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어지지않는다는듯 초롱거리는 눈빛을 들이대는 소년.. 향아는 소년이 귀여워서 볼을 가볍게 꼬집어 주었다.
"아항.." "뭐가 아항이냐? " "저번에 저기 용산에 있는 은행나무 신령님이요.." "허걱. 그 남자얘긴 하지마. 왜?" "왜요? 멋있고.. 수확좋고.. 왜 거절하시나 했어요. 나름대로 정령계에선 인기 짱이잖아여? 그 사람을 바라보시느라 그 분을 튕기셨구먼요"
"아냐 짜샤. 첫째로 넘 느끼하고..야 향나무랑 은행나무랑 말이 된다구 보니? 지들끼리 놀아야지 말야. 난 별루 사는데 미련도 없어. 가끔은 이 매연속에 콱 뒤지고 싶다는 생각도 하는걸?" "에이 무슨 그런 섭한 말씀을.. 그래서 그렇게 장난도 치셨어여?"
장난이라.. 하긴 향아는 그 사람때문이라도 절대 그냥 세상을 하직할수 없는 몸이기도 했다. 그사람은 자기를 모르지만 어쨋든 그사람과 자신은 생이 바뀔때마다 늘 같이 있었고 향아는 그사람을 사랑했으니까. 그냥 이자리에서 뿌리를 박고 커가면서 세월이 흐르고 그사람이 사라지면 다시 그사람이 나타나기만을 간절히 기도하는 것이었다. 그사람을 만날수 있기를...
물론 이자리에 뿌리박고 살면서 몇번을 베어나갈뻔 한 위기를 거치긴 했다. 옛날에야 나무를 함부로 건드려선 안된다는 미신비스무리한것 덕분에 별 위기를 안느끼고 살았지만 여기 이 금싸라기 땅 서초동앞에서 떡하니 버티고 서있기엔 돈에 환장한 사람들 눈엔 그닥 예뻐보이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길이 뚫린다 뭐한다 하면서 몇번씩 베어나갈 위기를 넘긴것은.. 바로 향아가 직접 나섰기 때문이였다.
자신을 베려고 한사람에게 병을주거나 가끔 밤중에 머리풀고 나타나서 겁을 주는 정도.. 물론 향아는 아주 착한 정령이라 저얼때 피해(?)는 주지 않았다. 그저 겁을 조금 주려함인데 맘이 심약한 사람은 가끔씩 맛이 완전히 가버렸다는 소리도 들려오고.. 그랬다.
소문이 소문을 키우면서.. 무셔운 나무로 낙인이 찍혀지고 잘르면 니도 잘린다 라는 어떤 저주박힌 나무로 소문이 나면서 이제 아무도 그 나무를 벨 사람이 없어서 이 금싸라기땅에서 쌩쌩 지나가는 차를 지켜보며 살수 있었던 것이다.
향아는 이제 사람이 겁이 나진 않았으나 그저 그 자동차 매연냄새때문에 가끔씩은 아주 심각한 생명의 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어쩌면 이 사람과 만날 기회가 이번이 마지막일줄 모른다. 향아는 그것이 불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