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는 그때그때 유행하는 놀이가 있었다. 얼마전에는 한동안 엄마의 화장품을 가져다가 화장하는 놀이가 유행이었고 지금은 큰 들통에 도시락과 반찬을 모두 모아서 마구 비벼먹는 게 유행이었다. 물론 수연도 당연히 동참하여 열심히 밥을 먹고 있었다. 한참 수다를 떨다가 은주가 말했다.
"야 날씨도 더운데.. 우리 분신사마나 함 해볼까?" "그게 뭔데?" "귀신을 부르는 거야.." "으이썅.. 그게 뭐냐 무섭게서리.." "아냐.. 그게 겁날게 없는게 함 불러서 궁금한거 물어보고.." "야 그러다가 귀신붙으면 어떡해?" "아니 다 끝나고 나서 가라고 얘기하고 보내면 돼는거야." "만약 안보내면?" "안보내면.. 귀신은 못가는 거지.." "으.. 끔찍하다." "뭘 걱정하냐.. 보내면 되지.." "글구.. 엄청 시덥잖은 귀신들이 와서.. 뭐 귀신붙을까 걱정할건 없데. 그래도.. 잘맞춘다는거야. 미래에 대해서.."
아이들은 으스스한 기분을 느끼며 할건지 말건지에 대해서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그때 수연이 말했다.
"그거 재밌겠네.."
수연이 한마디에 아이들은 모두 그놀이를 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나 정말 귀신 온다면 물어볼것두 있고" "뭔데?" "이번에 수학시험 어디서 제일 많이 나오는지."
아이들은 깔깔 거리며 웃었다.
"야이년들아. 진짜야. 나 그게 젤 궁금해.. 누가 아냐? 진짜 갈켜줄지?" "수연이 말이 맞다. 진짜 누가 아냐? 우리가 귀신 덕분에 시험 엄청 잘볼지?" "야 맞다맞아!!"
은주가 말했다.
"밤에하면 더 효과가 좋다니깐.. 우리 밤에 할까? 야자끝나구?" "으.. 야자끝나군 넘 무섭고.. 딴애들 야자할때 우리 음악실 같은데서 몰래 하면 어때? 우리야 뭐 인원 많으니 겁날것 없고.. 학교가 텅빌때 하는것보다 낫잖아?"
아이들은 호기심반 두려움 반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자율학습시간.. 선생님이 인원점검을 마치고 사라지신후 아이들은 한명씩 한명씩 음악실로 모였다.
음악실 커튼 창안으로 들어오는 달빛이 을씨년 스러웠다.
"누가할까?"
아이들은 모두 겁먹은 얼굴이었다.
"이년들 겁많기는.. 이몸이 하지 뭐."
역시나.. 수연이 나섰다.
"말꺼냈으니 나도 할께..야 수학시험 잘보면 우리덕분이다!"
수연이 나서니 은주도 덩달아 나섰다. 책상앞에 수연과 은주가 나란히 앉았다. 손을 마주쥐고 볼펜을 맞잡고 주문을 외웠다.
"분신사마.. 분신사마... 오셨으면 동그라미를 쳐주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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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종이위에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수연과 은주를 비롯 아이들의 등줄기에 소름이 오싹 돋았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람귀신이면 동그라미를 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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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저희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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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좀더 겁이 나기 시작했다.
"저흴 도와주세요. 도와주실수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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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도 않았던 대답이였다. 강단있는 수연이가 물어보았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수연과 은주가 마주잡은 볼펜이 마치 마술에라도 걸린듯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볼펜은 어떤 글자를 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