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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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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님~ 전 죽을준비가 안됐어요


BY 산부인과 2003-07-11

벌써 9년전 일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아직할것도 많고 하나뿐인 딸 혜연이에게 해줄것도 많고

인생사 앞으로 할게 너무 많은데... 그때 저승사자의 손을 잡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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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근무를 하는중 이날은 유독히고

생리 혈도 많으면서 있지도 않던 생리통까지 유발해서 심신을 힘들게 만들었다

잠시 짬을 내서 화장실에 갔는데

물커덩~하고는 무언가 몸속에서 빠져나감을 느꼈다

변기속의 그 물체를 유심히 살펴보니

선지 덩어리마냥 손바닥 반 크기의 혈덩어리가 떨어져 있었다

생리중 혈의 뭉침이 나올순 있지만

놈은 너무 큰 덩어리였다

급하게 옷을 입고 화장실에서 나와 원장님에게 이 사실을 밝혔다

 

<너.. 초음파 한번 보자>
<초음파요?>
<응... 소변을 될수 있는한 많이 참고 배로 보면 되니까 지금부터 물좀 많이 먹어>
<네>

그때부터 난 정말 물 한통은 마셨을꺼다

유독 화장실을 자주 가는 나지만

마려운 것을 참고 또 거기에 물까지 그러면서 몸을 움직이려니까

진짜 이런 고역이 없더라

간신히 방광을 채우고 원장님과 같이 초음파 실에 들어가서 화면을 보니

5센티가 좀 넘는 물혹이 보인다

아주 홍시 가 잘 익은 것처럼

가로세로 5센티크기에 물혹이 내 배속에 열려 있었다

<물혹이 있네?>
<그럼 어떻해요?>
<근데 혹도 혹이지만 크기도 크고 내용물이 안좋아 보인다....

 이정도면 당장 수술하는게 좋겠다>
<느에에~~ 수술요?>
<그래 제일병원에 친구있으니까 글루 지금 전화할께 선영아 언능 너 퇴근하고 제일병원에 가봐>

원장님은 초음파를 보자마자 제일병원에 있는 친구한테 전화를 걸고

나를 조퇴시켜 병원으로 보내주셨다

 

 

일사철리로 날 배려해주는건 좋았지만

왠지 불안했다

수도없이 환자들을 보아오면서 물혹의 상태를 봐왔지만

내가 단지 직원이여서 이런 친절을 보였다는 생각보단

지금 현 내 상태가 왠지 좋은 상황이 아니라는것을 먼저 느꼈다

엄마에게 연락을 해서 급하게 제일병원에서 만나기로 하고

난 예약 없이 바로 원장님친구를 볼수 있었다

<선영이라 했지?>
<네....>
<엄마도 들어오시라고 할까?>

엄마와 나는 나란히 앉아서 그때서야 설명을 들을수 있었다

<먼저 안심하라고 말씀 드릴께요

지금 위급한 그런 상황은 아니구요

하지만 수술을 빨리 해줘야 겠어요

오늘 필요한 검사 하고 당장 입원수속 밟으셨으면 합니다

이유는... 혹이 많이 커요

급방 꼬일수 있구 그렇게 되면 통증을 참기 어렵습니다

또... 혹안에 내용물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수술후에 그 내용물은 조직검사를 통해 양성인지 악성인지 확인을 해야 할꺼 같습니다

그치만 대게는 양성으로 나오니까 별 걱정하지 않아도 될껍니다

근데 중요한건.... 수술의 방법인데....>

 

 

내나이 21살

성경험이 없는 나이였다

그래서 배를 열자니 너무 큰 수술이 되버리고

복강경으로 하자니 처녀막이 문제였다

그래서 실험 수술을 하기로 했다

배를 적게 열되 시야를 넓혀주는 가스를 좀 많이 주입하기로

그렇게 난 일사철리로 검사를 하고 입원을 하고

바로 다음날 수술을 하기로 했다

오빠의 여자친구(지금의 큰 새언니)는 내가 무슨 중병에 걸린줄 알고

와서 눈물까지 흘리고 가고

엄마도 아빠도 오빠들도 예상못한 수술이라

많이 걱정을 했다

그다음날 아침 일찍 난 수술실에 들어갔고

내가 정신을 차린건 수술이 벌써 끝난 회복실이였다

 

<으....... 아파.......>
<박선영씨~ 정신 들어요?>
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마취의 덕에 목이 아팠고

배가 울렸다

남자들이 끌어주는 침대를 타고 병실로 온후부터

극심한 통증에 난 징징데며 울고 불고 깽깽거렸다

내 옆엔 자궁암으로 적출수술을 한 아줌마는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나 혼자 유별을 떨며 아픔을 호소했다

<윽~~ 엄마.... 너무 아파.... 어깨가... 배가... 목이...>

어깨는 가스가 배출되면서 함께 오는 통증이였고

배는 당연히 수술로 인해 온 통증

목은 전신마취를 했으므로 온 통증

정신이 없었다

환장할 노릇이였고

지금 생각해보니 아기낳을때와 비슷하게 아픈거 같다

 

친구들은 나의 협박에 못이겨 수술한 날 바로 병문안을 왔다

엄마는 기회는 이때다 하고

친구들이 왔을때 날 돌봐달라 하고 집에가서 필요한것과 청소 식구들 식사준비를 하러 갔다

엄마가 간후 1시간도 안되서

친구들과 그나마 꽁꽁 거리며 대화를 하는데

갑자기 어깨가 극심하게 아파오면서

호흡이 원할하지 않았다

<윽,, 윽,,,  정,,아야,, 어깨좀,, 어깨좀,, 주물러죠,,,>
내가 식은땀을 흘리면서 아픔을 호소하자

내 친군 내 양어깨를 열심히 주물렀다

하지만 기억은 거기서 끝이였다

침대에 실린채 같은층 중환자 실로 옮겨졌고

옆에서 그 상황을 본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눈에 흰자만 보이면서 고개가 떨궈졌다고 한다

문을 열고 바로 간호사를 불렀고

간호사들은 내 바이탈을 체크하면서 콜을 하고

의사와 간호사들이 뛰어들어왔고

내 눈동자는 의식없는 환자처럼 동공이 풀어졌고

외부의 충격에 대한 반응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나중에 밝혀진 결관

그냥 페인쇼크였다-통증을 못이겨 일시적인 쇼크

그렇게 중환자실에 옮겨진후

난 여러가지의 기구들을 여기저기 달고 있었고

소변줄도 꼽고

그냥 말 그대로 중환자가 되어 버렸다

엄마는 부리나케 내가 걱정이 되서 병실에 왔지만

이미 새로들어온 비어있는 침대를 보고

내가 운동(가스배출을 위해)을 하러 갔는줄 알았다고 한다

<저기.... 보호자분...>

옆침대의 그 아줌마 남편이 엄마에게

<따님 지금 여기 없어요>
<네? 그럼요?>
<아까 따님 뭐 잘못되서... 지금 중환자실에....>
<네? 뭐라구요? 어디요?>

엄마의 그 놀람과 걱정이 비록 보진 못했지만 안봤어도 느껴졌다

엄마는 중환자실앞에 동동걸음으로 날 보기 원했을테고

의사에게 무언가 확답을 듣고싶었지만

아무것도 확답을 주지 않고 그저 검사중... 보고 있습니다.... 라는 말만 들었을뿐

 

 

 

그날 우리 집은 초 비상사태가 되었고

엄마 아빠 오빠들... 외삼춘 친구들 전부

중환자실 앞에서 문이 열릴때 마다

그 틈사이로 나의 맨발밖에 보지 못하고 있었다

엄마와 아빠가 번갈아 가면서 면회시간에 들어왔을테지만

난 알수가 없었고

느낄수도 없었다

그렇게 48시간이 지나갔고

난 다행이 아무일도 없었던것처럼

의식을 차렸다

그후에 혹시 몰라 필요한 검사를 다 ~ 하고

병실에 돌아와 정말 170센티의 내가 웅크리고 있으니까

한주먹감밖에 보이지 않았다고....-내 친구들 말에 의하면

근데.. 내가 누워서 발 밑에 있는 문을 바라보고 있는데

검은 옷을 입고 챙이 넓은 모자를 쓴 또 발이 보이지 않은 남자가

문밖에서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그 손잡이를 잡은 손이

계속해서 헛손질을 하는것이 보였다

그 사람은 분명 문 밖에 있었는데

난 문밖의 그 사람이 내 눈에 분명 보였다

 

<엄마... 저 사람 들어오게 문좀 열어줘>
<누구? 얘가 왜이래...>
<저기저기... 저 사람이 못 들어오잖아>
<선영아~ 왜그래에~~ >

엄마는 내가 왜 문을 열어주라고 하는지도... 몰랐고 그저 수술후 후유증으로 그런줄만 아셨다고 한다

<저사람... 손잡이를 못잡네... 어서 들어오게 문좀 열어줘봐>
<선영아... 선영아... 문이 닫혔는데 밖에 누가 보여... 정신차려 선영아... 응?>
<그게 아니고... 저사람....>

엄마는 나를 와락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셨다

순간 내 정신이 어떻게 됐는줄 알고.... 엄마의 어깨에 턱을 데고 문을 계속 바라보는데

그 검은 옷을 입은 그 남자... 가만히 날 쳐다본다

엄마의 품에서 나와 당장 문열라고 소리쳤다

엄마가 놀라면서 문을 열어보니

그 남자.... 금방 없어졌다.....

<갔네.... 그냥.......>

 

 

엄만 아직도 내가 그때 수술하고 중환자실 까지 들어가고 해서

몸이 허해서 헛깨비를 보았다고 하지만

나 분명 저승사자를 봤다

다리는 보이지 않은

챙넓은 모자에 얼굴이 안보이고 검은 옷을 입고 있는 그 남자를....

그때 바로 엄마가 문을 열었다면

난 아마도 그 저승사자를 만나서 지금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른다

엄마가 어쩜 날 살린셈이다

시간을 끌었으니까

또하나

손잡이를 계속 못잡고 헛손질만 한것도

내 추측컨데

아직 내 운명이 남아 있기에 그 손님?이 문을 열지 못한거 같았다....

난 그렇게 생사고비를 넘겼고

지금은 이렇게 버젓이 잘 살고 있고

그땐 정말 떠올리고 싶지 않은 추억이지만

지금 생각하니 또다른 경험을 했고

가족의 소중함과

내가 얼마나 사람받고 있는 존재였는지

글을 쓰면서 다시한번 그 감정이 느껴진다

 

그후로 난 1달후 다시 반대편에 물혹이 또 생겨서(그땐 아예 꼬였슴)

또한번 급하게 응급으로 수술을 했다

지금도 난 산부인과를 내방 드나들듯이

이 상습적인 물혹과 여전히 싸우고 있다

난 그 수술이후로도 2번이나 물혹의 수술을 했다

이젠 혹생겨도 쌩깐다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두고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