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이 흘렀다.
아침에 동준은 또다시 출장준비를 했다.
목적지는 푸켓..
세영 소속 인기가수 소미의 뮤직비디오 촬영차였다.
요즘 일본에서 인기를 누리는 소미를 위해
세영에선 대대적으로 밀어주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겨우 뮤직비디오 촬영이지만,
사장도 동행하게 된것이다.
따라가겠느냐는 물음에 은주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신혼때는 그토록 함께 여행하길 바랬었지만,
언제부터인가 동준과 함께하는 그 모든것이 싫었다.
심지어 같은 침대에 누워 자는일 조차도..
소연에게 물어보니, 이번엔 전 스탭들이 따라간단다,
소연도 간다며 자랑를 해댔다. 같이 가자며..
은주는 미라가 안가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었다.
"참, 당신 안가려면,내 대신 어디 좀 가주겠어?"
넥타이를 고쳐매며 동준이 말한다.
"어딜"
"패션쇼장..당신 제니 리 선생님 알지?
인사드리고, 쇼 좀 보고와..
다음달 우리 애들 쇼에 내보내려구.
가면 몇명 와 있을거야. 참..우진이는 알지?
우진이도 올테구.."
[정우진...?]
패션쇼는 저녁시간이였다.
식사를 겸하는 자리라, 서둘러 차를 타고 갔다.
막 주차를 시키고 나오는데,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저어..사모님.."
정우진 이였다.
훤칠한 키, 하늘거리는 꽃무늬 셔츠..
풀러진 단추 3개 사이로 보이는 근육질이라니..
거기다가 시원한 향수남새까지 났다.
잠시 은주는 아찔했다.
"우진씨...또 만나네요.반가워요.."
"네, 오늘 패션쇼에 오신거죠?"
"그래요. 참..여행은 잘 다녀왔어요?"
"네..덕분에요..참..드릴것 있는데.."
"나에게요?"
"후훗..별건 아니구요..집에서 풀러보세요.."
우진은 쑥스러운듯 포장지에 싸인걸 하나 내민다.
"고마워요.."
우진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쇼를 봤다.
같이 식사를 하며 얘기도 나누었다.
우진은 마음이 순수한 사람인것 같았다.
은주와 이야기도 잘 통했다.
쇼를 마치고 제니 리와 인사를 나누고 나왔다.
"저어..사모님..시간 괜찮으시면 차라도 한잔 하실래요?"
"훗...두가지 문제가 좀 있는데요.."
"네에? 뭔데요..?"
"첫째, 사모님소리 좀 듣기 싫은데요?
나이들어 보이구..후후..
둘째, 인기스타랑 어디서 차를 마셔요?
스캔들 나려구?"
"하하핫...그럼, 사모님 대신 누나라고 부를까요?
스캔들 나지않는 조용한 찻집 아니까 같이 가요"
강남 뒷골목에 있는 자그마한 카페였다.
아는 형이라는 주인은 편안하게 배려해 주었다.
은주는 1시간 정도 우진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랫만에 편안한 시간이였다.
동준과도 이런시절이 있었는데..
같이 있는것 만으로도 편하고 행복했었는데...
우진은 은주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몇번 스쳐 만나면서, 왠지모를 정이 들었다.
사실, 우진은 동준과 미라와의 관계를 알고있다.
이미 세영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였다.
처음엔 은주에게 연민의 정이 있었지만,서서히 그것이 사랑임을
알아가게 된거다.
손이라도 잡을수 있다면...
꼬옥 안아주고 싶은 은주..
그렇지만, 그녀는 멀리 있는 사람이다. 아직까진..
사모님이라는 이름으로...
은주는 집에와서 가방속의 핸드폰을 꺼내다가 우진이 준 선물을 보았다.
[뭐지?]
그건 작은 보석들이 박힌 하트 핸드폰고리였다.
[훗..웬 하트?]
별 생각없이 바로 핸드폰에 매달았다. 볼수록 반짝이고 예뻤다.
[남자가 센스는 있네...훗..]
우진이 생각났다.
핸썸하고 매너있는 남자..
그날 밤, 동준에게 잘 도착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