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장 진실은 밝혀진다.
9월 1일 자정을 기해 방어 시스템은 성공적으로 설치가 완료 되었고 덕분에 보안실 직원들은 간신히 한시름을 돌린 듯 했다.
민수는 시스템이 안정화 되는 것을 확인하면서 바로 보안팀에서 빠지기로 되어있었다.
다행히 아무 장애 없이 적응을 마친 시스템 때문에 다음 주부터는 다시 학교에 나가 강의를 진행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금요일이로군.
마지막 회사 출근 날이였다.
별로 할 일도 없이 이렇게 자리에 앉아 있다는 건 민수 성격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투덜거리면서 계속해서 전화기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제 만난 성진이의 말에 의하면 거의 윤곽은 잡혔다는 것이다.
도데체 언제쯤 이나 전화를 줄려는지….
“ 여…. 김민수…. 너 애인 전화 기다리냐? 왜 그렇게 전화기를 들고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끙끙 거리고 있는거야? 뭐 잘 안되가냐?”
오지랍 넓은 용수가 또 끼어들려 한다.
“ 용수야,,,, 용수야,,,, 제발 아무데나 끼어들지 말아라… 나 지금 머리 복잡해 죽것다.”
귀찮다는 듯 민수가 손사래를 치자 이젠 의자 까지 끌고 와서 민수 곁에 붙어 앉는다.
“ 그러지 말고 말 해봐. 너랑 나랑 보통 사이냐…? 왜 옛날 동지애를 생각해봐…..응? 넌 뭔가 알고 있지? 그렇지?”
암튼 눈치는 엄청 빠른 녀석이다.
어울리지 않는 큰 덩치를 가지고 온갖 애교를 떨면서 부측이는 통에 민수는 그만 두 손을 들었다.
“ 아직 정확한 건 없어. 단지 심증일 뿐이고….. 잠깐… 전화왔다.”
때마침 부르르 떨리는 전화기를 들고 민수는 용수에게 자리를 비켜 달라는 손짓을 했다.
물론 그런다고 비킬 용수도 아니지만 어찌나 가까이에 와서 전화기에 귀를 기울이는지 꼭 바람난 아내 감시하는 남편 같다고나 할까.
“ 민수야…. 지금 멜 보냈다. 네가 짐작 한게 맞아……”
“ 알았어. 확인하고 다시 전화 할께.”
탁 접히는 핸드폰 소리에 놀라 뒤로 물러난 용수는 다시 민수 곁으로 바싹 붙었다.
그리고 민수가 멜을 확인 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 우선 현민 선배한테 보고를 해야겠지?”
너무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용수를 보며 민수가 정신 차리라는 듯이 어깨를 흔들어 댔다.
“ 몰라….. 몰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아직도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던 용수가 다시 입을 열기 까지는 한참이나 더 걸렸다.
“ 그런데 현민 선배 오늘 출장 갔잖아. 일본으로 …..”
뜬금없던 용수의 말에 이번엔 민수가 놀랐다.
“ 일본?”
“ 급하게 일이 생겼다고 월요일쯤 귀국한다고 하더라고.”
그렇다면 본부장님께 직접 올려야 한다는 뜻인가….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용수가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요즘 로밍인지 뭔지가 잘되어서 핸드폰으로 연락이 되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간단하게 전화를 마친 용수는 현민의 지시를 전했고 그래서 결국 민수가 본부장에게 사실을 보고 하기로 했다.
“ 어차피 알아낸 사람도 너고 가장 전문가도 너 니까….. 당연히 네가 가서 보고 해야지.”
“ 하지만 난 이 회사 직원도 아닌데…..”
어쩔 수 없이 등떠 밀려 와버린 현준의 사무실 앞에서 민수는 다시 한번 깊게 호흡을 했다.
사실 지난 번 사무실에서 큰 소리 치고 나와버린 이후 한 번도 현준과 마주 한적이 없었다.
딱히 피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먼저 가서 아는 척 하기도 영 껄끄러운 상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다시 한번 한숨을 쉬고 사무실 문을 열려는 찰라 뒤여서 다른 사람의 손이 민수의 손을 잡고서 같이 손잡리를 밀고 있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누군지 살펴볼 시간도 없이 올라간 반대쪽 팔이 이미 상대방의 목 덜미를 강하게 내리쳤다.
윽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난 상대는 다름 아닌 현준이였다.
“ 뭐에요…. 괜찮아요? ?????”
현준을 보곤 바로 달려와 상태를 살피 던 민수를 현준은 살며시 가슴으로 잡아 당겼다.
“ 그렇다고 이렇게 사정 없이 내리 치면 어떻해? 너무 아파….”
여전히 한손으로 목 널미를 움켜 잡곤 다른 한 손으로 민수의 허리를 놓치 않으며 현준이 몸을 세웠다.
“ 그러니까 누가 그렇게 사람 놀라게 하래요?”
말은 툴툴 거리고 있었지만 민수는 진심으로 현준이 걱정 되었다.
“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말고 사무실 들어가서 이야기 하자…”
여전히 현준의 손이 민수의 허리를 잡자 놓지 않자 그제서야 자신이 현준의 가슴에 안긴 듯한 자세로 있음을 인식 한 민수는 황급히 그의 품에서 벗어 나려고 했다.
“ 걱정마…. 주위에 아무도 없거니와 너 무서워서 잡아 먹지도 못할 테니까 말야.”
사무실로 들어온 현준은 문이 닫히자 마자 두 팔로 민수를 꽉 끌어 안았다.
놀라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너무 가슴이 답답해서 얼굴이 벌개진 민수를 보곤 현준이 키득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내가 잠시 미쳤었나봐……”
그리곤 다시 있는 힘을 다해 민수를 껴안는 현준은 놀라 벌어진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갑자기 일어난 일이지만 키스도 연습이라고 지난 번처럼 놀랍기만 한 그런 키스는 아니였다.
아주 부드럽게 시작된 키스는 처음 입술에서 그 다음 그녀의 치아를 지나 혀에 까지 와 닿았다.
부드러우면서도 한 없이 유혹적인 현준의 향기에 취한 까닭인지 갑자기 온 몸에서 힘이 빠져 버리는 것 같은 느낌에 민수는 더더욱 현준에게 매달리 수 밖에 없었다.
한참을 이어진 무언의 대화가 끝나고 나서야 현준은 민수를 풀어주었다.
“ 그런데 무슨 일 때문에 날 찾아 온거야?”
이런 이런…… 현준과의 키스 때문에 민수는 자신이 왜 현준을 찾아 왔는 지도 잊을 뼌 한것이다.
그게 너무 챙피하고 부끄러워 귀까지 빨개진 민수의 얼굴은 흡사 토마토를 보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이 너무도 귀여워서 또 너무도 사랑스러워서 현준은 다시 민수를 안아주었다.
“ 저기 …… 우선 이 것 좀 놓고 말하지요…”
아쉬운 듯 민수를 놓아준 현준이 의자이 앉았다.
“ 처음 이 일 맡으면서 밤마다 이 회사 시스템 여기 저기를 돌아다녔었어요. 그건 알고 있지요?”
현준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 그런데 특별히 정해진 대상은 없는 데 이상하게 여기 저기서 시스템을 찝적여 놓은 흔적이 보이더라구요. 아무튼 그 대상이 워낙 여럿이다 보니 처음엔 별로 신경 안 썼는데 나중에 살피다 보니 하는 방식이며 찾은 목적이며 아무튼 혹시 한사람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어요. 그래서 혼자 조사해 나가다 아무래도 하던 일 때문에 시간을 충분히 낼수 가 없어서 성진이 한테 부탁을 했지요.”
성진의 이름이 나오자 현준의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워진 느낌이 들었다.
“ 성진이 보기에는 곱상하기만 해 보여도 실제 알고 보면 정말 아주 악독한 헤커 거든요….. 물론 다 옛날 이야기 지만 …. 아무튼 지난 31일 새벽에 그 누군가가 다시 시스템에 접근하는게 보였어요. 그것도 신차에 관한 소스에 말이에요. 성진으로부터 바로 연락이 오더라구요. 물론 저도 봤었고…. 그래서 회사로 노트북을 가지고 오라고 시켰어요. 부랴 부랴 소스에 바이러스 심어 놓고 추적하기 시작했지요. 아마 상대 회사가 말을 안해서 그렇지 , 지금쯤 그쪽 시스템 바이러스 때문에 고생 꾀나 하고 있을 걸요.”
민수가 재미 있다는 듯이 키득거렸다.
“ 아니 그렇다면 우리 신차에 관한 데이터를 해독 하지 못했을 거란 말이야?”
현준이 놀랍고 기쁜 마음에 민수에게 물었다.
“ 당연하지요…. 하지만 당신 한테 말을 할수 가 없었어요.”
“ 아니 왜????? 난 민수 너까지 의심했었쟎아…..”
순간 미안한 마음에 현준은 민수의 손을 잡았다.
“ 알아요…. 알아…. 사실 상대가 눈치 챌까봐 일부러 노트북을도 사용한 걸요… 아무래도 전문가 같더라구요… 또 회사 사람인 것 같구요.”
“ 뭐라고?”
현준의 눈빛이 심상치 않게 날카로워 졌다.
“ 사실은 이말 하러 당신 한테 가던 길이였어요…”
그리고 난 후 민수는 자신의 멜을 현준의 PC에 띄웠다.
멜을 확인한 현준이 인상을 구기더기 여기 저기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 고마워…. 정말 고마워……”
급하게 고맙다며 민수의 이마에 입을 마춘 현준은 그 길로 바로 회장실로 올라갔다.
현준이 나간 문을 한동안 바라본 민수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내가 할일은 여기서 끝이겠지…….
이젠 나도 맘 편하게 이 회사를 떠날 수 있겠구나…
그리고 당당히 돈도 받고…. 후후후…
그러고 보니 성진이가 남았네….
녀석 너무 큰 것이나 원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