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아침냄새가 좋았다.
은주는 한번도 맡아보지 못한 신선한 냄새를 맡고 일어났다.
개구쟁이 녀석들은 엎치락 뒷치락 자고있었다.
살짝 이불을 덮어주고 밖으로 나와보았다.
살짝 안개낀 풍경..
그 조용함속에 신선한 풀냄새 나무냄새가 참 좋았다.
"벌써 일어났어요?"
"네...일찍 일어나셨네요.."
"후훗..시골사람들은 원래 아침잠이 없다우..
어디 불편하진 않았수?"
"네.. 덕분에요...후훗..."
소박한 아침상을 받았다.
살짝 이가 나간 된장 뚝배기..그 속의 된장찌개맛이 참 좋았다.
"시골밥상이라 좀 그러네..후훗..우린 늘 이렇게 먹는다우.."
"아니요..좋은걸요.."
시간이 벌써 10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은주는 설겆이를 도와주고 서둘러 일어섰다.
"아주머니.. 신세 많이 졌어요. 처음 보는 제게 이렇게 잘해주시고,
서울가면 연락 한번 드릴께요.."
"그래유...다행이유..
그리고...음...내가 나설자리는 아닙니다만,
마음 너무 모질게 먹지 말아요..
물론 새댁 입장에선 참 암담하겠지만...
내가 남편을 땅에 묻고보니 참 느낀게 많았수..
살때는 서로 웬수니 악수니 했지만, 막상 가고나니
참 서글픕디다..
그래도 하늘이 맺어준 짝이잖우..음..."
".......고마워요...여러가지로 신세 많이 지고 갑니다.
참, 그리고 이건...봉투가 없어서 넣질 못했어요..
작지만, 애들 간식거리라도 사주세요..."
"에구구..이런..이러지 않아도 되유.."
극구 사양하는 아줌마 손에 돈을 조금 주고 차에 올랐다.
막 마을을 벗어나고 있을때, 핸드폰이 울려댔다.
열어보니,동준의 번호가 5번이나 찍혀있다.
"여보세요.."
"나야.." 소연이였다.
"응.."
"너 어떻게 된거야? 거긴 어디니? 어제 사장님 전화 못 받았니?
내 핸드폰으로 전화하셨더라구..너 어디있는지 모르냐면서.."
".....훗.....나를 찾더라구..?"
"은주야..너 괜찮은거야? 만나자."
"서울가서 전화할께.."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이 가까워지면서, 은주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어쩌면 좋아...어떻게 할까...''
마음같아선 당장 이혼서류를 내밀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것만이 능사는 아닌것 같았다.
뭔가...순수한 사랑을 배신한 것에대해 확실한 응징이라도 하고팠다.
청담빌라 503호..
은주는 옷도 갈아입지 않은채 쇼파에 쓰러졌다.
잠시 눈을 감았다 떠보니 벽에 걸린 결혼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마냥 행복해 하는 모습이란..
역겨웠다. 불결했다.
당장 떼어버리고 싶었다.
"따르르릉...따르르릉...."
"여보세요.."
"당신이야? 어떻게 된거야? 핸드폰도 안받고..아무리 연락을 해두.."
"나야 잘 있지..걱정마."
말문을 끊은 간결한 대답에 동준은 어리둥절했다.
"그, 그래..잘 있다니..뭐..이따 저녁쯤에 집에 도착할거야."
"일은 다 끝난거야?"
"어..응...그렇지 뭐..그럼 이따 봐.."
한동안 멍하니 있던 은주는 뭔가 결심을 한듯 벌떡 일어났다.
장을 봤다.
동준이 좋아하는 매운탕을 멋들어지게 끓이고,반찬 몇가지를 뚝딱 해치웠다.
화장을 고치고, 옷은 제일 섹시한걸로 골라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