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칠해진 벽이 보였다.
아침인지....눈안으로 찌르듯 들어오는 햇살이 너무 눈부신.....아침 같았다.
팔에 꼿혀 있는건 .....주사바늘 같은데.....위로 투명한 유리병이 보였다.
링겔인가.....?
결국 일을 저질렀나 보다.....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팔목에 팔의 두께보다 몇배나 두껍게 붕대가 감겨져 있었다.
생각보다 푸른칼은 날카롭지 않았나 보다.
그을땐 아주 날카롭다는 느낌을 주었는데.....
여긴 병원인가 보다.
누굴까....?
훗....날 발견할 사람은 우현이 뿐일텐데.....
벽에 걸린 시곈.....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약혼식은 12시라고 했다.
아직....아직....시간이 남아있었다.
독실인지....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얼마나 누워 있었는지....등뼈가 뻐근하게 아파오고 있었다.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얼굴 마주하기가 싫어 눈을 감았다.
"아직....자나봐...?오래 자네..."
수현이....?
"내가 있을께.....들어가봐...."
우현이.....?
설마....?
"집에 연락은 해야 잖아.....? 모두들 약혼 준비로 바쁠텐데....."
"약혼식은 없어......"
"....그런말이 어딨어....?어제 재현오빠 너 찾고 난리던데....."
"하고 싶음 자기가 할 것이지.....무슨.....인흰 어떻게 알았던 거야....?"
"민정이가 초대장 보냈겠지.....당연한것 아냐....?"
"....................."
''넌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민정이 걔....아주 악질이야...."
"................."
"걔가 인희 좀 많이 괴롭혔는지 알아......지금에서야 말이지만.....인희 마음고생 아주 심했어...어머님도 그렇고.....언니들도 매번 찾아 들고......나같아도 더는 살기 싫었을거야..."
훌쩍이는 수현이 목소리가 들렸다.
기집애.....
"그래도 이건 아니지......지가 감히 내 앞에서 손을 그어....?내 얘긴 들어보지도 않은체....?그냥 그렇게 가게 내버려 둘줄 알고.....이렇게 쉽게 끊을 인연이였으면 첨부터 시작도 안했어...누구맘대로 죽겠다는거야....!....서인희 너 잘들어.....또 한번 이런 우습지도 않은짓 하면....그땐.....우리 둘다 죽는거야...."
어느새 왔는지 우현이 옆으로 바짝 다가섰다.
알고 있었던 걸까...?
내가 깨어 있음을....?
눈에 긴장이 서렸다.
감히......눈을 뜰수가 없었다.
커다란 돌로 눈을 내리 누루고 있는것만 같았다.
"이번 한번이야.......더는 없어.....내게서 도망을 가든.....죽든....난 어디까지고 다 따라 갈꺼니까.....한번 해봐....날 피할 수 있나....."
몸에....소름이 돋았다.
이를 갈듯이 말하는 우현이 목소리가.......잠자듯이 누워있던 내 신경세포 하나 하나를 다 건드리고 있었다.
감긴 붕대 위을 손가락으로 더듬는 우현이의 손길이 느껴졌다.
뭘까...?
금방 붕대 위로 뭔가가 떨어진듯한 느낌이 들었다.
투.투둑.......
울음....?
우현이 울고 있는걸까...?
지금껏 어떤 상황에서도 내게 눈물 보이지 않던 우현인데.....
수현인 언제 나갔는지.....인기척이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수현이도 알고 있었던 걸까...?
난 한번도 움직이지도 않고 눈도 뜨지 않고 있었는데.....
"왜 그런거야.....?내가 너 하나 지켜내지 못할까봐.....그렇게 내가 못 미더웠니.....?너 없인 한순간도 안된다는걸 모르지 않으면서.....차라리 같이 도망이라도 가자고 하지......죽어도 넌 그런말 못하겠지만......내 가슴에 네가 박은 대못이 .....아직도 들어갈 구멍이 있을까.....?이번이 마지막 같아.....담번엔....아마 너보다 내가 먼저 .....죽을 꺼야......."
잡은 손안 가득 눈물이 찼다.
이제 더는 잠들어 있을수 없었다.
가늘게 떨고 있는 .......온몸이 절규하듯.....떨고 있었으니까......
어제처럼......비가 왔으면......
이렇게 햇볕 쨍쨍한 날에 .....이런 청승이라니.....
왜....우린 이런 음지에서 뿐이....함께인걸까.....?
처음......
그때.....눈길이 스치지만 않았어도.....
어쩜 우린 .....행복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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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엄마의 성화에 못이겨 내키지 않은 걸음을 뗐다.
아버지라고 입밖에 내보지 못한 ........재현그룹의 사장님.....
엄밀히 말하면 할아버지인 그룹의 총수이신 회장님의 칠순 생일 파티였다.
아침부터 엄마의 손에 이끌려 미장원을 다녀오고......남산의 부띠끄에서 옷을 골라 입고....아직 학생인데......연하게 화장까지 하고 .....엄마손에 이끌려 온 파티장이였다.
그 넓고 넓은 홀에 엄만 날 밀어넣고는......사라졌다.
파티가 끝나면 데리러 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내 수중엔 동전한잎 없었다.
핸드폰만 쥐어져 있었다.
도중에 도망 나올까봐.....엄마의 계략이였다.
분명 우린 초대받지 못했을텐데.....
아버지....그분의 또다른 부인도 초대받지 못했을테고.....
당연히....남들 시선앞에 떳떳지못한 난 더욱더.....나타나면 안되는 존재 일텐데....
엄만.....너무도 비겁하게....나만 동그마니 남겨두고.....홀로 빠져 나갔다.
열여덟.....내가 뭘 할줄 안다고.......
깊게 파진....등이.....신경이 쓰였다.
안그래도 하얘서 창백하게 보이는 난데.....
짙푸른 바다색의 원피스를 입힌 엄만......너무도 눈에 띄게 차려 입은 꼴이였다.
모두....중간톤의 가라앉은 분위기의 옷차림들인데......
마치 영화에 나오는 고급 콜걸 처럼......
한동안 찾아오지 않는 아버질 자극하기 위함인가.....?
새로운 여자가 생겼으니....당연히 엄만 찬밥신세로 밀려난것일텐데....
왜 내가 엄마의 .....그런 우습지도 않은 이유가 되어야 하는건지.....
"너 뭐야....?여기가 어디라고 ......네 엄만....?그년은 어딨어...?"
갑자기 였다.
되도록 이면 사람들 눈에 띄지 않으려고 기둥뒤에 숨어 있었는데.....
앙칼진 소리에....날 잡아 채는 손....
두려움이 확 일었다.
진홍색의 진한 립스틱을 칠한 입술을 한 그사람은......
고모....큰 고모님 이셨다.
한번도 고모라고 불러 본적은 없지만.......달리 칭할 호칭이 없기에.....
옆에서 곤혹스러워 하는 분은......작은 어머님......이분도 ......달리 부를 호칭이 없기에...
두분다 눈에 노여움을 담고 있었다.
"네 엄마 그 망할년 어딨냐구....?엉...! 같이 온거 아냐....?여기가 어디라고.....천한것들이 발을 들여놔.....?누구 개망신 당하는 꼴 보고싶어....!!"
"...................."
"어딨어 ?네 엄마...?말 안해...!"
날 잡아 흔드는 손이 무서웠다.
배웠다는......소위 일류교육을 받았다는 분이......
사람들 눈이 많은 이곳에서......날 이런식으로 ......문책하다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엄마가 원망스러웠고......왜 내가 이런꼴을 당해야 하는지.....한심스러웠다.
"어....서인희.....너 여기 있었냐...?한참 찾았잖아..."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였다.
내 옷을 잡고 있던 큰 고모의 손이 떨어졌다.
구석진 외진 곳이긴 하지만......우리에게 온 눈길이 있었나 보다.
우리 쪽으로 다가온.....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는지......
두분 어른들 탓에 감히 고갤 들지 못하고 있는 내게....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다가섰다.
"안녕하세요......강우현 입니다.세일 그룹의.....채현이 누나 동생인데.....초면이라 잘 모르시겠죠.....전 두분 존함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강우현....?
설마...?
우리반 반장....?
두분의 시선은 생각지도 않고.......깜짝놀란 난 얼굴을 들었다.
그랬다.
곤색의 정장을 잘 차려 입은 남자앤......지금 나와 같은반인.....우리반 반장 강우현 이였다.
학교에서......말한번 제대로 나눠 본적이 없는.......말 그대로 그냥 한반친구였다.
우현이의 인사에 두분은 좀 당황하신것 같았다.
내게완 달리 금방 얼굴을 바꿔 인자한 어머님 같은 얼굴의 두분이였다.
"혹시....인희와 잘 아세요...?"
"....아....아니.....석희 친구라고 ....너처럼 인사온거야......그렇지.....?"
".....네..."
"....근데.....둘이 잘 알아....?"
"네....같은반 친구거든요....파티라는게 어떤건지 궁굼하다고 하길래.....저랑 같이 온겁니다...길을 잃고 헤멜줄 알았거든요.....이런덴 첨이니까......"
내게....웃음을 지어보이는 우현이였다.
정말.....지금 일어나는 이 상황이 어떤건지......
두분은 그런 우릴 향해 미소짓더니.....자릴 옮겼다.
가면서 내게....눈을 부라리는 큰 고모님.....
달리 내가 무슨 말이라도 할 까봐....걱정하시는 눈치였다.
학교서완 다른 모습의 우현이였다.
하긴.....매일 교복입은 모습만 봤으니까....
가져온 쥬스가 담겨져 있는 유리잔을 내게 건넸다.
우린 우현이가 이끄는 데로 발코니로 나왔다.
안의.....공긴....너무 답답했다.
더구나 ......안엔 내 적들이 너무나 많았다.
피해 있고 싶었다.
적지에 혼자 남겨두고 사라진 엄마......용서치 않을 것이다.
"마셔......많이 놀란 얼굴인데...."
카키색 손수건을 내게 건네주며 발코니에 등을 대고 날 봤다.
울움 범벅이 되었을 얼굴이 방금 떠올랐다.
쥬스잔을 내게서 다시 건네 받아 옆으로 놓는 우현이 옆눈으로 살짝 보였다.
".....다들 굉장들 하시데.....어떻게 그런 얼굴로....그런 미소를 지을 수 있는지....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본듯한 기분이야....."
자조적으로 내 뱉는 우현이였다.
"너말야......여기 하고 관련있는거야....?아까 보니까.....그 어른들 널 대하는 폼이 험하던데....않좋은 관계야....?"
"구해준건 고마운데......관심은 두지마.....이거 나중에 돌려 줄께..."
수건으로 눈빛을 보내며 겨우 말했다.
정말.....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럴 상황도 아니였고......말이 떠돌게하면 안되니까....
잠시 침묵이 흘렀다.
어디로 피하지도......피할때도 없는 난....다시는 그 홀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맘이 없었다.
파티가 언제 쯤 끝날지는 몰랐지만.....계속 여기에 숨어 있고 싶었다.
우현인 정식으로 초대받아서 온거니까.......그만 내게서 신경끄고 나가주었으면 싶었다.
먼저 나가라는 말은 하기가 좀 뭐했지만......눈치껏 알아서 해주었으면 싶은게 솔직한 내 심정이였다.
"내가 자릴 피해줬으면 좋겠다는 얼굴인데......미안해서 어쩌지....나도 저 안엔 들어가고 싶지 않거든......귀찮은 패들이 있어서.....아무말 안 할테니까.......같이 있자...."
"............"
"오늘 너 여기서 본것.....이것도 다 잊을께......됐지...."
그러고선 끝이였다.
들고온 음료수를 다 마시고선......발코니로 바로 서더니.....별도 없는 깜깜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람이 간간히 불어 좀 서늘한 저녁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