를   부탁 하고  다시 집으로   잠깐   내려 왔다.

집에는 아이들이   벌써 일어나 집안을 치우고   일찍 아침을   준비 하고 있었다.

"아니  왜 벌써들   일어났어?     더 자지 않고....."

그녀는 이렇게 아이들이 일어나기전에 나갔다가  잠시 돌아보러 오면   점점 아이

들이   빠르게   어른이   되어 가는게   안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엄마!  전화가 왔는데요,  이따가 아빠가 우리 보고 싶어서 잠깐 온다고 ....."

그녀는 주기적으로 헤어진 그남자가 생활에 끼어드는게 약간 짜증 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비겁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  잘 됐네.  방학도 했으니까  느이들 아빠 따라 갔다가  개학할때 와!...."

그녀는 느긋한척 그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주원이는 너무나 좋은 나머지 벌써 입고 갈옷을 챙기려고 펄쩍 거렸다.

그러나 우영이는   침묵하고   있었다.

"우영이 너도 갔다 오지 그러니!......"

우영이는 딴곳을 쳐다 보며   이야길 했다.

"짜증 나게 왜 자꾸 왔다  갔다   하는거야!     버렸으면 고만이지 .........."

그녀는 우영이의 말에    약간   당황이   되었다.

"우영아 그러면 못써!  그래도 엄마는  아빠 원망 안해,    아빠가 없었다면

너랑 나랑  어떻게   이렇게   만날수가   있었겠니?......."

그리고 그녀는 다시 다방을   향해   불안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다방안에는  이미 조기 축구회남자들은  모두 돌아가 버리고  아가씨들만  방문을

빼꼼히   열어놓고   담배만   뻑뻑   피우고  있었다.

"아침부터 담배들   피우지 마라,    몸 망가진다......"

그녀는 지나가는 말처럼 아가씨들에게 한마디  하고  그들의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주방 이모!....."

"남양이 그녀를   불렀다.

그녀는  그애를  쳐다 보았다.

"이모   이런데   처음 이지요?...."

"그랴 처음이다 .  왜 내  얼굴에 써있니?    처음 이라고 !....."

"이모!    더 많은걸   알기 전에   그만 두세요......"

그녀는   무안 해졌다.

"그래 니가 그러지 않아도 나는   8월말까지만   할꺼야, "

"이모!    여기   주인 언니가   우리 감시 하라고   하지 않아요?..."

"............."

"야!  남양아!  너는 미쳤니?    왜 이모한테   그런 얘기를   하고 그러니?"

자기들끼리  아침부터   뭔소리를  하는지   투덕 거리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벌써 전화벨은 아가씨들에게   시간을 사겠다고   정신 빠진 남자들의

얼간이   같은 전화는  울어댔다.

그 아가씨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밖으로  뛰 어 나가고  있었다.

아가씨들이 알고 있는  인생에는  무엇이  있는것일까?   

날마다 화려하게 화장을 하고  그들이   쫓는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리고 그들이 돌아올때는 왜 술냄새가 나는것일까?   알수 없는   여러가지

궁금증들이  그녀를 점점  끌어들이고   있는지도   모를일이었다.

그러는 사이 주인  여자가   다방에   나타났다.

"이모!  한번만   배달좀 갔다 오세요......"

"................."

"지서에서   배달해 달래서 내가 이모 밖에 없다니까 물어볼것도 있다구

이모한테  보내래니까    여기  인삼차  다섯잔 가지구   지서에  좀 다녀 오세요......"

순전히    주인으로서   명령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할수 없이  인삼차를   들고   지서를    향해   걷기 시작 했다.

머리속이   온통 파편이    튀는것처럼    들끓고    있었다.

그래도 그녀는   꿋꿋하게   걸어 가고   있었다.

눈물이 났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절대로  눈물을 흘리지  않기로  마음을 단단히

다스리고 있었다.  저멀리서  눈에 익은 하얀 승용차가 미끄러질듯   그녀가 있는

쪽으로   다가 오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헤어진    그 남자의  차 였다.

그녀는  얼른  피하는것  처럼   벽을 향해   돌아서   버렸다.

그 하얀 승용차는  그녀의 뒤쪽으로   그녀를 지나쳐   사라져 가고 있었다.

얼핏 그 차안으로  보이는 사람을   세어보고   있었다.

그 차안에는   분명히   그남자 말고   또 다른 누군가가   같이 타고 있었다.

그녀는 허탈했다.  지금 그녀의 모습은   더 내려 갈곳이   없는  막차를  타고  있는데

그 남자는 여유있게 아니 그녀를 조롱하기라도 하듯 자기 마음대로 그녀의 영역을

들락날락 거리고 있는데 그녀는 아무런 표현조차 할수 없는 꼴이 정말 너무나

한심스러웠다.  그리고  그녀는  이윽고  지서에  도착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다방에서  처럼   인삼차를   잔 가득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아무도  어느것도 물어오는 사람도 없었다.   지서사람들은   그녀에게  관심도 없었다

오로지 인삼차에 관심을 두고 있을뿐......   그녀는 주인 여자의 깜짝 거짓말에

어느새   아가씨들   처럼   여기까지   와 있던   것이었다.

그리고  잠시후 그녀는   다시 주섬주섬   싸들고   다방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오는길에   그녀는   집앞을   지나게 된다.

집에는 그 남자가    제집마냥   와 있을텐데................

그녀는 집앞을 피해 돌아서 가려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대로 집으로 먼저 갔다.

거기에는  역시    예상한대로   그남자가   와서   애들과   앉아 있었다.

그녀는 보따리를   내려놓지도 않고   그 대로 들고   들어가서 그 남자 앞에   섰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그 남자의   얼굴이 일순간  구겨지기   시작 했다.

"아니 그게 뭐야? 자식을 기르는 여자가 왜 그런걸 하는거야?. 지금 뭐하자는거야?"

이 남자   정말   무진장   웃기고   있었다.

"아이 진짜   깜찍하게 웃기시네... 내가 댁에 마누라예요?   별 참견 다 하시네...."

그녀도   이제는   할말이  있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객식구가 그렇게 자기 마음대로  들어오실까?  무단 침입자네..."

그녀는  이제 독이 오른 독사  마냥 그 남자에게  비아냥 거리며  쏘아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흐르는  눈물이  예전의  그런 눈물이                                   

아니고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이 꽤나 많이 흘렀는지 그녀의 집으로 주인 여자가 찾아왔다.

주인 여자는 짜증 섞인 소리로 한마디 하고 배달그릇을 빼앗듯 가지고 가버렸다.

"시간 중한줄 모르나 보군.......   시간이 금이예요.  몰라도  너무  몰라요!..."

그녀는 이렇게   이리저리 밟히고  찢어지며   가슴을    쥐어뜯고   싶은 심정을

가눌길이  없었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방학 동안  아빠 한테서   살다 오라고 했다.

주원이는  역시  그런다고  했고  우영이는   안간다고    했다.

주원이는  이내  누나가  안가면  자 기도   안가겠다고   했다.

그녀는  뒤돌아서서  다시 다방을  향해 비참한  발걸음을   옮겨야만 했다.

"이모신랑   한가락 하셨겠는데?    기지배 새끼들이  가만히 두지 않으셨겠어!..."

주인여자는   아까  보따리를  뺏어갈때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공연히

필요 이상의  쓸데없는    사탕발림의   소리를   늘어놓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의  자 존심은   아직까지도    마구마구   짓밟히기만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