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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우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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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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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이.엑스


BY 이마주 2003-10-27

<SEX>

갈증이 났다.

입술이 타는 듯 하도록 그의 혀가 깊숙히 들어왔다. 등줄기로 땀방울이 맺히자 블라우스가
등으로 달라 붙었다.

내 손은 그의 머리카락 속으로 그를 나에게 더 밀착할 수 있도록 약간의 힘이 주어졌고 그의 입술이 나의 입술로, 귓볼로, 목덜미로 하나 둘씩 풀어져 내리는 가슴의 골짜기로 이어졌다.

순간 그가 나를 번쩍 들어안아서 카우치 깊숙히 눕혀주었다. 갑자기 그는 반쯤 무릎을 꿇은 채 말없이 숨을 몰아쉬며 나를 내려다 보았다.
손가락 하나가 이마에서 콧등을 지나 다시 팔로 이어져 내리며 그는 내손을 쥐고는 입맞췄다.

"사랑해요."

폭약처럼 그 단어가 청각을 자극했고 난 한손을 뻗어 그를 나에게로 당겨 안았다.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욕망이 순식간에 옴 몸을 감전시키듯 본능속으로 나를 이끌었다. 

잘 벗겨지지 않던 스타킹이 어느새 찢어져 가고 있었다. 그런 것쯤은 오히려 가벼운 장난과도 같은 일이었다.

눈을 떳는지 감았는지 현실이 어떤 것인지 혼란스러워 지는 시간들이 계속되었다. 이 시간이 끝나지 말았으면...
한가닥 한가닥 머리카락을 세듯 미세하지만 끝을 알 수 없는 자극들이 온 심장의 열기를 앗아가듯 나를 스쳐가고 있었다. 마치 수 백번의 리허설이 있었던 것처럼 그와 나의 몸은 조금의 빈틈도 없이 서로를 완벽한 합체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연우씨, 너무 뜨거워서 좋아."
메마른 목소리로 그가 귓볼끝을 살짝 꺠물며 말했다.
 

"더 깊이..."

그의 엉덩이의 탄력을 손으로 느끼며 더 가까이 서로를 집중하게 되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우주 여행도 막바지에 도달했다.

방안의 열기로 공기가 답답할 지경이 되자 그가 천천히 일어나 창문을 조금 열었다.

창문을 열고는 돌아설 그를 볼 수가 없어 나는 카우치위에 놓여있던 쿠션으로 얼굴과 몸을 가렸다.

"나 봐요."

"싫어."

"바보같이 왜그래요? 나 봐봐."

쿠션을 내려놓고 그를 올려다 봤다. 그는 내손을 들어 그의 심장 가까이 놓았다.

"느껴져요? 내 심장 뛰는거? 고마워요, 날 찾아와줘서."

조금은 유치한 그의 말이 감미롭게 귓가에 어른거렸다.

일상은 나를 지치게 했고 실패후에 이상스러울 만큼 나는 성적으로 둔감해졌었다.
 미친듯이 윤 명에게 달려온 건 왜였을까?

그의 아파트에 그가 없기를 바라면서 나는 그를 찾아왔다.

박이삭의 메일.

정확히 말하면 그의 미망인으로부터 온 이메일을 지우고 나는 명에게 달려왔다.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명이는 나에게 말했었다.

그래서 난 그를 찾아왔다.
문을 한 번 두드렸을 뿐인데 그는 집에 있었고 말없이 그에게 안긴 나를 그저 받아주었다.

명은 문을 들어서서부터 우리가 뭔가를 나누었을 때에도, 그 일이 끝난후에도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는 내 손을 잡고 욕실로 갔다.뜨거운 물은 거울을 뿌였게 물들였다.
손가락으로 명은 '나 행복해요'라고 쓰고는 찡긋 윙크를 했다.
우리는 함께 샤워를 했고 난 꺼이꺼이 명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통곡했다.

뜨거운 물줄기는 명의 머리위로 나의 어께위로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명은 콧노래를 부르며 서있어줬다. 어쩌면 그도 나처럼 울지는 않았을까?

"감기 들겠다. 내가 머리 말려줄게요."

"아니야, 내가 할게요."

명은 주방이라고 부리기엔 옹색한 휴대용 버너와 일회용 그릇이 놓인 곳에서 따근한 둥글레차를 끓여왔다.

구수한 향내, 섹스후의 노곤함, 뜨거운 샤워. 완벽한 카타르시스였다.

게다가 따뜻한 시선의 명.

명은 이제서야 그의 카우치를 펼쳐 침대로 만들었다.

"독신남 냄새가 폴폴 나죠?"

그의 배에 굵게새겨진 왕자가 도드라져 보였다.

남편 이외의 남자랑 자 본 것은 몇 년만의 일이엇다.

명의 말처럼 섹스는 자전거를 타는 것과 비슷했고, 난 망설임없이 어떻게 남자와 여자가 한 몸이 되는지를 기억해 냈다.

"남편은... 처음 결혼했을 때까지만 해도 명씨처럼 배에 멋진 근육이 있었죠. 연애할 때 내가 배에 왕자 만들면 결혼하겠다고 농담했었거든요.. 그랬더니 정말 열심히 운동하더라구요. 그리고 결혼하고.. 결혼한지 1년도 안되서 남편은 옆집아저씨처럼 런닝셔츠에 파자마 바람으로 동그란 배를 쓰다듬었어요. 그래도 이상했던건 그게 밉지 않았죠. 오히려 더 미웠던 건 현실은 자꾸 나랑 멀어져 가는데 난 남편을 더 사랑하게되는거에요, 그 깊이만큼 외로움도 깊어가고... 남편은 다시 날 원한 대요.."

명은 한 숨을 쉬었다. 오른쪽 팔로 나를 끌어안은 그는 내 머리에 입맞추고는  왼손으로는 사이드테이블에 올려놓았던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지금 전화해서 물어봐요."

"뭘요?"

"아직도 배에 왕자근육 만들 수 있는지요? 그럼 다시 만나주겠다고."

쿠션을 잡히는대로 그에게 집어던졌다.

그도 키득거리며 방안을 뛰어다니면서 피하는 바람에 별로 맞히지는 못했지만 그가 주는 유머는 날 웃게해서 좋았다. 마지막으로 던진 쿠션을 그는 정확히 받았다.

"죽은 박박사. 연우씨 옛사랑이죠?"

"옛사랑? 그런 걸 그렇게 부르는 건가요?"

"아직도 사랑했나요?"

"물론..아니에요, 사랑은 그 때 끝났어요, 하지만..."

"하지만 뭐요?"

"그건 나의 일부였겠죠. 내 지나온 시간들의 한 부분말이에요. 그저 과거 일로만 알았던 그가. 현실의 내 삶속에 나타났죠. 그 사람도 나도 원한건 아니었지만 말이에요. 그리고 그도, 나도 옛기억을 끄집어냈지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말이에요. 난 앨범을 꺼내보듯이 그를 대했지만, 그 사람은 다시금 그의 인생에 나를 맞추려고 했던거 같아요. 이미 퍼즐은 새로운 판으로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어려워지는군요."

"맞아요, 어려울지도 몰라요. 박박사가 죽으니까 말이죠, 정말 마음이 아파요. 그건 우리 아직 살날이 많다고 믿었는데 그가 너무 빨리 가서 일거에요. 누구나 추억은 아름답게 간직되길 바라는데 그 사람이 가 버렸으니 내 기억은 동그랗게 구멍이 뚤린 것 같아요."

명은 가만히 다가왔고 나에게 키스했다. 우리는 또 다시 사랑을 나눌 것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난 그를 안았다. 설명하지 않아도 그역시 내가 그럴 것을 알기라도 하는 듯 귓가에 속삭였다.

"그냥 이대로 여기서 끝났으면 좋겠어요. 내일이 안왔으면 좋겠다구요. 내 말 뭔지알죠?"

나는 말없이 그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