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똑! 잠결에 들려오는 소리. 누군가 나를 깨우려하고 있는데 누굴까?
현민은 잠이 덜깬 눈으로 사방으로 들러보았다. 낯선 방에 자신이 누워있음에
놀라 몸을 일으켰다. '아! 내가 서울에 왔지.' 아직까지 이방이 자신의 방이라는게
적응이 안되어있었다.
"도련님, 일어나세요." 밖에서 들리는 영미는 목소리.
"네, 일어났습니다. 나갈께요." 현민은 대답을 하고 옷을 갈아 입었다.
크게 쉼호흡을 하고 밖으로 나가 화장실로 들어갔다.
따뜻한 물이 온몸을 개운하게 풀어주었다. 거울에 비쳐지는 자신의 모습을 바로보며
'그래, 내가 불편하게 생각하면, 영미가 힘들어진다.' 현민은 샤워를 끝내고 밖으로
나왔다. 구수한 냄새가 현민의 입맛을 자극했다.
"형수님, 맛있는 냄새가 진동합니다." 현민은 너스레를 떨었다.
"네~ 북어국을 끓였는데 입맛에 맞으려는지 모르겠네요."
현민의 앞에 밥과 국을 놓으며 자리를 피하려하는데
"형수님은 아침 드셨어요."
"네~ 저는 조금 있다 먹으려고요."
"혼자 먹기 심심하니깐 같이 먹어요." 현민은 영미의 얼굴을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영미도 더이상 버틸수가 없어서 밥과 국을 가지고 현민의 앞에 앉았다.
"형님은 언제 오시는데요." 현민은 어색한 분위기를 씻어내려는듯 철민의 귀가를
물어보았다.
"오늘은 온다고 했어요."
"예, 형님 못본지도 몇년 됐거든요."
현민은 연신 맛있다는 칭찬을 하며 밥과 국을 모두 비었다.
"더 드릴까요."
"아니에요.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현민을 인사를 하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영미는 그릇을 치우며 현민이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이 너무나 고마웠다.
"형수님, 저 출근합니다."
"네, 오늘도 늦으세요."
"글쎄요." 현민은 머리를 긁적이며 엉거주춤 서 있었다.
"늦으시면 전화 주세요. 전화가 없으면 일찍 들어오는걸로 알게요."
"넷, 알겠습니다." 힘차게 대답을 하고 현관문을 나섰다.
" 잘 다녀오세요." 영미는 엘레베이터를 타는 현민을 바로 보며 인사를 했다.
마침 앞집아줌마가 쓰레기를 들고 나오다 영미가 현민을 배웅하는 모습을 보더니
"남편 출근시키네. 좋을때다"
"아~예, 안녕하세요." 영미는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 죄지운것도 없는데 집안으로
급하게 들어왔다.
현민의 방을 한참 쳐다보다 영미는 들어갔다.
말끔하게 정돈해놓고 출근을 한 현민의 배려가 영미의 가슴을 더 아프게 했다.
자신이 불편할까봐 일부로 밝은척 행동하는 현민에게 영미는 그동안 잊고 살았던
감정이 다시 살아나는 자신의 마음에 고개를 흔들었다.
현민은 전철안에서 영미를 생각했다.
이름을 부르고 싶지만 이름을 부를수가 없다.
안아주고 싶지만 안을수가 없다.
현민은 영미와 한집에서 살고 있다는것만으로 만족하자고 자신을 타이르지만 앞으로
자신이 더 욕심을 낼것 같아서 무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