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장 누가 착각은 맘대로라 했나
현민과의 시간 약속을 상기하며 민수는 서둘러 회사로 도착했다.
안국동에 자리잡은 25층짜리 한성 자동차 사옥은 다른 한성 그룹 계열사와 마찬가지로 특유의 수많은 아치형 창문과 전혀 꾸밈이라고는 없는 직사각형의 극히 절제된 외관을 가지고 있다.
이 한성그룹 오너도 참 희안한 취양과 고집을 가지고 있구만.
현대는 건물도 도심 예술의 한 부분이라고 외관에 신경들을 많이 쓰던데 말이다.
미적 감각이 전혀 없든지 아님 너무 실용적인 사람이든지…
시계를 다시 확인하며 로비에 들어선 민수는 너무 놀라 입이 쩍 벌어지고 말았다.
높은 천장에 눈이 부실 정도리 밝게 빛나는 샹들리에, 대리석 바닥하며, 또 안쪽에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는 까페테리아까지…..
어건 호텔 로비인지, 회사 사옥인지 정말 구별이 어려웠다.
아하… 그러니까 외관보다는 내실이라 이거지…..
갑자기 그룹 오너가 존경스러워졌다...….
여자여 그대의 마음은 정녕 갈대란 말인가….
“민수야… 김민수 맞지? “
“현민 오빠…. 아니 선배님… 오랜만이에요.. 잘 계셨지요?”
“그래 임마, 연락 좀 하면서 살지 ……민서 그자식 아직 안들어왔지? 언제 들어온다든?”
“정리 되는대로 곧 들어올거에요…. 그래도 선배한테는 꾸준히 연락 했지요?”
“그래… 가자..”
현민은 민수의 둘째 오빠인 민서의 중고등학교 동창이자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하다.
고등학교때 까지 자주 민수네 집에 놀러오곤 했다.
친오빠들과 항상 전투 하듯이 보내왔던 민수에게 현민의 자상함은 어린 그녀로 하여금 비밀스런 짝사랑을 키우게 했다.
물론 십수년이 전의 일이지만 지금도 현민 오빠를 보면 어린시절의 아련한 추억이 웃음을 만들곤 한다.
엘레베이터는 22층에 멈추었다.
유난히 조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로비에서는 굉장비 바삐 돌아가는 회사라고 느꼈는데 그게 아닌가 보다…
아님 다들 사무실 안에서 꼼작도 안하고 일만하나…..
이래저래 고개를 흔들고 있는 민수의 생각을 읽었는지 현민이 기침소리를 냈다.
“여기는 우리팀하고 경영지원실만있어…..우리팀이 하는 일이 워낙에 조용조용 진행되는 일이쟎아…."
“그럼 일반 전산팀은 따로 있겠군요….”
“당연하지… 사실 사내에서도 우리팀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무슨 007영화 같네..”
“그럼.. 이건 국제적인 첩보전과 마찬가지라고……그래서 우리팀 이름이 쉐도우야..”
“후후후…..크크크….하하하…..”
“웃지마 임마… 물론 정식이름은 경영지원본부 전산보안팀 이지만 말야..”
무슨 이름이 이리 거창한지 모르지만 암튼 민수는 새로운 일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찼다.
문을 3개나 지나 도착한 사무실은 사방이 유리로 둘러쌓인 거대한 온실같다…
“호~~~ 이거 대단한데….. 오너가 돈 꽤나 들였구만…”
“당연하지….우리 회사가 보통 회사냐… 국내 최대 …세계에서 5번째로 큰 자동차 생산회사라는 사실 설마 잊은건 아니겠지?”
“요호….이게 누구야……민수 맞지?”
“어~~ 최용수 너도 여기 있냐?"
“너라니 임마…..3살이나 위인 오라버니한테 그럼 안돼지….”
오라버니는 무슨…..동기동창끼리…
“너희들은 만나면 싸우더라…..그러다 미운정 들었지?”
“아냐…”
“아냐…”
“야…농담이야…자….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야지…”
한성자동차는 우리나라 최대의 자동차 회사임과 동시에 사이버 테러를 가장 많이 당하는 회사로도 유명하다.
최고의 전산 시설을 갖추었고 업무도 국내 최초로 100% 전산화 시켰다는 명예도 있지만 그 명예때문에 수 많은 해커들의 도전 목표이자 또 그보다 더 많은 해커 지망생들의 연습장이 되기도 했다.
또 경쟁사들의 사이버테러도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그러다보니 아무리 최고라 하는 인제들을 뽑아 계속 버젼 업 시키고 또 장비도 계속 최고의 제품으로 계속 바꿔왔지만 이제 한계상황에 부딪히고 있었다.
그래서 생긴게 전산보안팀이였다.
최소의 정예요원들이 한성자동차의 실체를 지켜내고 있는것이다.
전산보안팀은 사내에서도 존재여부 자체가 보안이였다.
극히 일부의 관계자들만이 그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며, 일의 진행은 역시 극비사항이였다.
보안팀의 이름이 쉐도우 – 그림자 – 인 이유가 여기서 나온것이다.
실체는 안보이지만 항상 곁에서 지켜주는 그림자처럼 말이다.
쉐도우 팀의 팀장인 이현민은 그룹의 창립자인 이원종 회장의 차남 이명보 교수의 아들이다.
현재 팀은 팀장 현민과 4명의 팀원이 있으며 이번에 새 프로젝트에 외부인사로는 민수가 참가하게 된것이다.
회사 내부도 대충 돌아보고 장비들이며 또 진행 상황이나 또 과거 있었던 각종 테러들에 대한 보고를 대충 검토하고 나니 벌써 퇴근시간이었다.
“팀장님 !. 오늘 환영회 안하나요?”
아니나 다를까 최용수 저녀석이 나선다.
“본부장님 출장에서 오시면 하자고. 그리고 민수 너도 오늘은 대충 돌아보고서 바로 퇴근해.”
역시나 자상한 나의 첫사랑이다…..
“아니에요.. 오늘밤에 좀 지켜보고 싶어서요….. 어떤 녀석들이 달라드는지. 녀석들 실력은 어느정도 인지. 또 지금 상황도 차근차근 점검하고 싶고…….
사실 집에가도 할일 없어요…헤헤….”
“선배, 아니 팀장님… 민수 저러는거 아무도 못말려요….. 우리 먼저 가자고요.”
최용수 흥이다… 암튼 넌 빨리 가주는게 날 도와주는 일이란다.
“어차피 내 작업은 거의 밤에 이루어지는 일이니까 부담갖지 마세요.”
“알았다. 네 고집 한두해 겪은것도 아니고… 암튼 무리하지 말아라.”
“네….. 안녕히 들어가세요..”
사람들이 다 빠져 나가자 민수는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어차피 사람과 하는 일보다는 컴퓨터 앞에 앉아 혼자 하는 일이기에 또 낮보다는 밤이, 여럿 보다는 혼자서 일하는 것이 훨씬 능률도 좋았다.
그녀의 집중력은 실로 놀라웠다.
뭔가에 집중 하기 시작하면 그 대상을 제외한 모든 것이 관심 밖이었으며 심지어 먹는 것 역시 예외가 아니였다.
민수는 앞으로 일주일간 밤마다 이곳에서 올빼미가 될 생각이다.
어차피 거의 모든 전산 테러범(?)들은 밤에 활동하길 좋아한다.
본인 역시 그러했으니까 말이다…
물론 미끼도 던져놓아야 하지만 지금은 그들의 동태를 감시하고 또 어떤 방법으로 어떤 서버를 공략 대상으로 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이 일의 시작이기도 하니까.
현준이 울산공자에 출장을 갔다가 회사로 다시 돌아온 시간이 저녁 8시경 이였다.
공장 노조원들의 파업 문제로 지금 울산은 그야말로 살얼음판 이었다.
노조 간부들과의 협상을 간신히 마무리 짖고 낼 노조 전체 찬반 투표을 남겨 두었지만 그래도 이제야 한숨 돌리는 것 같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홍역을 치루듯이 겪어야 하는 노사분규에서 이번에는 다행히 파업 이전에 노사 양측의 협상이 이루어진 것이다.
겉옷을 대충 사무실 쇼파에 집어 던지고 자신의 푹신한 의자에 몸을 맡겼다.
내일 투표는 무사히 넘어갈 것이다.
잠도 식사도 다 건너뛰고 동분서주한 지난 3일간에 대한 피로와 시장기가 갑자기 밀려왔다.
혹시 야근하는 직원이 있는지 사무실을 쭉 둘러보다 보안팀 유리방으로 들어온 현준의 눈에 낮선 여자의 모습이 들어왔다.
이곳은 그 어느곳 보다 보안이 잘 된곳인데 어떻게 외부인이 들어와 있는 것인지…
“이봐…거기…”
“…………”
아무런 대답이 없자 현준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야….너 뭐야? 여기 어떻게 왔어?”
그제서야 귀챦다는 듯이 돌아보지도 않고 그녀가 한다는 소리가
“ 저 사람이고 문으로 들어왔는데요….”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모니터에 눈을 고정했다.
모니터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는 행동이었다.
결국 현준이 참지 못하고 그녀 곁으로 가서 의자를 획 돌렸다.
“ 너 누구야? 여기서 뭐하나는 거야?”
순간 그녀의 얼굴이 양 미간을 중심으로 심하게 일그러지며 안경 너머로 그를 쳐다보았다.
“ 제가 오늘 처음 여기 와서 사람들을 잘 모르거든요. 그리고 전 밤에 작업 해야 하는데요.”
가만 어디서 본듯한 얼굴인데 누군지…..
현준이 골똘이 생각하는 동안 그녀는 다시 휙 의자를 돌려 모니터로 향했다.
“ 아 그러고 보니 경성대에서 내 차에 탔던 학생이구만…. 여기 어떻게 온거야?"
또 대답이 없자 다시 의자가 현준 자신을 향하도록 획 돌렸다….
어쩔수 없다는 듯이 포기하는 표정이 역력한 그녀의 얼굴에서 안경이 벗겨졌다.
쌍커풀 없음에도 큰 두눈을 똑바로 뜨고 한참을 현준을 바라보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 아….이제 생각난다… 안녕하세요… 저 여기서 일해요.
팀장인 이현민 선배 추천으로 왔구요…. 그런데 댁은 누구세요? "
천하의 이현준 보고 뭐 댁은 누구세요?????
“ 난 본부장인데…. 이현민 팀장이 아르바이트생을 뽑았나? 전화를 해봐야 겠구만..”
당장에 전화기를 들고 사실여부를 확인하려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만 흘러 나왔다.
그때 옆에 있던 그녀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혀를 차더니…
“ 이번 보안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되어있어요. 방학 동안 함께 일할거예요…..
그리고 지금은 사이트 체크중이였어요…. 이제 됐나요?”
하긴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추가로 사람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은것도 같다.
그러고 보니 아침에 팀장으로부터 새 인원이 왔다는 보고를 받은게 생각이 났다.
제기랄……
“ 미안하군….참 저녁은 먹었나?”
“ 아직이요…"
“ 그럼 나랑 같이가지 .. 나도 저녁 전인데 …. 사과하는 의미도 있고 뭐…..”
그녀가 머리속에서 한참을 생각하는 모습이 보였다.
“ 네…. 그러죠 뭐…."
회사 근처 식당으로 들어갔다.
저녁 8시가 넘은 시간이여선지 식당안에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 뭘로 먹을건가?"
메뉴판을 보면서 그녀가 눈을 굴렸다.
이 여자는 생각하는게 눈에 확연히 보인다.
희안한 기술이구만…
“ 김치찌개요… 아주 얼큰하게 ..”
푸….. 암튼 보통 여자는 아닌 것 같다.
“ 여기 김치찌개 둘이요… 아주 얼큰하게 부탁해요.”
큰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으면서 나온 김치찌개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밥이 나오자 마자 앞에 남자가 앉아 있거나 말거나 열심히 호호 불어가며 맛있게 밥을 먹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민수는 헛웃음이 나왔다.
“ 바 아드세오?”
입안에 뜨거운 밥과 찌게 때문에 입을 벌려 시키면서 그녀가 물었다.
“ 알아서 먹을 테니 자네나 많이 먹지그래… 배 고팠나보군.”
화장기 없는 얼굴이며 질끈 묶어버린 머리카락이며 여전히 큰 안경을 낀 모습이 지난번에 학교에서 봤을때와 별반 다를바가 없어보였다.
가까이서 보니 피부가 유난히 하얗다는 것과 형광등 때문인지 검게 반짝이는 머리카락과 큰 눈동자가 묘한 조화를 이뤄 보인다.
이런 식당에서 조명발이 왠말인가.
“ 무슨과에 다니고 있나? 아참 그러고 보니 현민이 후배라면 컴퓨터공학과 인가?”
“ 네…”
여전히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 밥을 먹으면서 대답이라고는 단 한마디 였다.
현준의 나이 올해 32살 .
많지도 적지도 않는 나이라 본인은 생각하자만 암튼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자신에게 이렇게 관심을 두지 않는 여자는 처음이였다.
집안 배경도 한몫 했지만 현준의 외모 만을 보고도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갖은 애를 쓰는 모습을 어쩔수 없이 보고 겪어왔던 그였다.
여자들 뿐만이 아니였다.
남자들 또한 그의 재력과 능력에 기대기 위해 얼마나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던가….
“ 별로 배 안고프신 가봐요… 암튼 잘 먹었습니다…”
아주머니가 가져다 주신 누릉지까지 말끔하게 비운 그녀는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이였다.
“ 다 먹었으면 일어나자고… 그런데 몇시까지 여기서 작업할거지?"
“ 뭐 정해놓은 시간은 없어요. 오늘은 대충 2~3시 까지만 있을거구요… 낼 부터는 본격적으로 작업 시작해야죠. 확인 해봐야할 프로그램도 있고….”
그녀가 또 생각에 잠겼다.
이번에는 무슨 일을 할것인지 순서를 정하는 것 같아 보인다.
정말 웃기는 여자라니까…
“ 그럼 집에는 어떻게 가려구? 차 가져왔나?"
“여기 주차 공간 모자란다면서요…. 아까 현민 선배가 그랬는데…”
잠깐, 내가 상대보다 말을 더 많이 한적이 있던가?
이 여자 내게 말 시키는 재주까지 있구만.
“ 아니 집에는 어떻게 갈려고 하느냐고?”
순간 한심하다는 표정이 그녀의 얼굴에 스쳐 지나갔다.
별걸 다 신경 쓴다는 듯한 심드렁한 표정
“ 우선 집에 전화하고요. 반응 없으면 택시 타고 가는데요….”
“ 저녁 잘 먹었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간단한 인사만 남겨놓고 유리방 안으로 들어간 그녀의 뒷모습이 처음에는 건방지다는 생각에서 이젠 서운함으로 바뀌었다.
내 자신이 이렇게 남에게 아무것도 아닐수 있다니…
남은 결제 서류들을 처리하고 낼 있을 노조 투표에 관하여 아직 현장에 남아 있는 박과장과의 통화가 끝난 시간이 11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다행히 노조 쪽에서 어느정도 집행부와 노조원간에 원만한 타협이 이루져 간다는 소식이다.
낼 투표만 끝나면 다시 공장도 정상을 찾을 것이다.
올해는 노사 양측 모두 많은 양보를 했다.
물론 서로 험한 소리도 오갔지만 이만한 진통으로 빠른 타협을 이끌어 낸 것은 전부 현준의 협상력 때문이였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최대의 복지 혜택을 약속했고 직원들은 근로 시간의 연장과 주 5일 근무가 아닌 격주 토요휴무로 양보한 것이다.
내수 보다 수출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한성 자동차는 지난해부터 밀려드는 수출 주문으로 인해서 근로시간 연장이 최대 관건이었다.
하지만 공장과 기계들은 회사의 힘으로 장만할수 있어도 근로자들을 일터로 끌어들이는 일은 쉬운일이 아니였다.
벌써 3일째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서 그런지 어서 샤워을 하고 침대에 눕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사무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가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보안실로 향했다.
작은 미동도 없이 모니터을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이 들어왔다.
대단한 집중력이다.
“엄마 전화받아… 엄마 전화받아……”
암튼 밸로시를 바꿔야지…원….
세상에 오빠라는 사람이 하나뿐인 동생 혼사길을 망치려고 작정을 하지 않고서 어찌 앞길 창창한 나의 핸드폰에 이런 밸소리를 녹음해 놀수 있냔 말이다…..
물론 주인공 아이 목소리가 넘 귀여워 아직 바꾸지 못하고 있는 자신도 문제지만..
“ 엄마? 응 …이제 들어가야지…. 민호 오빠 보낸다고? 아니 괜챦은데….알았어요…”
엄마가 걱정이 또 민호 오빠를 보낸다고 한다.
분명히 집에 가는 순간까지 투덜거릴텐데 아무리 필요없다고 해도 딸둔 엄마의 심정을 그게 아니라고 오히려 서운해 하니….
그나저나 민호 오빠 잔소리를 어찌 피해갈가나….
보안실을 나와 사무실을 보니 불이 다 꺼져 있다.
본부장인가 하는 사람도 퇴근했나보다….
그런데 그사람 눈에는 내가 아직 학생으로 보인단 말이지…..흐흐흐…..
정말 아직도 학생처럼 보인다는 말에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
여자들은 빈말이라도 어리다는 소리에 무조건 간다는 민호 오빠 말이 확실히 풍부한 경험에서 나온 말임을 몸으로 느낀 순간이였다.
로비를 나서는 순간 아주 밝은 라이트가 민수의 얼굴로 바로 향했다.
어떤 버르작머리 없는 녀석이 이런 짓을 하는거야.
인상을 마구 쓰면서 고개를 돌렸는데 이번에는 크락션 소리가 다시 한번 울렸다.
뭐야…..
“ 알바…. 이제 퇴근하나? 집 방향이 어딘가? 다큰 여자가 이렇게 야밤에 다녀도 집에서 걱정 안하시나.”
아~~ 이인간 정말 날 언제부터 봤다고 반말에 참견에 이제 은근한 비하까지……
“ 타… 어차피 지금 이시간이면 막힐 길도 없을 테니… 뭐해..?”
잠시 생각에 잠긴 그녀가 곧 고개를 끄덕였다.
“ 잠깐만요….”
민수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집에 전화를 걸었다.
뭐 덕분에 민호 오빠의 잔소리도 안듣고 까짖거 공짜로 태워준다는데….
“ 엄마.. 나… 선배가 집까지 태워다준다네…. 오빠보고 그냥 있어도 된다고 그래….응……
알았어요….”
시간이 시간인지라 도로는 한산했다.
더구나 차 성능이 좋은건지 빨리 달려도 거의 미동도 없고…..
비싼차가 좋기는 좋구나…….
“ 알바….. 아무 차 얻어타고 그래도 되나? 뭘 믿고 야밤에 다니는거야?”
이 인간 보게…
지가 태워준다고 큰소리 칠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딴소리하네…..
“ 뭐 그럼 내릴께요… 세워주세요……”
“ 하하하하,……크크크크….푸하하하…”
갑자기 웃어대는 그를 보고 민수는 당황했다.
이 인간 미쳤구나, 정상이 아닌가베…………
다행히 집에 거의 다다른 모양이다.
빨리 내려야겠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 잠시 멈춰선 그가 몇 동인지를 물었다.
민수는 얼른 차 문을 열고 뛰듯이 내렸다.
“ 감사합니다. 바로 앞이니까 이제 됐어요…. 조심히 가세요.”
인사를 마치자 마자 뒤도 안돌아보고 뛰기 시작했다.
아무리 자기 자신쯤은 지킬수 있다고 한들 미친 사람을 상대하기란 달갑지 않은 일이다.
빨리 나도 차를 사야지….
엄마는 왜 내가 차사는걸 그리도 반대 하시는지….
조만간 단판을 지어야겠다…
무언가에 정신없이 빠지는게 그녀의 특기인듯 하다.
보안실을 들여다보며 문도 두들겨 봤지만 그녀는 반응이 없었다.
로비 앞에서 왜 집으로 바로 안가는지 그 자신도 의문을 던지고 있던차에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이성과는 전혀 상관없이 왜 그녀에게 같이 태워주겠다고 말을 했는지는 지금도 의문이다.
홍은동 한성 아파트면 현우형네 집과 같은 곳이였다.
심드렁하게 창밖을 내다보는 그녀를 보며 장난삼아 던진 질문에 그녀는 반응은 넘 솔찍했다.
어려 보이는 그녀에게 자신이 한방먹은 기분이였다.
그런데 그 다음이 더 걸짝이였다.
갑자기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어찌 못하고 있는 현준을 그녀는 돌연 경계하는 눈초리로 바라 보더니 급기야 무슨 미친놈 보듯이 하고는 도망가 버렸다.
어의 없음에 한참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번엔 가슴을 들썩거리며 한참을 웃어야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를 경계하고 두려워한다.
첫 눈에 호감이 가는 잘 생긴 외모와는 다르게 무서울 정도로 날카로운 눈빛은 상대방을 제압하기에 목소리 또한 저음이라 그의 의견에 대해 반론을 펴기란 더더욱 어려워했다.
그리고 그가 태권도와 검도 유단자라는 사실 또한 간과할수 없었다.
그런데 천하의 이현준을 미친넘 취급하는 사람이 있다고 감히 상상이나 해봤겠는가.
사무실을 나설때만 해도 피곤함에 그져 침대에 눕고만 싶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듯 했다.
불현듯 딱히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에게 새로운 무언가가 시작되려는 느낌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