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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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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서2


BY 유진 2003-06-26

 

 이른 아침에 부지런히 서둘러 엄마와 함께 의정부에 있는 법률사무소를 찾았다.

법원하고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 서 너군데 자리잡고 있었는데...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움직여서 그런가 현기증이 일어났다.

자료를 가지고 법원 쪽으로 향해서 엄마와 난  힘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거의 정문 쪽으로 다달았을 때,

뭔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서 스치고 지나가는 듯하고 정신이 흐려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언뜻 귓가에 맴도는 음성...

“ 얘야! 정신차려!! 아저씨 좀 도와주세요!!”

그리고는 많은사람들의 급히 뛰어가는 듯한 발자국소리들이 분주하게 느껴졌다.

‘앵~앵~~~~~~~~~~앵“

분명히 내 의식속에 뭔가 일이 크게 벌어진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엄마의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나는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문이 덜컥 열리는소리 그리고 뿌옇게 가물거리는 형광등불빛같은 것이 내눈에 들어왔다.

그리곤 기억이 없다.


정신을 차렸을 땐 나는 침대위에 누워있는 것같았다.

내가 왜 여기 있을까? 사람들 말하는소리를 들으니 병원이 틀림없는 것같았다.

그런데....그런데....

나는 분명히 눈을 떴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깜깜한 한 밤중이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어둠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누군가가 말을 건낸다.

“ 정신이 좀 드세요?”

젊은이 목소리였다. “ 누구시죠?”

“ 죄송합니다. 제 부주의로...그만 죄송합니다....”

말꼬리를 흐린다.

“ 제가 교통사고?”

그 때 엄마가 들어오신 것같다.

“ 정신이 드니?”

“ 어떻게 된거에요?”

“ 이 총각이 몰고가던 오토바이에 치였어... 아무리불러도 넌 자꾸...

  그래도 다행이다 이만하길...“

“ 근데 눈이 이상해요 아무것도 볼 수가없어요”

“ 가서 의사선생님 모시고 올게...”

잠시후에 누군가가 내 옆에사 나를 들여다보는 것을 느꼈다.

“ 어때요? 어디 아픈데 없나요? ”

“ 머리가 아파요”

“ 오늘 며칠인지 기억할 수있겠어요?”

“ 9월24일...”

“ 오늘은 31일이에요.”
“ 유진씨는 거의 일주일동안 의식이 없었답니다.”

“ 오늘이 지나면 모두 포기하려고 했어요”

“ 아....”

“ 이건 기적이나 다름없어요 유진씨는 뇌진탕으로 상처하나 없이...

오히려 그것이 더 무서워요. 차라리 상처가 나면 회복이 빠르죠.“

그럼 쉬어요. 보호자께서는 잠시 저 좀 보세요“

정말 끈질긴 목숨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있는지 이건 분명 신의 조화다.

‘ 주님? 정말 왜 이러세요. 그냥 죽게 놔두죠. 왜 또 저를 어디까지 가게 하시려고...

정말 내가 저 세상까지 갔다왔을까?‘

몇 분후...

엄마가 들어오신 것같다.

“ 머리말고 아픈 곳은 없니?”

“ 속이 매슥거려요 왜 그런지...”

한참동안 침묵이 흘렀다.

며칠이 지나도 내 눈은 보일 생각을 안했다.

정말 이대로 살게 될까?

식구들이 나서서 가해자쪽하고 합의를 보려고 그 집엘 가서보니

가난한 집 외아들에 겨우 나이 19살

구청에서 사환으로 일을 하다 심부름가다 그만 사고를 낸 것이었다.

내가 도로 안으로 들어오더란다.

엄마는 계속 부르는데, 전혀 못듣고...

순식간의 일이라고 엄마와 그 아이는 말을 했다.

옆에 입원한 환자들 보호자들이 한마디씩 한다

고소하라고...구속시키라고...

돈을 못받으면 구속시킬 수밖에 없다고... 난리들이다.

난 엄마한테 말했다.

“ 책임은 나한테도 있어요. 고소할 생각없어요. 입원비만 해결해달라고 하세요.

  어린아이 구속시키면 그 아이 장래는 어떻게 되겠어요.“

“ 네 걱정이나해 네가 지금 남의 걱정하게 생겼니?”
“ 제가 원하는대로 해주세요!”

“ 아이구~!!”
“ 가난한 아이라매요?”

“ 그게 무슨상관이냐?”

“ 왜 그러세요? 내가 싫다는데!..”


보름째 되던날...

그 아이는 계속 내 옆을 지키고 있었다.

내가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떠보니 뭔가 어른거리는 것같았다.

전혀 형체를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 좀 어떠세요?”
“ 괜찮아요” 빙긋이 웃어보였다.

“ 죄송합니다”
“ 그런소리 그만하세요. 나한테도 책임있으니깐...”

“ 아닙니다. 아줌마 사고나신 후부터 계속 여기 있었어요.

제가 어떻게해야 될까요?“
” 됐어요. 난 앞으로 2-3일후에 퇴원할꺼에요.

  치료와 입원비만 해결해줘요. 그러면 돼요.“

“ 그래도 될까요?”

“ 그럼요 그것도 난 미안하군요”

“ 제가 지은 죄는 어쩌구요?”

“ 죄라니요? 그렇지않아요. 누구나 실수는 하는 법이죠. 그날 내가 거기 없었으면 학생이 사고를 내지 않아도 될 뻔한 것아닌가”

난 그 아이를 안심시키느라고 다독거렸다.

“ 어서가요”

그래도 그 아인 계속 찾아왔다.

난 계속 잠에 빠졌다가 잠시 깼다가를 반복했다.

얼마나 잤을까?

웅성거리는 소리에 난 깨어서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 얘야 ”

“ 형수님?”

시어머님과 시동생이 오신 것같았다.

눈을 떠도 알아볼 수가 없으니...

그래 차라리 안보이는 것이 좋을 것같았다.

어머님께 면목없고 주위사람들한테 실망을 줬으니...


퇴원 하는 날.

휠체어에 몸을 맡기고 엄마가 밀면서 담당의사에게 갔다.

“ 오셨어요? 기분은 어때요?”

“ 괜찮습니다.”

“ 약을 함부로 쓸 수가 없어서 많이 힘들텐데...”

“ 무슨 뜻인가요?”

“ 어머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으셨나보군요? 사실은 유진씬 임신 중입니다.”
순간! 나는 기운이 빠지는 것을 느낀다.

“ 워낙에 환자상태가 좋질 않아서... 태아 때문에 거의 치료두 할 수없구요”

“ 전 어떻게 해야하나요?”

“ 아기도 정상적이진 못해요. 지금 환자상태가 좋질 않아서...아기를 포기하셔야합니다.

  지금상태에서 환자의 회복이 우선입니다. 그 말씀밖엔 드리지 못하겠군요“

정말 기막힌 상황이었다

무슨 이런일이 있을까? 정말 이렇게 재주 없는 년이 있을까?

피임을 했어도 이럴 수있을까?

하루만 걸러도 임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언제인지 몰라도 아마  그랬나보다

그래 모두 내 실수다...

그리고 의사는 한마디 충고한다.

“ 앞으로 살아가려면 많은 고통이 따를거에요. 휴우증이 항상 따르기 마련이죠.

항상 조심하시고 당분간 회복이 된다해도 조심하세요 머리를 많이 다쳐서 걱정입니다.“

진료실을 나와서 보니 동생이 퇴원수속을 끝내고 왔다.

30분정도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아이도 따라왔다. 다시는 찾아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난 건강하게 살 거라고

말해줬다.

 난 친정에서 지내게 되고 예전에 다니던 정형외과에서 통원치료를 받으면서

한 달의 한번 입원했던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기로 했다.

정형외과 의사는 어이가 없다는듯이 날더러 말한다.

''''''''정말 기구한 운명이네요 어떻게 이런일이 있을 수있는지...''''''''

나는 거의 두 달동안 치료를 받고 검사를 하니 많이 좋아졌다고 의사는 말한다

뱃속에 아이가 더 크기전에 수술을 해야한다고 ...

나는 또 한 번의 큰 죄를 지어야하는 운명에 놓여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