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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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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모마일 2003-09-12

모든 님들.......즐거운 추석 잘 보내 셨는지요....

전 남편이 무녀독남 외아들이라......조금은 무료하게 휴일을 맞고 있답니다.

아침에 남편이 아이들을 앞세우고 시댁으로 아침을 먹으러 간 지금....시간이 나서

글을 올립니다.

보름달님 에게 모두 소원 비셨는지요......

소원하신 모든일이 다 이루워 지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건강이 최고 인것 아시죠....?

 

~~~~~~~~~~~~~~~~~~~~~~~~~~~~~~~~~~~~~~~~~~~~~~~~~~~~~~~~~~~~

 

오후 늦게 였다.

웬일인지 윤수언니에게 호출이 왔다.

내가 큰 집 호적에 오른 이유로 한동안 왕래가 없던 언니였다.

나도....괜히 먼저 전화하기가 선듯 내키지 않았고......언닌....무슨 이유에서인지 예전엔 그래도 일주일에 한번은 전활 줬는데......한동안 전화가 없었다.

그런 윤수언니의 전화는 내심 반가왔다.

그래도 다른 가족들중엔 서로 처지가 비슷해서 은근히 의지가 되는 언니였다.

 

"뭐해..?잘 지내지...?"

약간 술에 취한듯......호흡이 흐트러져 있었다.

집이 아닌 듯한 .......소음도 들렸다.

 

"언제 한번 보자......얼굴본지 오래 나잖아.......그러지 말고 내일 볼까...?"

".....내일?"
"응....나 너희 학교쪽에 볼일이 있거든......나중에 보자고 하면...또 흐지 부지 되잖아?생각날때 약속 정하는게 만날 확률이 크니까......내일 약속있어...?"

"아냐....몇시쯤 볼까...?"

"너 강의 마지막이 언젠데...?"

".......2시 면 끝날것 같은데......3시쯤에 우리 학교앞....'바그너'알아..?"

"찾아갈께.....그럼 3시에 '바그너'에서 부킹하자......잘자고 낼 보자.."

 

간단명료하게 말하고 바로 전화를 끊는 윤수언니였다.

얼굴본지 두달이 넘어가는것 같았다.

들리는 말로는 집에서 독립해서 원룸을 얻어 나가 산다고 하던데......

큰집에서 매달 일정액의 생활비를 부쳐주고 있었다.

모든 첩들에게.......

윤수언니 모친은 다른 첩들과는 달리.......알뜰하신 분이셨다.

지금도 메이커 아동복집을 3개정도 운영하고 계셨다.

큰집에서의 원조를 안받겠다고 하는데.....윤수언니가 제몫으로 받아챙기라며......부쳐주는 돈은 모두 윤수언니에게 가고 있는것 같았다.

한고집 하는 윤수언니였다.

어머님은 가끔 내게 윤수언니에 대해 묻곤 하셨다.

제성질 죽이지 못하고 .......성질대로 어른들 에게 막대하는 윤수언니가 못 마땅하다면서도.....윤수언니의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계셨다.

 

윤수언닌......제멋대로이지만.....웬지 미워 할수 없는 존재감을 주었다.

그나마 내게 젤 살갑게 굴지만.....그다지 정이 있다고는 할 수 없는데.......안보면 가끔씩 생각나는 사람이였다.

만나서 같이 있음.......매번 연수언니 흉을 봐서 좀 질리는 면이 없지 않지만......그래도 아주 안보고 싶은 얼굴은 아니였다.

 

 

우현이완 점심만 먹고는 헤어졌다.

곧있을 여름방학을 대비해서 유럽쪽으로 배낭여행을 가자는 우현이였다.

벌써 재명이와 수현이.재형이 와는 얘기가 되었다고 했다.

가끔씩 이렇게 내 처질 잊어버리는 우현이가 야속했다.

국내 여행이라면 모를까......

해외배낭 여행이라니......것도 20일 여정이라니.....

아무말 않는 날 보며 자기 의견에 동의한다고 생각하고 일어선 우현이였다.

정말 속상했다.

 

윤수언닌......얼굴이 좀 말라보였다.

원래도 전체적으로 마른 듯한 느낌을 주는데.....얼굴이 반쪽이 되어 있었다.

무슨 일이있었나...?

자리에 앉자 마자 진한 에스프레소을 시키는 언니였다.

담배는 피지 않는 걸로 아는데......어딘가.....아파보이는 윤수언닌 많이 안좋아 보였다.

 

"어디 안좋아......얼굴이 많이 상해보여..."

"작품준비중이라서.....내내 밤샘을 해서 그래..."

"작품준비....?"
"응.....나 미대잖아.....모두들 내가 그 사람 빽으로 미댈 들어간줄 알던데......이건 내 실력으로 들어간 거야.....요즘 국선 준비중이거든..."

정말일까...?

나도 아버지 빽으로 들어간줄 알고 있었는데.....

그런 날 보며 윤수언니가 픽 웃었다.

내 표정을 읽었나 보다....

괜히 미안해지는 기분이였다.

 

"나 서양화 전공이야......언제 한번 보여줄께.....이번 국선 전시회에 오면 되겠다.

하긴 뽑혀야 전시가 되는 거지만....."
갑자기 윤수언니가 진진해 보이는 이유가 뭘까....?

 

언니와 이런 저런 얘길 하다가 4시를 넘어서 헤어졌다.

헤어지기 전에 언니에게 묻고 싶었던 얘길 꺼냈다.

만남을 정한 어제 저녁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물음이였기에.....좀 긴장이 되었다.

 

"언니.....혹시.....사교클럽....이라고 알아...?"

윤수언닌......나와 달리 유치원 과 초등학굘....서울의 그 유명한 상류층 자녀들만 다녔다는 곳엘 다녔다.

그래서 그쪽의 친구들이 많았다.

"사교클럽....?무슨 나이트 이름이야...?"

"아니......우리같은 ......또래들이 모이는 집안끼리의 모임말야......"

".....아......양반클럽...."

"..........?"

"난 그렇게 부르거든.......근데 갑자기 거긴왜....? 넌 관심 없잖아....?"

".....그냥 좀......"

"큰 어머님이 혹시 ......거기 나가보라던....?"

"아냐.......그냥 내가 아는 친구들이 거길 나간다고 하길래 ........어떤 곳인가 궁굼해서....."

왜 이렇게 뒤가 구린 사람마냥......말을 버벅거리는지......

괜히 말을 꺼낸것 같았다.

 

"친구 누구......?요즘은 좀 뜸하지만......나 예전에 거기 자주 나갔거든......동창들이 많아서 놀기 편하니까...."

눈을 빛내는 윤수언닐 보자.......후회가 밀려 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가슴 한구석에선......다른 맘도 생겼다.

 

"강우현 이라고 혹시 알아......?"

"강우현.....?아 그 세일그룹.....막내....말하는 거야...?"
윤수언니가 정확히 찝어 냈다.

"네가 우현일 어떻게 알아....?"

"친구 남친이야.......그 남자애 거기서 인기 많아.....?"

"인기 짱이지.....너도 얼굴 본적있음 알거 아냐.....?성격 칼 같고.....맺고 끊는것 확실하지....지 형과는 좀 달라.....연하지만 꽤 멋있는 남자애긴해......근데.....네 친구의 여친이라구..?"

".......응.......왜....?"
왜 갑자기 가슴이 쿵딱거리며 뛰는 걸까....?

 

"네 친구 이름이 뭔데......?"
윤수언니가 거의 바닥을 보이는 커필 들어 마시며 날 힐끗거렸다.

웬지 좀 탐색하는 얼굴이였다.

 

".........그건 왜...?"

"내가 알기로는 강우현 그애 사귀는 여자애가 있다고 들었거든......눈으로 본적도 있고......근데....웬지 네가 아는 애는 아닐거 같아서....."

"............."

"강우현 ......걔가 양다릴 걸친다는게 좀 믿기지 않지만.......어쩜 내 친구가 내가 본 그애 일수도 있으니까.......이름이 뭐야...?"
"............언니가 알고 있는 앤 누군데......?"

우습지 않은 대답이였다.

윤수언닌 피식 웃었다.

 

"문지원.....그러고 보니 우현이 너하고 같은 학교구나.......지원인 외대인데.....학교가 틀린것 보니까....내가 알고 있는애가 네 친군 아닌것 같다....."

 

가슴의 떨림......잠시 멈추었다.

문지원......성이 문이였구나......

외대에 다닌다구.......?

정말 이였네.....

민정이가 말한게......내 불안이 .....정확하게 맏은 거였다.

얼굴에 모든 감정이 다 묻어나왔나 보다.....

날 살피던 윤수언니의 민감한 직감이 날 완전히 꿰 뚫었나 보다.

언니가 날 가만히 봤다.

 

시켰던 커피가 반도 비우지 못한체 식고 있었다.

"친구가 아니라......너 였던 거야......?"

가까운 거리에서 심장 한복판에 화살을 맞은 기분......

확인 사살이라고 하나....

 

"좀 의외네......?강우현 이 양달릴 걸치고 있었다는 것도......남자애들 에게 굉장한 어필을 하는 널 두고.......다른 여친을 만든 남자가 있다는 것도......정말 좀은 놀랍다."

"사귀는게......정확한거야....?"
".....아마도......꽤 오래 됐던것 같은데......너 혹시 알아...?논현동 그 싸가지 고모 딸.....민정인가...?걔도 그 강우현에게 목매고 있거든.....근데 문지원이 떡 하니 버티고 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침만 흘리고 있거든.....언감생심.....넘 볼걸 넘봐야지....."

 

기분이 착잡했다.

우현이가.......정말 날 두고 ......

아까 점심먹으면서 내 볼에 붙은 밥풀을 떼어 자기 입속으로 넣으며 장난스럽게 웃던 그 우현이가.........나 아닌 다른 여친이 있다구.......?

나 모르는 곳에서......내게 하듯이......똑같은 모습으로......다른 여잘 대하고 있다는 말이지...?

가슴 속에서 불길이 솟고 있는 기분이였지만.....

한번 식혀 버린 불인지.....

아님 얼을을 동반하고 올라오는 불길인지......가슴속이 너무 차다.

너무 차서 .....아무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얼얼한 아픔만 느껴지는 것 같다.

 

"혹시......우현이가....네가 누군지 알고 있어....?네가 어떤 상황인지.....아냐구...?"

".......응....."

"......그래....?쳇....그자식도 별수 없는 나쁜놈이잖아.......그렇게 안봤더니....재수 없는 놈...."

 

갑자기 윤수언니가 우현일 욕하고 나섰다.

쓸개라도 씹은 얼굴이였다.

물을 주문하고 윤수언닌......정신을 놓고 있는 날 봤다.

윤수언니 눈에 불이 꼿혀 있는것 같았다.

 

"왜.....에...?"

멍청한 질문.....

왜 그런 소리가 새어나간건지.......

 

"몰라 물어.....이 머저리 같은 기집애야.......겉보기보다 약고 강한줄 알았더니...그렇게 정에 굶주려 있었어.....!!!!"

"........언니...."

"정말 실망이야 서인희......난 너는 좀 다를줄 알았어.....넌 절대 그런일 없을줄 알았..."

"그러니까 뭐....?무슨말이야...?"

감정이 격해졌다.

"몰라 물어......?너 강우현에게 농락당한거잖아.....?네가 첩의 딸이라는 약점 붙잡고 그자식 노리개 된거 잖아.....?이해가 안돼....?"
"아냐......말 함부로 하지마........우현이 그런애 아냐......언니가 잘못 안걸꺼야......우현이가 내게 그럴리가 없어......우린 정말 사랑해....사랑한다구......."

"사랑....?좋아하네........너 그자식이 얼마나 차고 냉정한지 알아.....?지원이 외엔 옆에도 안지 못하게 하는애야.......다른 여자애들 에게 눈길 한번 주는 앤줄 알아......문지원인 그 자식에게 있어 여왕님 같은 존재야.........그 자식은 지원이 기사라구......걔들 사귄 헷수만 십년이 넘어가......너랑은 얼마 사귀었는지 모르지만.......네가 속은 거야......"

 

모든게 비수가 되어서 꼿혔다.

우현이가 정말 그럴까....?

날 지켜 주겠다며 내게 눈물까지 보였던 우현인데......

그게 다 연극이라는 말이야.....?

언제 부터 나왔는지......탁자 밑으로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정말 .......첩의 딸은 어쩔수 없나 보다.

딸은 엄마의 전철을 고대로 닮아 간다고 하더니......

난 비켜나가지 못하고......그대로 답습을 하고 있었나 보다.

우현이의 모든 행동이 다 거짓된 행동이였다니.......

정말 이라면 .......배신이였다.

내가......정말 앞으로  살아낼 자신이 있을까....?

가슴 밑바닥에선 아니라고.......절대 그럴릴 없을 거라는 믿음이 있지만......

충격받은 가슴의 쿵쾅 거림은 쉽게 멈춰주지 않고 있었다.

 

"확인하고 싶어.....?물론 그러고 싶겠지......?"
윤수언니가 갑자기 물었다.

"그 자식 머리에 찬물 끼얹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낼 저녁에 워커힐 로와.....아니다....내가 데릴러 갈께......집근처에.......편의점 있지.....거기서 6시까지 만나자..."

"..........."

"파티가 있어......아마 강우현도 문지원도 올꺼야.....지원이 언니 생일 파티거든......딱 좋네....깜짝 파티가 될거야......하얗게 질릴 그 자식의 얼굴이 볼만할꺼야.........."

 

머리속이 멍멍거렸다.

문지원......강우현......

연결이 쉽게 되어 지지 않았다.

내가 모르는 우현일......떠올리기가 쉽지가 않았다.

마치 악몽이라도 꾸고 있는 기분이였다.

윤수언닌 내일 꼭 나오라는 말을 던지고 카페에서 먼저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