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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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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두여자


BY 봉지사랑 2003-11-11

어느새 여름을 향해 달력은 쉼 없이 넘어 가는데..........

그녀는 불안 했다. 그래도 마땅하게 아직까지 일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하루하루가 그녀의 목을 조르는것 처럼 뼈속까지 아픈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정말로 용기 다운 용기를 내지 않으면 안된다는것을 그녀는  너무나
 
잘알고 있었지만 아직은  무엇에도 쉽사리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중이었다.

어느날 이었을까?

아마도 그런대로 동네 사람들을  조금씩 눈인사로만  얼굴을 익혀 갈 즈음

그녀에게 유난히도 친절했던 그 미장원 아줌마!  그 아줌마가 찾아왔다.

"아니 이사 온지도 그럭저럭 두달이 다 되가는데 이제는 좀 놀러두 오구 그러시지,

여기는 시골이라도 자기가 아는체 하지 않으면 누가 말도 걸어주지도 않는 삭막한

곳 이예요,  웬만 하면 집에 있을때는 밖에 나와서 이웃들도 사귀고 그러세요..."

좋은 말 이었다.   문제는 그녀의 오랜동안 삶에 모습이 그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대인 기피증 이라고나 할까?  그 비슷한 무엇이 그녀를 조금은 강하게

강하게 붙들고 있는듯 놓아 주지 않고 있었다.

"그래야죠,  그런데  아직은 낯도 설고 사람을 대하는것이 쑥스럽기도 해서요.

제가 좀 낯을 가리는 편인가봐요,......"

그녀는  그저 얼버무리고 있었다.

"그렇게 운둔자 마냥 살면 본인만 피곤해요,  사람이 불행한 현실과 만날수록

세상을 향한 마음의 문을 열어야 주위 사람이  나 아픈것을 알게 되고  그래야만

매사에 해결책이 나오는거라고 생각 해요.  자!  지금부터 툭툭 털고 일어나세요."

그 녀는 미장원 선옥이 엄마의 얘기에  자석에 이끌리는 쇠가루 마냥  뒤따라서

천천히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비로소 그녀는 이 작은 시골 동네의 한 아낙으로 또한 지역민으로 합류 되어가는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고나 할까?.......

그랬다.  그녀는 마음의 담을 쌓고 사는 두달여 동안 동네방네 수다의 관심대상만

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준 그 여자!  미장원 선옥이

엄마는 그녀의 삶에 있어서 확실히 이정표의 구실을 톡톡히 해 주었다.

 미장원 은 작고 보잘것 없어 보였지만 나름대로 오목조목 잘도 꾸며 놓았다.

선옥이 엄마는 그녀를 의자에 반 강제적으로 앉혔다.

그리고는 이내 가위를 들고와서 그녀의 머리를 정리 하고 있었다.

거울 너머로 보이는 그녀의 얼굴은 수척하고 몹시 피곤해 보였고 등뒤로 서 있는

선옥이 엄마는 부드러운 미소로 그녀에게 언니처럼 친절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멀리 사는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 사촌이 더 낫다고 하나?......"

그녀의 마음속에 선옥이 엄마는 어느새 은인이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다.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그녀의 머리는 어느새 단정한 모양으로 잘 다듬어져 있었다.

"어때요,  훨씬 낫지 않아요?  여름도 왔는데 이제 애들 방학 하고 나면 어디

바람이라도 확실히 쐬고 와서 뭐래도 해요.  여기는 식당일 밖에는 없는 동네라

뭘 해야할지 아직 답은 안나오지만 나도 혹시 누가 일할사람 구하면 얘기 해 줄께요."

선옥이 엄마는 끝까지 친절했다.

그녀는 이제 여름 동안은 무엇을 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한 상태여서 그래달라고

부탁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이 지났을까?

아이들의 즐거운 여름방학이 시작 되고 있었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당부를 하고 무조건 서울로 왔다.

상봉 터미널 부근 .........

그 곳에서 그녀는 PR지를 찾고 있었다.

"숙식 제공,  미싱사 구함, 전화번호000--9999"

그녀는 전화를 했다.

"네 ,  일단 와 보세요, 위치는 한독 약품,,!@#$%^&*^$@~~~~~~~~~~~~~~"

그녀는 그리로 서슴 없이 갔다.

어둡고 음침하기도 한 쪽방!.........바닥도 고르지 않은 곳에 매달리듯 늘어놓은

재봉틀 몇대!  그리고 낮은 천정에 약간 구부린 자세로 주인 인듯한 한 남자가

그녀를 맞이하러 나오고 있었다.

수염을 깍다가 베었는지  턱에는 아직도 벌건 자욱이 남아있어 웃음이 나왔다.

그 남자는 그녀의 아래위를 훌터보듯 바라보며 얘기 하기 시작했다.

"여기는 낚시갈때 입는 조끼를 만드는곳이예요,  항상 바쁘죠.  그리고 전부

아줌마들이예요. 그리고  요기 근방에들 살고 있구요. 아줌마는 댁이 어디시죠?"

그녀는 대답을 망설였다.

취직이라고는 생전 처음 인데다가 도저히 출퇴근을 할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자

그녀는 갈등 하고 있었다.

한번도 아이들 곁을 떠나보지 않아서도 그랬고  그녀 역시 한번도 집을 떠나서

생활 한적이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순간 망설여 지고 있었다.

"아줌마!  저 바쁜 사람 이예요. 빨리빨리  결정 하세요......."

그 남자는 돌아서서 홀연히 들어가 버렸다.

그녀는 그 자리에 잠깐을 서 있었다.

머리속은 아직도 얻어 맞은 사람처럼 멍한데 그녀는 아무런 생각을 할수가 없었다.

"생각좀 해보고  다시 연락 드릴께요......... 수고들 하세요!........"

그녀는 그렇게 인사를 하고 돌아섰지만 그녀의 인사를 받는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다시 시외버스에 몸을 실었다.

후회가 되었다.

"조금더 신중히 생각하고 이사를 할껄!......"

그녀의 생각은 두달전으로 돌아가 그 악몽같던 그시절의 끝자락을 다시 붙들려고

하고 있었다.  내내 ~~~  후회가 가시지 않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버스는 그녀가 내려야 할곳에 도착을 하고 있었다.

오늘도 그녀는 또다시 참패를 하고 있었다.

벌써  세번째 고배의 쓴 잔을 마시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모두 뛰어 나갔는지 집은 텅 비어 있었다.

이러다가는 아이들을 지키기는 커녕 아이들에게 그녀 자신이 짐이 될 지경이었다.

그녀는 옷을 벗어 세탁기속으로 내던졌다.

그리고는 방 한 복판에 벌렁 누워 버렸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안에 있어요?  나 미장원 선옥이 엄마인데....문좀 열어 보세요!......"

그 녀는 속옷 바람으로 뛰어 나가 문을 열었다.

문앞에는 선옥이 엄마 말고 또 한 명의 여자가 서있었다.

"들어 오세요,  ....."

그녀는  먼저 뛰어 들어와서  가벼운 옷을 빠르게 줏어 입었다.

"괜찮아요,  여자들끼리인데 뭐 어때요.  나두 집에서는 벗다시피 하고 사는걸 ...."

누가 뭐랬나?  같이온 그여자는 과잉으로 친절하고 있었다.

이 지역에서는 흔하게 볼수 없는 야하게 생긴 여자!  그게 같이온 그 여자의

생김새 였다. 그녀는 냉장고에 시원한 보리차를 갖다가 그 두 여자의 앞에다

내밀며 대접할것이 이것밖에 없어서 부끄럽다고 했다.

그 두 여자는 괜찮다며 이리저리 둘러보며 얘기 했다.

"집이 좀 덥네!  겨울에는 추울것 같아요.  빨리 돈 벌어서 이사 해야 되겠어요."

아직 겨울 생각을 꿈도 안꾸고 있는 그녀에게는 다분히 겁나는 소리로 들렸다.
 
그래도 그녀는 얼른 형식적인 대답이라도  해야만 했다.

"그래야 겠지요, 너무 급히 서두르다보니 그러네요......."

그녀는 속으로 슬그머니 짜증이 났다.

"어떻게 ....."

그녀는 두 여자가 온 의도가 궁금하다는듯 넌지시 묻고 있었다.

"응 나는 요 위에 000 다방을 해요.  지금 아무것도 안하고 계시다구요?"

그 녀는 그여자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 여자의 말끝을 얼른 받아서 미장원 선옥이 엄마는 말을 했다.

"우영엄마,  뭐하게 생각 하지 말아요, 애들이 있는데 돈은 벌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무슨?....."

그녀는 아직도 그들의 말을 이해 할수가 없었다.

그녀는 이제껏 살아오면서 여행은 물론  다방은 커녕 극장구경도 한번 못해본

촌뜨기중에 촌뜨기 였다.

"우리 가게에서 주방을 좀 보면 안될까?  하구요.  보수는 그리 섭섭지 않게 드릴께."

".........."

"여기는 식당에 가지 않으면 일자리도 없어요,  다녀봐서 알겠지만......."

그녀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그 야하게 생긴 여자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지금 식당에가서 일해봤자 한달 사십오만원밖에 안줘요, 내가 육십만원 준다니까!"

대신 아침에 조기축구회 사람들 모닝커피만 늦지않게 해주고 나면 오전에 집안 청소

래두 할 시간이 충분히 있어요.  그땐 아가씨들이 출근 하거든!......."

혼자서 잘도 지껄여 댔다.

그녀는 내용도 모르는 얘기를 아주 신이난 사람처럼 그 두여자는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그녀의 마음에 기름을 끼얹고 불을 지피느라 지껄여대고 있었다.

"좀 생각 해 볼께요.  그리고 연락 드릴께요......."

"생각을 빨리 끝내고 대답 해야되요.  자리가 항상 비어 있는게 아니예요.

특별히 미장원이 부탁을 하길래 그러는거지 사람이 없는게 아닌걸 아셔야 해요."

그리고 그 두 여자는 돌아갔다.

그 녀는 마음이 슬퍼졌다.

그녀의 인생에 첫번째 단추가 잘못 끼워진 댓가를 이제부터 치뤄야 할것 같은

불안감이 그녀의 마음을 서글프게 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모습은 아직 보이지않는데 그녀는 느낌없는 마네킹 마냥 잊고 있는듯했다.

어느듯 해는 또다시 저편너머로 자취를 감추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들어왔다.

그녀는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평소 처럼 아이들과 마주 앉았다.

그리고는 저녁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엄마가 너희둘은 엄마에 뭐라그랬지?....."

"꿈이고 희망이고 생명이요....."

우영이와 주원이는 합창이라도 하는듯 큰소리로 시원스레 대답을 했다.

"그래 맞어,  엄마가 오늘 서울 까지 갔었는데 거기는 너무 멀어서

일주일에 한번 밖에 집에 올수가 없을것 같애. ...."

아이들은 시무룩해 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여기 아까 미장원 선옥이 엄마가 누굴 데리고 왔는데  엄마한테

일해보라는데 엄마가 그냥 경험 삼아서 한번 해볼까 하는데 니네 생각은 어떨지

물어보는거야,  저기 조 위에 다방 있잖아. 거기서 일하는언니들 밥해 주는거래."

"......................"

우영이와 주원이는 아무말이 없었다.

엄마가 어딘가에 다닌다는것에  아이들은 익숙지 않은 일이라 느낌이 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녀는 벌써 결심이라도 했는지 어느새 아이들을 설득 하고 있었다.

"아침에 일찍 조기 축구회 아저씨들 커피 끓여주고 나면 아침에 집에도 올수 있대."

아이들은 그래도 아무 말이 없었다.

그 녀 역시도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전화벨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우영이는  전화를 받으러 일어났다.

"여보세요!  우영이와 주원이네  집 입니다."

"응  엄마 바꿔봐!....."

우영이는 의아한 얼굴로 그녀에게 전화를  받으라고 내밀었다.

"여보세요!..."

"어때요,  생각은 다 하셨나요?  우리가 급한데 지금 다른 사람도 있어요....."

그녀는 이제 대답을 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래요 제가 갈께요..............."

그녀는 그렇게 떠밀리듯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제부터 처절한 그러나 용감한 그녀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