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켓의 태양은 너무도 뜨거웠다.
우리나라의 여름과 비교가 될까?
소미의 1차 촬영이 끝나고 잠시 휴식시간이였다.
긴장이 풀린 촬영장...더위에 지친 스텝들은 얼른 그늘을 찾아
털썩 주저앉고들 있었다.
소미는 22세, 데뷔 5년차 가수였다.
동준와 은주가 결혼할 무렵에 캐스팅 되어 지금껏 스캔들 한번없이
일해주었다. 덕분에 세영의 인지도가 많이 올라간건 사실이였다.
"사장님.. 쥬스 드세요.."
소연이 동준에게 망고 쥬스를 건낸다.
"고마워요..소연씨."
동준은 오른손에 있던 담배불을 끄고 쥬스잔을 받아들었다.
"사장님..담배 좀 끊으세요..좀..쿠쿠..
은주는 이런 잔소리도 안하죠? 착해빠져서.."
"훗..그런가..?"
"무슨 고민 있으세요?"
"응..아니, 그냥... 와이프랑 같이 오면 좋았을텐데.."
소연은 동준의 말이 의외였다.
사실 푸켓은 은주가 와보고 싶어하던 곳이였다.
언제인가 사진으로 보고는 동준에게 가자고 졸랐었다.
동준은 미라를 만나면서도 은주를 생각했다.
미안함으로 따지면 할말이 없다.
미라에게 유혹당해 그녀를 껴안고 있으면서도,
미라의 기습 키스세례를 받으면서도 이러면 안된다는걸 알지만,
자꾸 미라에게 빠져드는 그 자신을 주체할수 없었다.
"삐리릭..."
동준의 핸드폰이 울린다.
"자기...잘 하고있어? 보고싶어 미치겠어.."
처음부터 끈적이는 말투..그건 미라였다.
소연은 눈치채고 자리를 비켰다.
[ 나쁜것..여기까지 전화하고 난리야..쳇..은주가 착해서 그렇지..
너 나한테 걸렸으면 반 죽었어..]
서울.........
은주는 백화점에서 아이들 옷가지와 과일 그리고 과자를 고르고 있었다.
집에 있어봐야 머리만 아플뿐..
할일도 없고, 소연이까지 출장중이니, 무료했다.
차에 짐을 싣고 고속도로를 탔다.
잠시 후, 은주는 양수리 아줌마네 도착했다.
"아주머니...저 왔어요.."
"아이구..이게 누구유...호호호호..어서와유.."
"와아..멋쟁이 아줌마다.."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한아름씩 안겨주었다.
아이들은 신나서 저희들끼리 웃으며 선물을 뜯고 있었다.
아줌마는 녹차를 두잔 타서 가져왔다.
"어쩐일이래유..나야 얼굴 또 보니 반갑구먼..후훗.."
"저도 아줌마 생각이 나서요..애들도 눈에 밟히구..훗.."
"잘 왔슈.."
"집에 가니 아줌마네 된장찌개가 너무 생각나던데요?"
"어머..그랬구만..호호호..내 이따가 된장 좀 싸야겠네..
안그래두 애들이 멋쟁이 아줌마 언제 오냐구 난리였다우.."
은주는 신나하는 애들을 보았다.
요즘 애들답지않게 순수한 아이들..
여긴 언제와도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다.
점심을 먹고 일어서던 참이다.
"참...어찌된거유..? 새댁 가고나서 궁금해서 말이유..
맘 모질게 먹은건 아닌지 걱정이 되서리.."
"걱정마세요..이혼은 아직 안했구요.."
"오메..그랬구만..다행이유..정말.."
"아줌마..고마워요..친정엄마도 안계신데, 아줌마가 많은 힘이
되어 주시네요...참..된장 잘 먹을께요.."
은주는 아쉬워하는 애들과 아줌마를 뒤로하고 차에 올랐다.
옆자리엔 보자기로 정갈히 묶은 작은 된장단지가 앉았다.
남인데도 편하게 배려해주는 아줌마의 마음씨가 은주는 너무 고마웠다.
차가 밀려 벌써 어둑해졌다.
집에 와서 아줌마의 된장으로 찌개를 해먹고 TV를 켰다.
오락프로..정우진이였다..
정우진....
은주는 피식 웃음이 났다.
뜬금없이 선물이라고 내민 하트 핸드폰 고리 생각이 났다.
요즘 들어와서 우진과 마주치는 일이 많았다.
TV에 나오는것까지..
우연히 틀어본 채널에서 우진을 몇번 봤다.
[인기가 많긴 많은가보네..여기저기서 나오는걸 보면..]
은주는 아직까지 감정을 잘 모르겠다.
우진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