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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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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칼을 빼들다..


BY 핑키~ 2003-07-18

 

    

    은주와 동준은 둘다 고통스러웠다.

   하루이틀도 아니고,사정 다 알게된 이상,이렇게 힘들게 사는건

   사람이 할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준도 나름대로 은주에게 잘못을 빌고 무릎까지 꿇어봤지만,

   은주의 마음은 좀처럼 움직이질 않았다.

   속이 탔다..은주가 이렇게까지 마음을 닫을줄은 몰랐다.

   어쩌면 더이상 은주에게 용서를 구하는것은 소용없는 짓일지도 몰랐다.

   한순간의 실수가 이렇게 크게 되다니...

   동준은 구렁텅이에 내던져지는 느낌이 들었다.

 

   은주 자신도 이젠 결정의 순간이 왔다고 판단했다.

   동준이 출근한 시간....

   은주는 옷장속의 가방을 꺼냈다.

   신혼여행때 산 커다란 여행가방...

   그속에 옷을 잔뜩 구겨 넣는다. 화장품도 넣고....

   이젠 다시 돌아오지 못할 사람처럼...

   그동안 정들었던 기억을 더듬어본다.

 

   벽에 걸린 결혼사진이며...행복했던 기억들...

   주방이며..방이며..한번씩 둘러보고는 이내 가방을 들고 나선다.

  

   동준이 출근하니, 소연이 나와있었다.

   벌써 동준의 책상엔 소연의 사표가 놓여있다.

   "소연씨....이건....."

   "사장님..죄송합니다..."

   "소연씨..내가 뭐 서운하게 한거 있나?

    요즘 회사 어려운거 알면서..왜 이래요? 사표 수리 못해요.."

   "사장님..죄송합니다..개인적인 사정이에요..

    그만 두겠습니다."

 

   소연은 동준은 뒤로하고 자신의 물건들을 정리해 회사를 나왔다.

   서글플것 같았는데 후련하다..

  

   "삐리릭...삐리릭..."

   "소연아..나야.."

   "응..은주야..어디니?"

   "내가 말한곳 있지? 거기로 와.."

 

   은주는 한 호텔에 짐을 풀었다.

   창밖엔 시원하게 수영장이 들여다 보였다. 언덕백이라서 전망이

   시원했다.

   지옥같은 집을 나오니 마음이 한결 시원해졌다.

   이제 결심을 했으니 더이상 두려울것도 없었다.

   

   "띵동..."

   소연이가 왔다.

   "지지배..결국 여기로 왔구나..우리집으로 오지 그랬어?

    아니야...후훗..여기가 회사도 가깝구..

    너한테 신세지기도 미안하잖니..그동안 진게 얼만데.."

   "칫..우리사이에..뭘..나 지금 사표내고 오는길이다."

   "어멋..그랬구나..훗..천군만마를 얻은것 같다..고마워!"

   "그려..그렇게 생각해주면 내가 더 고맙지 뭐..

    그나저나 이제 사무실도 다 오픈했고, 실무자들도 출근 하고있고,

    참..소미랑 우진이도 합류하기로 했잖니..

    참..우진인 알아? 니가 사장이라는거..?"

   "아니..모를거야..아마.."

   "어머..그럼 모르고 온거란 말야..?"

   "응...후훗..웃기지?"

   "정말 그렇다..후훗..얼마나 당황스러울까..그나저나,앞으로

    우진이랑은 어떻게 지낼건데..?"

   "글쎄...잘 모르겠어..참 좋은 사람인데...

    내가 두렵다..다시 사랑을 시작한다는게.....후훗.."

 

   은주의 미소가 쓸쓸했다. 홀로서기 안간힘을 쓰는 친구를 바라보는

   소연의 마음도 그랬다. 은주가 활짝 웃는 모습을 본게 언제인지..

   

   "참...은주야..오늘 저녁 소미랑 우진이 조인식 있잖아..

    너도 올거니?"

   "아니야..난 나중에..."

  

   저녁에 은주가 머무는 호텔 국화홀에서 소미와 정우진,김찬의

   J기획 조인식이 있었다.

   TV와 신문 기자들이 빽빽하게 들어찼다.

   여기저기서 후레쉬가 터지고, 인터뷰를 하고 성황을 이루었다.

   소연이 은주 대신 가 있었다.

   

   인터뷰를 끝낸 우진은 소연을 발견하고 다가왔다.

   "아니, 이과장님..여기서 뵙네요? 어떻게 된거에요?"

   "네..후후훗..나 여기 취직했다우..후훗.."

   "네? 정말이에요? 세영은요?"

   "응..후훗..개인사정으로 그만두고, 여기 온거에요

    앞으로 잘 부탁해요..우진씨..."

 

    

   동준은 TV를 통해 소미와 우진의 조인식을 봤다.

   다 키운 대어를 놓친 기분....동준은 술을 진탕 마시고 집으로 갔다.

   텅빈 집....

   은주가 나간것을 안 동준은 화가 치밀었다.

   장식물을 다 던지고, 벽의 사진을 다 떼어 던져버렸다.

   [이젠 다시 돌이킬수 없는건가...]

 

   다음날 아침 정신을 차린 동준은 화장대 위에 놓여진 명함을 발견했다.

   

   "이...이건......."

 

   [  J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한은주     ]

 

   동준은 뭔가에 얻어맞은듯 멍하니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