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키고 멍하니 앉아있었다.
''''어? 그런데 여긴 어디지? 내가 어디까지 온거지?''''
그제서야 은주는 정신없이 달려온것을 알았다.
그렇지만 두려움은 없었다.
너무도 커다란 남편의 배신감에 몸을 주체할수 없을 지경이였다.
입술이 떨려왔다.
어떻게 여기까지 온건지...
"똑똑.."
차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선명했다.
흠칫 놀라 옆 창문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지나가는 시골 아낙인듯 했다.
창문을 열었다.
" 날 이상하게 생각지 말아요..
여기 사는 사람인데, 보아하니, 여자분 혼자길래..
어디 불편한가요? 아파요?"
" 아닙니다..고맙습니다..
그런데..저 ..여긴 어디죠? "
" 여긴 양수리 라우.."
" 양수리요? 그럼 경기도인가요.."
" 그래요.경기도..이 시골까지 어쩐일이에요?
양수리라도 여긴 시골 이라우..누구 찾아온거에요?"
" 아니..그건 아니구요.."
" 눈이 부은것 같은데..어디 아픈가봐요..우리집에 잠시 들리겠어요?"
은주는 뜻하지 않게 시골 아낙의 도움을 받게되었다.
아낙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은주의 차에 들어와 앉았다.
"우리집은 저기유..."
아낙이 가리키는 곳으로 차를 몰았다. 작은 언덕너머 지붕위엔
작은 십자가가 보였다.
그리고 5명정도의 아이들이 마당에서 놀다가 우르르 모여들었다.
"여긴....??"
"교회라우..고아원도 같이 겸하고 있지요."
"그럼, 목사님 이세요?"
"후훗..뭐 그렇다기 보단..우리 남편이 작년에 죽었다우..
남편이 하던 목회 그냥 물려받은거지..
얘들은 동네에서 부모없고 갈곳없는 애들이라우..
낳은 자식도 없으니 그냥 얘들보며 같이 살고 있지요."
허름한 집으로 들어갔다.
처음 만나는 아줌마...그리고 동네였지만, 마음이 편안해졌다.
저녁까지 얻어먹고 애들하고 잠시 놀아주었다.
은주는 예전엔 이런 소소한 행복을 모르며 살았다.
아이들도 은주를 좋아라 따라다녔다.
" 저기...새댁..새댁이라고 부르리다.."
" 네, 그러세요.."
" 새댁...어쩔셈이유..? 날도 저무는데.."
" 저..염치없는줄은 알지만...저 하룻밤만 재워주실래요?"
" 엥?? 그럼 집은 어쩌구...? 남편은..?"
" 사실 ..후훗..오늘은 집에 가고싶지가 않아서요.."
" 그럼..그러우..나랑 애들이야 손님오는거 좋아하긴 하지만서두.."
시골의 밤은 칠흙같이 깜깜했다.
아줌마는 모기향을 피우고 은주 곁에 누웠다.
" 처음보는 저에게 이렇게 잘해주셔서 감사드려요."
" 후훗...뭘..그런것 가지구...잠자리가 불편하진 않겠어요?
이런곳에서 지내본적 없는분 같은디.."
" 아니에요..괜찮습니다."
" 저기...부부싸움 한거에요..? 아까 봤을때 얼굴이 너무 안되보였는데.."
" ......후훗.... 남편이 바람을 피웠어요..
그토록 믿었던 사람이였는데, 저몰래 그런일이 있었더라구요..
차라리...차라리..쌀쌀맞았더라면..
내게 잘해주지 않았더라면..이런 배신감은 덜했을텐데.."
은주는 거침없이 얘길 하다가 자신도 깜짝 놀랬다.
처음보는 이에게 어쩜 이렇게 마음 편하게 얘길 할수 있는것일까..
" 음..... 그랬군요.....
얘길 듣는 내 마음도 이렇게 아픈데...새댁 마음은 오죽하겠수.."
그 시간, 차안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은주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발신번호는 동준의 번호였다.
편안한 분위기에 갑자기 긴장이 풀린것일까...
은주는 마취라도 된듯 그렇게 잠이 들었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처음 가본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