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이후로 민정이의 과외건은 없었던 일로 되었다.
우습게도 하루 과외비용으로 민정이 집에서 50만원이 왔다.
어머님을 거쳐서 내게온 과외수업비.......
내게 전해주시는 어머님의 얼굴빛이 내게 많이 미안하다는 얼굴이셨다.
민정이의 변덕이 생각보다 쉽게 끝나 다행이라며 내게 미안했다고 하시는 어머님의 말씀...
괜히 가슴이 아려왔다.
왜인지 요즘엔......처음과 달리 내게 보내는 시선이 차갑지가 않았다.
첨엔 날 마주 보는 것조차 기분 나쁘고 기분이 상한다는 얼굴이였는데.....몇달간 한집에서 같은 기을 공유하며 지내와서 일까.....?
예전 같은 차가움이나 날 껄끄럽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거의 없어져 갔다.
가끔은 아줌마에게 내가 잘 먹는 음식이 있으면 꼼꼼히 챙겨주라는 말씀까지 하셨다고 했다.
왜일까......?
내가 못마땅하고 아주 싫으실텐데......직접적인 따뜻함이나 애정이 깃든 표현은 없었지만.....요즘의 날 보는 어머님의 눈은.....많이 부드러워 지셨다.
갱생원에서 나온 연수언닌 아버지의 강요에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집에 발길도 못하고 갱생원에서 바로 수속밟고 퇴원과 동시에 유학길에 올랐다.
그때문에 어머님이 지금 영국에 나가계셨다.
자식들에게 별다른 애정이 없으신 아버님이셨다.
가끔 집에 들러 날 잠깐씩 보곤 가시는데 내게도 별다른 말씀은 없으셨다.
예전 엄마와 함께일땐 그저 눈인사만 할 뿐이였는데.......
여기 큰집에서 볼때면......학교 잘다니라는 말과.....건강에 유의하라는 말.....또는 필요한게 있음 언제든지 어머님께 말하라는말......내게 관심이 많다는 말......그저 고개만 끄떡일 뿐이지만......전에 없던 관심이 부담이 되었다.
금요일 오후였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길이였다.
저녁을 먹고 들어가자는 내말에 우현이 약속이 있다고 했다.
저녁 먹기엔 좀 이른 시간인 5시40분쯤.......
"친구 생일파티가 있어....."
귀가 쫑긋 했다.
"나두 같이 가면 안돼....?"
"안돼....네가 모르는 친구야.."
"재명이나 재형인.....같이 안가..?"
"......같이 오겠지...파티를 좋아하는 녀석들이니까..."
"그럼 나도 가도 되겠네.....둘하고 놀면 되잖아.....응?"
"왜그래 ?오늘.....답지 않게...."
답지않게.....?
묘하게 기분이 상했다.
나 다운게 어떤건데.....?
"가자......시간이 별로 없어..."
우리집 방향으로 차를 돌리는 우현일 잠시 보았다.
왜 안된다는 건지.....
많이 궁굼했다.
다른.....미나나 과의 다른 친구들은 남자친구들이 자기들의 친구에게 자랑겸 소개겸해서 여친의 얼굴을 보여주곤 한다는데.......우현인 ......그러지 않았다.
내가 알고 있는 우현이 친구란 재명이와 재형이가 전부였다.
아님 같은 학교의 친구들......얼굴만 조금 아는 그런 친구들.....
왜일까.....하는 의문이 들었고 ......그 의문에 가슴이 바짝 타들어가는 기분이였다.
"왜 안되는데.....?네 친구면 내친구도 될수 있는거잖아.....?"
"너 오늘 왜 이러는건데......평소답지 않게 꼬리물고 뭐하자는 거야...?피곤하게스리..."
피곤하게스리....?
'툭'
뭔가 내속에서 '툭'하는 소리와 함께 끈어졌다.
내내 긴장하고 있던 신경선인가.....?
피곤하게스리....?
놀람과 당혹함을 담고 있는 날 보며 우현인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였다.
"내려줘......전철타고 갈래...."
"다 왔어.......그냥 타고가...."
"싫어.....혼자가고 싶어.....차세워 얼른..!!"
"너 진짜 왜그래....?왜 전에 없이 시비야...?"
"........."
"남자애들만 모이는 파티야......다들 짖궃게 놀고 야단스럽게 노는 파티라구......네가 올곳이 못되니까 안데려 간다는 거야.....그래서..."
"알았어 됐으니까.......차나 세워....혼자가고 싶다구..."
변명같아 더는 듣기 싫어 말을 잘랐다.
화난 우현이 얼굴이 보였다.
차는 대로변에 있고......신호 대기중이였다.
가슴이 답답했다.
뭔가가 내 속에서 솟구치는 느낌.....
문의 잠금 장치로 손을 가져가는 날 보며 우현이 말했다.
"알았어.....안갈께.....저녁먹으러 가자..."
기분이 더 나빠졌다.
속 좁은 내 속을 더 긁고 있는 우현이가 미웠다.
신호가 바뀌고 차가 움직였다.
내가 잠금훅을 빼고 차문을 연 찰라에 차가 움직인 것이다.
"미쳤어...?운전중이잖아!!!!"
놀라며 내게 소리치는 우현이.
급정거하는 바람에 몸이 앞뒤로 한번 흔들렸다.
급하게 핸들을 꺽어 가로수를 받는 일은 없었지만......뒤에 오던 차들이 경적을 울려대고 야단이였다.
순간 당황했지만.....이미 엎지른 물.
열린 차문사이로 난 빠르게 내렸다.
"야 서인희......!!!!너 거기 안서.....!!!"
뒤에서 빵빵거리는 차들의 소음속에 우현이 목소리가 들렸지만 난 뒤돌아 보지 않았다.
차완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대로 한 복판이라서 우현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였다.
날 따라 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근데.....내가 우현일 너무 쉽게 생각했었나 보다.
당연히 날 따라 올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왔기에.....아무런 생각없이 걷고 있는 내 몸이 뒤로 휙 하니 제껴졌다.
그리고 순간......볼에 불에 데인 것처럼 뜨거움이 일었다.
'철썩'
호흡이 거친 우현이 눈에서 불을 내 뿜으며 날 쏘고 있었다.
차는 어쩌구......?
뺨이 아프다는 생각보다.....있을 수 없는 이 상황이 더 놀라왔다.
"너 대체 왜 이러는거야...?지금 뭐 하는..."
"차는....?차는 어딨어..?"
"뭐...?"
"차 말야.....거기 두면 안되는 것 아냐...?"
말을 끊어버리는 날 기막히다는 얼굴로 우현이 봤다.
정말 걱정이였다.
우현이 차는 스포츠 카였다.
외제차 인데........견인되어 가면 어쩌려구....
"너 지금.....차가 어떻게 될까봐 ......그게 걱정이라는 거야....?"
"......응......견인되어 가면 골치 아프지 않을까...?"
"야 서인희...!!!!너 사람 돌게 만들래.....정말...!!"
날 잡고 흔드는 우현인 화가 많이 난 얼굴이였다.
기막혀 하는 표정에서.......기가 화로 올랐음직한 얼굴로 날 쏘고 있었다.
그제서야 상황 파악이 된 나였다.
하지만 머리 한구석엔 차에 대한 걱정이 아직 남아 있었다.
우현이 끄는 데로 따라 갔다.
차는 대로변에 그대로 있었다.
지나는 행인들이 시선을 받으며......도로가 넓은 탓인지.....아직은 신고가 들어가지 않은 탓인지.....우리가 갈때까지 차는 무사하게 있었다.
잡힌 팔목이 아팠다.
근처 가까운 카페에 들어갔다.
실론티를 주문하고 우현인 속이 탄다는 얼굴로 담밸 꺼내 물었다.
내 앞에서는 웬만한 일 아니면 잘 피지 않고 있었다.
고교때....자주는 아니지만......난희에게 가끔 얻어서 나도 담밸 피웠는데.....
취향이 아니여서 인지.....오래 가지 못했다.
메케한 담배향이 싫었다.
눈도.코도 모두 매웠다.
"너 또 생리하냐....?굉장히 예민한데....?"
순간....당황되면서 무안해졌다.
요즘.....여기저기서 자극을 많이 받아서 심리상태가 좋지 안나보다.
생각해보면.....그렇게 화낼일이 아니였는데......
괜히 발끈하고......생각없이 일 저지르고....
나 만큼이나 우현이도 오늘의 내 행동에 많이 당황하는 눈치였다.
전에 없던 행동이니......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에 아무말 할 수가 없었다.
"너 나한테 뭐 화나는 일 있어...?전에 없는 트집잡고......뭐야....말해봐..."
"없어....미안해....."
순순히 사과하는 날 보며 우현인 믿기지 않아 하는 얼굴이였다.
뭔가....무슨 이유가 있다는 생각에 확신을 가하는 얼굴이였다.
얼음을 띠운 실론티는 찼다.
6월의 중순인 지금은 가끔씩 더운 바람이 불어왔다.
짧은 반팔 티에 얇은 가디건을 늘 가지고 다녀야 할 정도의 기온이였다.
어제 비가 온뒤로 체감온도는 좀 서늘하다는 느낌이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별다른 말 없이 컵에 꼿혀 있는 빨대로 컵속을 휘휘 젓고 있는 날 보며 우현이도 말이 없었다.
어색한 침묵.....내 시선을 한곳으로 묶어버리는 눈빛을 하고 있는 우현이.....
막다른 골목에 갇혀진 쥐가 된 기분이였다.
하지만....쉽게 뭐라고 반박을 할 수 없는 분위기.......점점 숨이 막혔다.
패쇄공포증이 있는 사람 마냥......숨이 차다는 느낌도 들었다.
점점.....힘이 들었다.
"너 뭐야...?물속에서 잠수라도 하는 사람모양......야 숨셔......심장마비 일으키겠어..."
얼른 내 옆으로와 앉으며 실론티를 들어 마시게 하는 우현이였다.
정말 그랬다.
난 숨을 멈추고 있었나 보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자 나도 모르게 바짝 신경을 쓰고 있었던 탓이리라....
그래서 이렇게 죽을것 처럼 숨이 막혔나 보다....
"넌 정말.....잔머리 굴리는데는 못당하겠다.......이런식으로 내 주변 흐트리고.....진짜 못됐다 서인희.....악질이야.."
악질이라니....?
계획된 일이 아닌데....
너무 긴장되어서 벌어진 일인데......
잔머리 라니...?
순간 너무 섭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날 쏘는 우현이 시선에 난 꿀먹은 벙어리 모양을 하고 있어야 했다.
"너 이번이 두번째야.......내가 알고도 넘어가는건 아니지만......내게 숨기는게 분명히 있다는 것 확실히 알고 있으니까......담번엔 조심해.....그냥 넘어가지 않을거니까..."
시선을 내게 고정 시킨체 실론티를 들어 반쯤 마시고 일어섰다.
"나가자......저녁 먹게..."
"친구 생일 파티 가야 한다며........난 그냥 집에 갈께..."
".......이런 기분으론 가고 싶지 않아......분명히 재미있지 않을거니까..."
".....그래도 모두 기다리고 있을것 아냐.....내가 정말 많이 잘못했어......아깐 정말 정신이 어떻게 됐나봐.....참석해 파티......생일 맞은 친구가 많이 기다릴것 아냐...."
정말 미안했다.
별일도 아닌 일로 기분 상하게 하고......
"아냐.....안갈거야.....그러니까 이제 이 얘긴 그만하자..."
차문을 열며 우현인 날 보고 고개짓을 했다.
"그럼 내가 너무 미안하잖아....."
"몸으로 떼워....어머님 연수누나 따라 영국에 가셨지......재명인 파티 갔으니까 오늘 안들어 올꺼야.....너 생리중 아니니까..."
"뭐...?"
"저녁은 초밥이야......키스할때 좀 비릿하겠지만.......다른것보단 견딜만 할꺼야..."
기막혔다.
황당하고......
하지만......달리 무어라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한마디만 더 하면......일 치르겠다는 무언의 강한 눈빛.
소금에 저려져 있는 배추마냥.......축 늘어져 차에 올랐다.
웃음기을문 얼굴을 내게 보이지 않기 위해 고갤 돌리며 차에 오르는 우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