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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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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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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리스(원장님 공중에 누워계시다)


BY 산부인과 2003-06-28

수술이 있는 과는 본의아니게 마취에 의해 빈대떡을 부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산부인과 역시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마취과 연관이 있는 곳이라

수술방과 회복실은 아무리 청결에 힘을 써도

어쩔수 없이 쾌쾌~ 한 냄새와 바닥의 이물질은 어쩔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 병원은 청소대행 업체에서 간간히 콜을 해서 청소의 도움을 받는다

오늘이 바로 그날

진료마감을 조금 일찍 서두르고

우리는 청소업체가 방문하기 전에

준비를 서두른다

바닥에 있는 모든 것들을 될수있는한 사물함 위에 올려놓고

돈될만한 것들

자잘한 물건들

모두 정리를 한다

 

6시가 되자 청소업체 사람들이 도착을 한다

<아저씨~ 전부 다 올려놨구요

음료수는 냉장고에 있으니까 목이 타면 꺼내 드세요

저녁에 시간에 맞춰서 식사배달 예약 해 놓았으니까 그릇만 밖에 내 주시구요>

<세세하게 신경써 줘서 고마워요 아가씨>

<아니예요... 그럼 수고 해주세요>

난 밝게 최대한 인상 좋게 대행업체 아저씨에게 선심을 쓰듯 말한다

뭐 내돈 내는것도 아니니까.....

 

 

다음날 아침

난 기존의 출근시간보다 더 빠른 출근을 한다

정리하고 진료 준비하기 위해선 아침에 서둘러야 할께 너무 많기 때문이다

병원에 들어가자

빤딱 빤딱한 바닥과

삐까 뻔쩍한 유리

깨끗하게 새것마냥 청소가 되어 있는 천 소파

내 기분까지 상쾌한듯 하다

잽싸게 옷을 갈아 입고

올려놓은 것들은 제 자리에 내려놓는다

선희와 현자언니는 집이 멀어서 아침에 출근을 일찍 할래야 할수가 없다

그정도야 동료로써 내가 선심을 쓸수밖에.....

 

수술방에 들어가서 기구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자동문 소리가 들린다

고무장갑을 낀채

<누구세요?>
<어~ 빨리 왔네...>
<네~ 원장님 오늘 아침에 여기서 환자 보세요?>
<응........>

<그랬구나.........>

*우리 병원은 원장님이 두 분이시다

우리 병원쪽에 정밀 초음파가 있기에 남자 원장님은

임산부들을 일주일에 두어번 우리쪽에서 정밀 초음파를 보고 다른 병원으로 이동을 하신다*

손이 바빠진다

남자 원장님 예약환자 보면

당연히 우리 환자의 진료가 늦어지고

환자들이 겹치고

우리의 예약도 중복이 되어 버린다

맘이 급하니까 무얼 먼저 해야할지....

부랴 부랴 혼자 있는데로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어.........어.........>

"샥~~"  -  내 고개 돌아가는 소리

<헉!!!!!!!!!!!!>
이럴수가

럴수 럴수 이럴수가

지금의 영화 그 뭐다냐

메트리스의 그 한장면이다

원장님이...... 원장님이....... 공중에 누워 계신다

그리곤..........

 

 

<쿵~~~~~~~~~~~~>

땅바닥에 고스란히 떨어진다

"샥~~" - 다시 내 고개 원위치 되는 소리

추리를 해본결과

원장님은 슬리퍼를 신고 화장실로 가는중

우리 남자 원장님 걸음걸이가 약간 특이하다

남들은 앞으로 걷는데

우리 남자 원장님 약간 게 처럼 옆으로 걸으면서 앞으로 나간다

아마도 빠른 걸음에 빤딱한 바닥에 슬리퍼가 미끌어 졌고

<어........ 어........> 소리는 순간이나마 중심을 잡으려고 했던 소리였고

난 찰나를 놓칠세라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그랬던 것이다

원장님이 미끌어져 공중에 떠있는 그 상황

떨어지기 일보직전의 그 상황

내가 보고야 말았던 것이다

그리고는 <쿵~~~~~~~~>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난 못들은척

못 본척

괜시리 기구를 더 요란한 소리가 나도록 만진다

내 웃음 소리를 그 소리에 파뭍히게

{크크크크~~~~~~~끅끅끅끅~~~~~~~ 픗픗픗픗~~~~~~~~~}

선희와 현자언니가 출근을 한다

난 잽싸게 선희에게 마무리를 해달라고 하고

A4종이와 싸이펜을 든다

 

 

1, 건물입구- 3층 병원 미끄럼 조심

2, 엘레베이터앞- 3층 병원 미끄럼 조심

3, 엘레베이터안- 3층 병원 미끄럼 조심

4, 병원입구- 병원안 미끄럼 조심

5, 접수대 앞-병원안 미끄럼 조심

6, 원장님 책상유리밑- 병원안 미끄럼 조심

7, 환자 옷갈이 있는 곳- 병원안 미끄럼 조심

8, 초음파실화면 옆- 병원안 미끄럼 조심

9, 병원나가는 문- 조심하셨습니까? 그럼 다행입니다

 

곳곳에 하얀 종이에 까만 싸이펜으로

조심 조심 왕조심이라고 써 붙여 놓았다

덕분인지

어쩐지

그날 하루 넘어지거나 미끌어지는 환자는 아무도 없었다

나 역시 하루죙일 다리에 힘 빠빠시 주고 근무를 했더니

진료 후

피곤함이 엄습했다

 

<오늘 고생들 했다  퇴근들 잘하고... 낼 보자>

< 네~ 원장님 , 안녕히 가세요>

손을 들고 빠빠이를 하면서 원장님이 퇴근하신다

<어......... 어............>

아까와 똑같이 메트리스의 한장면을 이번엔... 여자원장님이 연출하신다

<쿵~~~~~~~~~~~>

그후....

2틀간 여자 원장님과 남자 원장님은... 진료를 번갈아 가면서 쉬셨다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