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같은 이순간에 그가 너무나 보고싶다.
내가 정말 미친게 아닌가 싶을정도로 그가 너무나 그립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현관문을 박차고 그에게 달려가고 싶은뿐이다.
물을 타른 컵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친정엄마는 소리죽여 흐느끼고
계셨다. 물컵을 친정엄마에게 건네주고 그이 앞에 앉았다.
목을 마르셨는지 허겁지겁마시는 친정엄마의 모습에 얼굴을 들수가 없었다.
물컵을 내밀며 나를 물끄러미 보셨다.
"오늘밤에 엄마얘기 좀 할까?"
"무슨 얘기?"
"서른다섯에 니아버지 저세상으로가고 10살밖에 안된 너를 데리고 혼자 산다는게
얼마나 힘든 세월인지 아니."
"엄마가 고생많이 한거 알어. 그래도 서울에 와서는 형편이 좋았잖아!"
"그래, 서울에 와서는 형편이 좋았지. 나도 여자란다. 그거아니?"
"엄마, 그럼 엄마가 남자야"
세삼 당신이 여자라는걸 강조하시는 친정엄마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섬찟한 느낌이 들었다.
친정엄마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겁이 났다.
친정엄마는 두눈을 감고 옛날의 추억을 기억하시려는지 아니면 힘들었던 세월을 기억하는게
싫으셨는지 얼굴가득 인상을 쓰셨다.
소복을 입은 여자가 어린 딸을 무릎에 안고 등을 토닥거리며 머리를 쓰러내리고 있었다.
"숙이애미야, 이제 어떻게 살래?"
"모르겠어요. 땅마지기 하나 없는데 어떻게 살지, 휴~"
연신 한숨만 나오고 눈앞에 깜깜했다.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앞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어린딸의 머리를 쓰러내릴뿐이다.
"아랫마을에 군청집에서 밭일 할 사람이 필요하다니깐 내일부터 나랑 나가자"
"그래도 될까요?"
"그럼, 열심히 일하면 두사람 밥이야 먹고 살잖아."
"그렇죠. 우리 숙이 안 굶고, 학교보내면 나야 고생하는게 괜찮아요."
"그려, 그런 마음이면 되는거야. 내일 숙이 학교보내놓고 밭일 나가자."
"예, 내일 뵐게요."
친정엄마는 눈을 뜨고 내 손을 만지작거리셨다.
"그때는 무슨 일이든 해야됐어. 당장 먹고 살아야하니깐. 정말 열심히 일을 했단다.
그렇게 정신없이 세월이 지나고 니아버지 보낸지도 1년정도 지나서 창이엄마가
나보고 재혼하라고 하더라. 혼자 살기에는 너무 젊다고. 그쪽집에서 딸도 데리고
와도 좋다고. 하지만 그럴수 없었다. 분명히 눈치밥먹을게 뻔한데 내팔자피자고
너 눈치밥먹일수는 없으니깐"
"그래서 재혼 안하고 여태 혼자 살았어.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하면서"
친정엄마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