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새벽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주인여자는 부엌에서 아침준비를 하며 짜증스럽게 중얼 거리고 있었다.
-아니, 얘는 어제 그깟 매 좀 맞았다고 일어나지 않고 뭐하는거야!.
그때 부엌으로 진경이 기지개를 펴며 막 들어 왔다
-영은이 얘 아직도 안 일어 났어요.아휴...... 왠일이야.
-진경아! 너가 가서 영은이 좀 깨워 보거라.
-네
-엄마, 엄마, 큰일 났어. 영은이가.........
영은을 깨우러 간 진경은 종이쪽지를 한 장 가져 왔다.
-아니 왜 무슨일인데, 아침부터 호들갑을 떨고 그러냐!
-저 영은이가 여기 편지 쓰 놓고 없어졌어요
-편지?........뭐라고 썼길래. 읽어 보거라.
진경은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죄송해요. 아주머니
절 믿지 못하는 이곳에서 더이상 일을 할수가 없어요.
그리고, 전 절대 반지를 훔치지 않았어요.
그 동안 감사 했어요>
-그게 다냐.
-네.........걱정마. 엄마! 저거 집으로 갔겠지. 아침이나 먹자.
진경은 별대수롭지 않은 듯 수건을 목에 걸치고, 수돗가로 향했다.
진경은 한손으로 칫솔질을 하며, 다른 한손으로는 수돗꼭지를 틀며 대야에 물을 받고 있었다.
꽝꽝--
그때, 요란하게 대문을 차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야, 누가 아침부터 무식하게 남의 집 대문을 차는거야.
진경은 귀찮은 듯 비를 맞은채 대문쪽으로 갔다.
-문 열어. 어서 열지 못할테야
대문밖에서는 계속 들려오는 투박하면서 화가 난듯한 굵은 고함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대문이 열리자, 이미 비에 흠뻑 젖은 몸을 한 영은부가 몽둥이를 든채, 급히 들어서고 있었다.
그리곤 바로 그 수돗가 앞에 멈춰섰다.
마루에서 주인여자가 이미 내려오고 있었다.
-대체 누구죠. 누군데 아침부터 소란을 피우는 거냐고요.
-나 영은이 애비되는 사람이올시다. 그것보다 내딸 어딨어?
-그건 우리가 묻고 싶은 말이네요.
-뭐라구!. 그럼 여기 없다 말이야. 어디로 빼돌렸어.
-빼돌리다니요? 아참.......어제 무슨일이 있었는지 알기나 해요. 당신 딸이 내 반지를 훔쳤어요.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건 만으로도 감사히 생각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당신이 봤어. 내딸이 반지를 훔치는 걸 봤냐구........
-본게 아니라......, 그 반지가 영은이 방 책상 서랍에서 나왔다구요. 이젠 됐어요.
-그렇다고 어린앨 때려........
-진짜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반지 훔쳤길래......... 교육 좀 시킨 걸 갖고 이렇게 몽둥이를 들고 와서 행패를 부리면 어떡하겠다는거에요.
.......도둑이 제발 저려 집 나간거지.
-뭐라구......이 여펀네가......죽고 싶어 환장을 했어.
어디 사람을 짐승 부리듯 부려놓고 내쫓아.......니가 뭔데 내딸을 내쫓아!
영은부는 들고 있던 몽둥이로 눈 앞에 보이는 대야를 쳤다. 그러자 요란한 쇠소리를 내던 대야가 밑으로 나동그래지면 물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아이고! 깜작이야. 근데 그 몽둥이 좀 치우면 안되겠어요. 억울한건 우리라구요
주인여자는 놀라움에 목소리를 약간 낮추었다.
-아저씨, 영은이가 편지를 쓰두고 스스로 집을 나간거에요. 우리가 쫒아낸게 아니라.......
지켜보던 진경이 한마디 했다.
- 이집에서 당장 나가요. 나가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어요.
주인여자의 그말에 영은부는 더 이상 어쩔수 없는다는 생각에 몽둥이를 화단으로 집어 던지고 침을 뱉으며 대문쪽으로 걸어 갔다.
그시간, 진우는 이층에서 그들을 바라본후, 한참 멍하니 있었다.
그러다가 뒤뜰 연못가로 향했다.
작은 연못을 둘러싼 큰 돌위에는 자신의 손수건이 비에 축축히 젖힌채 놓여 있었다. 진우는 손수건을 펼쳐보았다. 그바람에 손수건 안에 숨어 있던 종이 쪽지가 떨어졌다. 그는 조심스럽게 펼쳐 보았다.
종이는 젖었지만, 글자는 알아 볼수 있었다.
<진우오빠!
그동안 고마웠어요. 그리고 처음이었어요. 가족말고 내게 그렇게 따뜻한 마음을 준것이.......
언젠가 꿈이 의사라고 했죠. 오빠는 분명 좋은 의사가 될꺼에요.
어제 제게 따뜻한 마음으로 연고을 건네 준 것 처럼,
아픈 사람들에게도 같은 마음으로 상처를 치료해주는 좋은 의사가 되길 바래요.>
그곳을 나온 영은부는 비가 내리는 골목길를 정신없이 걷고 있었다. 자신이 너무도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그는 딸이 언젠가 국수를 사주며 마냥 웃던 모습을 떠올리며, 슬픈 눈으로 여거저기에 시선을 살피며 헤매고 있었다.
이세상 누구보다 소중한 딸을 찾으며..........
그러나 어디에도 딸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비만 더욱 거세게 내릴뿐이었다
-아이구...... 이놈아! 대체 어딜 간거야. 그렇게 힘들면 진작에 그만두지. 이 미련한 것아!
그의 눈가로 비가 내리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