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카바를 씌우며 방을 한번 둘러보았다. 조금만 있으면 이방주인가 한집에 살게
된다. 남편은 계속해서 영미와 잠자리를 피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너무나 자상한 남편이지만 밤만 되면 무슨 핑계를 되서 영미 혼자 잠들게
하는 남편이다. 직업상 지방으로 자주 출장을 가는 남편이기에 더욱더 영미는 시동생
하고 한집에 산다는게 큰 부담으로 느껴지고 있다.
자신보다 나이가 적으면 좋겠지만 시동생은 두살이나 더 많다.
"아가, 아직 멀었니?" 시어머니는 음식준비를 하다말고 며느리를 부른다.
"예, 다 됐어요." 영미는 부지런히 손을 놀리고 부엌으로 향했다.
"어머, 정말 맛있겠다." 식탁에 놓여진 음식을 보면서 시어머니의 음식솜씨를 치켜
세웠다. "뭘, 현민이가 뭐든 잘 먹는다. 혼자서 오랫동안 외국생활을 해서 너 힘들게
하지는 않을거다." 여전히 며느리의 눈치를 살피는 시어머니를 바라보면서
"어머니, 저는 괜찮으니깐 신경쓰지마세요. 도련님 오면 청소를 시키고 설거지도 시키고
할거에요. 그때 속상해 하지마세요."
"그래, 당연히 시켜야지. 빨래도 지가 하라고 해라."
시어머니는 몇년동안 보지못한 둘째아들을 만난다는 생각으로 흥분되어 있었다.
"그이가 없어서 어떻해요. 하필이면 이런날 출장을 가고..."
"그래, 어쩌냐. 직장일인데... 그리고, 아직 소식은 없냐?"
"예!" 조금 놀란 목소리로 대답을 영미는 고개를 숙였다.
"아이고, 아니다. 너 부담주려고 하는게 아니고, 철민이가 워낙 나이가 있어서..."
말끝을 흐리는 시어머니를 바라보며 영미는 '어머니, 하늘을 봐서 별을 따죠'
입안에서 맨도는 말을 혼자 삼켰다.
"아가, 몇시냐. 올때가 됐는데.." 초조하게 베란다는 내다보는 시어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한숨를 쉬었다.
띵동! 띵동! 요란하게 울리는 벨소리를 듣자 용수철처럼 뛰어나가는 시어머니를
영미는 웬지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구, 현민아! 이게 얼마만이냐" 시어머니의 목소리는 울음으로 바뀌었다.
"어머니" 두사람은 들어올 생각도 안하고 현관앞에서 부둥켜안고 있었다.
"오시느냐고 힘드셨죠." 엉거주춤 서 있던 영미는 두모자를 안으로 들어오게 해야
할것 같아서 한마디 던졌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봐라. 니, 형수다. 인사 해야지. 결혼식때도 못 왔는데..."
"예, 어머니" 현민이는 안으로 들어와서 영미에게 인사를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형수님"
"예, 저도요." 두사람은 인사를 마치고 서로 한참을 쳐다보았다.
순간 영미는 현기증을 느꼈다. 두사람의 인사를 뒤로 한채 소란피우며 상을 차리는
시어머니를 뒤로 한채 영미는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현민 또한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영미는 보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현민아, 뭐하냐. 얼른 이리와라. 너가 좋아하는거 많이 했다."
"아~ 예, 어머니" 현민은 어머니가 있는 부엌으로 향했다.
영미는 도저히 현민을 따라 안으로 들어갈수가 없었다.
바로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서 지금 일어나고있는 현실앞에서 온몸이 떨렸다.
"아가, 뭐하니?" 시어머니는 방문을 열고 영미를 불렀다.
"예, 어머니, 나갈께요." 영미는 길게 쉼호흡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현민은 벌써 식탁에 앉아서 자신의 엄마는 차려놓은 음식을 먹고 있었다.
영미는 식탁에 앉아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현민아, 형수 힘 안들게 니가 알아서 잘해야한다."
"저 혼자 살아도 되는데, 괜히 형수님 힘들게 왜 그러세요."
"니 형수도 좋다고 했고, 아무말하지말고 너 결혼할때까지 여기 있거라."
"어머니, 회사 가까운 곳에 오피스텔 얻어서 살면 되요."
시어머니는 영미는 쳐다보았다. 자신이 아무말 안하고 있으니깐 시동생이 눈치를
보고 나가서 산다고 하는줄 알고 영미의 대답을 기다렸다.
"저는 괜찮으니깐 편안하게 지내세요. 도련님." 영미는 빨리 이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거봐라. 니 형수가 얼마나 속이 깊은줄 아냐. 앞으로 니가 할수 있는건 알아서하고,
늦게 들어오지말고, 저녁먹고 들어올때는 꼭 전화하고. 맛있는것도 자주 사오고.
그리고, 생활비 꼬박 꼬박 내놔야한다."
"아니에요. 어머니. 도련님이 드시면 얼마나 드신다고..."
"아니다. 그래도 사람하나 드는게 크게 보이지는 않지만 그런게 아니다."
"알았어요. 어머니. 제가 알아서 할게요."
현민은 고개도 안들고 열심히 음식만 먹었다.
영미는 두모자가 오랜만에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면서 슬며시 자리를 피했다.
더이상 그곳에 앉아 있을수가 없었다.
"어머니, 형님은 바쁜가봐요."
"그래, 일자체가 출장가는 일이 많아서... 형수 눈치보지말고. 너때문에 32평 아파트도
사준거니깐, 괜히 눈치밥먹지말고, 알았지."
"어머니는 그러니깐 제가 나가서 산다니깐요."
"안됀다. 안그래도 외국에서 혼자살면서 얼마나 고생했는데 한국에 와서도 혼자살래."
"어머니~" 현민은 어머니의 마음을 돌리려고 했는지만 현재로써는 안될것같다.
"피곤할텐데, 오늘은 일찍 자고 내일 니 형온다고 했으니깐 그때 다시 얘기하자."
"예, 어머니" 현민의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니, 형수가 직접 꾸민거니깐 내일 인사해라" 어머니는 아들의 등을 몇번 두드리고
밖으로 나갔다.
현민은 멍한 기분으로 한참을 서 있었다.
몇년을 찾았던 영미는 자신의 눈앞에 그것도 형수로 서 있었다.
믿어지지가 않았다. 한국에 돌아오면 다시 찾아보려고했던 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