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한 수요일의 오후시간이다
점심을 먹고 노곤함이 밀려오는 이 시간 왠일인지 환자도 없고 할일도 없다
선희는 뜨개질을 하고 검사실의 현자 언니는 왠일인지 청소를 한다
난 ..... 걍 잔다
병든 닭마냥 꾸벅 꾸벅 고갤 수그렸다 올렸다는 반복하는중
1층에서 올라오는 엘레베이터의 소리가 들린다
층층마다 내릴때의 그 <띵~> 소리
<환자 들어온다>
<어디?>
뜨개질을 하다 말고 나의 발언에 선희가 입구를 쳐다본다
<아무도 없는데?>
<분명이 들어와 기다려봐,,, 하나,, 둘,, 세에엣,,>
자동문이 열리면서 환자가 들어온다
<헉~ 어떻게 알았어?>
<엘레베이터 소리 들렸거든>
<귀신이다 귀신 그소리가 들려?>
<원래 눈이 나쁘면 귀가 밝아-참고로 난 렌즈낀다>
<어떻게 오셨어요?>
<네 진찰좀 받을려구요>
<보험카드 주시구요 마지막 생리는 언제 하셨나요?>
<기억이 안나는데....>
<임신과 관련있어서 오신건 아니시죠?>
<네... 그냥 상담도 하고 진찰을 받고 싶어서요>
<예.. 보험카드 주시구요 여기 종이에 있는대로 좀 써주시구요 화장실 가서 소변 보고 오세요>
<네에>
챠트를 만들기 위해 보험카드를 열어본 순간
얼굴이.... 얼굴이.... 이눔의 입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삐쭉 거리며 웃음이 또다시 세어나온다
간신히 간신히 웃음을 참고
환자가 화장실을 갈때까지 허벅지를 꼬집으며 인내심을 갖고 참는다
드뎌 등을 보이고 환자가 코너옆에 있는 화장실로 등을 보이며 돌아간다
<크크크크크.... 이건 또 뭐야?>
<왜? 왜? 뭔데?>
<김 쑤루자....>
<뭐? 쑤... 뭐?>
<이름이 김 쑤루자야...>
<정말?>
어찌 이런 이름이 다 있더냐........
남들 부르는 사람도 좀 생각해 주시지....
또 환자가 들어온다
어머나~
럴수 럴수 이럴수가~
오늘은 이상한 날인가 보다
특이한 이름을 갖고 있는 사람들 총 집합이라도 할라나?
잊혀지지도.... 아니 잊을수 없는 그 분
조.... 지..... 봉.....
그 환자 아니더냐
김쑤루자VS조지봉
ㅠ.ㅠ 또 눈물이 이따 어캐 부르지...
갑자기 환자가 밀려들어온다
손이 바빠지고 챠트를 찾는다
원장님 어여 빨리 환자 들여보내라고 한다
<저.... 저..... 김...>
눈이라도 마주치면이야 손짓이라도 해서 들어가라고 할텐데
어쩜 저리 책만 보고 계시누...
<저..... 김... 쑤...>
아~~ 안타깝다
이름을 부르자니 다른 환자들이 웃을테고
저 환자도 좀 불편할테고
눈좀 마주쳐 주지
{제발요~ 절좀 쳐다봐 주세요 쑤루자씨}
<저기... 저기요....>
엉뚱한 다른 환자들이 자신들을 부르는줄 알고 손가락을 자신들의 가슴에 데고 가리킨다
<아.. 아니요>
갑자기
검사실의 현자언니 무엇이 필요한지 검사실 문을 벌떡 열로 나오면서 외친다
<쑤세미 어딨어?>
<네~>
헉~^^; 김쑤루자씨 쑤세미를 자신의 이름으로 듣고
알아서 대답하고 일어난다
<원장님 실로 들어가세요>
{큭큭큭.... 다행이다 알아서 일어나니}
난 안도의 한숨을 쉬고 그 환자를 어시스트 한다
김쑤루자씨는 일본인이 였고
한국의 남성과 결혼을 했고 아마도 한국남자의 남편성을 따랐나 보다
쑤루자-일본 이름
김-한국 성
그래서 김 쑤루자
드디어 담 타자
조... 지... 봉... 아줌마
<니가 해 선희야> 내 말이 끝나자 선희는 대차게 부른다
< 조지봉씨~~>
킥킥킥
푸헤헤헤
킬킬킬
여기저기 환자들이 웃는다
<들어가세요>
조... 지... 봉... 여사 웃는 웃음 소리를 뒤로한채
당당히 원장님 실에 들어간다
아마도 나이가 나인지라(50대) 여지껏 살면서 이름에 대해선 이제 도가 튼 모양이다
김쑤루자
조지봉
난 아직도 이 이름을 잊지 못한다
간간히 쑤루자씨
지봉씨(특히 성 까지 붙여서 조지... 봉씨)를 생각한다
아 ~절대 절대 못잊지
어떻게 이이름을 잊어
하긴 우리 환자중엔
<나공주>도 있었고
정말 뻥아닌 <임월매>씨도 있었다
다들 잘 계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