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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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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은 남자의 방문


BY 봉지사랑 2003-11-09

씁쓸 했다. 그 꼴난 사무실안에서의 진풍경이 너무도 씁쓸한 느낌이었다.

얼마후 그녀는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 시내 한가운데에  내리고 있었다.

물론 택시 기사 아줌마의 명함을 받은것은 두말할것도 없었다.

"그래, 여기 어딘가에는 내가 할수 있는 그 무언가의 일이 있을것 이다."

이제 다시 그녀는 이곳저곳을 유심히 살피고 눈여겨 보며 다니야 했고

어느새 해는 중천을 건너서 뉘엿뉘엿 석양을 향해 종횡무진 달아나고 있었다.

"아이 들이 불안 해 할텐데.....쪽지라도 써놓고 나올껄!"..........

걱정이 되니 여간 마음이 바빠지는게 아니었다.

그래도 길이라도 익혀놓고 돌아갈 요량으로 그녀는 주위를 살피며 계속 걸었다.

시내 안에는 그리 시골스럽지 않은 시장이 있는듯 했다.

그 시장안에는 여러가지의 다양한 가게 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나름대로 자기의

역활을 곧잘 해내고 있는듯 해 보였다.

그릇가게가 있는가 하면, 화장품할인점이 있고. 그옆으로는 미장원이있고,

양품점에 신발가게 등등.....  그리고 저쪽 중앙인지 싶은곳에 그녀의 눈에
 
확~~들어오는 가게가 있었으니 그야말로 반갑기 그지 없는 주단집이 자리 했다.

그녀는 그 곳을 향하여 빠른 발걸음을 내어놓았다.

이윽고 그 집앞에 서는 순간 안을 사알짝 들여다 보니 가게 안은 썰렁하니

주인도 없는가게처럼 텅 비어 있는 모양이 눈에 들어 왔다.

가게옆 모퉁이에 고추자루를 늘어 놓고  앉아있는 아주머니 만이 수문장처럼

 주단집 입구를 지키는듯 해 보였다.

그녀의 어슬렁 거림을 눈치 챈 고추장사 아줌마는 지레 경계를 하는듯

그녀에게 시선을 맞추고 눈도 떼지 않고 한가한척 하고 있었다.

"아주머니!   여기 이 주단 가게 주인은 어디 계세요?...."

그녀가 얼른 먼저 말을 걸었다.

"네?   뭐 한복 맞추시려구? .... "

"그게 아니구요,  뭐좀 여쭈어 보려구요......"

그녀는 우물 거리며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잠깐 기다려요,   루디아야! ~~~  루디아네 손님 왔어! 내려와봐~~~~~   "

귓청이 찟어질듯한 탁한 목소리로 주단집 건물 이층에 대고 소리를 질러댔다.

그녀는 당황했다.

"아니 뭐 그렇게 까지 부르실것은 없는데......"

그녀는 내심 고추장사 아줌마가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손목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시간은 이미 오후 7시를 향해 돌고 있었다.

누군가 건물 바깥 계단을 통하여 내려오는듯 했다.

그리고는 이윽고 예쁘장하게 생긴 남자가  그녀의 눈앞에서 가게안으로

들어서며 그녀에게 들어오라고 하고 있었다.

그녀는 순간  이남자에게 어떻게 얘기를 시작해야 할지 약간은 당황 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안녕 하세요? ....  저 ... 다른게 아니고 사장님댁에 바느질감이 어떠신가

하는데요,  혹시  바느질 할 사람이 더 필요 하시진 않나 해서요....."

그녀는 망설일 필요도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왜요?  가을 부터는 많이 필요하죠,  그런데 지금은 일년중 가장 힘든때가

되어서 아직은 있는 사람도 일감이 없어요......."

황당했다.  "겨우 용기를 내어서 들어왔는데 이게 뭐람......" 무안 스러웠다.

"그럼 나중에라도 일할 사람이 더 필요 하시면 연락좀 주시겠어요?...."

"그러세요,  여기에다가 전화번호를 적어 놓고 가심 제가 연락 드릴께요."

그녀는 한복에 관한 무엇이든 다 만들수 있고 꼼꼼하게 해드릴 자신이 있다며

그 남자가 내미는 수첩에 빼곡히 적힌 바느질 아줌마들의 명단 밑에 자신의

이름을 약간 큰 글씨로 적어놓고 나왔다.

그리고는 머릿속이 텅~~ 빈듯이 멍~~  해지는것을 느끼며 이내 버스를

 탈수있는 차부로 발걸음을 옮겨놓았다.

마침 7시 30분 막차가 그녀가 오기를 기다렸다는듯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녀는 반가운 나머지 그 버스가  자가용 처럼 느껴졌다.

그리고는 집으로 편안히 돌아올수가 있었다.

아이들은 이미 돌아와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엄마!  엄마!~~~~  "

그녀가 집안으로 들어서자 아이들은 반색을 하며  반가워 어쩔줄 몰라했다.

아이들을 보자 갑자기 그녀는 오늘의 고배에 순간들이 스치듯 떠 올랐다.

"엄마!   근데여!  앞에 미장원 아줌마가 김치를 담궈다 주셨어요, 아주 많이요."

주원이는 그녀에게 기쁨을 주려고 작정이라도 한것처럼 그녀에게 신이 나서

김치 얘기를 계속 했다.

"누나 하고 먹었는데요.  아주 맛있어요.  엄마도 김치하고 저녁밥 잡수세요."

우영이는 쟁반에  저녁밥을 차려가지고 그녀앞에 내밀고 있었다.

"이게 뭐야?  누가 밥을 했니? ........."

미장원 아줌마가 밥물도 봐주구 가셨어요.  엄마오시기 전에 밥해놓는거라구.."

"그리구여 , 이제는 제가 할수도 있을것 같아요...."

졸지에 우영이는 소녀가장이 되어 버렸다.  그녀는 몹시 울고 싶어졌다.

그래도 그녀는 울지 않았다.  그냥 일상처럼 칭찬을 하며  쟁반에 놓인 김치를

한점 집어서 입에 넣었다.  비릿한 젓갈내음 이 입안에 감돌았다.

"응~~  아주 맛있네, 그래서 너희들도 많이 먹었니?..."

애써 태연한척 그녀는 저녁밥을 먹으며 조금은 기분이 우울 했다.

"엄마!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맞춰보실래요?.."

".........무슨일이 있었는데?....."

그녀는 다시 놀래고 있었다.

"학교에서 시험 봤는데요,  누나가 그러는데 백점 자신있대요. 나두 백점인데..."

그녀는 주원이의 말이 설사 오답이어도 좋았다.  기분이 금새 날아갈것 같아졌다.

"안에 누가 있지?... 여기 손님 오신것 같은데......"

창문을 누군가 두드리며 그녀와 아이들에게 얘기하고 있었다.

"제가 나가 볼께요....."

주원이는 다람쥐 처럼 뛰어나갔다.

이윽고 그녀 앞에 들어선 사람은 바로 헤어지고 온 그 기분 나쁜 그 남자가

거기에 우뚝 서있었다.

그녀는 밥을 먹다가 수저를 떨구고 있었다.

"............."

".............."

"............"

우영이도 주원이도  그녀도 모두 할말을 잃어 버렸다.

다시는 마주치지 말아야할 그 괴로운 얼굴! 그 얼굴이 거기에 그렇게 초라한

그들의 보금자리에 함부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창가로 가서 창밖을 내다보고 서있었다.

우영이는 밖으로 나가 버렸다.

주원이도 체념한 사람처럼 아무런 말도 하지않고 그렇게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동안 잘 지냈어?......  주원이 잘 있었니?...."

"............"

주원이는 침묵했다.  그리고 시선을 떨군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쓰러질것 같았지만 이를 악물고 참고 있었다.

"어떻게 지냈어?......"

그 남자도 목이 메이어 오는 모양이었다.

"........"   그래도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우영이를 찾으러 밖으로 나와 버렸다.

우영이는 앞에집 김치를 담가다준 그 여자 바로 미장원 아줌마 한테 붙들리어

미장원에 있었다.  미장원 여자가 너무나 고마웠다.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그 기분 나쁜 헤어진 그 남자는  돌아서 가버렸다.

그녀와 우영이는 집안으로 들어섰다.

주원이는 그저 천정을 쳐다보고 앉아있는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와 우영이도 아무것도 궁금해 하지 않았다.

각자 서로가 아픈곳을  건드리게 될까봐 눈치를 살피며 그밤을 그렇게

잠자리에 들고 있었다.  아침이면  동녘에 해는 또다시 떠오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