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은 지나 갔고 복구의 손길만이 분주하다.
여기 저기 핧키고 지나간 자리엔 벌써 이름 모를 들풀들이 고개를
쳐들며 푸르름을 먹어간다.
이혼이라는 또 한 번의 서류 절차는 "네"라는 짧은 대답처럼 간단히 마무리되고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는 중이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것들은 더위에 녹아내릴 것만 같은 그런 날씨가 계속되고
당분간은 과거도 미래도 생각하지 않고 평화와 하루하루를 즐기고 싶다.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평화와 난 거실에 얇은 이불 한장 펴놓고 구름한점 없는 하늘을 쳐다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다음에 평화가 나를 이해 할 나이가 되면 이 못난 엄마의 결정에 손을 들어줄 수 있을까.....
스르르 감기는 평화의 얼굴을 쓰다듬다 자리에서 일어나 부스스한 머리를 손으로 대충 묶고 통장을 꺼내 보았다.
아파트 처분하고 작은 평수의 살림으로 들어오고 남은 돈으로 작은 가게나 하나 마련할 돈.....
이게 내 전재산이다.
남편없이 아이와 살면서 여유롭게 살지는 못하더라도 남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그렇게 살아야 겠는데...
갑자기 지끈거리는 머리를 누르며 통장을 덮어버렸다.
무슨 일인가 해야 하는데 무얼 해야 할지 정말 암담하다.
이제 막 세살이 된 평화를 데리고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돈도 얼마 되지 않는데 평화와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란
돈을 그저 벌겠다는 심보인가보다.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하루가 다르게 느껴지니 괜히 마음이 부산스러워 멍하니 앉아 있는 일이 요즘들어 잦다..
..............
지금은 통장에 잔고보다 이 고요를 더 느끼고 싶다.
새근새근 자는 평화옆에 찰삭 달라 붙어 달고 단 낮잠을 청하련다.
"엄~~~~~~마아~~"
"엄~마 엄~마..과자줘~"
몇번을 흔드는 평화의 말도 제대로 못듣고 정말 깊은 단잠에 빠졌었나 보다. 평화녀석 엄마 자는걸 깨운것에 미안했는지 나와 눈이 마주치자 피식피식 웃는다.
제법 어둑어둑해지고 과자가 아니라 밥먹어야지 하며 불이나케
저녁준비를 하고 평화는 만화에 빠져서 웃고 소리지르고 주인공인냥 거실을 가로지르며 뛰기 바쁘다.
한 계절 속에서 너무나 많은 변화가 생겨서 인지..저녁겨울로 보는 얼굴은 형편없이 일그러져 여기저기 기미가 얼굴을 뒤덮었다
얼마만에 나를 보는건지...
남편없는 티가 줄줄 흐른다 생각하며 어이없는 웃음을 흘리며 일어나서 주방으로 향했다.
항상 싱크대 구석이 제 자리인냥 내 힘듬을 위로해 주던 술병이 이곳으로 이사와서는 냉장고에 떡하니 제자리 잡고 있어 언제나 맹맹한 소주가 아닌 차가운 소주를
꺼내고 밤에 평화가 먹다가 좀 남긴 햄 몇조각을 가지고 식탁에 놓고
한잔을 따라서 마시니 저녁을 거른 속이라 술이 목구멍을 타고 위속으로 흘러들어가는 느낌이 온몸을 휘감았다.
이혼을 그리 만류했던 엄마의 목소리가 다시 귓가를 때려 치길래 햄조각 입에 넣을 생각도 못하고 한잔 더 주욱 마시곤 햄조각을 오징어먹듯 입안에서 잘근잘근 씹어댔다..
"평화야..이혼은 하지 말아라 내가 너희 아빠 작은마누라 데리고 집에 들어와도 받아들였다. 지금 너희 애비가 항상 하는말이 있다 다 늙어서 그런소리 들었다고 가슴에
박힌 못이 빠지진 않지만 ..그때 철없던 행동들 미안했다고 가끔 약주하시면 한다..너도 언젠간 평화 애비한테 그런 소리 들을 수 있으니 그냥 꾹 눌러참고 살아라.. 평화를
애비없는 자식을 만들면 너 죄받는다"
노인네들 하는 소리는 언제나 고정틀에 짜놓은듯 같은 말들을 되풀이 하는식이다.
그러나 난 지금 이혼을 해서 혼자 아이를 키우는 이혼녀이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풍조가 돈많은 이혼녀 잡는 거라는 우스운 이야기들이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리는데 난 돈도 없는 이혼녀다.
돈을 벌기위해서 작은 자금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만 있는 기댈 곳 없는 그런 사람이 되버린 것이다.
아이 데리고 할 수 있는 장사라는것이 돈도 잘 안되는 것들 뿐이니..
심심풀이로 장사나 하는 것이 아니라 생업이 되야 했기에 생각에 생각을 하다보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렇게 손을 놓고 있게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좋아하는 일이 무언가 곰곰히 생각해 보니 정말 잘 할 수있는 일이 없다. 결혼전에는 홈패션 강사로 인도로 날아가 가난에 찌들고 이겨보려 기술을 배우려는
순진무구한 인도 아짐마들에게 바느질을 가르켜 보기두 했지만 그렇게 좋아하는 뚝딱뚝딱 만드는 일도 더이상은 하고싶지 않고..
무어든간에 좋아서 해야 될꺼 같아 바느질쪽은 생각도 안하게 되구
음식솜씨 좋은 엄마덕에 그 손 그대로 닮아버린 덕..인정없는 시어버지덕에 늘어버린 음식솜씨로 먹는 장사를 하자니 하루종일 매달려야 함에 아이 돌볼 겨를이 없어서 포기하게 되구..
그렇타고 책 대여점이니 비디오 가게를 하자니 한달 한달이 퍽퍽하게 살 것 같아 답답하고..무얼 해야 될지..
막막하기만 했다.
술병을 물끄러미 보다가 언젠가 전남편이 술집을 제 집마냥 들락거리며 술집여자들을 옷 갈아 입듯 갈아 치울때 생각했던 것들이 불현듯 떠올랐다..
......술집에 한번 가서 도대체 술집년들이 어찌 남자들을 꼬드기는지 보고싶다....
그런 생각을 하고 피식 웃어버린 기억이 살아났다.
아버지의 놀기 좋아하는 피를 물려받아 노는거 좋아하고..나를 죽이고 버려야 했던 생활 덕에 늘어버린...어쩌면 알콜 중증환자처럼 되어비린 술 실력...
....술장사나 해볼까...
"크득크득"
생각만 해도 내 발상에 웃음이 나온다.
실성한 아짐마처럼 한번 웃음이 나오더니 급기야 웃음이 터져나왔다..미치긴 미쳤나보다.
그런데 아주 틀린 생각도 아닌듯 하다.
....미친년이 따로 없군....
아이가 커서 엄마 회사는 뭐하는 곳이냐 묻는 나이까지만 눈 딱 감고 벌어보고 싶다..아직까지 술장사해서 날렸다는 사람 못봤으니까...
전 아파트에 살던 미경엄마가 유흥업소를 한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한번 찾아가서 이야기나 들어봐야 겠다.
무언가 할 일이 생기니 마음도 조급해지고 살고 싶은 욕망이 커피물 올려둔 주전자처럼 급하기만하다.
아침부터 무슨 아파트단지에 이렇게 매미소리가 진동을 하는지..매미울음에 잠을 깨서 잠자던 평화에게 달라붙어서 장난을 쳐보았다.
"평화야...엄마 사랑해?"
곤하게 아침잠에 빠진 평화..눈감고 미소를 지으며 끄덕거린다..
... 잠자는 아이에게 사랑한다는 소리 듣고 싶어하는 엄마도 있으려나..고문이겠지..
그래도 오늘은 한번에 사랑한다고 고개 끄덕여준 평화가 더욱 이뻐보인다.
"일어나자 평화야 오늘은 외출해야지..이쁜 옷 입고 외출하자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햄버거도 사먹고...."
일찌감지 아이와 집을 나와 시간에 쫒기지 않고 거리의 변화해가는 모습도 보고 하늘 높아진 모습을 보며
가을이 오긴 왔구나 하며 아이와 손을 흔들며 지하철로 향했다.
아파트 단지안으로 들어서는 길이 낯설게만 늦껴진다.
세월이 약이라더니 지나가는 여름동안 겪어야 했던 일들을 점점 잊어버리고 지냈던거 같다.
그래야만 했겠지..
나에게 쉴틈없이 움직이게하는 평화가 있어서 하루하루를 버텨 갔었던거 같다.
미숙엄마 사는 동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일이야기좀 끝나면 슬기엄마좀 보구 가야겠다 생각이 들어
전화라도 하고 올껄 하는 생각에 영숙은 핸드폰을 꺼내 슬기엄마 전화번호를 눌렀다.
"뚜뚜뚜~"
..이구 아 아짐마 또 수다 늘어졌군..
하는 수 없이 일단 미숙엄마좀 만난뒤 올라가봐야겠다 생각하며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전쟁터에 나가는 갑옷을 입은 병사처럼 비장한 각오라도 하듯 미숙엄마집앞까지 긴장한 얼굴로
말없이 앞만 보는 영숙이의 굳은 표정이 안쓰럽기조차 했다.
"어머..평화엄마 왠일이야??"
호들갑스럽게 맞이하는 미숙이엄마의 털털함으로 갑자기 아주 반가운 손님이 되어버렸다.
"너무 일찍 온거는 아닌지 몰라...잘시간 아니야?"
"괜찮아 .. 미숙이 어린이집에 보내는 시간이라 이 시간이면 일어나있는다...나중에 한숨 더 자야지.."
"잘왔어...우리집에 올지는 꿈에도 몰랐다..어젯밤에 화투패를 뜨니 손님 온다 길래..누가 올려나 했더니...평화엄마네..호호호"
"평화야 안녕 ..그새 많이 컸네 미숙이누나는 어린이집에 갔다 우리 평화 무얼 줄까..."
집안은 어느새 커피 내리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 평화는 베란다에 자리한 놀이터에서 벌써 푸욱 빠져있다
"슬기엄마한테 이야긴 좀 들었어..이혼하고 평화를 두리 산다고 하더라"
"그래.."
"나도 이혼한 몸이라 이렇다 저렇다 말은 못하지만 맘 독하게 먹고 살아야 해.. 애들 앞에서 눈물바람도 하지말고
다른애들보다 더 튼튼하고 씩씩하게 키워야 한다. 어릴땐 몰랐는데 가끔 어린이집에서 미숙이 울고 올때 있는거 있지...
이제는 아이에게 이야기를 많이해서 이해를 시키는 중이야..언젠간 이해하겠지 모..근데..가끔 지 아빠 찾고 그러면 할말이 없어
그래서 요즘 애가 찾고 지아빠가 보고싶다고 하면 눈감고 애 보내구 그래 핏줄을 막을 순 없는거 같더라.."
"그래..."
나는 할말이 없었다. 항상 출장이라고 바람피느라고 애 얼굴을 보는게 가뭄에 콩나듯 했으니 부정이라는 것이 있을까..
"미숙엄마 장사는 잘되니...사실 나 장사한번 해볼려구 이리저리 생각 해보다가 미숙엄마 이야기좀 들어볼려구 왓다.
"자기가 술장사하게?"
"응..ㅎㅎ 할 줄 아는게 없다. 그래도 내가 노는건 좀 되잖니....하하하하하"
"하하하하"
"하긴 좀 노남..기차게 잘놀지..하하하"
"그런데 잘논다고 술장사를 한다고 하니까 기가 막혀서 말도 안나온다.."
"몸망가져.. 사람들한테 떳떳치못해..부모한테 말못해 자식에게도 미안해..내새울게 하나도 없는데 뭐하러 이런 장사에 뛰어들려구 그러누..."
"애 조그만할때 고생해서 안정된 장사좀 해볼려구..작은거루 돈되는 장사가 어딨니..이리 저리 생각해보니 그래도 술장사가 내적성에도
맞을꺼같구 해서 자기 생각이 어젯밤 확 나더라구 그래서 아침 후다닥 하구 달려온거야..모라구 작작하구 장사 하는데 돈은 어느정도 필요한지..
나 이혼하고 전셋방 구하곤 돈 얼마 없어..그리고 가게터도 알아봐주고..좀 도와줘라.미숙아.."
"아이고 이 아짐마야...내가 미친다 자기때문에..."
"말려도 안된다는 표정이구만..."
"내가 하는 가게가 그리 큰돈은 안들잖아...그대신 아가씨들을 잘 데리고 와야지.."
"정말 한다면 내가 한번 아가씨들이랑은 구해볼께 이 왠수야 도울 수 있는건 도와보자..어쩌냐..내팔자나 자기팔짜나 이리도 구질구질해서.."
눈물이 갑자기 핑 돌았다.
팔자가 더러워서....여자 팔자는 뒤룽박 팔자라 똑바로 물을 푸면 찰랑찰랑 가득 물을 푸지만 거꾸로 들고 푸면 그 물은 절대로 바가지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했다.. 내가 아무리 기를 쓰고 살아보려 해도 내 주제가 못되면 언제나 바가지 거꾸로 들고 물 푸는 격인지..
"슬기엄마 여기온거 아니?"
"전화 해본다 해놓쿠 깜박햇다가 들어오기전에 햇더니 통화중이더라 "
"그래? 그럼 슬기네 불러다가 점심 시켜먹고 술도 한잔하자.."
이렇게 미숙이네 집에서 점심을 거하게 먹고 술까지 마시고 오랫만에 슬기엄마랑도 만나 이야기 나누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 갈 때에 저녁도 먹고 같이 나가자는 미숙엄마의 강요를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평화야..이런 이야긴 슬기엄마한테 아직은 하지말자..좋은일도 아니구...소문낼 필요은 없을꺼같다. 내가 좀 알아보구 연락할께"
"고마워..어서 일 시작해서 좀 털고 지내고 싶다"
"그래..좋은일은 아니라 말리고 싶지만 자기 생각이 결정이 다 된거 같으니..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도와주는 일 밖에 없는거 같아..
될 수 있으면 가까운 가게 알아봐줄께.."
"그래..이래서 끼리끼리 논다고 그러나바..흐흐 어쩔 수 없는건가부다..."
"그래 그런거 같다"
이렇게 오랫만에 아짐마들의 만찬은 끝을내고 더 놀겠다고 우기는 평화를 간신히 꼬셔서 집으로 돌아왔다.
자기 또래의 아이들과 놀아 보긴 요즘들어 처음이여서 인지 고집을 많이 부리는 통에 진땀을 빼면서도 안쓰러워서 가슴이 아파오는
걸 참느라 애를 썼다.
무언가 일을 시작하려 하니 잠이 오질 않는다. 저녁도 뜨는둔 마는둥 하고는 티비앞에 앉아있지만 마음이 부웅 떠서일까..자꾸 삼천포
로 빠져서 연결이 안되어 버린다..
평화도 이제 어린이집에 한번 보내 볼까 하는 마음에 아파트앞에 학원을 몇군데 가봤는데 교회부설 어린이집이 그나마 가장 인간적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듯 했다. 벧엘 어린이집에 보내려면 여기 교회를 다녀야 하느냐 묻는 나의 질문이 우스웠던지 상담 선생님이 한참을 웃더니
"아니에요 평화어머니..다니면 좋기야 하지만 종교시설에 다닌다 해서 의무적인건 아니에요.."
선한 눈을 한 상담교사의 배웅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 오면서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앟았다.
우리 아이가 벌써 커서 어린이집에 보내고...많이 컸다는 생각을 하니 왜그리 주책스럽게 히죽히죽 웃음이 나던지...
오늘따라 유난히 평화가 부쩍 커버린거 같다.
"평화야 엄마 등좀 긁어줘" 라며 윗옷을 걷어 올리며 평화옆으로 앉으니 조그마한 손으로 간지럽히기만 한다...........
"아휴..평화야 엄마 간지러워서 죽을꺼같어잉........옆으로 ..아니....더 옆으로..."
이렇게 실갱이를 하면서 가장 간지러운 곳 바로 옆만 긁다가 말아버렸다. "아휴..거기...시원해" 이렇게 얼버부리는 내속은 터질꺼같았다..간지러워서..
올려진 브레지어를 내리더니 윗옷도 아래도 터억 내려준다..
얼마나 놀래고 기뻣던지......가르키지도 않았는데 이런 작은 배려도 할 줄 아는구나 생각에...엉덩이를 얼마나 두드렸는지 못내 아푸다 징징 거렸다.
...짜식 깨물어주고 싶은거 참고 엉덩이 두들겼구만...속정은 어려도 꽈악 들어찼구나 ..하는 생각에 사랑이 가득 담긴 눈으로 평화의 모습을
한참을 쳐다 보았다.
"따르릉 따르르릉~"
전화벨이 놀랬는지 느닷없이 벨소리가 평소와 달리 요란스럽게 울려서 설겆이 하던 손을 털며 전화기로 뛰어가봣다.
"여보세요.."
"응..평화야 미숙이야 .. 머하구 있엇는데 그리 숨을 헐떡이누..벌써 샛서방 구했소? 하하하하하...콜록콜록 "
자기가 이야기 하고도 우스운지 한참을 숨이 넘어가도록 웃더니..기침까지 해댄다.
"아이고 내가 이야기하고 내가 죽는다 아짐마야...전화 늦게 해서 미안했어 많이 기다렸지? 나도 생각 할 것이 너무 많아서
이래 저래 바쁘게 지냈다 그리고 전화로 이야기 할 상황이 아니니깐 일단 만나자..오늘 시간 괜찮니?
"응 시간이야 괜찮치.. 근데 무슨일인데 그래 궁금해 죽겟다..."
"아짐마 만나서 이야기 하자 나한테도 자기한테도 생각 좀 해봐야할 그런문제야..전화로 할 이야기 아니니까 대충하고 건너와"
불이나케 하다만 설겆이를 끝내고 평화 씻기고 나도 대충 외출준비를 하고 부랴부랴 집을 빠져나와
택시를 집어탔다.
..무슨일일까...좋은 가게터라도 나왔나..다른일 하라고 하려나...
택시안에서 혼자 이생각 저생각에 잠겨 있다 보니 벌써 다 도착했다.
슈퍼에서 미숙이 좋아한다던 버터링과자랑 음료수랑 사들고 집에 올라가니 미숙엄마가 헬쓱한 얼굴로
맞았다.
"미숙엄마야...당신 얼굴보니까 무슨말을 들을지 무섭다야.."
'하하하 무서운 말은 아니구..고민을 좀 많이 했지.. 평화엄마가 술장사를 한다고 할때 속으로 많이 웃었다..돈 벌어 보겠다고
술장사를 한다고 하는데..나를 찾아 온거 보면 이쪽 계통엔 아는 사람도 없을 꺼구 호락호락 너에게 돈을 벌어줄 그런 장사는
아닌데 말야..그래서..사실 이런 장사 그렇게 큰돈 필요로 하는건 아니야.. 돈이 안되면 가게주인은 따로 있고 장사하는 사람 따로 있는
그런 가게가 있거든..그런데 그건 어느정도 고객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거든.. 그런데 자긴 고객은 커녕 이쪽엔 잼병 아니겠어...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어차피 평화엄마가 이쪽에서 돈을 벌려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시작해야 하거든.. 그래서 ...일단은 내가 말은 꺼내는데
자기가 잘 생각해봐라..난 내 생각을 이야기 할 뿐이니... 지금 우리 가게가 많이 낡았잖아 나도 아는 언니 등에 업고 시작한거야..반땅하기로 하고
시작해서 지금은 가게 인수 다해서 내 가게가 됬는데.. 이사를 해버릴까 장사를 넘길까 항상 고민했었는데.. ..지금 자리에서 이사는 필요없고 보수공사하고
아가씨 몇명 더 부르고 하는걸 평화엄마가 자금을 되면 어떨까 싶어..물론 가게 명의도 같이 하는걸로 하고 수입은 절반씩 나눠 같는걸로 하고 말이야..
이사도 생각해봤는데 원래 이런 장사는 단골로 먹고 사는거잖니 여기 떠나서 터 닦을려면 힘들거든 그래도 제법 이곳에선 물 좋타는 소문났으니
시설만 좀 깨끗하게 고치고 아가씨 돈 더 주고라도 단골 잡고 있는 애들 부르면 힘들지 않을꺼같다.
................................ 내가 하고싶었던 말이야..나 잘살아 보려고 평화엄마 꼬드기는 것도 아니고..동업하는거 만만한건 아니거든 그렇치만
자기 생활이나 내 생활이나 남편복 없는 년들이니 어쩌겟써.. 나도 기댈 곳 하나도 없는데 자기도 그러겟지 싶고..서로에게 괜찮을꺼 같아서 생각해본거야..
이젠 자기가 잘 생각해봐..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말 못한다. 내 생각을 말해 주는거 뿐이야...."
"........그래.."
"이런 이야기 해서 자기가 어떻게 받아 들일까 걱정이 많이 됬다..그런데..내 성격 알잖아 그리고 하자고 굳이 밀어 붙이면서까지 덤비고 싶은 마음은 없어 그런거만
알아 주었으면 하네.."
"그래..미숙엄마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아...사실 자기 말대로 난 이쪽엔 아무것도 몰라.. 내 남편이 ..남자들이 술집에 가면 여자들이 어떻게 혼을 빼는지 궁금해서
술장사 해보겠다고 말하면 너두나도 나보고 미친년이라고 할꺼야..처음엔 그렇게 생각하고 나혼자서도 많이 웃었는데 지금은 어떻게든지 평화 크기전에 안정되고 싶거든
아무튼 자기의 이야기 잘 들었고 어떤 마음인지 알아서 나 너무 뿌듯해...이런 기회는 없을 듯 하네...미숙엄마만 괜찮타면 같이 동업하는걸로 해보자.."
나에겐 다른 결정은 없는 듯했다.
미숙엄마와 빠른 시일내에 처리하자고 약속하고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발걸음이 천근처럼 무겁기만 했다.
일을 시작한다는 기대감도 있었지만..어릴적 우리 동네에 살았던 술집여자라고 부르던 그 아가씨가 생각이 났다.
어릴적 우리 동네 아이들은 참 개구지기 이를때 없었다. 내 어릴 땐 왜 그리 정신 나간 사람들이 많았는지...하루에 한번씩 돌아가며 정신이 반쯤 나간 아짐마 아저씨
뒤를 따라 다니며 미쳤데요~~~~~~~~~돌았데요 ~~~~~~~~ 얼레리 꼴레리~~~~그러면서 해가 기울도록 따라다니는게 놀이였고 얼굴도 기억 안나는 술집에 나가는 언니집을 향해서 술집여자!!!!!!!이러고 대여섯명이
소리치고 도망갔다 다시 나와서 술집여자!!!!! 그리고 도망가다가 그집 언니 엄마에게 구정물 세례도 받아 보았고 어스름하게 해질무렵이면 짙은 화장을 하고
술집에 나가는 언니를 쫒아가서 술집여자래요!!!!하며 소리치고 도망가면 쌍소리에 악다구니를 하며
뾰쪽구두와 똥꼬치마를 입고 우릴 쫒아와 무진장 얻어터진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내 어릴적 철없던 추억들이 떠올랐다.
눈가가 젖어가는 나를 막을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