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준과 성은의 첫만남 테마곡 나옵니다. 음악이 싫으신 분께서는 볼륨을 줄이시고....
" 그를 다시 만나지 못한다면 죽을수도 없다."
2. 첫만남. 고서점
우두둑! 갑자기 쏟아지는 장대비.
거리의 사람들은 비를 피하기 위해 서둘러 어디론가 달려가고.
우연히 처마밑에 비를 피한 민준. 쉽게 그칠 비 같지가 않다.
민준, 벽에 몸을 기댄채 담배를 피운다. 거리의 사람들을 본다.
온통 거리가 회색이다. 마치 쓸쓸한 흑백의 무성영화를 보는 듯….거리의 풍경은 민준의 담배 연기속에서 더욱 외로운 풍경이 된다.
문득. 민준의 등 뒤로 스며드는 따듯한 느낌.
민준. 그제서야, 자신이 등을 기대고 선 곳이 아주 오래된 고서점인 것을 느낀다.
‘ 고서점….내가 어디까지 온거야 …..’
민준. 고개를 돌려 고서점의 낡은 유리 문 안을 넘겨 보았다.
좁은 유리 창 안으로 보이는 붉은 홍등 하나.
붉은 홍등에서 은은히 비춰나는 아스라한 붉은 빛이 왠지 민준을 안으로 끌어당겼다.
손님 하나 없는 텅빈 고서점안으로 .
스르륵 문을 열고 들어서는 민준.
마치 오래된 기억속의 장소 마냥 고서점이 주는 내부의 분위기가 편하다.
천장까지 꽉 들어서 있는 오래된 고서들…
바닥위에 까지 겹겹이 쌓아 올려둔 고서들…
오래된 고서의 종이 냄새가 비 냄새와 어울려 기분이 묘해진다.
민준. 고서점 내부에 정채되어 있는 편한 정적을 느끼며 계산대를 본다.
계산대 위의 작은 종.
민준, 자신도 모르게 작은 종을 손가락으로 튕겨본다.
뎅그렁~ 작은 종에서 믿어지지 않으리 만치 투명한 공명이 울린다.
그순간. 민준. 등뒤로 인기척을 느끼는데….
30여년 동안 위험속에 익숙해질 때로 익숙해진 민준의 몸이 먼저 긴장한다.
그러나. 이 느낌은 위험이 아니다…..
민준. 긴장감을 놓지 않은채 천천히 시선을 인기척이 난곳을 향해 돌리는데…..
다락방으로부터 스르륵 내밀어 지는 여인의 시리도록 하얀 발.
하얀 발목에 챠르르 떨리는 은색 방울 발찌….
……………..!
민준의 숨이 멎는듯. 그 다음에 나올 여인의 모습에 아련해지는데….
뚝............ 뚝 ............뚝.............
다락방으로 통하는 나무 계단위로 떨어져 내리는 빗방울.
천정이 새고 있었다.
민준. 급하게 시선을 내리면 계단 위에 흥건히 고인 빗물.
…………….!!
아니나 다를까. 긴 머리카락 속에 살며시 드러나는 하얀 얼굴의 여인
여인의 발이 고인 빗물을 딪는다 싶은 찰나.!
미끈- !! 악!
자신도 모르게 몸을 날린 민준.
난간도 없는 계단 밑으로 떨어져 내리는 여인을 밑에서 받으려는데…
꽈당~!
함께 넘어지는 두 사람
민준과 여인의 몸이 겹쳐져 서로의 얼굴이 바로 한치 앞에 보이는 형태로 시간이 멈추고.
짧은 시간.
당황한 여인의 눈과
놀란 민준의 눈이
서로의 영혼속에 숨겨진 알수 없는 운명을 확인이라도 하듯 부딪힌 다음.
여인의 짧은 비명 소리에 의해 그들 사이로 잠시 멈추었던 시간은 다시 돌아갔다.
이런….
그랬다. 아주 기묘한 기분. 그러나. 온몸을 파고 들며 민준의 신경 한줄 한줄을 깨어나게 하는 이상한 떨림.
그 떨림 때문에 아무 소리도 못하고 어색하게 서 있기만 하는 민준.
이런것을 첫눈에 반한다고 하는 것일까?.
그리고 여인.
여인은, 분홍빛 입술 끝으로 드러날 듯 말듯한 미소로 답례를 하며 계산대로 걸어갔다.
< 어떤 책을 찾으세요? >
메모지 위에 단아한 글씨체로 글을 적어 내미는 여인.
민준은 떨림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로 여인을 바라보며 메모지를 받아 들었다.
‘ 이 여자는 말을 하지 못하는가?. …’
의아한 민준.
" 아……네…. 고대 검의 종류에 대해 총망라한 서적이 있으면…."
이런! 내가 지금 무슨 소릴 하는건가?.
고대검이라니…!
민준이 비밀내에 치루어야할 일이 고대 검에 관한 일이 아닌가?.
민준은 스스로 놀라며 말을 멈추고 여인을 보았다
……………!!
벙어리라고 생각했던 여인은
민준의 입술을 보고 있지 않았다.
여인은 보통 사람들과 다름없이 민준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벙어리라면 들리지도 않을 것인데?…
들리지만 말을 할 수는 없다?!
여인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쌓아 놓은 곳으로 걸어갔다.
수초후. 여인은 익숙하고 정확하게 < 고대검의 역사 >라는 제목의 고서를 빼와 민준의 앞에 놓았다.
" 얼마를..드리면 .."
민준의 말에, 여인은 고개를 살며시 젓는다.
그말은 분명, 자신을 도와주지 않았느냐 그러니 그냥 가져가라 …그런 답례의 말 일 것이다.
" 저……"
저..혹시 듣기는 하는데 말을 못하시는 겁니까?.
그렇게 묻고 싶었지만 차마….이 여인에게 그렇게 물을만한 용기가 나지 않는다.
민준의 마음속에서는 고서를 공짜로 가져가니 답례로 저녁식사를 대접하고 싶다느니…식의 만남을 연장하려는 마음이 굴뚝 같으나 쉽게 말이 나오지 않는다.
민준은 고서를 받아들고 조용히 묵례하고 고서점을 나왔다.
그때 였다,
닫혔던 고서점의 문이 조용히 열리고 모습을 드러내는 여인.
여인은 , 파란색 투명 비닐 우산을 내밀었다.
………!
고맙다고 말해야 하는데…
아니면, …아니면…..결국 민준은 우산을 받아든채, 스르르 닫히는 고서점의 문만을 바라 보고 섰다.
장대비가 차가운 아스팔트 위로 쏟아져 내리며 하얀 성애가 인다.
꿈을 꾸었던 것은 아니지?….고서점이 여기 바로 내 앞에 있고. 그 속에 그 여인이 있다.
아침이 되어도 사라지지 않을 분명. 꿈이 아닌 현실이다.
민준은. 그녀와의 인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챌 겨를도 없이, 다시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여인을 만날수 있다는 확신 하나만으로 우산을 펴들었다.
깊은 슬픔만이 가득 차 있던 민준의 눈속에 작은 빛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