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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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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햇살 2003-07-04

그날도 야간자율학습시간이었다.
희정은 야자 시간이 죽기보다 싫었다.
정신없이 자신을 찔러대는 볼펜들이며..
누가 썼는지 모를 욕설이 담긴 종이 쪽지며..
담당선생님이 없는 조용한 교실에는 머리아프거나 공부가 지겨울때..
신나는 놀잇거리인 희정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름모를 킥킥거림.
사각사각 등짝에 누군가 낙서를 하는 기분..
그 더러운기분..

희정은 참다 못해 벌떡 일어났다.

"병신 지랄하네!"
누군가 말했고. 교실은 박장대소.. 웃음판이 되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귀에 들어와 고막을 찢고..
뇌를 찢고..
심장을 찢는다.
더이상 어떻게 서있을 힘도 없는 희정은 밖으로 나왔다.
누군가 쫓아올까봐 헐레벌떡 뛰었다.
그리고 자신만의 공간인 학교 옥상위로 올라갔다.

옥상위에서 바라보는 불빛은 따뜻하고 안온했다.
저 많은 불빛중에서..
나를 받아주는 불빛은 없어.

희정은 절망했다.
그리고 멍하니 옥상아래의 세상을 보고있는데..
옥상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끼~~~익
"키득키득.. 거봐. 병신이 가봤자 여기지.."

수연의 일당이었다.
제일 앞에서 수연이 낄낄거리며 웃고있었다.
참 예쁜아이.
아이러니하게도 희정은 수연이 정말 예쁜아이라는 생각을 했다.
저런아이와 친구가 될수 있었다면...

열명가까운 아이들은 희정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가 좀 심심해서 말이야."
"킥킥. 오락실 펀치는 좀 비싸잖아. "
"여기 엄청 저렴한 펀치있네.."

아이들은 뭐라뭐라 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누군가 피우던 담배꽁초를 희정에게 던졌다.
담배연기에.. 희정은 기침을 했다.

희정은 옥상난간에 올라섰다.
"오.. 오지마.. 제발.. 가!!"
희정은 소리질렀다. 목이 참 아프다는 생각을 했다.

"왜 떨어지게? 떨어져봐라. 니머리 딴딴해서 안깨질걸.."
"암.. 안깨질거다.. 뭐 거기서 실험하니? 내가 해줄게.. 빨랑 내려와라"

희정은 덜덜떨면서 눈물을 흘렸다.
아마.. 피눈물일거라는 생각을 했다.
얼핏밑을 보았다.
누군가 저 밑에서 손짓하는것 같았다.
왜그렇게 살고있니? 빨리 내려와.. 여긴 푹신하고 좋단다..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게 낫다.
죽어서 영혼이 있다면...
내 너희들한테 복수할거야..꼭!!
가만두지 않을거야.

희정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아래로 떨어졌다.
장난반 악함반으로 몰려들었던 아이들은 그만 괴성을 지르고 말았다.
정말로 죽다니..
정말로 죽다니..
아무리 사악한 아이들이지만..
아무리 자기들이 갖고놀았던 시덥잖은 장난감이었지만.
그래도 사람이 죽은것이기에.. 아이들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어.. 어떡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