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부 카르마의 서클이 깨어지다.(1)
검은 커튼으로 빛을 모조리 차단한 도환의 건물 내부.
어두컴컴한 지하에는 수백 수천의 작은 촛불들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어디서 몰려들었는지, 검은 옷을 입은 많은 흑사회 조직원들이 몸을 숙인채 업드려 있엇다.
그들 모두 작은 소리로 “ 하나의 신. 하나의 신…사탄의 왕 ... “ 을 부르짖고 있었다.
그들의 웅얼거림에 벌써 지하의 악마숭배 의식은 고조되고 있었다.
그 웅얼거림은 마치 하나의 물결처럼 어둠속의 공기를 타고 서로 서로에게 전염 되고 있었다
그들 사이로 검은 사제 복을 입은 노인과 도환 그리고 두 사람의 뒤로 검은 후드를 써
얼굴이 드러나 보이지 않는 민준과 메이가 들어섰다.
뒷문이 열리고 평평한 들것에 눕혀진 알몸의 여자가 사람들의 한가운데에
마련되어진 단으로 올려졌다.
여자는 흐릿한 정신으로 사방을 둘러보지만 그녀의 눈속에 들어오는 것이라고는 어둠.
그리고 악마의 광기가 흐르는 눈빛 같은 촛불 뿐이였다.
이미 그녀는 검은 마약에 취해있는 상태엿다.
죽음을 눈치채지 못하는 흐릿한 의식의 여자의 앞으로 민준이 스르륵 와서 섯다.
민준이 손을 내밀자. 메이가 단검을 건넸다.
검은 마약으로 만든 매케한 중국 향은 곳곳에서 타오르고 있었고
그속의 사람들은 모두 마약가루에 중독되어 잇었다
그들의 눈은 몽롱했고 업드려 주문을 외우는 행동을 수도 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그들의 사이로 렌터카 사장의 모습도 보였다.
괴괴한 흑사술사는 주술록을 보면서 악령들을 깨우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소곤거리는 듯 기묘한 노인의 목소리가 시작됨과 동시에 사람들을 휘감고 있는 어둠속에서 무엇인가 속속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슈슉- 슈, 슈,슈….촛불에 언듯 언듯 드러나는 악귀들과 원귀들의 모습.
그 원귀들의 처참하고 사악한 몰골들 중에는
바로 몇시간 전 황해도 앞 바다에서 물에 빠져 죽은 조선족 여자들 25명도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이윽고
민준이 단검을 쥔 손을 허공으로 높이 치켜들자 사람들은 소리 높혀 사탄을 불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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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시각. 성은이 누워있는 병원.
성은의 들릴 듯 말듯한 심장 박동 소리가 벌컥 벌컥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의사를 부르는 석훈.
급하게 달려들어 오는 의사.
“ 사..살아 나려는 겁니까?! “
석훈이 다급하게 물었다.
[ 안돼…검을 꽂아서는 안돼…카르마의 써클이 부서지고 말거야…악령들이 깨어날거야…]
성은의 본영은 알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 이미 예견된 차례야. 수선 피우지마! ]
성주의 영은 성은이 느끼는 공포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듯 매섭게 일침을 가했다
“ 다시 약해지고 있어요..! “
의사는 그녀의 심장 박동을 체크하며 외쳤다.
“ 다시 원래 수치로 떨어졌습니다 “
“ 성은씨! 성은씨! “
석훈은 성은의 귀에 가까이 대고 성은의 이름을 불러댔다.
그러나. 심장 박동기기의 삐 삐 하는 소리만이 병실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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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바닥에 이마를 갖다 붙힌채 사탄의 왕을 불러대기 시작했다
사탄의 왕이시여! 사탄의 왕이시여!….!!
민준의 눈에 붉은 빛이 번뜩한 순간!
퍽!
민준이 단검을 내려꽂았다.
퍼퍽- !! 튀는 피!
민준의 얼굴로 여자의 피가 솟구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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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억! 그가 카르마의 문을 열어버렸어….!! ]
[ 어차피 그놈은 내 손에 목이 떨어질 놈이야. 진작에 그 놈의 목을 베었어야 했는데! ]
[ …………..?!!!!!! 그의 목을 쳐?! ]
성은의 본영이 소스라치며 놀랐다.
그 순간. 성은의 손이 언듯 움직이는 듯. 석훈은 깜짝 놀라며 성은의 손을 잡았다
석훈의 착각일까?. 성은의 손에 온기가 느껴지는 것은?.
성은의 손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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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의 왕이 깨어나셨다! 사탄의 왕 만세! 만. 만세!
사람들의 주문 소리는 극에 달하고 민준은 이윽고 여자의 벌컥 거리는 심장을 꺼내 높이 쳐들었다.
서서히 깨어나는 악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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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 시각.
닥터 한의 침실.
닥터 한은 잠들어 있었다.
신혼 시절 아내와 같이 사용했던 퀸사이즈 침대에 모로 누워 혼자 잠든 남편을 내려다 보고 잇는 아내의 혼.
아내의 혼은 슬픈 얼굴로 남편의 곁에 살며시 누웠다.
육체가 있다면, 남편의 늙어 지친 두 어깨를 주물러주고 삐죽삐죽 솟아 있는 흰머리들을 뽑아줄텐데…..육이 없고 혼만 있으니…
그래서 아마도 혼령들은 잠시라도 인간의 몸으로 이승에서 못다한 한을
풀기위해 빙의되곤 하는것인지도 모를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던 아내의 혼은 갑자기 치밀어 오르는 슬픔에 자신도 모르게 흐흐흑!
울기 시작했다. 딸의 죽음을 느낀것일까?.
바로 그 순간, 닥터 한은 꿈속에서 예지를 보았다.
예지는 “ 아빠 이빨이 흔들리네…내가 뽑아줄게 .” .하면서 닥터 한의 앞 이빨을 냉큼 뽑아내는 것이 아닌가?!
그 꿈은 바로 흉몽이엿다.
이빨이 빠지는 꿈은 가족중의 누군가의 죽음을 예언하는 꿈이였다
아내의 혼령과 닥터 한이 꿈을 꾸었던 바로 그 시각은.
도환의 집에서 민준이 단검을 내려꽂앗던 바로 그 시각이였다.
한강 근처의 공터.
검은 비옷을 입은 몇몇의 남자들은 어둠속으로 무엇인가를 던져 놓고는 그자리에서 급하게 사라졌다.
그로부터 몇분 뒤.
야간 경비를 돌던 파출소 순경 서씨가 그 자리를 지나가고 있었다.
비가 온 뒤라 , 주위의 공기가 한층 깨끗하게 느껴졌다 ,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서씨는 심호흡을 하며 걸었다. 그떄 문득,
평소에도 냄새에 민감하던 서씨의 코를 찌르는 기이한 향냄새!
……………!!!
서씨는 인상을 찌푸리며 킁킁 거리기 시작했다.
‘무슨 냄새야?….. ‘
어둠속의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서씨.
바로 그순간! 번쩍-!
두눈을 부릎뜬채 서씨의 뒤에 딱! 버티고 선 알몸의 여자.!
여자는 눈알에서 피 눈물을 툭툭 흘리며 서씨를 노려 보고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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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카르마: 업. 업보. 전생이나 과거에 지은 죄
카르마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는 개인적인 카르마로써 한 사람에 의해 창조되고 그 결
과도 그 자신이 겪는 것이고, 둘째는 사회적인 카르마(共業)로
비슷한 환경에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에 의해 공동으로 심어지
고, 그 결실도 다같이 거두는 것을 말한다. 바로 숙명적으로 묶
이어 함께 울고 웃는 공동운명체를 구성하는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