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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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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에서..은주 당황하다..


BY 핑키~ 2003-07-04

 

       

     어느덧 연말이 되었다.

     여름이 지나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올때도 동준과 은주는

     허울뿐인 부부로 살고 있었다.

 

     동준은 이제 이미라의 늪에서 헤어나오질 못할정도로 빠져있었다.

     근무시간 중에도 종종 미라의 오피스텔로 찾아가 데이트를 즐겼다.

     그럴수록 은주는 더욱더 자신이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마치 오갈데 없는 과부처럼..

     동준이 외박하던날, 머리가 아파 차가운 밤길을 드라이브하고 왔더니,

     바로 감기몸살에 걸리고 말았다.

 

     동준은 그런 은주에게 장미꽃과 함께 약을 사다주었다.

     은주는 그날밤, 꽃을 통째로 쓰레기통에 버렸다.

     바람피우면 조강지처한테 더 잘한다더니..동준이 그랬다.

     워낙에 애정표현이 잦았던 동준이였다.

     연애때는 그것이 좋았지만,지금은 아니다. 더 이상..

 

     그동안 우진과 가끔씩 만나 산책도 하고, 차도 마셨다.

     은주는 우진과 있으면 마음이 편안했다.

     자신을 많이 배려해주는 마음이 고마웠다.

 

     "따르릉....따르릉..."

 

     "콜록...여보세요?"

     "으이궁..지지배..감기걸렸다며?"

     "으응..소연이구나?"

     "사장님한테 들었지..좀 어때?"

     "훗..뭐 좋은일이라고 회사에 광고까지 했데?"

     "몸이 허하니 감기도 걸리지..이따 나와..대종상 시상식..알지?"

    

     "아침에 얘기 들었어. 내가 뭐하러 가니? 이몸을 해 가지고.."

     "그럴수록 더 기분전환 해야지..시상식 끝나고 뒤풀이때

      맛있는거 나온데..참..너 오늘 이쁘게 하고와라..이미라도 온다더라.."

 

     "............"

     "은, 은주야..? 미안..괜한얘길 했나?"

     "훗.... 미라가 온다니 내가 나가줘야겠군..좋아..

      약이라도 먹고 나갈께.."

     "그래, 기다린다.."

 

     아침에 출근한 동준에게 전화를 받았다.

     처음으로 영화에 출연한 우진과 소미가 나란히 신인상 후보에 올랐다고..

     꼭 참석하라는 전화였다.  

 

     은주는 거울을 보았다.

     몇일째 화장도 안한 얼굴을 그야말로 푸석거렸다.

     

     [이미라.....이미라...미라도 온다고?]

 

     은주는 서둘러 단골 미용실로 갔다.

     마사지를 하고 머리를 예쁘게 올렸다.

     제니 리 샾에 들러 동준의 카드로 최고 우아한 옷을 한벌 사입었다.

     "어머....나이스...사모님 너무 멋지시네..호호호.."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가끔씩 나오는 기침때문에 괴로웠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내리는데, 우진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나 기다린거에요? 훗.."

     "네, 그냥..."

 

     우진은 수상자 답게 깔끔한 턱시도우 차림이였다.

     멋있었다.

 

     "무슨 할말이라도..?"

     우진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은주의 손을 잡았다.

     [어머..]

     그렇게 잠시 시간이 흘렀다.

     "먼저 올라가세요..저는 조금후에..훗..떨리네요..처음 받는상이라.."

 

 

     동준과 소연을 만나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은주는 손수건으로 기침을 막으며 우진의 행동을 생각했다.

     [ 왜 그랬을까...그 따스한 손..]

     처음이였다. [내 손을 잡다니..]

 

     "당신 오늘 정말 예쁜데?"

     동준은 내내 놀라운 눈치였다. 동준의 뒷자리에 미라가 있다.

     가슴이 드러나는 빨간 드레스의 미라..

     은주에게 살짝 미소짓는 모습이 마치 승자의 미소처럼 보였다.

     [아직은 아니야 이미라..]

 

     은주는 머리가 아파왔다.

     

     시상식이 화려하게 시작되었다.

     가수들의 축하공연에 이어 곧바로 신인상 수상자가 호명되었다.

     예상대로 정우진과 소미였다.

 

     소감을 말하려고 우진이 마이크앞에 섰다.

     " 감사합니다. 배우로서 첫 신인상을 받게되어 영광입니다.

       김호 감독님 모든 스텝들..그리고 세영 엔터테인먼트 모든식구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저에게 늘 잔잔한 미소로 격려해주신......

       제 사랑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사랑합니다...."

 

      숨죽이던 객석이 환호했다.

      우진은 분명 은주를 보고말했다.

      순간, 화려한 조명이 은주를 찾는것처럼 객석을 휘휘 저었다.

      은주는 숨이 멎는것 같았다.

      얼굴이 달아올랐다.

      빨간 얼굴을 보면 다들 알아차릴것 같았다.

 

      [아니야..이럴수가..그럼 우진이 나를 ...?? ]

      동준은 알아채질 못했다.

      "우리쪽에 애인이 있나본데? 훗..짜식..언제 애인을 만들었데?"

      

      시상식이 끝나고 수상자들의 사진촬영이 시작되었다.

      우진은 화려한 꽃다발과 후레쉬 사이로 은주를 보고있었다.

      은주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 그만 집으로 갈래."

      "왜그래? 당신? 식사라도.."

      "아니야, 감기때문에 힘들어서..식사하고 와요..."

      "사장님..제가 같이 갈께요..나중에 오세요.."

      "그래요, 소연씨..그럼 부탁해요..난 관계자들과 약속이 있어서.."

     

      우진은 이내 돌아서는 은주의 뒷모습을 보고 안타까웠다.

      달려나가고 싶었지만, 이 앞에서 그럴수는 없었다.

      은주는 소연의 부축을 받으며 차에 올랐다.

 

      [ 어쩌지...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어..

        나도 우진을 사랑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