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내나이 이제 중 1이다.
학교에 올라가다가 멈칫 서서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았다.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서 채 5분도 안걸리는 거리..
4층에서 가방을 던지면.우리집 마당에 정확히 꽃힐 거리.
난, 복도 많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천장을 올려보고 한숨이 나왔다.
"오늘 담임 선생님한테.. 어쩌지 ...
엄마한테 언제까지 공납금 낼 수 있는 지..알아오라고 하셨는데"
학교가 가까워서 엄마는 항상 다행이라고 하셨다. 차비가 들지 않고..
공납금, 조금만 기다려 ..오늘 장사한 것 합해서 엄마가 만들어 볼께..
"네.."
엄마는 일하러 가시고 , 휑그라니 빈집같은 고요가 느껴진다.
가방을 들고 교문을 들어서고 교복의 행렬틈으로 내가 빨려 올라간다.. 좀 어지러웠다..
마른 체구에 교복치마 밑으로 하얗고 가느다란 종아리,
가방은 벌써 쓰레기통에 버려질 정도로 낡고
...
동네 고3짜리 언니가 졸업하면서 버리려는 것을
엄마가 구해 오셔서 내차지가 되었다..
모두 새가방인데..
우리반에 오직 나 혼자가..유행에 떨어진 큰뭉치 가방을 들고
교실에 들어온다.
조례시간
다른때보다 선생님께서 빨리 교실에 오셔서 조례를 시작하신다
"1학년 7반 여러분,...
우리 만난 지 이제 겨우 세달이네..
선생님과 이제 좀 친해졌는데..선생님이 사정이 있어서
학교를 그만 두게 되었어..
다음주 월요일에 정기조례시간에 새 선생님이 오시게 될거야.."
"선생님은 여러분 모두를
가슴속 깊이 기억하고 지낼께.."
그러면서 아이들 하나하나에 눈을 맞추어 주셨다.
선생님..그제서야 난 선생님을 아주 오래 눈을 마주하고 바라보았다.
선생님께서는 다시 앞문을 열고 교실에서 사라지셨고..
그리고 몇 분 후에
미향야..선생님께서 너 교무실로 오라고 하셨어"
복도에서 우리반 아이를 만나신 선생님께서
날 찾으신 거였다..
쭈빗..
교무실은 항상 들어가기가 무서웠다..
그래..미향아.. 여기 앉아..그래 ..
선생님하고 이제 헤어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네..
이번에 지능검사한 결과가 나왔는데..
네가 지금 성적이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구나..
앞으로는 더욱 열심히 공부하기를 바란다..
선생님과 ..약속할 수 있지..
그리고 이 노트는 선물이야.."
노트...겉표지는 초록색으로..한양대학교라고 쓰여있었다..
대학노트 ..
그래..이제 가보아라..
교실로 와서 그 초록색 노트를 다시 보았다.
선생님께서 왜 나에게 지능검사얘기를 하셨을까?
그리고 이 노트는 왜 내게 주셨을까?
처음 선생님께 받아본 호의와 애정에
난 , 마음이 무거워졌다.
엄마가 아침 일찍 일하러 가셨다.
새벽녁에...
"아빠와 동생은 아침에 상을 차려서 밥 먹게 해 주고
도시락은 싸서 학교에 가거라.
그리고 빨래는 삶을려고 비누칠을 해
놓았으니 그것 삶아서 널어놓고..엄마가 오늘 늦게 올지 모르니
저녁밥 지어서 먹고..엄마..가야겠다"
그 소리에 깨었다가 조금 더 눈을 부치고 일어나야지 하다가
그만..
아침은 건너뛰고,,빨래를 삶기 시작했다.
다 끝내고 교실로 달리기 시작했다.
복도에서 1-7반 을 확인
뒷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갔다.
순간, 잘못 들어왔나
키가 아주 커서 그런 사람은 처음 보았으니
칠판에 붙어서 서 있는 모습도 그렇고
머리가 칠판 위에 올라와 있는 게 아닌가.
다행히 뒷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을 보지 못했던 것이
틀림없었다
고개를 차마 계속 들지 못하고 눈은 바닥을 향하다가
하마터면 뒷줄에 앉은 친구 미숙이의 목소리를 놓칠 뻔했다.
미향아~ 얼른 들어와..
다시 한번 1-7을 확인할 필요는 없었지만.
내 자리를 찾아서 앉고서도..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반 아이들의 시선이 나의 얼굴에 꽂히는 것 같았다.
선생님께서는 막
칠판에 이름을 적어놓고 자기소개를 하시는 중이었다.
이..성..모.. 李 聖 暮
" 이번에 1학년 7반 담임을 처음 맡게 되었어.
처음 학기부터가 아니어서 여러분도 적응하기 어렵겠지만
우리 빠른 시간내에 얼굴을 익히도록 하자..
선생님은 강남대학교를 올해 수석으로 졸업하고
..들어갈때는 수석이 아니었단다..(얼굴이 빨그레해지셔서)
처음 학교라는 곳에 들어오게 되었어..
사는 곳은
교문에서 오른쪽...위로 올라가서
첫번째 에서 좌회전..쭉 가면..
이때 반 아이들이.
선생님 좌회전하는 데가..미향이 집이예요
누구..미향이.
손 들어봐..
바로 나였다..
첫 시간에 지각을 하여서 고개를 들 수도 없어서
그래도 선생님은 그래~ 하고 넘어가 주셨다
"그래 계속할께..
쭉 올라가서 다시 우회전 하면 공터에 나무가 있고 단층양옥이
있어..거기가 선생님이 태어난 곳이고 그 나무는 아버지께서 직접
심으신 나무이지..난 그곳에 내가 새집을 앞으로 짓게 될거야"
선생님은 청산유수로 첫 시간을 이렇게 재미있게 이끌어 가셨다.
59명의 학급 친구들은 눈이 동그레 해가지고
신기한 눈으로 선생님과 친해졌다.
선생님 교과는 국어수업..수업시간전에 들어오셔서
"내가 너희들이 보고싶어서 빨리 들어왔지..
이름을 빨리 익혀야 할텐데..하시면서 교무수첩과
얼굴을 번갈아 보시면서 나름대로 외우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일 부터는 7시 30분 까지 등교를 해야 한다..
알았지..아침에는 교양 시간을 내가 하고,그 이후에
첫 수업까지 시간이 남으면 자율학습 시간을 가지게 될거다..
잘 기억하고 늦지 않도록...
이상.. 종례시간에 선생님의 말씀..
어쩌지.오늘 처럼 늦으면 안 되는데..
살림을 하면서 학교를 다니는 나..
동생은 어려서 그 당시 유치원도 없던 시절이라서
아침은 내가 챙겨서 먹이고 와야하고,
빨래도 빨래줄에 널어야 하고..
내일 부터 바빠지게 생겼네..
그리고 선생님은 키가 182cm라고 하셨다
이성모선생님 보다는 키다리 선생님이라고 불러야지..
선생님이 바뀌고 여름방학은 일 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내 펑퍼짐 부풀린 가방안에는 전에 계시는 이쁜 선생님이 주신
초록 노트가 여전히 들어 있었고
또..새로운 노트가 한 권 생겼다.
그것은 키다리 선생님께서 우리반 모두에게
노트 한권을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내용은 자유~
뭐든지 학교에서 그날 그날 생각나는 것을 적으라는 것이었고
또
매일의 숙제가 주어졌다
그당시 문구점에서 10장씩 싸게 팔던
16절지에 앞뒤로 공부한 내용을
오전에 조례시간이 끝나자 거두어서
선생님께 제출해야만 하였다.
처음이라서 선생님은 두장을 하라고 하셨다..
영어를 적는 친구가 거의 전부였다고 할 수 있다.
한자시험이 있으면 한자를 적었고..
사실 한 면을 채우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우리 교실은 항상 쥐죽은 듯이
조용한 학급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그 두장의 16절지는 어길 수 없는
매일의 목표가 되었기 때문에..
중학교를 입학 할때 영어 알파벳을 A도 모르고
들어가게 된 나는 그 숙제가 가장 어려웠다.
키다리 선생님은 아침에 어김없이 7시 30분에 교실에 들어오셨다.
오늘은, 작가에 대해서 얘기를 할려고 해..
흑판에 한 작가이름을 쓰고
작가가 하늘을 본다를 설명하기 위해
하늘도 그리고 별도 그리셨다.
문단에서 유명한 작가뿐 아니라
이중섭..소를 그린 분 아니신가
작가얘기가 거의 끝날 지점에
행복한 부부이야기를 하셨다
'어떤 부부가 있었어
세탁기가 없는 그 부부는 살면서
세탁기를 가지고 싶다는 얘기를 하게 되었어.
그래서 세탁기라는 꿈을 가지게 된거야.
세탁기는 이제 물체가 아니라
하늘의 별이라고 할 수 있는 가치로 변하게 되었지.
부인은 빨래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 했고
남편도 그 고생을 안다고 하였어.
그래 ,우리 조금씩 노력해서 꼭 장만 하기로 하자.
부부는 서로의 눈속에서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별을 바라보며
하루 하루 지내게 되었어.
매일 매일 그꿈을 바라보며 지내게 되었어.
고통도 따르게 되었지.
아껴써고 또 아끼게 되었어..
그리고 그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 되었어
그 부부는 정말 행복했어.
손에 만지어 지는 그 행복에 정말 황홀했지.
그리고 또 알게 된 것이.
꿈을 간직하고 별을 품고 있던 그 때가
가장 행복하였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지.
난 여러분에게 꿈이야기를 부부이야기로 하고 있는거야
마침 1교시 수업종이 울렸다.
당번을 맡는 친구가 나가서 수업준비를 할려고 하였고,
선생님은 화장실 갈 시간이 없게 되어서
미안해 하시는 얼굴로 출석부를 가지고 앞문을 열고 나가셨다.
난 칠판에 그려진 별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주번이 지우개로 지우고 나서도 내 시선은 고정되어 있었다.
1교시에 영어 수업이 있었다.
유성음과 무성음에 관해서 설명이 이어졌다.
사실 백지 상태에서 수업을 들어서 하나도 모르는 내용이었다.
영어는 적어도 단어를 찾아놓고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사전이라는 것도 모르고, 영어 알파벳을 구경도 못하고
중학교를 들어왔으니,
하지만 수업을 대하는 것에 변화가 있었다.
열중하고 또 열중을 하였다.
수업종소리를 잊고 선생님의 말하려는 의도를 알려고 노력을
많이 하였다.
나도 칠판에 그려진 별의 이야기를 믿고 따라가고 싶었다.
나의 커다랗고 펑퍼짐한 가방이야기는 이제 쑥 들어가 버려서
엄마도 가방을 사야겠네 라고 말씀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여름방학이 다가왔고 1학기 수업이 끝났다.
방학을 알리기 위해서 선생님께서 교실로 들어오셨다.
"이번 방학숙제로 독후감쓰기를 낸다.
제목은 '막스 데미안' 서점에 가면 구할 수 있고
독후감은 방학이 끝나면 제출을 하도록..
원고지에 쓰도 되고, 노트에 적어도 괜찮다.
선생님도 여러분 나이때에 읽었고, 그 이후에도 두번 더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이번 여름방학때 여러분과 똑같이 다시 읽을려고 한다"
잘쓴 학생에게는 20점 만점을 줄 것이고 기본점수는 15점이다 ..
그럼 여름방학때 물조심하고 1주일뒤부터 여름 자율학습이 있는 것 알지
그때 만나도록 하자.. 그만.."
아이들마다 웅성웅성 말이 아니었다.
칠판에 적은 대로 책제목을 노트 표지에 옮겨적고
반 아이들과는 짧은 작별인사를 하고 교실을 나섰다.
시장안에서...
"엄마, 오늘 방학했어'
"미향아, 오늘 엄마가 아침도 못먹고 이러고 있네.
저기 식당 보이지..저기 가서 밥 시켜놓고 와.
너 밥 안먹었으면 공기밥 하나 더 달라고 하고.."
"네"
학교에서 바로 왔으니 시간은 거의 점심시간이었는데
엄마는 아침을 드실 시간을 놓쳐버리고
부지런히 대야에 물을 갈아주고 계신 것이었다.
식당에서 아줌마 께서
"너 , 저기 부산댁 딸인가 부지
중학교 올해 들어갔다고 하지..
착하기도 하지..엄마랑 맛있게 먹어라"
그러시면서 물김치도 넉넉히 담아주시고 "빈그릇은 나중에 내가
찾으러 가마..얼른가, 엄마 기다리시겠다"
시장바닥에서 모녀가 같이 밥을 먹는 경우는
흔하지 않아서 나는 며칠 사이에 아주 여러 아주머니를 알게 되었다.
"저 , 부산댁이 딸 학교마치고 왔나보네"
엄마보다 먼저 나를 반겨주시던 시장의 많은 어머니들..
점심을 비우고, "미향아, 뭐 필요한 것 있으면 말해라.
책도 사야 안하나"
"네..그럼 2000원 주세요"
"그래, 이제 집에 가봐라, 차 조심하고"
2000원을 받아서 호주머니에 넣고 일어서려는 순간
손님이 오게 되었다
엄마가 장사라는 것은 해보셨지만, 생선은 처음이셨다.
널판지에 길다란 못을 박아두었다가
아나구(장어)를 다듬어서 못에다가 고정을 시켜서
넓직하게 정리를 하여서 잘게 채를 쳐서
파는 것이 엄마의 일이셨다.
날씨는 맑았다.
한사람마다 하나의 채양으로 그늘이 만들어져 있었다.
낮에 본 엄마의 얼굴이 많이 그을려져 있는 것을 보아서
더욱 마음이 쓰렸다 .
서점에 갔다 .
1,500원으로 책을 사서 가방에 넣었다 .
집에 와서 보니 아궁이에 불이 껴져 냉골이 되어있었다.
엄마가 여름이라도 가끔 불을 때셔서 어제저녁에는 괜찮았었는데..
저녁 7시쯤에 엄마가 오셨다
"미향아, 가서 연탄 3장하고 착화탄 사가지고 와라"
"네"
머리에 이고 올 수 있도록 세수대야를 손에 들고 나섰다.
갈림길을 지나서 50m쯤에 허름한 연탄집이 있다.
그 집에는 어두워도 좀처럼 불을 안켜시는 주인 아저씨와
몸이 약한 주인 아주머니가 계셨다.
빨리 가는 길은 그 골목을 벗어날때 까지 가로등하나 없는 길이었고.
가게는 항상 불이 꺼져 있어서 지나가기가 싫었다.
반면에 돌아서 가는 길은
우물이 마당에 있는 반친구집을 지나 가는 길이었는데
방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으로 조금 밝았다.
난 갈림길에서 생각을 해보았다
"어디로 갈까, 빠른 길로 가야지..오늘은"
그 순간
갈림길에 있는 가게에서 하얀 앞치마를 두른 주인아저씨가
방금 도너츠를 기름솥에서 건지고 있는 중이었다.
'참 맛있겠다..언제 엄마한테 꼭 사달라고 해야지.'
가게 테레비에는 가요 프로가 나오고 있었다
"하늘에 ~구름 떠가네 보라색 그향기도 ..
이 몸이 하늘이면 얼마나 좋을까 ..
내곁에 사랑도 가네 빨간 입맞춤도 ..
시간이 멈춰지면 얼마나 좋을까 ..
비맞은 태양도 목마른 저달도 내일의 문앞에 섰네 ..
아무런 미련없이 그대 행복위해 돌아설까나..
타오르는 태양도 날아가는 저새도 ..
다 모두다 사랑하리 ~~" ..
내가 참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
그자리에 서서 눈을 올려다 보았을때 ..
송골매의 싱어인 구창모씨가 열창을 하고 있었다. ..
입으로 따라 부르면서 ..
골목을 들어서니..
무서운 공포는 사라지는 것 같았다. ..
'난 겁이 좀 많아..노래가 이럴때 참 도움이 되네'
주인아저씨께서 늦게 나와서 불을 켜고 연탄을 세수대야에
담아 주셨고, 난 머리에 이고 집으로 올때까지
그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
집에 와서 마지막 부분을 다 들었다.
착화탄을 태워서 아궁이에 불을 때고
늦은 저녁을 먹었다.
낮에 사온 책을 꺼내서 앞부분을 읽다가
잠이 들었다.
"미향아..
너 숙제 다 했나?"
내 친구 연숙이가 낮에 놀러 왔다 .
"아니,앞부분 읽다가 잠이 들었어"
"책은 도서관에 가서 읽고
우리 내일 저 동네 목욕탕에 같이 갈래"
"거기는 여기서 멀어서 우리반 애들도 안오고
그리고 거기는 쑥탕이란게 있다 아이가"
"그래.."약속을 했다 .
내 친구..연숙이
유일하게 서로 마음이 통하고 속내를 얘기하는 나의
절친한 친구이다.
할머니댁에서 한달을 지내다가
남동생과 나만 부보님곁에 오게 되었었는데.
헤어진지 6개월만에 이제 함께 모여 살게 되었다.
할머니께서 오시면서 우리는 다시 대식구가 되었다.
우리 5남매와 부모님 그리고 할머니...
할머니는 1910년대에 태어나셔서
14살에 시집을 가셨고 남매를 낳으셨는데
얼마나 억척스러운 분이셨는지
새벽잠도 없으셨고 기운도 장사이셨다.
"할머니께서 오시면,
미향이 와 동생 미진이 ,미희는 할머니와 같은 방을 쓰고
할머니께서 잔소리를 하더라도 대들지 말고 공경하면서 지내야 한다.
집안일은 전처럼 하면 되고 밥과 반찬정도는 할머니께서 하실 수 있을 게야"엄마가 우리를
모아놓고 말을 해 주었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우리집은 급수사정이 나빠서 우물에서 물을 길러다 먹었는데,동생들과
같이 하니 수월해졌고 할머니깨서 해주시는 밥은 달고 맛있었다.
"그동안 미향이 니가 밥해먹고 학교다니느라 고생이 많았재!"
우리 할머니는 동네에서도 부지런하시고 깔끔한 분으로 자자하게 소문이 날정도로 항상 움
직이셨고 집안은 윤기가 흘렀다.
"포도나무가 잘 될것 같은데 ..미향아, 음식 찌거기 남은 것 뿌리고,
옆의 잡초 손 좀 봐야겠다, 그리고 장독도 이참에 정리를 좀하고..
할머니는 된장,고추장, 젓갈을 담은 장독을 여러개 가지고 오셨는데
열어보니 모두 꽉 차있었고, 빨래 방망이도 가지고 오셨다.
그것으로 두들겨서 빨래를 하는 아주머니가 참 많았는데
"할머니, 이것 가지고 빨래터 가도 되죠? 난 그 방망이 하나에도
큰 살림인양 즐거워했다.
연숙이와 약속한 것이 생각이 났다.
목욕탕은 멀어서 버스를 타야 했고. 정류장에서 내려 길을 건너니 연숙이가 오는 것이 보였
다." 너도 빨리 왔네, 내가 먼저 들어가고 5분만 기다리다가 니가 들어온나,
알았제.. 나 맨날 할머니랑 다니다가 오늘 니랑 처음 온다..그럼 나 들어갈께"
연숙이도 할머니랑 사는 구나..'
연숙이랑은 도서관에서 시험기간 내내 친해졌고,
시험이 끝나고는 도서관옆
화단에서 둘만의 대화를 한번 나눈 적이 있는 친구였다.
집안 얘기는 서로 별로 하지 않아서 할머니랑 사는 줄 오늘 처음 알았다.
5분뒤에 내가 들어갔고 처음 보는 쑥탕에 들어가서 누가 오래 참고 있나 내기도 하였다.
난 1분을 세고 있다가 도저히 못 견딜 것 같아서 나왔는데. 연숙이는 나보다
오래 참아서 놀랬다.
"내가 나가서 먼저 기다리고 있을께 ..밖에서 만나자"
연숙이가 먼저 나가고 내가 그 뒤에 나갔다.
집이 가까우니 들러서 가자고 해서
재래시장을 통해서 골목으로 난 연숙이네집에 처음 가게 되었다.
아주 낡은 집들이 붙어 있었고.지나가다 보니 쾌쾌한 냄새가 나는 곳이 있어 보았더니 공중
변소라고 쓰여져 있었고, 사람하나 겨우 지나가는 골목을 들어가서 한번 돌고 두번째 골목
에 할머니께서 쌀을 씻는 소리가 들렸다.
옆집에서는 작업복을 비누칠해서 빨고 있는 아주머니가 보였고,골목이 좁아서 비가 오는 날
에는 우산을 접고 들어와야 할 정도였다.
방안에 가구는 없었고, 작은 재봉틀이 하나 있었고 그 위에 중 1학년 교과서가 꽂혀진 것이
보였고 작은 거울이 문 옆에 있었다.
"할머니, 내친구..전에 말한 미향이..왔어요"
"니가 미향이구나..둘다 덥겠네..들어와서 미숫가루 타 놓은 것 마시거라
할머니는 쌀 씻어놓고 시장에 갈려고 했는데 저녁 먹고 갈래 "
"아니,.다음에 와서 먹을께요 오늘은 목욕 간다고 하고 나와서 기다리실 거예요"
사양을 하고 다시 골목을 지나서 시장쪽으로 난 길로 나왔다.
"미향아, 우리집에 온 친구는 니가 처음이다..
아무도 내가 여기 사는 줄 모르고,
가정방문할때도 선생님 못 오시게 했거든..엄마하고 아버지는 여기 안 사시고 나랑 할머니랑
삼촌하고만 지내거든.."
"응"
조금 놀다가 집을 나섰다.
문앞까지 따라 나와서
이번에는 공중변소와 반대방향으로 난 골목을 거쳐
작은 우물이 있었고 새로운 길이 나 있었다.
"그래 저리고 가면 버스 안타고 바로 갈 수 있을 거야..
그럼 잘 가..안녕"
손을 흔들고 나는 오르막 길을 따라 집으로 갔다.
그 날이후 우리는 쪽지를 많이 주고 받는 친구사이로 발전하게 되었다.
"미향아, 난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넌 어때?
우리 앞으로 잘 지내자"
연숙이는 나에게 마음의 편지를 보내주었다.
아버지가 하시는 전파사는 손님이 늘지 않았다.가끔 형광등을 찾는 손님이 있어서 도매상가
에 가서 물건을 사 와야만 했다.그 일은 내가 하였다.
자전거 뒤에 형광들 , 피복전선 2종류 , 검정테이프 ,건전지..등 메모지를 들고 물건을 사와
서 진열을 하고 가격표를 붙이고 학교가 파하고 오면 가게를 보는 일도 하였다.
아버지는 출장으로 가시면 오전에 가시면 오후 늦게 오시는 날이 많았다.
정에 약한 분이 되셔서 수리가 끝나서 돈 한푼 받지 않고 술로 셈을 마치고 밤에 들어오시
는 날이 대부분이셨다.
방학을 하고 가게 정리를 깨끗이 하고 유리문에 광고글자를 쓰게 되었다.
아버지께서 페인트와 붓으로 '우리전파사'
'전자제품 수리합니다'
라디오 .테레비 ,냉장고 , 석유곤로 , 심지 팝니다
이렇게 쓰셨다..
멀리서 봐도 눈에 잘 들어오는 글씨였다.
아빠를 도와주는 광경을 지나가던 키다리 선생님께서 오랫동안 보고 계신 것을
나는 조금 후에 알았다.
우리집가게 앞에는 조그만 슈퍼가 있었는데 거기서 나오면서 나를 보셨던 것인데
나는 아는체 하지 않았다.
선생님이 막 골목을 들어가시는 것을 보았으므로..키가 크시니 금방 눈에 띄었다.
조그만 슈퍼는 방학으로 조금 한산한 것처럼 보였다.
수업이 있을때에는 수업종이 울리기가 무섭게 교실에서
"아저씨 이것 저기 뒷문으로 올려주세요"
그러면 아저씨는 하늘에서 날아오는 주문용지와 돈을 챙겨서
가게로 다시들어가
과자를 챙겨서 거스름돈까지 꽁꽁 묶어서 뒷문을 넘겨서 학교안으로 던져주셨던 것이다.
이 광경은 하루에도 몇번씩 일어나는 일이었다.
학교 뒷문은 담보다 조금 낮았는데 그 문이 이럴때는 유용하게 쓰였고,
그 아래 흐르는 실 도랑에는 물이 깨끗할때 보면 동전이 몇개 보이기도 하였다.
그 동전은 동네 개구장이들의 과자값으로 충당이 되었다.
그 슈퍼옆으로는 막걸리를 파는 집이 있었다.
아버지를 찾는 손님이 계시면
"잠깐요..아버지 찾아올께요 "하고 달려가면 아버지는 친구분들과 그곳에 계셨다"
주전자에 막걸리 심부름을 하러 갈때도 그 집으로 갔다.
한 번은 아버지를 부축해서 집으로 와야 했었는데 그 때 하필 선생님을
가게 앞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난 고개를 숙이고 선생님을 못본체하고 내 할일만 하였다.
"같은 동네에 살다보니 이런때에도 마주치고.
많이 속상하였고 미리 알았드라면 피할 수도 있을텐데..
그리고 동네 친구들과 골목에서 고무줄뛰기를 하고 있다가 또 선생님을 만났다.
맨발로 뛰다 보니 발바닥은 시커멓게 더러웠는데.
그리고 그당시 유행하던 만화책을 동네에서 돌려다 보았는데
그것 반납하고 오다가도 또 선생님을 만났다.
방학동안 벌써 3번이나 집앞에서 만나다니.
빨리 학교에 갔으면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할머니가 오시고 빨래터에 가는 것에도 요령이 생겼다.
할머니는 빨래를 삶은 후에 나머지 빨래를 세수대야 위에 올리고 가면 두번 갈 일이 없겠다
고 하셨다.
그래서 집에서 제일 큰 대야안에 세수대야 그안에 빨래방망이 이렇게 해서
머리에 이고 다녔다.
키가 작은 아이가 머리에 이고 가면 다들 피해주었다.
집에서 꽤 먼 거리를 다녀오면 하루 해가 짧았고 놀 시간이 줄어들어서
아침 일찍 빨래터에 갈 궁리까지 하고..
동생 미진이가 날 쫓아서 같이 가서 심심하지 않았다.
빨래터는 작은 오솔길을 올라가야 나오고 빨래터 너머에 또 마을이 있어서.
아주머니가 항상 많았다.
그곳에 가기가 어렵지 가면 재미도 있었고, 동네 아주머니랑 친해지니 심심하지 않았다. 어
떤 할머니께서 하루는 오셨는데 이번에 손녀딸을 또 보았다고 하셨다.
전에도 딸이고 이번에도 또 딸이네.."
우리집도 딸딸딸딸 그리고 아들인데
내가 그중의 둘째이고 난 그 할머니가 기저귀를 삶아서 헹구워서 떠날때까지 '우리집은 딸
이넷인데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 할머니처럼 방망이로 빨래를 때리며 씻으니 의외로 시원하게 빨래가 되었다.
방망이를 처음 사용하는 날이 그날이었다.
아주머니들은 제각각 방망이 하나를 대야에 꼭 넣고 오셨다.
시골이라서 인지 거기서 물을 마시고 윗마을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거기가 딱 중간 쯤 되는 곳이었던 가 보다.
연숙이네 집에 다시 가게 되었다.
숙제도 같이하다가 연숙이가 내게
"너 ..꿈에 결혼같은 것 안해"
"무슨 결혼.."
"나는 꿈에서 결혼을 했어 얼마전에.."
"그래 신랑이 누군데.."
"그건 비밀"
연숙이가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넌 그런 적 없어?"
"사실 나도 있었어.."
"누군데?."
"넌 얘기안하고 나보고 하래..내가 얘기할께 너도 얘기
해줘.."
"음..우리 담임선생님"
"피...호호호호 ...나도 실은 우리 선생님이야"
우리는 서로 웃음을 참지 못하고 한참을 웃었다
떼굴떼굴 굴러 가면서 서고 얼굴을 가리키고 그렇게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다.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너고 그랫네
난 한번만 그러고 그 다음부터는 그런 꿈 안꾸었어"
"나랑 비슷한 시기이네..그럼 우리선생님은 인기가 대단한 건가"
"우리 이 얘기 아무한테도 하지 말자..비밀..우리둘만의 비밀"
중학교 에 올라가서 우리는 서로 둘만의 비밀을 갖게 되었다.
다시 자율학습때문에 등교를 하게 되었다
선생님께서 여름방학때 엉덩이에 물집이 생기는 학생이 생길 거라고 하더니
비슷한 증상까지 가는 친구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그 해는 무척 더웠고 교실안은 냉방장치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우리 반은 다른 반 보다 별나게 함께 모여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런데도 별로 불만이 없었던 것이 좀 특별했다.
집에서 할머니를 도와줘야 할일이 많았다.
할머니께서 가져오신 재봉틀에 올라가서 쉬운것을 박을때는 꼭 나를 찾으셨다.
할머니의 시력이 나빠지셔서 이제 그만 하셔도 되는 것을
이불 한 채라고 더 장만하실려고 할머니는 일을 찾아서 하시는 거였다.
베게보도 몇개 더 만들고
모시옷을 할머니께서 직접 만드셔서 여름에는 그 두벌로 지내셨다.
할머니께서 하루는 넘어지셔서 무릎에 멍이 크게 나신 날도 있었다.
하루하루 할머니 증세는 악화되었다.
책읽기는 고역이었다.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었다.
두꺼운 책은 나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어서 낮에는 읽을 수가 없었고
몸으로 움직이는 일을 찾아서 하고 밤에 조금씩 읽다가 또 그만두고 했다.
밤에 읽다가 꿈을 꾸면 어린시절 엄마가 포장마차를 하던 꿈을 꾸기도 했다.
그리고 나를 그렇게 이뻐하던 고모가 시집을 가서 멀리 떠나버린 꿈도 꾸었고
이사오기 전에 살던 작은 동네에서 뛰어놀던 기억
기찻길을 걸어가던 기억
여러 꿈들을 꾸게 되었다.
개학날짜가 다가와서 숙제를 마무리 해야만 했다.
그래..기본 점수만이라도 받아야 겠지..하고 아주 건성으로 숙제를 해서 가방에
넣어 두었다.
개학을 하고 선생님께서 우리의 독후감은 선생님께로 보내졌다.
"그동안 숙제때문에 힘들었을 거야..
하나하나 다 읽어 보았어..모두 숙제를 하느라 힘들어 하는 부분이 많이 보여서
안쓰러웠지만. 선생님은 아주 만족이야..
점수는 내가 잘 주었으니 나중에 알게 될 것이고
오늘 첫 수업시간이지"
16절지를 꺼내서 현재 자기의 모습에 관해서 글짓기를 하겠다.
현재의 나의 모습을 적고
그리고 미래의 나의 모습을 적어서 내도록..
50분동안 시간이 주어졌고
모두 59장의 종이는 선생님께 넘어갔다.
가을학기부터는 공부하는 것에 흥미가 많이 생겼다.
우리 반 모두가 성적이 올라서 우리 선생님께서 교무실에서 교감선생님께 칭찬을 받으셨다
고 전해들었다.
나도 성적이 많이 올랐다.
학교가는 길에는 단풍나무가 많아서,잎을 주워서 책사이에 끼워
넣고 돌아오는 길에 또 하나를 주워서 책사이에 끼워서 두꺼워진
책을 넣고 다녔다.
집에 오니 언니가 있었다.
"미향아 언니학교 알지? 시화전이 있을 예정이니 ,
친구들하고 같이 와도 좋아...
토요일부터 시작되는 시와그림 전시회...
교문앞부터 선배언니들이 나와서 방문하는 학생들에게 환한 미소를 보여주면서 안내를 하고 있었다.
소나무와 향나무가 많은 언니네 학교..
고등학교 1학년인 언니는 문학에 관심이 많아서
학교 문예반에 속해있었다.
계단마다 작은 글씨로 "위로 올라가세요!!
나무에는 저희 학교를 찾아주신 친구들 환영해요"
이런 글귀가 많았고
연못이 있는 교정에서는 떡볶이냄새와 진한 커피향..
그리고 방송반에서는 클래식 음악을 스피커로 보내주고 있었다.
강당안에 도착하니 환한 조명아래 한복을 입은 언니들이 보였다
그리고 시와 그림들은 벽면을 따라 보였고 , 공예품들, 수를 놓은
가리개, 병풍 , 뜨개작품들 , 꽃꽂이
가리개는 검은 공단에 두 마리 학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집에서 언니가 분홍보자기에 넣고 다니면서
열심히 하여서 수틀안에서 내가 많이 보아왔던 것이었다.
여러 가지색을 섞어서 학의 모습과 소나무를 표현한 것이었는데
정말 황홀 할 정도로 고왔다.
그리고 손뜨게로 만든 원피스와 가방 , 여름에 입으면 멋질 하얀 모자까지
같이 간 친구 연숙이와 " 이것 , 참 이쁘다..이것도.."
"미향아.. 여기 있었네 ..연숙이도..재미있는 구경 많이 하였지.
이리로 와 "
언니의 안내를 받고 강당 안쪽으로 걸어들어갔다.
님의 愛歌' 라는 하얀 바탕에 단발머리 여성의 옆모습이 그려진 그림위에
까만 글씨로 쓰여져 있었다.
작은 메모에 문예반 1년 김윤수
그리고 장미가 여러송이 테잎으로 해서 액자아래에 보였다.
글 너무너무 멋져요.
메모지가 옆에 준비되어있었는데, 언니학교가 아닌 타 학교에서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하나 하나를 다 읽어보고,
다시꼼꼼이 둘러보고 우리둘과 언니는 나와서 교정에서 언니들이 팔고 있는
떡볶이를 사먹었다. 언니는 다시 강당으로 돌아갔다.
할머니께서는 집의 옥상에 계셨다. 옥상에서 빨래를 뒤집어서 잘 마를 수 있도록
도와드렸고 방에서 걷어온 것을 개켜서 정리를 goTekj.
미향아 ..이것은 한번도 입지 않은 내의 인데 좀더 자라면 니가 입고,
양말, 그리고 스타킹은 겨울에 교복치마안에 입고 밖에 검정 스타킹해서
두겹을 신으면 되겠지..
이것은 할머니 물건들인데 ..이것 봐
그것은 통장이었다. 이것 언제 시간나면 할미랑 가서 찾아오자.
돈을 찾아서 내가 생각한 것이 있는데 냉장고를 하나 사야 할 것 같애.
근처의 대리점에 가서 제일 작은 냉장고를 살 수 있을 만큼의 액수였다.
우물가로 가다가 호박잎을 따서 데쳐서 저녁을 먹었다.
중학교에 올라와서 처음 소풍을 가게 되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해안도로가 있었고, 선착장에서는 언제든지
뱃고동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바다와 가까운 곳으로 소풍지가 정해졌다.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꾸불꾸불해서 1학년 전체가 올라가는 모습은
멀리서 보면 성곽같아 보였을 것 같앗다.
두사람이 혹은 한사람이 길게 이어져 올라갔고,
꼭대기는 편평하지 않고 경사가 심하였지만, 전망은 정말 휼륭했다.
바다가 아주 멋있게 자리잡고 있었고,
앞쪽으로 개인기를 펼칠 수 있는 무대가 있었는데
마치 야구장처럼 어느쪽에서 보아도 그 무대를 다 볼수 있을 정도였다.
반별로 장기자랑이 있었는데, 우리반에서 준비한 8인조 댄스팀도 좋았다.
팝송테입을 틀고 짜여진 안무를 보여줄 때 , 우리반에서 나와서 인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할 것 같았다.
그리고 , 가장 압권인 것은 새로 부임하신 키다리선생님의 차례.
선생님은 술이 약하신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으셨고, 그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박수소리가 하늘을 진동하리 크게 울렸고, 드디어...
선생님은 박수소리가 끝나고 주위가 고요함으로 바뀌고
그리고 아이들 눈이 똥그래 지고 한참뒤에
노래를 부르셨다.
아마 긴장이 많이 되셨는지 시작시간이 꽤 길었다.
한오백년
최신 유행곡으로 마음속으로 가사를 따라 불렀다.
마지막 수업이 되었다.
여러분들 ..
지난 한해 1학년 7반을 이끌고 오늘까지 오게 되었는데
2학년에 올라가서도 건강하고 우리 언제 만나도
늘 변함없이 선생님은 여러분들을 잊지 못할거야...
선생님은 항상 마음속에 기억하고 미소짓게 될 것 같다.
그럼 2학년 1반으로 가게 될 명단부터 불러 주겠다.,
교실은 숙연해지고 다들 고개를 떨구었다.
나는 또 2학년 7반으로 가게 되었고, 연숙이는 8반으로,
그리고 선생님은 2학년 6반 담임을 맡게 되었다.
아 ~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생님의 선물을 나누어 줄께.
1번부터 부를테니 나와서 받아가도록..
그것은 가을 학기가 처음 시작될 때 제출한 글짓기 였다.
다시 보니 새로웠다.
'나의 현재 모습과 나의 미래의 모습
1학년 7반 조미향
그리고 마지막에는 선생님의 친필로
미향아
용기를 잃지 않고 항상 꿈을 가지고 정진하기를
선생님은 응원 해 줄게..'
이렇게 쓰여져있었다.
연숙이와 나는 바꾸어 보면서 선생님의 짧은 글을
눈으로 읽어내려 가면서 또 읽고 마음으로 깊이 간직하였다.
그 누구에게서도 이런 감동을 받은 적은 없었다.
집으로 와서 내일부터 시작될 2학년 수업 준비를 했다.
가방안에 새교과서, 필기구, 노트..
나의 초록노트에는 나의 현재의 모습과 미래의 모습에 관한
메모를 꽂아 두었다.
몇 년이 지나 나는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고 , 내가 동생과 함께
빨래터에 가기위해 다니던 옛길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 길은 내게 너무나 기억이 생생하였고, 가다보니 내 눈에 익
은 문패하나가 보였다.
선생님의 문패였다.
공터가 있던 자리에는 나무가 있었는데. 그 나무가 참 푸르고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