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하면 저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아주 늦은 저녁은 아니라서 다행이다 싶었다.
집에다간 내일 도착 이라고 알렸다.
오래만에 난희가 궁굼했다.
회사는 잘 다니는지......난희에겐 그동안 간간히 메일을 보내곤 했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난희에게만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난희에겐 공항에서 바로 집으로 찾아간다고 이미 메일을 띄워났다.
퇴근시간에 맞추기가 힘들것 같아서 그냥 집으로 찾아간다고 한거였다.
게이트를 벗어나며 석영이 내 가방까지 찾아다 준다며 먼저 수속 밟고 나가라고 했다.
정말 좀 이상했다.
왜 나와 눈 마주치길 꺼려하는 거지....?
뭔가 내 눈치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
개운치 않은 석영이의 행동이 신경 쓰였다.
보름정도 있다가 가려구 미리 석영이와 왕복 티켓을 끊어났다.
여기서 헤어지면.......한번쯤은 서울에서 다시 만나긴 하겠지만......석영의 태도는 어딘지 이상했다.
괜히 어색한 분위기를 만드는게.....정말 내게 프로포즈라도 할 참인가....?
만약 그렇다면 어떡하지....?
순간 가슴이 조여오면서.....몸에 꼭 끼는 옷을 걸친듯한 기분이였다.
석영이완 좋은 친구관계로만 있고 싶은데......
가끔 함께 저녁을 먹고 지는 놀을 보면서 커필 마실때 석영이 눈가가 젖어들곤 했었다.
석영이에게 관심이 많은 재인인 석영이가 멍하니 먼곳을 바라보며 애절한 눈빛을 하곤 하는게 자기 가슴을 울린다며 같이 우울해 하곤 했다.
그럴때 마다 난 혼자 짐작을 했다.
아직도 헤어진 여자친굴 잊지 못하고 있다고......
헤어진지 이제 2년이 다 되어 간다면서......아직 못잊고 있는게 분명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지금 석영인......내가 그동안 받았던 느낌이 전혀 아니라고 생각될 만큼.....나와의 사이에 어색한.....전과 같지 않은 기류를 느끼게하고 있었다.
세관을 통과하고 입구쪽으로 향하는데 누군가가 내 옆 시선끝에 잡혔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너무나 잘아는 실루엣과 비슷해서 난 나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설마,설마......가슴이 마구 뛰고 .....다리에 힘이 빠져 제대로 설 수 없을 정도의 휘청거림에 간신히 발끝에 힘을 모으고 섰다.
그럴리가 없는데.........그럴리가 없을 텐데......
고갤 돌리며.....바라본 내 시선끝에........그가 있었다.
예전보다 좀더 자란듯한 키에......좀 긴듯한 앞머리에 한쪽눈이 가려져 있는.......그가 있었다.
환상인가....?아니 ...환영이라고 해야지.....
여기가 서울이니까......혹시 난 아니라고 하지만......잠재의식이 밖으로 나옴인가.....
어째서 우현이가 보이는 건지......
날 향해서 잔잔한 미소를 입가에 물고 있는 저 사람이......정말 우현이가 맞는 걸까...?
아냐....아닐 거야.....
우현인 아직 군에 있을텐데.....
착각일꺼야.....
눈의 착시라고 생각하고 앞머리 손으로 올리며 다시 그쪽을 봤다.
"뭐하냐...?봤으면 달려와야지.....슬로우 비디오 영화라도 찍는 배우마냥......"
안으로 들어서지 말라고 쳐져있는 바리케이트를 훌쩍 넘으며 우현이 내게로 다가왔다.
정말.....어떻게 이런일이......
곧장 다가서지 않고 두세걸음 간격을 두고 내앞에 와 섰다.
곤색에 금줄이 들어간 체크남방에.......베이지색 면 바지......
연하게 풍기는 다비도프의 향기.....
정말 우현이가 맞았다.
한시도 잊을수 없었던......내 연인 강우현 이였다.
아무런 말 한마디 없이 등돌리고 떠나온 내게 우현인 환하지는 않지만......나름대로 잔잔하 미소를 보여주고 있었다.
눈앞의 우현이 가......내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난 쉽게 잡을 수가 없었다.
물기서린 습기가 느껴지는 전 손을 쉽게 잡을 수는 없었다.
어느새 틀어놓은 수도 꼭지에서 물이 쏟아지는 것처럼......내 의지와는 달리 볼 위로 흘러내리는 눈물탓에......우현이 모습이 똑 바로 보이지가 않고 있었다.
눈을 깜박이지도 않았는데.......굵은 눈물 방울이 쉴새도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떻게 우현이가 지금......여기 내 앞에 서 있는건지........
착시 현상도 아니고......환영도 아니면......꿈도 아닐진데.....
어떻게 군에 있어야할 우현이 여기에 있다는 건가....?
분명 석영인 우현이가 군에 있다고 했는데......
"뭐해....?아직도 더 기다려야해.......내민손에 경련이 일것 같은데......"
우현이 목소리.....
귀에 멀어질까봐......늘 되새기고.....잊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던 목소리.....
"벌써.....만났구나...."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그쪽을 봤다.
그사이 우현이 날 끌어당겨 가슴에 품었다.
조금은 탄탄해진 듯한 가슴팍......
"희진이 저쪽에 있어 가봐.......우리 온지 2시간이 다 되어 가....."
"정말......?정말 희진이가 왔어...?"
"그래.....네가 인희 잘 돌봐 주면 내가 희진이 맘 돌려놓는다고 했잖아......"
"그렇지.....강우현이 어떤 친군데......고맙다 정말..."
"너도 ......고마웠다......나중에 다시 보고....희진이 많이 기다렸으니까 빨리 가봐..."
희진이라면 석영이의 여자친구다.
몇번 석영이에게 들은적이 있는 귀익은 이름이였다.
헤어졌다고 했는데.......
우현이 다시 만나게 해준건가...?
일전에 희진이가 수녀가 될지도 모른다는 친구의 편질 받고 속앓이을 한참했던 석영이 였는데.....수녀가 되는걸 우현이 맘을 돌려놨다는 건가....?
석영이가 환하게 웃으며 내게 연락한다고 하구선 우현이가 가리킨 쪽으로 달려갔다.
공항을 벗어나 시내로 접어 들었다.
차는 예전에 타고 다니던 곤색의 포르쉐였다.
전과 하나도 바뀌지 않은 내부 모습에 또 눈물이 흐를것 같았다.
우현인 아직 그 원룸에 살고 있는지.......차를 그리로 돌렸다.
가슴이 진정이 안되고 빠르게 뛰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머리속이 혼란스러웠다.
내가 왜 떠나갔는지.......그 얘길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조금씩 공항에서 나온 이후로 한마디의 말도 안하고 있는.....내게 한번도 시선주지 않고 있는 굳어진 얼굴을 하고 있는 우현이의 모습에 가슴이 조여왔다.
공항에서 석영이와 우현이의 대화를 듣고......석영이 내게 비밀로 하고 우현이에게 내 소식을 전해주고 있었다는걸 눈치쳈다.
비행기 안에서 보여줬던 어색한 느낌......다 이유가 있었던 거였다.
내가 곤란해 할 까봐 나름대로 미안함을 느꼈던 그 표정을 보고 난 이상한 착각이나 하고....정말 챙피했다.
마치 모든 남자들이 다 날 좋아하는것 처럼 느끼다니......
단순세포만 가지고 있음이 드러나는 순간이였다.
차안의 침묵이 너무 무거워.......숨이 막혀왔다.
한 여름의 밤 공긴.....탁하고....너무 더웠다.
덕분에 닫힌 차안엔 에어컨 바람이 나오고 있었는데......차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세게 틀었는지.......얇은 긴팔 티를 입고 있었는데도.....춥다는 느낌이 들었다.
바깥 공기가 무지 덥다는 건 알고 있지만.......
"너무 춥지 않아......?에어컨 온도좀 내리지...."
어색한 침묵을 깨고 겨우 한마디 했다.
우현인 내게 시선한번 주지 않고 에어컨 버튼을 눌러 온도을 내렸다.
공항에선......아무일도 없다는 듯.....장난스런 멘트까지 날렸으면서.....
갑자기 둘만 되자 공포분위기 조성하고......
기다리고 있을 난희도 신경이 쓰였다.
더구나 뭐가 급하다고 우현인 악셀를 세게 밟고 있었다.
고속도로도 아니고 시내인데......속도를 높혀서 가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경찰이 속도위반 딱지를 붙이려 뒤쫒아 올까봐 걱정이 될 정도로.....차선도 지키지 않고.....뺑소니 쳐놓고 도망가는 차 마냥 ......핸들을 빈번하게 돌리면서 가고 있었다.
옆의 손잡이를 잡고 있어야 겨우 몸이 안 흔들릴 것 같아.......손잡이 잡은 손에 땀이 벨 정도로 힘주어 잡고 있었다.
차가 원룸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갑자기 빠르게 뛰기 시작하는 심장이 금방이라도 눌르면 터질것 같았다.
아무런 말도 없이 내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한손을 내 여행가방......다른 손을 내 팔목을 잡고 있는 우현이였다.
마치 내가 도망이라도 갈까봐.....잡은 팔목이 아프다고 통증을 호소해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