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덧없이 흘러갔다.
1977년 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다시 꺼내야할 것같다.
아마 죽어서도 못잊을 뼈 아픈 현실들이 서서히 나에게 다가오고 것도
모르는 체 그저 난 민수의 생각만 하면서 행복감에 젖어서 살고 있었다.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 진아! 안방으로 좀 왔다가 출근해!"
" 알았어요~"
출근준비를 끝내고 안방으로 들어가니 아빠와 엄마가 함께 계셨다.
" 무슨 일이예요"
" 좀 앉아봐"
난 두분의 이야기를 들으려 앉았다.
" 말씀하세요~"
" 너도 이제 결혼해야지? 그치? "
" 생각 없어요~"
갑자기 아빠께서 한 마디 내 던지듯이 말씀하신다.
" 옆집 총각 어떠니?"
" 예? 옆집 총각이라뇨? 그 사람이 누군데요?"
" 건실해보이고 착한 것같아서 엄마 아빠는 그 사람을 사위로 맞고 싶은데..."
" 관심 없다니깐요~ 만약 결혼을 한다면 제가 좋아하는 사람과 하고 싶어요."
" 생각해봐라 우리 집엔 아들도 아직 어리고 그 사람과 결혼하면 아들같이
알고 서로 의지하고 좋을 것같은데..."
" 출근할께요"
난 후다닥 일어났다.
''''''''''''''''''''''''''''''''어쩌지 오늘 이야기를 해버릴까? 민수이야기를 하면 암말 안하시겠지?''''''''''''''''''''''''''''''''
난 겁이 났다. ''''''''''''''''''''''''''''''''설마 다 큰 자식 때리시진 않겠지''''''''''''''''''''''''''''''''
나는 맘이 편칠 않았다 하루종일...
밤늦게 퇴근해서 안방으로 먼저 들어갔다.
엄마아빠 두 분 다 계셨다.
" 드릴 말씀 있어요"
" 어떻게 생각은 해본거여?"
" .... "
" 얘기해봐~"
" 저... 사귀는 사람있었요.."
순간적으로 눈 앞에 별이 번쩍였다.
" 누구 맘대로 연애질이야 엉!!"
" 나~ 그 사람 좋아해요"
" 이년이 죽고 싶어 환장을 했나~"
" 부모말을 거역하겠다는 것이여? 엉?"
" 지금까지 부모님 하라시는대로 다 했잖아요"
" 결혼도 부모가 정해주는대로 가 알았어!! "
" 싫어욧! "
그리고 방문을 확~ 열면서 난 내 방으로 들어갔다.
예상은 했던 일이지만 막상 맞고나니 정말 황당했다.
눈물도 나지 않았다. 끝까지 해보련다.
이튿날 아침
아침식사할 생각이 없었다 밤새 고민하고 뜬눈으로 새웠더니 입안이 깔깔하고
입맛이 없었다.
" 너 들어와봐!"
아빠의 음성이 들려왔다.
난 방으로 들어가서 아빠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 너~ 당장 직장 그만둬 알았어?"
" 왜요?"
" 이것이 직장다닌다고 못 된 것만 알아가지고 "
" 제가 뭘 잘 못했는대요?"
" 시끄럽다! 오늘가서 그만둔다고 하고 와라 알았니?
" 결혼만큼은 제 의사도 좀 존중해주세요 네?"
" 너 만약 옆집 총각하고 안하면 넌 당장 호적에서 빼버린다 알았냐!"
너무 기막혔다. 나이 24살을 먹도록 내 의사대로 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이제 내 인생까지 관여를 하시겠다... 내 가슴속엔 오기가 발동했다.
이건 아니다... 이럴 수없다.
그 때까지 옆집총각이란 사람 얼굴도 모르고 이름 석자도 몰랐다.
출근하자마자 난 언니하고 마주앉아 내 사정을 털어놨다.
" 민수이야기 했는대도 그러시디? "
" 응 "
" 네 생각은 어때?"
" 난 솔직히 누구하고도 별로 결혼생각 안해봤어"
" 민수하고도?"
" 민수가 좋은사람이라는 것은 알아 나도 좋아하고 그렇지만 시간을 두고
사귀면서 결혼이야기도 하고 싶었거든 편지로는 솔직히 어떠한 말도 할 수있다고
생각해 민수가 제대하고 나면 그 때 이야기해도 늦지 않을 것같아 언니생각은?"
" 그래 그건 네 생각이 옳아~ 근데 민수는 진실같았어 "
" 언니 나 이제 어떻게해야해 "
" 부모님 의견도 존중해드려 "
" 난 싫어 그 속이 다 보인다니깐~"
밖에서 가게 문여는 소리와함께 정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아 ~ 아줌마 어서오세요"
언니와 나는 일어나서 가게로 나오니 우리 엄마가 서 계셨다.
그러더니 언니보고 잠깐 이야기 좀 하자고 안으로 들어가셨다.
얼마나 지났을까...
두 분이 함께 나오면서 엄마는 내 얼굴도 보지않으시고 그냥 밖으로 나가셨다.
" 무슨 일로 언니를.."
" 미스 정 잠깐만 보자"
난 다시 방으로 들어가서 마주 앉았다.
" 우리엄마 뭐라고 하셔?"
" 미스 정? 너 민수 포기해라"
" 언니까지 왜 이래!"
도대체 뭐라고 하셨길래 언니가 이러나 싶었다.
" 언니 말해봐?우리엄마가 뭐라고 하셔?"
" 너 부모님께서 말씀하시는 그 사람하고 해라"
" 왜 그래야해?"
" 너희 부모님 포기하실 것같지 않아 강제로라도 시켜야한다고 하신다"
" 뭐라고! 강제로!"
순간 난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
난 언니를 잡으면서 이야기했다
''''''''''''''''''''''''''''''''언니 나 좀 도와줘 응?"
" 내가 어떻게 널 돕겠니? "
" 언니한테 피해가지 않게 할께 응~!"
" 어떻게 해주면 되겠어?"
" 사실은 아침에 아빠께서 날더러 일을 그만두라고 하셨어 만약 그러면 난 끝이야 "
" 어쩔려고~"
" 민수한테는 암말 말아줘...내가 이야기할께..."
" 아무래도 내가 여기 있으면 언니한테도 피해가 될 것같아
그만둘께 그리고 언니한테만 연락할께"
" 어디로 가려고?"
" 부천에 친구가 살아 의상실하는... 그 친구네서 일하면 돼 아마 받아줄꺼야"
" 그래도 되겠어?"
" 오늘 집에 가서 말씀 들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행동으로 보여줄꺼야"
부천에 있는 친구는 어려서 앞집에 살던 쌍둥이 자매들이다
언니는 나와 동창이고 동생은 한 해 늦게 학교를 갔지만 난 똑같이 친구로 생각했다.
그 동생이 의상 기술을 배워서 의상실을 경영하고 있었다.
착찹한 심정으로 집으로 가는 길에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애를썼다 이러면 안돼... 흥분은 안돼...
다시 부모님께 잘 말씀드리면 이해해주실거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마지막이다 하는 생각으로 집으로 향했다
두 분다 안방에서 TV를 보고 계셨다.
난 방으로 들어갔다.
" 저 왔어요~"
" 이리와봐~"
난 무릎을 끓고 앉았다.
" 주인한테 그만둔다고 하고 온거야?"
" 예 "
" 네가 사귄다는 사람이 "감씨"라매?"
" 예 "
" 그러니깐 더더욱 안돼 그 집안하고는 우린 원수나 다름없어"
" 무슨 말씀이세요"
" 너 어려서 감씨 집안 어느집에서 삭월세를 살았는데..."
"..."
" 방세 못낸다고 쫓아냈다 너 태어난지 얼마안되어서 말야"
" 그렇지만 그건 지난 과거잖아요 그리고 민수네 집에서 그런 것도 아니고..."
" 글쎄 안된다면 안되는 줄 알지 웬 말이 많아!! 그리고 어딜 그놈이름을 함부로 말해!"
완전 억지였다 너무 우습고 황당하기까지 했다
이젠 별 이상한 말로 날 협박까지...
그냥 별말없이 내 방으로 왔다.
밤새 고민 또 고민...
별 방법이 없었다 그래...내가 민수랑 혜어진다해도 이 결혼만큼은 안된다고
결론을 지었다.
'''''''''''''''''''''''''''''''' 그래... 별 방법이 없어''''''''''''''''''''''''''''''''
나 자신도 나한테 놀라고 있었다. 많이 변했다는 것을...
난 마음을 단단히 먹고 몇 가지 옷을 가방에 챙겼다.
동이 트자마자 집을 나와서 우선 의상실 언니네 집으로 달려갔다.
의상실 언니는 자매가 있었는데 살림하는 집이 따로 있었고, 남편과 첫돌도 안 지난
아들이 있었다. 자기 여동생을 별도로 방을 얻어서 살도록했는데...
언니는 새벽부터 찾아온 나를 보고 너무 놀래면서 어떻게 된 것이냐고 했다.
" 언니 나 이대로 살 수없어"
" 그럼 어쩌려고? 응?"
"당장 버스표를 살 수없으니깐 잠시 언니네 있을 께 작은언니네 집 알려줘
거긴 우리엄마도 모르고 있으니깐..."
" 그럼 그래라 엄마가 아시면 난리 나실텐데..."
" 언니 절대 난 여기 오지 않은거야 말하면 난 끝장이야"
서둘러 언니는 가고 작은언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 자신이 이리도 부끄러운 짓을 하고 있으니 하나님도 용서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앞으로의 내 인생은 어떻게 ...
작은언니한테 전화번호와 주소를 남기고 터미날로 가서 표를 사고 버스에 몸을 실었다.